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치악산국립공원(구룡사-->사다리병창경유-->비로봉-->황골)

산행자: 나와 나의 그림자같은 친구~

산행일시: 2005. 9. 25(일)

산행날씨: 구름조금 있으나 조망 좋은 날씨~!


 

개강 후 정신없이 학교생활에 몰입하다보니 어느덧 마음속에 산이 고파져서 친구와의 산행을 추진하던 중 청주지역의 한 산악동호회에 가입하게 되어 치악산에 가게 되었다.

  

그동안 단독산행을 쭈욱~ 이어오던 나는 경비절감과 시간절약이라는 경제적 실익을 중시하여 동호회를 이용하게 되었는데

집 앞에서 이렇게 산에 가는 사람들이 많은 줄 알았다면 진작 참석 했을텐데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자주 이용하기로 맘을 먹는다.

  

청주에서 6:50분에 출발하여 치악산을 머릿속에 그려보다 어느덧 차는 멈추고 치악산 구룡사에 산님들이 모두 모이시니 수가 상상한 것 이상이다.

  

조원과의 상견례와 기념사진을 찍은 후 터벅터벅 매표소를 걷는데 계곡 물소리며 차갑고도 맑은 공기에 정신이 번쩍 뜨이니 과연 산의 기가 제법이라 할 만하다. 전설 속에서 상원사의 나그네와 까치 그리고 구렁이의 애뜻 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길 상상하며 나도 남한테 진 빚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머릿속에 각인시켜본다.


 

오늘 동행하는 친구인 박 군은 나와는 대학에서 만나 학교 내에서도 절친한 사이로 동반산행은 3번이 전부이다. 그간 3번의 산행은 그에게 있어서 고난의 연속이자 인내의 시간이었다고 그는 회고하니 그간의 산행이 그에게 얼마나 혹독하고 고달팠는지 알아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에게 이 자릴 빌어 다시 한 번 맹세하건데 이번부터는 널널 하게 진행할 것을 그에게 꼬 옥 다짐한다.(매번 이러한 다짐은 빗나갔다. ㅡ.ㅡ) 

그간 나와의 3번의 산행은 속리산2회 설악산1회인데 그의 스물다섯인생에서도 이 3번의 산행이 전부의 산행이니 그가 얼마나 자연과 담을 쌓아왔는지 엿볼 수가 있는 대목이다.

  

함께한 최초의 산행은 대학1년때 한여름에 속리산문장대에 올라간거였는데 우린 문장대휴게소에서 왜 생수500ml짜리가 2000원이나 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둘 다 완전한 산 초보(아니면 멍청해서 일수도)였다.

 군에서 정기휴가를 나와 설악산을 오른 것이 두 번째인데 박 군이 이때부터 산을 멀리했다고 보면 정확할 것이다. 그 당시 설악동에서 대청봉까지 5시간30분에 주파를 했으니 그가 산을 멀리해도 과언은 아니라본다.

마지막 산행에서 나는 그에게 카운터 펀치를 날렸는데 작년 여름 속리산을 정규코스가 아닌 법주사뒷길을 이용해 관음봉을 경유하여 문장대를 거친산행인데 중간에 길이없어서 그를 거의 그로기 상태로 몰고 갔었다. 그때 그의 한마디를 인용하자면

“내가 다시 산에 오르면 내가 사람이 아니다.”라는 극언을 서슴치 않던 그였는데 대학3학년인 지금에 와선

치악산행을 함께 하게 되어서 그는 사람이 아니 었다 라는 걸 본의 아니게 증명한 셈이 되었다.

  

예전의 향수를 떠올리던 중 구룡사에 도착했다. 작년쯤에 뉴스에서 구룡사가 불에 탔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사찰 경내가 수리중이라 약간은 어수선해 보이기도 했다.

(구룡소)
 물을 충분히 보충한 후 구룡소를 지나 한참을 걸으니 사다리병창갈림길에 당도했다.

과연 사다리병창의 명성은 듣던대로 초반부터 잔뜩 겁을 주는데 평소에 숨쉬기운동을 꾸준히 한 결과 비로봉까지 그리 힘들지 않게 오를 수가 있었다.

  

사다리병창길은 치악산에서도 악명높기로 유명한데 이번에 경험해보니 아마도 능선을 타다보니 경사가 상당히 급하고 타 산에 비해 계단이 유난히도 많아 그런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산악동호회에서 가는 관계로 사다리병창길이 귀경길정체만큼이나 느리고 더뎌서 생각보다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조원 중 
먼저 비로봉에 오른 나와 친구는

비로봉에서 조장님이하 조원들을 한참이나 기다리는중에 산악동호회 첫 산행이시라는 누님을 알게 되었는데 그녀는 줄 곳 우리의 뒤를 바짝 쫓아오며 대단한 체력을 과시하시니 대단하단 말밖에 할 말이 없다.


 
비로봉엔 전국에서 오신 수많은 산님들로 인해 청주 성안길을 치악산에 옮겨다 놓은듯 했다.  

치악산의 경관과 원주시가 발아래에 펼쳐지고 머리위의 구름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부곡리 방면)

 

 

(비로봉 산님들)

(원주시 전경)

(운해~)

(하산중 바라본 비로봉)

(남대봉과 향로봉)

조원들을 기다리는 중 원없이 사진을 찍기로 마음먹고 친구에게 연신 부탁을 하니 친구녀석은 사진찍으러 자길 데려왔냐며 화를 내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알았다며 포즈를 취하라한다. 싱거운 자슥~ㅋ

워낙 정상에 산님이 많이계신 와중이라 사진포즈를 취할려면 목숨을 걸어야 할 지경이다. 산에서 사진찍다가 떨어져 죽었다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음을 실감한다.

 

(나와 친구~)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죽일 때  조장님이라 조원들이 모여 푸짐하게 한 상 차리니 제법 푸짐하다.

친구의 식사도 내가 책임져왔는데 녀석이 대식가인 만틈 엄청 싸는 놈이라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하산 시간이다.

산을  갈때마다 느끼는것이지만 하산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렇다고 산에서 살 고 싶지도 않은데 말이다.


 
친구녀석에게 드디어 올것이 왔다. 녀석의 화장실이 급한것이다. 

화장실때문인지 녀석의 스피드는 평소의 그것이 아니었다.

어느순간부터 친구녀석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난 여느때처럼 단독산행온듯 홀로 산과 독대하여 산행을 천천히 정리해 가고 있었다.

  

(입석사)

입석사 부터는 임도를 따라 내려가기 때문에 산행기분은 많이 반감되지만  

친구나 연인과 또는 가족과 함께 하루산행을 정리하기엔 괜찮은 길이라 생각한다. 

(하산중 친구와)

 

  

황골에서 하산 후 조원들이 모두모여 좁쌀동동주도 마시고 시간을 죽이며 담소를 나누니

산도 아름답지만 그산을 즐기는 사람들도 아름다운 맘을 가졌다는걸 새삼 느끼게 된다.


 

(황골에서 본 치악주릉)

 

이번 산행은 단독산행이 아닌 여러 사람들과 함께한 산행이었는지라 많은 시간을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친구가 산의 맛을 알아간다는 재미와 친구와 함께 아름답고도 신비한 우리 산하를  조금씩 느낄 수 있었다는데 감사드리며 이번 산행의 창을 닫고자 한다.


 

부족한 산행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