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7일(일요일)은 영월의 구봉대산으로 가려고 준비했었다가 대중교통편이 너무 불편한 게 자꾸 마음에 걸려서 포기하고 늦잠을 자다가 일어나서 창문 밖의 하늘을 보니 비록 덥기는 하지만 산행의 유혹을 떨쳐버리기 힘들 정도로 날씨가 좋다.

   점심을 먹고 나서 12시 50분경에 집을 나와 도봉구민회관 앞에서 108번 버스를 타고 장수원(망월사역 앞)에서 내리니 13시 10분경. 횡단보도를 건너서 신흥대학교 앞을 지나 다락능선 들머리와 원도봉계곡 들머리가 갈라지는,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져 다리를 건너 차도를 따라 오르면 대원사를 지나서 주차장과 커다란 산행안내도가 설치돼 있는 다락능선 들머리가 나온다. 들머리에 설치돼 있는 방향표지판을 보니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어져도 원도봉계곡으로 갈 수 있나보다. 들머리 앞의 벤치에 앉아서 쌍스틱을 펴 짚는 등의 산행 준비를 마치고 등로로 들어서니 6년 전 요맘때 처음 오른 후, 6년 만에 다시 찾은 다락능선에 대한 감개가 무량하다. 그 당시에는 등로의 초입이 흙길이었는데 지금은 길을 넓히고 자연석을 거칠게 다듬어서 바닥에 깔아 놓았고 중간에 콘크리트 포장으로 바뀌는 길은 심원사 입구까지 이어져 있다. 심원사 입구에서 가파른 산길을 오르면 석문이 나오고 그 석문을 지나면 첫 번째 와이어로프지대가 나타나면서 암릉의 멋진 경관과 시원한 조망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도봉산에서 가장 험하면서도 아름다운 기암이 많은 다락능선은 조망 또한 탁월하다. 도심과 이웃 산들의 모습뿐만 아니라 건너편의 암봉과 암릉을 바라보며 걷는 즐거움이 큰 다락능선인 것이다.

   하늘을 향해 포효하고 있는 듯한 모습의 멋진 기암을 한참 바라보다가 암릉의 바위틈을 지나서 오르는데 최고 기온이 30도를 육박하는 초여름의 더운 날씨 탓에 땀은 많이 나지만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을 맞기도 하면서 울창한 나무 그늘 밑을 지나면 아직 숨통이 막힐 듯한 무더위는 아니라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쉴 곳을 찾다가 마침 전망바위가 눈에 띄어서 주변을 조망하면서 바위의 그늘에 걸터앉아 쉰다. 한참 쉬다가 일어서서 다시 암릉을 오르니 도봉탐방지원센터에서 은석암을 거쳐 오르는, 다락능선의 지능선과 만나는 삼거리에 닿는다.  

 

   

   도봉산의 다락능선 들머리.

 

   

   석문.

 

   

   첫 번째 와이어로프지대.

 

   

   와이어로프지대에서 바라본 수락산.

 

   

   암릉의 정경.

 

   

   멋진 기암.

 

   

   전망바위.

 

   

   전망바위에서 당겨 찍은 심원사와 지나온 멋진 암봉.

 

   

   커다란 기암.

 

   

   도봉탐방지원센터에서 은석암을 거쳐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

 

   삼거리를 지나고 절벽에 나무 데크가 설치돼 있는 곳을 지나서 석문을 통과하면 전망바위가 나오는데 그 전망바위에서 바라보는, 지나온 방향에 위치하고 있는 기암은 평평하고 큰 바위 위에 작은 바위가 절벽에 떨어질듯 불안하게 얹혀 있는 기묘한 모습이다. 석문을 통과하기 직전의 전망바위에서 이어지는 곳인데 예전에 저곳에 한참 앉아서 조망을 하며 느긋하게 쉬었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잠시 조망을 하다가 등로로 나아가면 등로 옆에 커다란 기암이 서 있는 곳을 지나게 되는데 그 기암의 앞에 놓여 있는 바위에 걸터앉아서 한참 쉰다. 땀이 많이 나고 체력 소모가 심한 여름의 산행에는 충분한 휴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시 등로로 나아가다가 기암이 있는 전망바위에 올라 잠시 조망을 하고 나서 와이어로프를 잡고 암릉을 오르면 바위 사이의 흔들다리를 지나서 계속 이어지는 험준한 와이어로프지대를 오르게 된다.

 

      

   절벽 위의 나무 데크.

 

   

   석문을 통과해서 돌아본 기암.

 

   

   통과한 석문.

 

   

   등로 옆의 기암.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불암산과 지나온 암봉.

 

   

   전망바위의 기암.

 

   

   와이어로프지대 1.

 

   

   와이어로프지대 2.

 

   

   와이어로프지대 3.

 

   험준한 와이어로프지대를 지나서 도봉산의 주봉들이 시야를 꽉 채우는 전망바위에 올라, 누워서 얼려 온 생수병으로 아픈 오른쪽 어깨를 냉찜질하며 40분 남짓 오래 쉬게 된다. 만장봉 위에는 암벽을 타는 사람들이 보이고 포대 쪽에서는 아주머니들의 경망스러운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다시 암릉을 올라서 해발 716.7 미터의 포대 정상에 오르면 예전에는 없었던 무인산불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고 삼각점이 설치돼 있는 곳에서는 사패산과 송이바위가 선명하게 보인다. 포대 정상에서 사방을 조망하며 잠시 머무르다가 Y계곡을 향해 나아간다.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과 신선대.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지나온 다락능선.

 

   

   40분 남짓 오래 쉰 전망바위.

 

   

   자연미, 그 자체인 바위.

 

   

   철계단 오름길.

 

   

   지나온 다락능선.

 

   

   포대 정상 직전에서 바라본 만장봉, 자운봉과 신선대.

 

   

   포대 정상 - 해발 716.7 미터.

 

   

   포대 정상의 삼각점과 사패산.

 

   

   포대 정상에서 바라본 사패산과 사패능선, 포대능선.

 

   

   포대 정상의 기암.

 

  

   자운봉, 신선대와 Y계곡 주변의 암봉들.

 

   Y계곡은 우회할 수도 있지만 오랜만에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어서 Y계곡을 향해 내려선다. 와이어로프만 놓치지 않고 꽉 잡고 미끄러지지 않게 발을 잘 디디면 오르내림에 큰 위험은 없지만 발 디딤이 마땅치 않은 곳이 몇 군데 있어서 팔다리가 긴 장신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코스다. 처음에 이곳을 통과할 때에는 잔뜩 긴장해서 통과했었지만 세 번째이니 긴장도 많이 풀리는데 어깨가 자꾸 아파서 천천히 침착하게 어려운 부분을 한 군데 한 군데 조심스럽게 통과하는데 불현듯이 고공공포증이 뇌리를 스치는 것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Y계곡의 아찔한 험로를 무사히 통과하니 신선대로 이어지는 암릉의 와이어로프지대가 나타난다.

   이 와이어로프지대에 오르면 험한 코스는 이제 다 통과하고 그 힘들고 위험한 난관을 지나온 보상만 받으면 된다. Y계곡 주변의 암봉과 암릉의 아름다운 경관들이 바로 눈앞에서 전개되며 푸르른 하늘과 맞닿아 있다. 땀을 흘리면서, 그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하늘 위의 선경을 걷는 듯한 상쾌한 고적감 속에서 조심스럽게 와이어로프지대를 지나면 좌우로 자운봉과 신선대가 시야를 압도하는 곳에 닿게 된다.

 

  

   Y계곡 입구의 기암.

 

  

   Y계곡 1.

 

  

   Y계곡 2.

 

  

   Y계곡 3.

 

  

   Y계곡을 통과한 후에 나오는 암릉의 와이어로프지대.

 

  

   암릉의 와이어로프지대에서 바라본 만장봉과 자운봉.

 

  

   암봉의 자태.

 

  

   자운봉과 암릉의 와이어로프지대.

 

  

   지나온, 암릉의 와이어로프지대.

 

  

   암릉의 와이어로프지대에서 바라본 칼바위와 오봉능선, 북한산의 상장능선.

 

   여기서 암릉을 내려서서 자운봉과 신선대 사이의 협곡에 난 나무계단을 오르면 자운봉과 신선대 사이의 안부에 닿는다. 안부에서 쇠난간을 붙잡고 해발 730 미터의 신선대 정상에 오르니 늦은 저녁이라서 사람들은 이미 다 내려가고 만장봉에서 암벽을 타는 사람들만 눈에 띈다. 신선대 정상에서 조망을 즐기며 느긋하게 앉아 쉬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다가와서 자신과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웅크리고 엎드려 있는데 기운이 없어 보인다. 배낭에서 빵을 꺼내 먹다가 한 조각을 떼어서 던져 주니 배가 고팠었는지 허겁지겁 잘 받아먹는다. 또 한 조각을 떼어 준다. 고양이는 산에 있어서는 안 되는 애완동물인데 누군가 기르기가 귀찮아서 산에 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측은한 마음이 든다.

   느긋하게 신선대 정상에 앉아서 쉬다가 19시가 다 되어 하산을 서두른다. 하산이 너무 늦어서 여름이라 해가 길어도 내려가다가 어두워지겠구나.

 

  

   자운봉과 신선대.

 

  

   자운봉.

 

  

   신선대.

 

  

   자운봉의 정상부분.

  

  

   자운봉과 신선대 사이의 안부로 오르는 길.

 

  

   신선대의 정상부분.

   

  

   신선대 오름길.

 

  

   Y계곡을 통과한 후의 암봉과 포대 정상.

 

  

   해발 730 미터인 신선대 정상.

 

  

   신선대 정상의 삼각점.

 

  

   신선대 정상에서 바라본 자운봉.

 

  

   신선대 정상에서 바라본 뜀바위와 칼바위.

 

  

   신선대 정상에서 바라본 사패산과 포대 정상.

 

  

   신선대 정상에서 바라본 만장봉과 선인봉.

 

  

   신선대 정상에서 바라본 우이암과 북한산.

 

   예전에는 자운봉과 신선대 사이의 안부에서 도봉동으로 내려가는 길이 꽤 험했었는데 지금은 나무계단이 잘 설치돼 있어서 한결 편하다. 35분 가까이 내려오니 마당바위와 산악구조대 갈림길의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삼거리가 나와서 디지털 카메라의 배터리도 교체하고 물을 마시며 잠시 쉬다가 10분 가까이 내려서니 마당바위다. 여기서 잠시 조망을 하다가 3분쯤 내려서니 성도원과 도봉대피소 갈림길의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눈에 익은 성도원 쪽의 길 대신 좀 더 편할 것 같이 보이는, 왼쪽의 도봉대피소 쪽으로 걸음을 옮긴 게 판단 착오였다. 이 삼거리에서부터 배터리가 소진되어 불이 들어오지 않는 헤드랜턴을 대신해서 작은 손전등을 켜고 진행하는데 천축사 앞을 지나서 구불구불 내려가는 길은 낯설고 어두운데 길도 좋지 않고 먼지가 풀풀 나는 내리막의 마른 흙길은 미끄럽기까지 하다.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서 손전등을 켜 든 삼거리에서부터 포장도로가 시작되는, 우이암과 천축사 갈림길에 이르는 약 50분간의 걸음이 왜 그리 더디고 힘겹게 느껴지던지...

   포장도로를 따라서 계곡을 오른쪽에 끼고 17분을 내려오니 도봉탐방지원센터 앞이다. 여기서 상가를 따라서 좀 더 내려가면 종점에서 출발한 버스가 처음으로 서는 버스 정류장이 나온다. 어둠 속에 좋지 않은 길로 내려오니 바지는 흙먼지에 온통 허옇고 머리는 땀에 젖어 산발이라서 영락없이 거지꼴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다시 찾은 도봉산에서 가장 힘든 험로로 올라서 내려온 보람에 비하랴.

   오늘의 산행에는 총 7시간 50분가량이 걸렸고 이 중에서 약 2시간 10분의 넉넉한 휴식시간을 제외하면 순수한 산행시간은 약 5시간 40분 정도인 셈이다. 무려 5년 만에 다시 찾은 도봉산이라서 감회가 새로웠고 암봉과 암릉의 섬세한 아름다움에 새삼스럽게 매료된 하루였다.

   그러나 나이는 속일 수 없는 것 같다. 이제 50대 중반이 됐으니 체력이나 건강상태도 예전 같지 않음을 서서히 절감하게 된다. 그러니 무리한 산행보다는 자신의 체력과 건강상태에 알맞은 산행을 하고 젊고 완강한 강골들의 산행을 무심코 따라하다가는 자신의 건강과 삶의 질에 독이 되는, 백해무익한 결과를 초래하기 십상이라는 점을 항상 명심하고 유념해야 한다.

 

  

   자운봉과 신선대 사이의 안부.

 

  

   험로에 잘 설치돼 있는 계단.

 

  

   돌계단.

 

  

   마당바위 갈림길.

 

  

   마당바위.

 

  

   성도원 갈림길에서 도봉대피소 쪽으로 좌회전.

 

  

   천축사.

 

  

   등로가 끝나는 천축사 갈림길.

 

  

   국립공원 지역을 벗어나는 도봉탐방지원센터 앞.

 

  

   오늘의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