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다리에 쥐가  .. .......

언제 2006. 9. 23

누구랑 : 표선생님과 나

어디로 : 효자수퍼 -- 원효치마바위--원효봉 --북문 --염초 직벽--책바위 --염초 2봉-- 백운대 --위문 스타바위 --만경대 -- 사랑바위--피아노 바위--중흥사지--하산


 

표선생님을 만난지 한 달여 되어간다.

한달에 두번 만날 수 있는 것도 이런저런 일로 못 만나니 염초와 만경의 길은 아물아물 억속에서 멀어져 가는 느낌이 들어 안타깝다. 아직도 배워야 할게 많은데....

토요일 산행을 같이 하자며 전화를 했다. 흔쾌히 승낙하리라는 생각은 기우였다.

저녁이 되어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기다릴 수 밖에.

해준다는 전화는 오지 않고 답답한 마음에 다시 전화를 했다.

효자 파출소에 9:30분 짧은 대답이 전부였다.


 

그래도 반가웠다.

아니었으면 오늘은 혼자서 도전을 할려고 맘을 먹었다.

배낭에 장비를 챙겨 넣는데 신이 났다.

아침에 구파발에서 옥수수 한 자루와 빵 한개 배낭에 넣고  효자 수퍼에 도착했다.

몇몇 낯익은 바위꾼들이 입답을 나누며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벼운 눈인사를 나누고는 표 선생님을 기다렸다.

시간이 되자 모였던 팀들이 하나둘 떠나고 수퍼 앞에는 나 혼자만 남았다. 멀리서 오기에 늦을 수도 있겠지 하고 기다렸는데 정말 20여분 지각을 하는게 아닌가?

그래도 얼굴을 보니 기뻤다.

인사를 하자마자 배낭을 메고 들머리로 접어 들었다.


 

가을이 오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는 산의 모습에 사뭇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원효 릿지의 들머리에서 신발끈을 고쳐매며 오늘 하루 무사히 산행하기를 신령님께 빌었다.

첫 번째의 손맛은 짜릿했다.

오랜 만에 만져 보는 바위의 촉감이 손끝을 타고 몸속으로 전해 졌다.

단숨에 전망바위까지 올라갔다.

“오늘 박선생 무리하는거 아니야”표선생님이 한마디 건낸다.

“산행다운 산행을 해본지 오래라 몸이 날아 갈 것 같아요” 하면서 휴식을 취하고는 땀바위로 올랐다.

첫 번째 슬랩구간이지만 이제는 평범한 오르막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으니 말이다.

 

처음 그 길을 걸을때 얼마나 다리가 후들거렸던지,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땀바위를 올라서 유동식으로 허기를 달래며 코스를 정한다.

오른쪽 치마바위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부지런히 오르는데도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아직도 길이 익숙지 않아 몇번이고 되돌아 오곤 했다.

 

첫 번째 슬립

물방을 바위에서 첫 번째 슬립을 먹었다.

올라 갈 것 같아 붙었는데 결국은 포기를 했다.

언제 한번은 확보를 하고 도전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효봉을 지나 직벽에 도착하니 오늘은 공단직원이 모르는 사람이다.

직벽은 텅 비어 있다.

 

꼭 나를 기다리면서 다른 사람을 태우지 않은 것 같았다.

하네스와 확보 줄을 걸고 치고 올라갔다.

뒤따라오던 팀들이 장비가 없어 공단 직원과 입씨름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표 선생님야 워낙 많이 다니니까 오히려 공단 직원이 먼저 인사를 건낸다.

염초의 직벽에 올라서니 멀리 백운대 쪽으로 뻗은 염초의 능선이 꽃길처럼 아름답게 꾸며지고 있었다.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산 아래와 확연이 다른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출발은 조금 늦었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바람골에서 점심을 먹고 염초2봉을 오르는데 다리에 이상 징후가 느껴진다.

하강바위를 목전에 두고 다리에 힘을 줄 수가 없다.

조금만 힘을 주어도 다리에 경련이 일었다.

어쩔 수 없이 슬링 줄에 의지해 오를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 올라 올때 오버 페이스를 한 댓가 같았다.

쉴 수밖에 없었다.

 

2봉에서 바라보는 1봉은 아름답게 물들고 있었다.

뒤편 숨은벽에는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산꾼들로 단풍이 들고 있었다.

건너편 백운대 정상에는 발디딜 틈이 없이 사람들로 차 있었다. 쉬어야 했다.

하강 로프를 걸고 한참을 쉰후에야 백운대로 갈 수 있었다.

백운대 길은 사람들로 밀려올라 오고 밀려 내려가고 있었다.

거운데 릿지 길을 이용하여 so려오는데 내심 걱정이 되었다.

혹 또 쥐가 나면 어쩌나 하고 망설여 진다.

위문에는 여전히 공단 직원이 지키고 있다.

 

언제나 위험을 도사리고 있는 스타바위에는 오늘도 위험을 즐기는 끈들로 정체가 되고 있었다. 나도 오르지만 위험한 길임엔 틀림이 없다.

오늘은 우회를 한다.

시간도 시간이려니와 느낌이 별로 좋지 않다.

만경대 전망바위에서 휴식을 취하며 서울이 동북부를 감상하였다.

올망졸망 어깨를 밀치고 있는 수 많은 집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저 많은 집들에 사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으로 살아가는 것일까?

빽곡이 들어선 집들 사이로 한강이 흘러가고 있다.

강물은 말없이 흐르는데 사람들은 강북과 강남으로 나뉘어져 운명같은 삶을 지탱하고 있으니, 묵묵히 바라보고 서있는 만경대의 산신령은 무슨 생각을 할꼬?

가만이 앉아 있으니 꼭 철학자가 되는 기분이었다.

피아노 바위를 지나 하산하면서 신령님께 큰절을 하고는 다음을 약속하며 하산길로 접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