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성제봉 산행기

 

성제봉 (1,115m)

 

    성제봉은 이곳 주민들에게는 성제봉으로 불리는 곳이며, 지도에는

형제봉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름 그대로 임금님 같은 어진 산이기도

하고 풍요로운 고장 악양의 주산이기도 하다. 형제봉은 지리적으로는

지리산 영역에 포함된 곳이며, 백두대간이  천왕봉에서 영신봉에 이르러

큰 줄기를 하나 만들어 낙동강 하구에 이르게 하는데, 이것이 낙남

정맥이고 그 줄기는 영남지역의 젖줄이 된다. 이 낙남정맥은 지리산

삼신봉을 거쳐 이곳 악양땅을 지나 진주를 지나 고성 무랑산. 함안의

여항산을 지나 김해의 신어산에 이른다. 높이는 1,115m며, 경남 하동

지방의 방언이 형을 성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상에 세워진 표지

석에는 성제봉으로 되어 있다.  풍요로운 고장 악양의 진산으로 언제나

덕을 내리는 산이다. 악양은 예로부터 경치가 뛰어나게  좋아 중국 호남성

 악양에서 고을 이름은 물론이고 악양루, 동정호 등의 이름까지

본떠 지은 곳이다. 그리고 악양에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로 유명한 평사리가 있다.


 

위    치: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과 화개면으로 경계하고 있다.

산행코스 

외둔마을-고소산성-고소대-통천문-신선대-헬기장-성제봉철쭉제단-성제봉-형제봉-청학사-노전마을


 

산행시간

외둔마을: 09시20분

고소산성: 10시05분

통 천 문: 10시35분

신 선 대: 12시25분

성제봉철쭉제단:12시35분

헬 기 장: 13시30분

성 제 봉: 13시50분

형 제 봉: 13시55분

청 학 사: 15시20분

노전마을: 15시55분


 

산행시작

   외둔마을 노인 회관 앞에서 간단한 체조와 함께, 회관 앞 좌측 능선 길을  따라 산행이

시작되었다. 등산길은 순조로웠고, 길가에는 복사꽃이 마중을 나와 손짓을 하고 있었다.

이에 질세라 이름 모를 야생화들과 고사리도 동참하였다. 팔각정이 나오고 15분 정도

오르면 암벽을 만난다.  암벽에는 소사꽃 같은 꽃들이 있고 꽃잎 하나 따다 입으로 쪽

빨아 보았다. 소량의 달콤한 맛!  꽃을 따서 거꾸로 물고 쪽 빨아들이면 단물이 입안으로

쏙 들어오는데 양이 적어 감질나지만 어린 시절에는 상당히 재미가 있었다. 누구나 꽃의

단물을 음미하던 추억이 남아 있으리라. 꽃송이 몇 개씩 꺾어들고 하나씩 쪽쪽 소리 내며

꿀을 빨아먹던 일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고소산성

   지리산이 섬진강으로 뻗어 내린 산줄기 중턱에 위치한 산성이다.

길고 넓은 돌로 쌓아올린 성으로 비교적 튼튼하게 제 모습을 이루고 있고, 특별히 꾸미지도 않았다. 고태미가 흐르면서 청초한 모습을 이루고 있다. 산성에 올라서면 섬진강이 수태극을 이루고 흐르며, 악양천과 마주한다. 그 옆에는 평사리 만석꾼의 집이 있고, 앞뜰에는 악양벌의 넓은 들판이 한 눈에 들어온다. 비록 황사 때문에 멀리 조망은 안 되지만, 굽이치는 섬진강과 만석꾼의 집들이 내 집이다. 생각하니 마냥 즐겁기만 하다.

고태의 고소산성

만개한 진달래

천상의 화원이라

선남선녀 머문 자리

향기가 일고

하늘을 여는 통천문은

신선이 드나 더니

악양천 섬진강에

풍요를 더하리

굽이굽이

흐르는 미르는

푸른 하늘 흰 구름 잡고 노네!



 


통천문

고소산성을 지나고 고소대를 지나면 소나무 숲이 시작된다. 조금 오르면 바위와 함께 연계된 등산 길을 이어지고, 통천문을 만날 수 있다. 문 앞에는 진달래가 수줍어하면서도 조용히 웃음 지며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고 있다.  은은하면서도 즐거운 환상에 젖어들게 하는 진달래! 이 진달래는 황폐하여 메마른 땅에서도 잘 죽지 않는다. 그러므로 척박한 땅에 심어 빗물에 흙이 씻겨 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점차 다른 풀이 자라도록 땅힘을 키워 줄 수 있다, 우린 여기서 잠시 멈추다 산행이 계속된다. 통천문은 한명씩 나갈 수 있고,  여길 빠져나가지 못하면 체중관리를 해야 하겠다. 



신선대

  진달래 향기 내음새 따라 한발 한발  밟으며 오르면, 높고 확 뜨인 곳에 도착한다. 신선대이다! 신선대는 통천문에서 봉화대를 거쳐 신선대에 오르게 되는데, 사방 모두 확 트여 마음이 맑아온다. 구름다리가 걸쳐진 903m봉을 신선대라 부른다. 나는 이 순간 순결과 평화와 기쁨의 극치를 한껏 만끽하여 본다. 구름다리를 건너면서 신선이 되어 보고, 흰 구름은 타지 않았지만 구름다리에서 내려다보면 짜릿한 전율을 느낀다. 봉우리 하나둘 차례로 넘어서는 힘든 산행 길은 시작되어도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성제봉 철쭉제단

   아기자기한 암능을 오르 내려다보면 성제봉철쭉제단을 마주 한다. 좌측 4-50m에 샘물이 있어 찾는 이의 목을 축일 수 있다. 이정표에는 약수터로 표기 되어있지만, 지표수의 건수 느껴진다. 하지만 이 높은 곳에 물이 있다는 것은 많은 생명을 구하는 생명의 수라해야 하겠다. 제단 좌우로는 철쭉이 많이 있지만, 아직 때가 이런 것 같고 아마 5월초가 되어야 만개할 것 같다. 

     

성제봉 (1,115m)

   제단에서 헬기장을 거쳐 오르다보면 성제봉정상에 도착한다.

이 정상석을 어루만지고 보다덤어 본다. 맞은편 형제봉과 경쟁하지도 시기하지도 않는다. 나란히 우뚝 솟아 서로 위안 삼아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맑은 날에는 지리산 주능선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데, 오늘 황사 때문인지 수줍어하는 지리산의 영험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시야를 방해하고 있다. 이 두봉은 지리적으로 지리산 하동군에 포함한 산이다.

      
                  성제봉                                                            형제봉

형제봉

이 형제봉은 성제봉과 나란히 자리하고 있으며, 특별한 표지석은 없다.

지리를 안내하는 안내판이 있고, 구름과 달님도 바람과 함께 쉬어 갈 정도로 다정스럽게 있다. 어떻게 보면 대자연이 지성과 감정의 결합체인지 모른다. 열정적이고 정열적인 사랑을 담고 있는 듯 다소곳 앉아있다.  


 

하산길

청학사 가는 길은 성제봉과 형제봉의 중간에 이정표가 있다. 이정표를 뒤로하고 사뭇 내려오다 보면, 처음에는 산죽이 시작되는 길로 이어 지다가 바위 길로 이어진다. 눈비 올 때는 미끄러우니 조심하며 걸어야 하겠다.  분 정도 내려오면 청아한 물소리와 새소리 들린다. 노고지리이다!  님 부르는 소리일까?  봄을 알리는 소리일까?  오늘 따라 마음에 와 닿는다. 야생화도 나와 있고 할미꽃도 나와 있었다. 그들과  대화하면서 청학사에 도착한다.



청학사


 

   청학사는 바람에 날리는 꽃잎이 떨어져 나뭇가지에 사뿐히 앉아있다. 연못 벚꽃은 곱게도 피어 오르고, 돌배나무 꽃은 단순호치하게 보인다. 울창한 왕대나무와 편백나무는 하늘을 찌르고도 남으리라. 똥돼지 기르던 화장실은 을시년 스럽게 보인다. 

       


 

하산주

   이렇게 오늘도 자연과 대화하고 호흡하다 보면서, 하산주 한잔에 온몸이 다 녹아내린다. 거센 물결 감아 도는 섬진강, 악양들판, 길가 환송해주던 벚꽃들이며, 배꽃이 반길 때 분명 봄은 오고 있었다. 잠시 신선이 되어 보기도하고 만석꾼이 되어 보았다. 부족한 일, 미흡한 일들이 있으면 모두 성제봉에 두고 오셨으리라 믿으면서 모두모두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