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병훈 기자 =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전남북의 주요 명산을 아우르는 호남정맥(正脈)이 도로, 댐, 광산 등 각종 건설 및 개발사업으로 복원이 어려울 정도로 자연생태가 파괴되고 있다는 환경단체의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호남정맥은 백두대간 영취산에서 팔공산, 마이산, 내장산, 무등산 등을 거쳐 전남 광양의 백운산으로 이어지며 섬진강, 금강, 만경강, 동진강, 영산강, 탐진강 등 호남ㆍ충청지역 주요 하천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7개월 간 3개 시ㆍ도와 15개 시ㆍ군에 걸쳐 있는 호남정맥 462㎞ 전구간의 환경실태를 현장탐사한 녹색연합은 6일 탐사결과 보고서 `환경실태조사-호남정맥'을 발표하고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라고 관계당국에 촉구했다.

   녹색연합의 조사결과 호남정맥은 도로, 광산, 댐, 군사시설, 공원묘지, 임도, 삼림벌목, 관광시설, 등산로 등 각종 난개발과 폐기물 투기 등으로 인해 곳곳에서 환경훼손과 생태계 파괴가 이뤄지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도로의 경우 호남정맥을 관통하는 포장도로만 70개소에 달하면서 호남의 자연생태계를 평균 6.6㎞마다 끊어놓고 있는 가운데 장수관광순환도로, 742번 지방도 등은 교통수요예측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아 예산낭비의 전형으로 지적됐다.

   광산도 호남정맥의 산림을 대규모로 훼손하고 산림형질을 변경시키는 주범으로 꼽혔다.

   대표적인 산림훼손 광산으로 꼽힌 전남 순천시 서면 청소리 일대 청소리 채석광산은 사업주의 부도로 2002년 폐광된 이후 지금까지 자연복원이 이뤄지지 않은 채 기름통 등 폐기물을 방치하고 있고 맞은편 광양석산사업소의 환경훼손 실태도 비슷했다.

   백두대간 인접 섬진강 발원지로 호남정맥이 시작되는 장수군 번암면의 덕산계곡은 `용림지구 농촌용수 개발사업'으로 용림제라는 댐이 건설되면서 주변 산림이 파헤쳐지고 있는데 녹색연합은 하류에 이미 대규모 댐이 건설돼 있는 상황에서 최상류에 다시 댐을 건설하는 것은 예산낭비라고 주장했다.

   녹색연합은 댐 건설로 인해 기후도 바뀌어 댐부지 인근 마을 주민들은 이미 농작물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전하고 댐이 완공되면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두대간과 호남정맥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는 진안군 주화산은 인근 주민 3천여명이 1년째 항의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공원묘지 조성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진안군측이 호남정맥에서 주화산이 갖는 의미를 모른 채 3만5천평 규모의 공원묘지 허가를 내줬기 때문인데 이에 대해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서도 잘못된 행정임을 지적한 바 있다고 녹색연합은 전했다.

   녹색연합은 이밖에 호남정맥 곳곳에 설치돼 있는 벙커, 참호, 초소, 교통호 등 군사시설과 임도, 등산로 등으로 호남정맥이 멍들고 있는 가운데 도로 주변과 농경지 등지에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폐기물 투기행위도 잇따르고 있다고 현지 실태를 소개했다.

   녹색연합은 호남정맥의 생태 복원을 위해 ▲도로ㆍ임도 추가건설 중단 ▲환경훼손지역 생태계 복원 ▲호남정맥관리법 제정 ▲정밀실태조사 ▲수종변경 중단 ▲군사시설 철수 및 최소화 ▲생태관광 개발 등을 관계당국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