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공룡의 등줄기를 밟고오다


 

☉일시:2006년 10월14일~15일(무박2일)


 

☉산행로:설악동주차장-신흥사-천불동계곡-무너미재-공룡능선-마등령-

       오세암-영시암-백담사-버스주차장(총25키로.14시간소요)


 

☉대원:정호충(거북이.62년생.등산3년차)

     황우전(갑빠씨.60년생.등산4년차)

     이용섭(올록볼록엠보싱씨.87년미스터코리아.61생) 

     양진득(왕꼬부기.63년생.등산2년차)


 

☉산정산악회원:권호택산행대장

             한떨기여인1

             한떨기여인2


 

산행동기


 

올여름 지리산종주를 성공리에 마친 거북이는 등산에 어느정도 자신감을 같게 되었다.그러던중에 우리산악회(동아헬쓰클럽산악회.창단3년.매달4째주등반) 고문님(산을 무지 좋아하시는 60대)에게 설악산 공룡능선이야기를 수차례 들은 거북이는 마침내 추석쉬고 공룡을 잡으러 가자는 마음을 먹고 순진한 회원들을 꼬시기 시작, 3명을 포섭, 드듸어 10월 14일 출발하기에 이르렀다.


 

대구-한계령-설악동주차장(20시30분~02시20분)


 

14일 토요일 오후8시30분 산우님들을 가득 태운 울트라캡송슈퍼최신우등관광뻐스는 대구를 벗어나 어느듯 안동휴계소.가볍게 라면한그릇먹고 자는둥마는둥하니 벌써 설악산휴계소다.호떡3개,오뎅국물로 요기하고 다시출발,한계령에서 대청봉팀 내리고나니 딸랑7명만 남는다.꾸물꾸불한 고갯길을 넘고넘는데 갑자기 식은땀이 나면서 속이 울렁거린다.배멀미도 안하는 거북인데 차멀미를 하다니..희한한 현상이다.옆에있는 갑빠씨는 계속 기침을 해대쌌고 올록복록엠보싱씨도 멀미로 안색이 변색이다.


 

설악동주차장-비선대-천불동계곡-무너미재(02시30분~06시30분)


 

새벽2시30분..설악동주차장에 도착. 장비점검하고 산행 시작.신흥사를 지나고 매점에서 물을 보충하고 곧바로 비선대를 향했다.어느새 멀미는 시원한 새벽공기에 날아가 버리고 질흑같은 어둠속에 헤드란탄을 의지한채 걷는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비선대를 지나서 배낭을 내려놓고 한숨을 돌리면서 사진 한방 찍으려고 보니 배낭허리띠에 걸어둔 디카가 안보인다.아무리 둘러보고 찾아봐도 디카는 보이지 않고 깜깜한어둠과 물소리만이 나의 휑한가슴을 후벼판다.오폭산장까지는 완만한 등산로다.켠디션이 별로인 권대장은 연신 땀을 흘리며 수건을 쥐어짠다.모두들 가져온 간식거리를 먹으며 에네지를 보충하고 무너미재를 향했다.여기서부터는 조금 가파른길을 오르는데 권대장 엠보싱씨 왕꼬부기들은 공룡을 포기하고 소청을 경유해서 백담사로 내려갈것이니 먼저들 가라고한다.3명을 뒤로하고 하염없이 올라가니 벌써 날이 새기 시작하고 무너미재에 당도하니 환하다.혼자서 도시락을 먹고 한떨기여인1,2는와 갑빠씨는 물만 몇모금 마시고있다.배가 부르면 산타기 힘들다나??? 이해가 아니온다..


 

무너미재-공룡능선-마등령(06시40분~11시30분)


 

산허리를 감고돌아 약간 경사진 비탈길을 내려가니 떡하니 버틴 신선봉이 나타난다.한숨에 차고 올라가니 길게 뻗은 공룡의 삐쭉삐쭉한 등줄기가 장쾌하게 그모습을 들어낸다.메가톤급 감동의 물결이 텍사스 버팔로처럼 떼를지어 밀려온다.허전한 배낭허리를 매만지며 이풍광을 못담는 나를 한탄해본다.한봉우리를 오를때마다 잠깐식 쉬며 공룡의 가을을 만끽하며 즐겼다.1,275봉의 가파른 암벽을 넘고 마지막 나한봉까지 넘고나니 저멀리 마등령이 보인다.조심조심 내려와 마등령에 도착하니 11시30분..한떨기여인1,2는 점심을 벌써먹고 우리를 기다리다 지쳐 하산길로 접어든다.백담사에서 맥주한잔하자는 말을 던지고 휑하니 가버린다.갑빠씨는 이제서야 아침겸점심을 먹고 나는 벌써 어느 이름없는 봉우리에서 점심도시락을 까먹은 후라 간단히 요기만했다.


 

공룡능선! 참 힘들고도 긴능선이다.그러나 힘들것을 각오했기에 도리어 탈만했고 봉우리마다의 비경들,456년생초딩들,길잡이 갑빠씨,산행도중 딱한번 만난 한떨기여인1,2의간식들이 힘이되어 주었다.이은혜를 몇 개월 할부로 갑아야할지........


 

마등령-오세암-영시암-백담사(11:50분~15:00분)


 

이제는 하산길이다.한떨기여인1이 백담사까지 4시간정도 내려가면 된다고 했었다.콧노래를 부르면 슬슬내려가니 그 유명한 오세암이 나온다.조그마한 암자인줄 알았는데 왠만한 절보다도 규모가 크다.부처님께 세번 허리숙여 인사하고 노천식당에 가니 하얀쌀밥에 미역국 오이무침이있다.퍼뜩 한그릇 해치우니 갑빠씨가 신기한 듯 씩 웃는다.영시암으로 내려오는 도중 대형배낭(80리터정도로추정)에 짐을가득채우고 올라오는 아가씨둘,총각둘을 만났다. 지리산종주때도 못보던 배낭크기다.10년가뭄에 콩같은 예쁜아가씨에게 “아이구!!많이 무겁지요”라고하니 “무거워 죽겠습니다.이틀쨉니다”한다.대단한 커플들이다.영시암에 당도하여 약수한잔먹고 평탄한 길을 지나니 왼편으로 아주 넓고 긴 계곡이 이어진다.거의다 내려와 얼음같은 계곡물에 족탕을하고나니 다시 힘이 솟는다.백담사에 도착하니 오후3시다.뻐스를 타려고 보니 천여명이 줄을 서있어 기다리는데만 2~3시간은 걸리단다.갑빠씨와 거북이는 멍하니 앉아 핫브레이크를 하나씩 먹은후 7키로의 콘크리트포장길을 하염없이 내려왔다.


 

왕꼬부기의 무용담


 

우리와 헤어진뒤 권대장과 엠보싱 왕꼬부기는 소청으로가서 계곡따라 내려가면 탱자탱자 가도 오후 3~4시면 도착한다고 느긋하게 놀다가 훤해질 무렵 무너미재로 올라갔단다.희운각을 지나 소청으로 올라가는길은 지도상 1시30분,권대장왈 2시간이면 충분하다는 말을 믿고 막상 올라가보니 75도 각도의 가파른 경사로에 내려오는 등산객들과 부딪혀 4시간이나 걸렸단다.너무너무 힘이 빠져 가져간 도시락도 못먹고 컵라면하나 먹고 13키로 돌밭길을 내려와 백담사에 도착하니 오후5시..뻐스는 어림도없고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엠보싱은 앞서가고 왕꼬부기와 권대장은 뒤에 쳐저 콘그리트길을 걷는데 죽겠더란다.내려오는 버스를 향해 태워 달라고 점잖게 손을 들어봐도 본체만체 가버리고..마침 절뚝거리며 내려오는 아줌마가 있길래 영화<박하사탕>의 설경구처럼 “나 이제 돌아갈래”의 폼으로 버스 정면에 두팔을 벌리고 서있으니 버스가 서더란다.기사아저씨에게 환자가 있으니 태워달라고 할렘가 초딩마냥 조르니 기사님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승낙..덕분에 구경하던 등상객들도 우루루 다 타고 한차 꽉채워 내려왔다고 우스개소리를 한다.


 

맺음말


 

산은 항상 인내와 겸손을 가르쳐줍니다.이번 설악산행에서도 또 많이 배우고 내려왔습니다.

많은 산우님들을 인솔하여 긴산행을 무사히 마치게 해준 권호택대장님 양윤숙총무님 고생 많으셨고 참고로 공룡팀들은 5시30분전에 주차장에 다 도착했으니 많이 기다리신 산우님들 공룡팀들을 너무 원망하지 말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