미끄러운 도봉산에서 헤매이다 본 환상 눈꽃

 

12 센티미터나 눈이 왔다는 도봉산.
그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고생을 좀 해야..
아침 9시반 수유역에 모인 빨치산 여섯은 우이암 매표소에서
입산 통제 전갈을 받고서 바로 개구멍을 찾는다.


아무런 흔적도 없는 눈밭에 첫 발걸음을 내는게 럿셀이라고 했던가?
그러나 단단한 무장도 잠시. 매표소를 좌로 돌아 화장실 위로 난 길로 잠입 성공.
선두 대장은 그 화장실을 매표소로 오인하고 그 앞 뫼똥을 서너바퀴 돌았다.


그나저나 사람도 없고, 오로지 우리만을 위한 등산로.
산 전체가 하얀데 가끔 바람이 불라치면 눈꽃이 머리위로 내린다. 환상이닷.
20분쯤 걷다 첫번째 펑퍼짐한 쉼터에서 이마 넓은이 정성스레 가져온 핫도그.
눈밭에서 먹는 핫도그의 맛도 가히 일품이다. 소스 발라 한입에 쏘옥. 고맙다.

 

다시 산길 눈길따라 올라가는데 앞선 대장 통행금지 구역, 위험한 구역 이정표 있으면
무조건 평탄한 길 제치고 위험한 길로 내뺀다.


급기야는 우이암 왼쪽끝 바위에서 오르기를 포기, 온길로 우회하고, 빙빙돌아
흰눈과 바위와 미끄럼과 추위와 배고픔과 온갖 좋은 나쁜 경험 다하고
오던길 무르기를 서너번. 자그마치 2시간 반 정도 헤매다 눈쌓인 도봉 우이암 능선 착.
가까스로 능선에 올라왔다. 앞에 보이는 거대한 바위들. 그러나 점심 먹을 곳이 없다.


오늘 사패산까지 가는 일정 단축, 바로 보문 능선으로 하산키로 하고
우이암 한참 아래 넓지막한 곳 잡아 점심 식사 준비하는데
바나 두개에 불피워 누룽지탕 틈새라면 끓일때 벌써 쇠주 한잔씩.
그나저나 바나 누룽지 틈새라면 김치 쇠주 핫도그 아무튼 엄청 고마운 대장 부부...


이제 다음에는 미안해서 내가 준비해 가야지 하는 맘 굴뚝이닷.
마음 속으로 전하는 말 "쌩유 베리 마취. 캡틴 앤 맘."

오후 3시쯤 도봉사 지나 도봉산 매표소에서 물어보니
주의보 내린 직후 입산 통제라 뭐래나?


빨리 내려온 만큼 하산주는 엄청 길다. 안주는 양미리 한마리 씩에 막걸리.
그리고 건대 앞 먹자골목에서 해산주, 쐬주. 월매나 퍼마셨는지
어떻게 집에 왓는지 도통 기억이 안난다.


2호선 타고 술먹으면 안돼. 합정에서 지나쳐 서울 시내 밤새 빙빙 돈단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