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지 : 천마산(805m) → 철마산(780.8m) → 주금산(813.6m) → 서파삼거리

2. 산행일시 : 2006. 11. 25(토) 07:39 → 17:14

3. 산행자 : / 초이스 / (나홀로 터벅)

4. 산행코스

07:39. 마치고개 정상 → 08:58. 관리사무소 방향 등산로 합류점 → 09:05. 천마산 → 12:45. 철마산 → 14:54. 주금산 → 15:37. 사기막골, 서파 갈림길 → 17:14. 서파 삼거리 하산

***산행시간 : 약 9시간 35분 (중식 및 휴식시간 포함)

***산행거리 : 마치고개 정상 등산 진입로 → 약 4km ← 천마산 → 8.43km ← 철마산 → 5.97km ← 주금산 → 1.95km ← 사기막 하산 갈림길 → 약 6km ← 서파 삼거리【도상거리 약 26.3km】

◆◆◆산행지도



<↑ 산행지도 1. 천마산 구간>


<↑ 산행지도 2. 철마산 구간>



<↑ 산행지도 3. 주금산 구간>



<↑ 산행지도 4. 서파 삼거리 도착점>


◆지도 펌/ 김형수 저 / 400산 산행기◆




♠♠♠ 산행기 들머리

2주전에 운길-남한산성까지 종주를 할 때 다리가 아파서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 하룻밤 자고나니 괜찮아졌었다.

눈이 많이 내리기 전에 밀린 숙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는 천마산에서 철마, 주금을 거쳐 서파 삼거리까지 종주 해 보기로 했다.

사실은 이 코스를 올여름에 하려고 했었는데 유난히 더운 날씨가 계속되어 미루다 보니 이제까지 오고 말았다.

더 이상 미루다가 눈이라도 쌓이면 더 어려울 것만 같고, 나뭇잎이 다 지고 없는 요즘이 조망도 좋아서 알바를 할 염려도 적고 해서 그냥 강행하기로 했다.

산행을 함께 할 동료가 없어서 혼자 가기로 했다.

문제는 교통편이었는데 인터넷 검색 결과 마침 내가 사는 강동구 길동에서 마치터널을 지나가는 1-4번 버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겨울철이라 해가 짧아 가능하면 일찍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에 05:20분 첫차를 타기 위해서 04:40분부터 일어나 준비를 하고 나갔는데 웬일인지 목이 빠져라 기다려도 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06:33. 드디어 한 시간을 넘게 기다리다 버스를 타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이 차가 첫 차라고 한다. 길바닥에서 날려버린 금쪽같은 시간이 아깝기만 하다.

07:19. 마치터널을 지나 경성아파트 앞에서 하차를 했다.

아파트단지로 올라가서 경비아저씨께 천마산 등산로를 물어 보았다.
여기서 한 정거장을 더 가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등산로가 있고, 바로 아파트 단지 위쪽으로 구 도로를 따라 마치터널 위 고갯마루에서도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역시‘현지인을 잡아 족쳐야 작전(?)에 성공할 수 있다.’는 교전규칙대로 하니 효과가 있다.

터널이 뚫리기 전에는 이 마치고개가 중요한 통로였겠으나 현재는 무척 한적한 시골길처럼 보인다.

♠♠♠ 산행기

07:39. 화도읍과 호평동을 가르는 「마치고개」에 섰다.

「산불조심」을 계도하는 플랭카드 옆으로 산행 진입로가 보인다.
아무런 안내판도 없는 것을 보니 그리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길은 아닌 것 같 다.



< ↑ 마치고개 산행 들머리>

아침부터 바람이 제법 세차다.
원래 바람은 오전보다 오후에 많이 부는 편인데 오늘은 아닌가 보다.

하지만 오늘은 겨울용 등산복에 모자까지 잘 챙겨 와서 걱정은 없다.
더구나 야간 산행이 아니니 시간이 갈수록 기온은 더 올라 갈 것이고.

날씨도 화창하고 발걸음도 가벼우니 오늘 산행은 안산, 즐산이 될 것만 같다.
한치 앞을 모르는 그저 어리석은 중생의 생각으로 말이다.

문제는 해가 지기 전까지 서파삼거리까지 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려면 10시간 안에 주파해야 될 것 같다.

목표는 10시간, 늦어도 11시간에 가는 것으로 마음을 먹었는데 오늘은 또 무슨 변수가 생길런지 모르겠다.

얼마를 오르니 오른쪽으로 스키장 리프트가 보인다.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된 여인처럼 아마도 눈이 내리기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서 있겠지?


< ↑ 천마산 오름길에서 바라 본 호평동 방향>

몇 굽이를 넘어 오면 천마산 정상 전에 급경사의 깔딱 구간이 나타난다.
처음으로 밧줄구간도 있어서 사뿐히 잡고 올라서니 시야가 확 트인 것이 조망이 무척 좋다.


< ↑ 올라 온 능선 / 멀리 왼쪽에 경성아파트가 보인다>

조금 더 올라가니 천마산 관리사무소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난다.(관리사무소 2.72km, 정상 0.18km 지점)


< ↑ 천마산 관리사무소에서 올라오는 합류점 이정표>


< ↑ 천마산 정상석>

09:05. 천마산 정상에는 바람만 세차게 불 뿐 아무도 없다.


< ↑ 천마산에서 바로 본 가야할 방향 능선>

저 멀리 가야할 철마산까지 마루금이 S곡선을 그리고 누운 채 나를 기다리고 있다.
사방을 돌아보고 경치를 감상하고 나서 정상석을 사진에 담고 내려선다.

이제는 天馬를 탓으니 鐵馬를 바꾸어 탈 수 있는 역참까지 달려 가 보자.

【눈앞에【가곡리(보광사) 방향은 등산로가 아니므로 입산 통제 합니다/ 남양주시】라는 안내판 앞에서 왼쪽으로 살짝 돌아서니 길이 보인다.

연양갱 하나로 영양보충을 하고 물 한 모금 마시고 나니 다시 힘이 솟는다.


< ↑ 철마산 가는 길 이정표>

11:46. 철마산 정상에 가서 먹으려던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아침을 일찍 먹고 와서인지 허기가 진다.

산상 오찬 메뉴는 김밥 두 줄과 맥주 한 잔이지만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았다. (30분 휴식)
오늘 산행에는 김밥 2줄, 귤 4개, 연양갱 3개, 물 1.2L, 그리고 맥주 1.6L짜리 페트병 1병, 그리고 오징어구이 1마리씩이나 준비 해 왔다.

맥주를 가지고 온 것은 막걸리를 사려고 갔는데 다 떨어졌다고 해서 꿩 대신 닭이라고 사 가지고 왔는데 산행 내내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다.
산행 중 3번씩이나 두 잔씩 따라 마셨는데도 다 마시지 못하고 남았고, 귤 한 개도 도로 가지고 왔다.

12:45. 철마산 정상에 도착했다.


< ↑ 철마산 정상석>


< ↑ 철마산에서 바라 본 주금산>

건너편에 축령산과 서리산이 손에 잡힐 듯이 보이고 멀리 운악산도 잘 보인다.


< ↑ 철마산 정상에서 바라 본 축령산(우측) 서리산(좌측)>

철마산은 구 철마산과 신 철마산이 있다고 하는데 구 철마산 정상에는 군부대에서 설치한 태극기가 휘날리고 전에 군 부대장이었던 모 준장이 심은 키 작은 기념식수가 죽지 못한 채(?) 서 있었다.

현재의 철마산은 구 철마산에서도 봉우리 두어 개를 더 넘어 가야 한다.신 신철마산이 약 20여m 더 높다고 한다.

오늘 산에는 왜 이렇게 손님이 없을까?

어느 산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앞사람 똥꾸녕만 바라보고 가야 하는 곳도 있는데 여기는 날릴 파리조차도 없는 것이 산도 마치 부익부 빈익빈의 속세를 닮아가는 가 보다.

사람들이 많으면 많아서 싫고 또 없으면 없어서 그리워하는 걸 보니 참으로 간사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리라.

아무튼 인적 없는 이 산 모두를 발아래 두고 홀로 걷는 맛이 남다르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것,

나 홀로 터벅이며 이것저것 생각에 빠져 보는 이런 시간이 참으로 좋다.

‘백년도 못 살면서 천년의 근심으로 살아가는 중생’ 처럼 살아 온 내 반평생이 온통 어리석음으로 느껴지고......

‘물과 시간과 사랑은 제 갈대로 흘러간다.’고 했던가?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었던 많은 것들에 대한 회한을 그래도 이렇게 산에 오르면 버릴 수 있어서 참 좋다.


< ↑ 주금산 가는 길에서 바라 본 지나 온 길>


< ↑ 주금산 가는 길 / 팔야리 갈림길>


< ↑ 주금산 정상 가는 길 암봉 / 주금산 정상은 여기서부터 약 600m 더 가면 된다>

14:54. 주금산 정상 도착.


< ↑ 주금산 정상 표지석> 천마산-철마산 오는 길보다 철마산-주금산 오는 길이 더 가깝다.

철마산과 주금산에는 정상석이 두 개씩이나 세워져 있다.
그런데 주금산 정상에 포천시에서 새로 세워 놓은 정상석은 웬지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크고 인공적의 냄새가 많이 나는 것이 꼭 서양 영화에 나오는 묘지석 같이 느껴진다.

이제 산행 시작 7시간이 지났다.

2주전 종주산행 시 처음 아팠던 왼쪽 무릎옆쪽이 다시 아파오기 시작한다.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그동안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오늘 또다시 무릎을 굽히면 통증이 생긴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해지는 것 같다.

주금산 정상에서 베어스 타운 방향 2.32km, 사기막 4.28km표지는 있는데 서파삼거리까지는 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가 없고.

그냥 주금산까지 찍은 것으로 만족하고 하산을 해 버릴까도 생각 해 보았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날씨에 언제 이 길을 또다시 올 수 있겠는가?

이후 주금산에서 서파삼거리까지 오는 길은 그야말로 고행길이 되고 말았다.

왼쪽 다리를 뻗정다리인 채 산행을 하려니 불편하기 이를 데 없다.

특히 내려갈 때에는 통증이 심해서 스틱을 짚어가며 뒤로 내려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니 숙달이 되어서 오히려 앞으로 내려가는 것 보다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 같다.

역시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게 되어 있는 동물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평지에서는 속보가 가능하고, 오름길에서는 튼튼한 오른쪽 다리로 보폭을 넓게 해서 집고 왼쪽 다리를 올려다 붙여가며 앞으로 진행한다.

다리는 아프고 도착지점까지 거리를 가늠할 수도 없는데다 서서히 해까지 지고 있으니 마음이 더욱 급해진다.

천마에서 주금까지는 멀리 가고자 하는 산봉우리가 조망이 되어 거리를 대강 가늠할 수가 있었는데 주금에서 서파삼거리까지는 거리를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다.

저 봉우리만 올라가면 끝이라도 보일까? 하고 부지런히 올라가 보면 앞에는 또 봉우리가 막아서기를 몇 번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기쁜일은 아직까지 한 번도 알바를 하지 않고 잘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15:46. 방화선을 구축해 놓은 능선을 만났다.
산행이 훨씬 수월하다.

주금산까지는 낙엽이 무척 많은 길이었는데 주금산을 지나서는 가끔 우거진 수풀길도 나타나는 걸 보니 한 여름철에는 진행하기가 더욱 어려우리라.

등로에 낙엽이 많아 더 힘이 든다.
이 코스는 가을철 낙엽이 본격적으로 지기 전에 종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훤히 트인 방화선도 잠시 후에 끝나고 다시 똑 같은 산길이 시작된다.

《走馬加鞭》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는 심정으로 지친 왼쪽다리를 어르고 달래가면서 걷고 또 걷는다.

16:44. 임도가 나타났다.
행복하게도 임도의 방향이 능선의 진행방향이다 보니 임도를 따라서 한 참을 편히 걷는다.
그러나 눈은 등산로를 찾기 위해서 부지런히 양 옆을 살핀다.

왼쪽에 빨간 표지기 하나가 달려 있다.
곧 바로 올라서니 다시 능선길이 이어진다.

저 아래 서울에서 포천 일동간 도로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려온다.

해가 먼 산 산마루 끝에 달려 있다가 순식간에 아래쪽으로 내려가 버린다.
일몰시간은 아직 안 되었지만 멀리 높은 산에 가려 바로 어두워지는 것 같다.

헤드랜턴을 꺼내서 미리 준비를 했다.
그러나 하산 때까지 별로 어둡지 않아서 사용 하지는 않았다.

무덤이 하나 둘 보이는 것을 보니 이제는 다 온 것 같다.
왜냐하면 대부분 무덤은 동네 가까이 분포되어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17:14. 서파삼거리 도착.


< ↑ 서파 삼거리 / 저 멀리 운악산이 보인다>

갑자기 눈앞이 훤해지고 서울-일동간 도로가 나타났다.
빠르게 지나는 차량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신호등을 건너 식당을 찾아 동치미 국수 한 그릇으로 하산주를 대신했다.

여기서도 현지인(식당주인)을 잡아 족치니(?) 서울로 가는 버스가 자주 없다고 한다.
약 1시간 정도 기다릴 생각을 했다. 그런데 식당문을 나서자마자 버스가 기다리고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배차 간격 40분)

기사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광릉내까지 와서 다시 구리시로 오는 버스로 갈아탔다.
주말이라서 서울로 들어오는 차량들이 많아 지체가 심하다.

구리시에서 다시 한번 버스를 갈아타고 집에 오니 저녁 8시가 훨씬 넘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교통편 때문에 고생 아닌 고생을 했다.

종주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통편을 잘 파악 해 두어야 겠다.

▶▶▶산행기 날머리

이제까지 오르내림을 몇 번이나 했을까?

“오르고 또 내리다 보면 못 갈 리 없건마는
무수히 오르내려도 끝이 뵈지 않더라.“

마지막 구간에서는 이런 생각을 수없이 했다. 그러나 그 끝을 보았다.

그리고 『天馬 타고 鐵馬 타고 죽음(주금) 찾아 가는 길』 은 이렇게 끝이 났다.(산행시간 9시간 35분)

항상 그렇듯이 산은 나를 시험에 들게 한다.

문제를 풀기 전에 가졌던 자신감과 설레임이 어느새 연필 굴리는 딱한 사정으로 변하게 되고 그리고 나서 50점짜리 시험지를 받아 쥔 불량학생처럼 산행 후에는 꼭 후회가 남는다.

무엇인가 산에 두고 온 것 처럼.

산에다 빠트리고 온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 웅큼 내 마음이리라.

그리고 뒤돌아 서서 또 다른 시험에 대한 기대를 해 본다.

그러나 오늘로서 금년 종주 산행은 종을 치려고 한다.
잠시 야산에서 숨고르기를 하고 겨울잠에 푹 빠져 보련다.

사랑하는 내 두 다리를 위하여!!!

앞에서 끌어 준 오른쪽 다리가 고맙고, 뒤에서 참고 따라 와 준 왼쪽 다리도 고맙다.
그리고 끝까지 동행해주고 힘이 되어 준 스틱 두개가 더욱 고맙다.

♥♥♥

이 보게 친구!
살아 있는 게 무언가
숨 한번 들여 마시고
마신 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

그러다 어느 한 순간
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 서산대사 시비 (西山大師 詩碑) 중 -





/ 어디로 가야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