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06년 5월 5일 03:20 ~ 19:00

산행코스 : 불암산공원 -> 불암산  -> 덕능고개 -> 수락산 -> 기차바위 -> 석림사 -> 범골매표소

               사패산 -> 포대능선 -> 도봉산 -> 우이능선 ->  우이암매표소 -> 하루재 -> 백운대

               용암문 -> 대동문 -> 대성문 -> 대남문 -> 구기매표소

 

 

그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불수사도북 5산 종주...
5월 연휴기간 중에 한번 해볼까 하고 계획을 세워본다.
혼자 하기는 좀 부담이 되지만 승환친구가 사패산부터 같이 하겠다고 쾌히 응했다.


작년(2005년)에 불수와 사도북을 나눠서 해 보았고,
미시령에서 설악산 대청봉까지 종주 하면서 15시간의 산행을 해 보았다.
그때 같이 산행했던 직원중 5산 울트라를 해본 경험있는 친구가 나 정도면 충분히
할수 있을꺼란 자신감을 줬던 말이 생각나 실천에 옮기게 되었다.


5월 4일 저녁에 퇴근하면서 슈퍼에서 연양갱과 초코렛/치즈 몇개를 사가지 집에 들어와
저녁식사 후 베낭을 준비했다. 한잠 자다가 새벽에 택시를 타고 상계동으로 이동 할 계획
이었다.


사실, 집사람 한테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집사람도 새벽에 나물하러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는 상태라 서로 난처한 상태였다. 결국 각자 준비하고 가기로 했는데, 저녁먹고 일찍
잠을 청 하려 했는데 영 잠이 오질 않는다. (마치 초등학교때 소풍 전날 처럼~^^)


'이렇게 잠 못자고 헤메느니 지금 출발해 버릴까~?'
저녁 10시쯤 출발 하려고 옷을 입으니 집사람이 만류한다. 지금은 너무 어두우니 산에서
헤매지 말고 새벽에 출발 하라고...결국 다시 잠을 청한 후 12시경에나 잠이 들었나 보다.


새벽 2시반에 핸드폰 알람을 맞춰 놓고 일어나 옷 입고, 준비하고 집을 나선다.
새벽공기가 매우 신선하고 차갑지도 않아 기분이 좋다.
그 이른 새벽 망월사역 앞에는 초저녁 처럼 술손님들과 그때까지 영업하는 가게로 훤하다.


줄지어 서있는 택시 중 서울 택시를 골라 타고 상계 전철역으로 가자고 한다.
상계전철역 근처에서 정암사와 정현고등학교 입구를 운전기사가 몰라 좀 헤메다가
불암산 공원 입구에 내려 들머리를 잡고 사진 한장 찍어 놓고 올라간다.(03:20)

 

헤드랜턴 불빛을 의지하고 부지런히 올라가니 금방 땀이 찬다.  자켓을 벗어 베낭에 넣고
조용한 산길을 혼자 오르자니 작년 가을 몇차례 했던 야간산행 생각이 난다.  처음 했을때는
몹시 무서워 등골이 오싹오싹 하더니 이것도 이력이 났는지 무서움은 전혀 없다.


다만 사이사이에 난 여러갈래의 갈림길로 인하여 혹시 다른곳으로 빠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감만 돈다. 가끔씩 들리는 새소리와 유난히 좀 세게 부는 바람소리...
과연 내가 오늘 종주를 할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만이 머리에 가득찬게 한걸음 한걸음
열심히 올라간다.

 

 

계획된 시간보다 빠르게 불암산에 도착(04:08)해서 기념사진 찍고, 야경구경도 좀 한다음
석장봉쪽으로 이동 한다. 이제 덕능고개로 내려 가기만 하면 1산 이다. 인터넷으로 울트라
5산 종주 지형사진을 보면서 익혀논 지형지물과 나무에 걸린 꼬리표를 보며 잘 내려오던 중...


정상 372m 라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오고 불암산 정상에서 보았던 야경모습이 다시 눈 앞에
보인다. "아~ 불싸" 우려했던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어디서 잘못 온 것이지~?"
정상쪽으로 더 올라가서는 다시 지형을 살피기로 하였다.


우측너머로 검은형태의 수락산 모습이 들어오고 좌측으로 불암산 정상이 보인다. 아마도
또 다른 불암산의 봉우리를 올라온것 같다. 땀은 비오듯 쏟아 지는데... '이러다가 실패
하는 건 아닐까~?' 하는 못난 생각까지 하게 되고 빠르게 뛰다시피 내려오다 보니 좀전에
지나갔던 오르막 바위위 밧줄이 또 보인다.


 

"아니~... 내가 귀신에 홀린게 아닌가~?" 분명 이자리를 올라 갔는데 이리로 내려오지 않고
다시 여기를 올라 가야 하다니...분명 이자리를 올라가야 하는건 작년에 와 봐서 아는데...
지나 가면서 산악회 안내지를 접어 표시해 놓고, 나만의 표시를 남기면서 다시 진행한다.


정면에 소나무 한그루에 좌측으로 빨간 스프레이 화살표가 있고, 우측으로는 리본들이 붙어
있다.  "아까는 오른쪽으로 갔으니 이번에 왼쪽으로 가봐야지~" 하면서 내려가지 시작한다.
"이길이 맞다~". 한참을 내려오니 덕능고개에서 들리는 차소리가 들린다.(05:04)


 

시계를 보니 30분을 허비 한것 같다. 덕능고개에서 사진한장을 찍어놓고 수락산을 향해서
올라간다. 이곳부터는 몇번 다녀봐서 절대로 헷갈릴건 없고, 날이 점점 훤해져서 해드랜턴도
벗고 올라간다.


아무도 없는 새벽 산길을 혼자 오르자니 힘은 들지만 맑은공기와 이름모를 샛소리를 들으며
땀만 비오듯 흘리면서 정상을 향해서 올라간다. 멀리 수락산의 태극기가 보이고 도봉산과
북한산도 한눈에 들어 오는데, '과연 저 먼길을 걸어서 넘어 갈수 있을까~?' 걱정된다.


남들도 했으니까 나도 할수 있을꺼야~ 하는 자신감을 갖고 수락산 봉우리를 정복한다.(06:15)
연양갱 하나와 초코렛 하나로 요기를 하고 있는데 간단한 복장의 산님 한분이 올라온다.
인사를 나누고 승환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통화가 안되어 음성녹음을 남기고 내려간다.

홈통바위를 빠르게 내려와서는 '도정봉으로 갈까~ 석림사로 갈까~' 망설이다가 석림사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구간이동을 위하여 차량지원을 받으면 좋으련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석림사로
내려가 장암역에서 전철을 이용하여 회룡역으로 가기로 했다.


석림사로 내려가는 가파른 길에서 다리 알통이 뭉치는 느낌을 받아 맨소래담으로 맛사지를
한번하고 '벌써부터 다리에 신호가 오면 곤란한데~' 걱정을 하면서 부지런히 내려간다.
석림사에 도착(07:05)하여 승환친구에게 전화하니 공릉역이란다. 장암역에서 간발의 차이로
전철 하나로 놓치고 18분 뒤의 기차로 도봉산역에서 승환친구를 만나 회룡역으로 향한다.

불암산에서 30분 손해보고 전철에서도 18분 허비 했다. 회룡역에서 범골매표소로 가다가
중간에 아침을 해결해야 했다. 김밥 집에서 김밥 2줄을 시켜 먹고 커피믹스도 한잔 한다.
'석림사에서 구간이동만 잘하면 식사시간을 빼고도 1시간 이상을 줄일 수 있는데...아쉽다~'
반바지 차림의 젊은이들과 여자들이 섞여서 한무리가 뛰어온다. 울트라 마라톤 팀 들이다.


같은장소 근처 식당에서 아침들을 해결하고 올라갈 모양이다. 우리 둘은 범골매표소를 향해
걸어간다.(08:35)
계획했던 시간과는 5분 밖에 차이 나지 않고 통과를 한다. 호암사를 거쳐 멍석바위에서 물을
한잔 하려는데 여러 산님들이 앉아 있다. 차림을 보니 먼 산행을 한 차림이라 말을 건네다.

"멀리서 오시나 봐요~? 하고 물으니까.
"어제 저녁 10시에 불광동에서 출발해서 오는 겁니다~"
"그래요~? 저도 새벽 3시에 불암산에 출발 했는데요~"
"빨리 오셨네요...우리는 거길 향해서 가야 하는데...어휴~"
"좋은 산행 마무리 하세요~^^" 서로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다.

 

마당바위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범골능선에 도착하니 아까 봤던 젊은친구들이 한무리 뛰어간다.
아침식사를 하고 매표소에서 좌측 반쪽바위쪽으로 올라온 모양이다. 다리 근육들이 장난이
아니다. 모두들 런닝화에 반바지 차림들이고, 베낭도 작은 쎅차림...
여자들과 노인도 한분 끼여있다.

'저짓은 못 할꺼 같다~' 생각 하면서 뒤따라 온라간다.


사패산 마지막 오르막 부분에 도착하니 그 울트라 무리들이 앞을 다투며 뛰어서 내려온다.
"우당탕당~ 우루루~...우당탕당~ 우루루~..."
'저러다가 무릎 다 상할텐데~'...그중에 한분 노인네 한테
"화이팅 하세요~!!" 하며 소리를 질러 드린다.
"감사합니다~" 하면서 힘차게 뛰어 내려 가신다.


사패산 정상에는 바람이 세차게 불어 얼른 기념사진만 찍고는 되돌아 온다.(09:28)
가는 빗방울이 흣날리고 하늘은 구름이 얕게 깔려 바람만 세차게 분다. 오후늦게 부터 강한비가
내린다는 예보로 되도록 빨리 산행을 끝내려고 서둘러 포대능선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중간중간 샛길을 이용하다가 나무에 빨간 스프레이로 불암산에서 보았던 5산종주 코스마크를
보았다.  '저길로 가면 기름길인가 보다~' 하고 따라 갔다가 송추 갈림길을 조금 지나서 엉뚱한
방향으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되돌아 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렸고, 할수 없이 계속해서
힘든 진행을 하였다.


헬기장 근처로 겨우 올라와서 산불감시초소 쪽을 바라보니 까마득히 돌아 와 버렸다.(10:30)
정상코스로 와도 시간은 같이 걸렸을 것을 힘들게 돌아 온것 같았다. 이곳에서 승환친구가
준비해 온 방울토마토를 너무 맛있게 먹었다. 발에 맛사지를 한차례 더 하고 좀 쉬었다.


베낭 무게도 줄이기 위해서 중간에 지원조의 공수를 받아야 하는데 오늘 일정엔 전혀 그런게
없어 좀 걱정이 되었다. 다락능선을 이용하여 늘 올라 다니던 도봉산 봉우리 전망대에 도착하여
기념사진을 찍고는 Y-계곡으로 접근 한다. Y-계곡 코스에는 사람이 적어 통과하는데 시간 좀
덜 걸린것 같아 좋았다.

 

자운봉 신선대 앞에는 이제 진달래가 만발이다. 색갈도 찐해서 보기 좋았고, 이곳에서도 5산
종주하는 나이드신 두 산님을 보게 되었다. 날씨가 좋고 연휴가 있어서 인지 오늘 5산 종주하는
산님들을 많이 본다. '모두 나같은 생각 인가~?'


우이암능선을 가기위해 몇번의 깔닥계단을 넘으면서 물로만 속을 채우고 힘들게 진행한다.
우이암에 도착(12:05)하여 승환친구가 준비해온 김밥으로 요기를 한다. 입맛도 없고 깔깔
해서 조개 넣고 끓인 라면 국물맛이 간절 했다.

 

등산화 신발도 벗고 한20분 쉬고는 다시 우이동 쪽을 향하여 내려간다. 원통사 근처에는
오늘 초파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다. 우이암매표소를 지나면서 4산을 완료 한다.(13:20)


우이동으로 나와서 우선 시원한 맥주를 안주도 없이 한캔씩 들이킨다. 지나가는 택시를 얼른
집어 타고는 도선사로 가자고 하는데 오늘 행사 인파로 차량통제를 한단다. 할렐루야 기도원
앞에서 차단되어 하차 한후 뻐스를 타려 했으나 세워주지를 않는다.


베낭을 맨 등산객 차림이라 그런것 같다. 결국 차량이동을 포기하고 영봉매표소를 통과하여
하루재까지 1.8Km를 올라간다. 계획에 없던 힘이 들게 되었다. 우이동에 도착해서 과일가게에
들러 과일도 사고 먹거리도 좀 준비 했어야 하는데...차량이동 후 도선사 앞에서 살수 있겠지
하다가 기회를 놓쳐 버렸다.


백운산장에 도착하면 막걸리 한사발 먹어야지 하는 부푼 기대를 갖고 올라 간다. 사람들과
섞이어 오르면서 힘들게 백운산장에 도착하여 막걸리와 국수를 시켜 게눈 감추듯 먹어 버린다.
나중에 생각 했지만 거기서 국수를 더 먹을껄~... 배부르면 또 올라갈때 힘들것 같아 하나
시켜 둘이 나누어 먹었는데... 나중에 배가 고파 국수 생각이 어찌나 나던지....

계획된 시간보다 약간 빠르게 위문에 도착한다.(15:30) 절반의 성공이다. 백운대가 코앞이다.
힘들어도 올라 가야지~...사람들의 사이에 끼여 힘들게 올라가서 기념사진을 박는다.(15:45)


부지런히 내려온다. 이제 내리막길 뿐 이라는 위안을 해가며 내 자신에게 다짐을 한다.
용암문을 거쳐 동장대...그리고 대동문...(17:06)
너무 힘들다...무릎뒤 인대가 땡겨 걷기가 점점 힘들어 진다.


'대남문을 찍어야 종주라는데~..'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대성문에 가서도 앞에 높게 늘어져
보이는 산성이 왜 그렇게 높게 보이던지~...바지를 걷어 올리고 맨소래담으로 한차례 더 맛사지
를 하고는 승환친구의 용기를 얻어 대남문으로 진행 한다.


드디어 대남문에 도착(17:50) 한다. 카메라 배터리까지 수명이 다 되어 찍기가 어려워 진다.
이제는 진짜 내리막길 2.5Km만 남았다. "다리를 질질 끌고 내려 가더라도 이젠 갈수 있겠지~?"
내려오는 길에 다리의 피로를 풀고 얼굴의 소금끼도 씻을겸 계곡으로 들어가 탁족을 한다.
양말이 발바닥에 들러 붙고, 발에서 열이 어찌나 나던지...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니 열 오르던
발이 시원해졌고 피로도 풀리는 것 같았다.


드디어 구기매표소 도착(19:00) 16시간의 대장정이 끝났다.
승환친구와 둘이서 시원한 막걸리가 간절해서 두부김치에 서울막걸리 3통을 먹고 버스정류장을
내려 온다. 대궐같은 평창동의 호화주택들을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