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잊을수 없는 산행이었다..

산을 타기 시작한지 몇년 안된 초보이지만

그래도 인터넷을 찾고찾아 등산로도 알아보고

후기도 읽어보고 그렇게 정보검색은 다 했다고 자신했는데.. -_-;

 

12일 해도 뜨기전인 아침6시, 태릉에서 남자친구와 만나 고속도로를 탔다..

월요일 아침인데도 의외로 많은 차에 놀라며 문막에서 우동을 먹고

그렇게 9시 조금 안되어 주천에 도착, 농협에서 100원밖에 안하는 자판기 커피마시며

시골어르신을 위해 설치한 비만도 테스트기와 혈압측정기를 이용하고 그렇게

근 1시간 동안을 놀았다-_-

 

그러나 법흥사 계곡 입구에 가니 사자산 등산로가 폐쇄됐다는 안내도가 있더라..

이를 어길시 과태료 문다는 문구도 빨갛게 표시되어 있었다..

어쨋든 백덕산 쪽으로 올라가 어차피 길은 있을테니 사자산으로 가서 그곳에서 하산하기로 했다..

 

관음사에서 올라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1350m라는 꽤 높은 산임에도 꾸준하게 일정한 경사가 정상까지 계속 이어져 있었다..

그렇게 천천히 오르기 시작하여 3시간후 정상에 도착..

적당히 바람도 불고 적당히 구름에 햇빛도 가려지고 여하튼 날씨도 매우 좋았다..

백덕산 정상의 반은 평창군, 반은 영월군 이다..

정상에서 사진찍고 도시락먹고 시원한 맥주에 마늘빵도 먹고

이때까지만 해도 천국이 따로 없었다..

 

정상에서 왼편 평창군 쪽으로 당재 2.3km 이정표가 있어서 그쪽으로 능선을 타기 시작했다..

가다보니 삼거리가 나오고 먹골방향과 관음사/법흥사 방향의 이정표를 하나 만났다..

조금 더가니 당재인듯 소골방향과 관음사/법흥사 방향의 이정표가 있었는데 그때 하산했어야 했다..

 

분명 이곳 산행기에는 사자산으로 가는 이정표가 따로 있었는데 폐쇄하면서 없앤 모양이다..

그래도 산길은 계속 이어져 있으니 길따라 갔는데 갈수록 길이 희미해 지기 시작했다..

더이상의 이정표도 없다.. 물론 내려가는 길도 없다..

그래도 사자산 방향으로 계속갔다ㅠ.ㅠ

 

때마침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비가 온다고는 했지만 그건 화요일 얘기였고 월요일은 비온다는 말 없었는데-_-)

클났따~ 부지런히 친구와 얘기도 안하고 무작정 앞을 향했다..

휴~ 이정표 발견..

사자산 방향은 이정표를 뗀 흔적이 보였으나 누군가가 볼펜으로 사자산 20분 써놨더라..

아래로 향한 이정표엔 관음사/법흥사 방면 3.6km 이렇게 쓰여져 있다..

 

급히 하산하기 시작했으나 난관에 부딪혔다..

이정표는 있는데 길이 없다..

아니, 없다기 보단 아주 옛날에 사람이 다녔던 흔적만 볼수 있었다..

그래도 길이다.. 좀 있으면 비올지도 모른다..

이러한 조급한 마음때문에 그래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끼가 잔뜩 낀 바위와 마른 나뭇가지가 길을 전혀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가끔 누군가가 넘어진 흔적이 있어서 그 길만 따라갔을 뿐..

처음 20분간은 정말 60도 정도되는 경사길을 내려갔다..

조급한 마음에 이끼가 많은 바위를 지나는지라 엉덩방아를 수십번 찧었다ㅠ.ㅠ

 

그 후로는 계곡인듯 하얀 바위길만 나타났다.. 더 큰일났다..

이젠 사람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이끼낀 바위였음 넘어진 흔적이라도 볼수 있지,

그렇다고 다시 올라가기엔 너무 만만치 않은 길이다..

 

조금더 가다가 산악회 리본을 발견~ 너무 반가워서 눈물 나오는줄 알았다..

예전에 길이 있긴 있었나부다..

그렇게 잘~ 가다가 계곡의 물이 보이자 또 흔적이 사라져 버렸다..

계곡쪽은 너무 위험해서 산위로 올라가기 시작했으나 여긴 더 가관이다..

아마 사람의 발자국은 우리가 처음일듯.. 무슨 원시림을 보는듯 했다..

마른나무와 썩은 나무가 많아 나뭇가지를 잡으면 뚝뚝 부러졌다..

아차 하다간 추락~ 휴대폰도 안터지니 구조신호를 보낼수도 없다..

하늘은 어두워 지는데 길은 없고 위험천만하기 까지 했으니..

 

여기서부턴 어떻게 내려왔는지 너무 정신이 없어 잘 모르겠다..

여하튼 계속 물만 따라 내려오다 간간히 산악회 리본이 보여 그쪽을 따라가다 또 사라지다

몇시간을 그렇게 헤맨것 같다..

등산로가 아닌길이 이렇게 위험한지도 몰랐고 또 폐쇄시킨 이유도 알았다..

차라리 힘들더라도 다시 되돌아갈껄.. 뒤로가지 못하는 성격때문에 생사갈림길에 서게 됐다..

 

릿지하는것도 아니고 바위를 타고 가다 등산로 푯말을 보게 되었다..

이건 정말 기적이다.. 누가 세워놨는지.. 감사합니다ㅠ.ㅠ

그렇게 쭉~ 길이 이어졌다.. 희미하긴 하지만 분명 길이었다..

 

계속 내려오다 보니 오르기 시작했던 입구까지 오게 되더라..

갈림길 이었는데 우리가 내려온 쪽은 마치 가지 말라는 신호인듯

길을 누군가가 돌로 막아놨다..

그것도 모르고 우린 그쪽 길로 내려왔으니..

 

내려오니 오후 6시가 다 되어간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산속에서 헤맸다..

그땐 정말 생사가 오고가는 터라 배고픈지도 바위에 긁혀 피가 나는지도

벌레에 물려 다리가 부풀었는지도 몰랐다..

다 내려오고 나니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고 배고프고..

 

남자친구의 고향이 영월이라 이곳의 산을 찾았다가 여기다 뼈를 묻을뻔했다..

이미 없어진 길의 이정표를 떡하니 세워놓은 평창군도 문제지만,

아니다 싶으면 다시 되돌아 나올줄 아는 지혜가 부족했던 나도 참 문제다..

정말 많은것을 배우고 돌아온 길이었다..

 

사자산은 이미 등산로 폐쇄되었고 길도 희미해 보이지 않으니

그쪽으로 가지 마시고 백덕산은 당재에서 바로 내려오세요..

잘못하면 저같은 상황을 겪습니다요..ㅠ.ㅠ

사자산 입산통제 안내판 입니다. 1년 내내 통제하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