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동부능선 끝 자락인 웅석봉 이야기

-언제: 2006.03.04.

-어디를: 지리산 동부능선 끝자락인 웅석봉.

-누구와: M 산악회원 중에 나 홀로.


<웅석봉의 정상석>

 

 

<나의 웅석봉 이야기>

 

애초에 웅석봉의 산행은 나의 무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산은 나와 인연이 없었을 때였으니까 아마 6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때는 내 허리가 상당히 좋지 않아 전국의 유명한 한약방을 거치다시피 하여 우연찮게 산청읍까지 한약을 지으러 온 경우가 나와 웅석봉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새벽에 출발하여 산청읍 한약방에 도착하여 접수대기표를 받고 나서 오후 2시쯤에 오라는 연락에 3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하다가 앞에 보이는 산세가 굉장하길래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운동화 차림으로 둘이서 산에 오르는데 잠시 후 아내는 올라가지 않겠다고 하여 나 홀로 오르기로 합니다. 그때가 오른 코스가 지금 오른 왕재로 올랐습니다. 와! 되게 빡 세더군요. 그렇다고 포기 할 수 없어 그냥 오르기로 합니다. 드디어 왕재에서 산 객을 만납니다.
 


 


 

<지곡사 경내의 모습과 왕재를 바라보며>


이 산이 무슨 산입니까” “높이는요” 하고 등등 물었습니다.

그때 웅석봉이라는 산을 알았으며 높이는 묘하게도 잊혀지지 않은 숫자 1099였습니다. 그때 그분이 나에게 지리산을 가리키며 뭐라고 설명했을 법 한데 무슨 얘기인지 생각나질 않습니다. 다만 저 멀리 지리산이 보인다는 것 이외는……그런데 정상은 또 한참 가야 된다며 자기를 따라 오랍니다. 그분은 웅석봉 남릉으로 빠지고 나 혼자 웅석봉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조망을 즐겼습니다. 5분여를 지체 한 후 동북쪽인 지곡저수지 내려갔습니다. 내려가도 내려가도 끝이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임도에서 지곡사까지 거리가 왜 그렇게도 멀던지……기다리다 지친 아내는 화가 잔뜩 나 있었습니다. 핸폰이 따로 있었다면 연락이라도 할 것인데…… 그래도 아마 3시간 안에 도착하였으니까 산꾼의 기질은 타고 났던 모양입니다. 
 

<오름 길에서 바라본 황매산: 가운데 산>

 

<웅석봉 가는 길에서 왕산을 가운데 도로 좌측은 지리로 향하는 도토리봉>
 

<웅석봉 가는 길에서> 

 

그러다가 3 년 전 태극종주 때 이곳을 밟고 엊그제 달뜨기능선 산행에서 4번째 오늘이 5번째의 웅석봉 나들이인 것 같습니다. 이곳에 올 때 마다 내가 보고 싶은 곰은 만날 수 없었지만 풍성한 마음만은 가슴에 남기고 갑니다. 오늘 또 다시 이곳을 찾는 나의 감회를 적어 볼까 합니다.

 

3월1일부터 또 다시 지리산은 통제의 기간으로 묶여있습니다.

거의 지리를 안방 드나들듯이 한 우리 지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항상 이때면 지리의 그늘에서 그냥 천왕만 바라 볼 수 있어도 하는 기대감으로 웅석봉의 계곡자락을 둘러보기로 합니다. 마치 모 산악회에서 청계계곡으로 출발하여 남릉을 타고 다시 청계로 내려오는 원점회귀로 산행하는 코스이길래 선뜻 신청을 해 봅니다.

 



 

<올라야 할 웅석봉을 바라보며>

 

<내려가야 할 청계계곡>

 

<산행시작>

 

오늘도 예외는 아니군요.

기사님이 청계의 들머리를 찾지 못해 곧바로 지곡사로 와 버렸습니다. 난감하기까지 합니다만 선두는 내리자마자 시야에 사라지고 없습니다. 다시 그들을 불러 보지만 이내 막무가내 입니다. 어쩔 수 없이 코스변경을 합니다. 오랜만에 지곡사를 찾았습니다. 올 때마다 뭐가 그렇게 바쁜지 지곡사를 흘려 보내고 산행으로 돌입했던 지난 시절을 보상하고 싶었습니다. 지곡 저수지와 계곡의 앞을 끼고 있는 지곡사는 일반의 사찰로서 웅장하거나 거대한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웅석봉에서 바라 본 천왕>
 

 

왕재를 향하여 오르는 좌측의 선녀탕은 그냥 지나치기로 합니다.

빡센 산행이 30~40분 이어지리라 생각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흘리는 땀에 비례해서 산행의 속도는 더 해지는 것 같습니다. 주위의 풍광도 별 소득 없을 것 같아 디카를 집어넣고 속력을 가해서 몇 사람들을 추월합니다. 40여분 뒤에 왕재에 닿습니다. 아마 이곳까지가 가장 힘든 코스가 아닌가 생각 해 봅니다. 이곳 능선에 오니 이제 조망이 트이기 시작 합니다.


 

<웅석봉에서 바라 본 왕산>

 

<왕재에서 바라 본 천왕>


 

<천왕 그대는…… >

드디어 우측으로 펼쳐지는 천왕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북쪽능선상에 구형왕능이 있는 왕산과 필봉산이 시야에 들어 오고 저 멀리 황매산까지 웅석봉 남능으로 이어지는 달뜨기능선은 아직 모습을 감추고 있습니다. 춘설이 내린 이곳은 이제 해빙기를 맞이하여 질펀한 등로로 변질되어 발을 옮길 때마다 진한 흔적을 남깁니다.

 



 


 

<웅석봉에서 조망:산청읍/천왕을 줌으로/어천마을>


 

<웅석봉에서 조망>

 

이곳 상석에 곰이 쭈그리고 앉아있는 형상에서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 것 같은 기분이다. 잠시 이곳에서 천왕을 올려다 봐야 지리산의 장대 무비한 진면목을 볼 수 있다는 선답자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확연히 드러나는 시원스런 조망에 나도 모르게 동쪽 발 아래로 흐르는 경호강과 대진고속도로를 바라다 봅니다. 경호강의 푸른 물결과 어울린 고속도로는 시원스런 맛을 더하고 약간만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동쪽의 제일 높은 황매산이 시야에 들어 옵니다. 북쪽의 조망은 눈 앞에 푹 꺼진 밤머리재를 시작으로 하여 우측의 왕산과 필봉산이 좌측으로는 도토리봉과 깃대봉 왕등재 새봉 중봉 천왕봉 써래봉을 타고 내리는 황금능선과 저 멀리 남부능선이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 옵니다. 가히 산의 물결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청계계곡>

 

웅석봉 아래 헬기장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남능을 타고 내려가다가 청계리로 내려 설까 하였으나 며칠 전에 다녀온 그곳으로 발길을 돌리고 싶지 않아 처녀 산행지인 청계계곡으로 향합니다. 태극종주 때 우리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역할을 한 샘터에 이르니 누군가가 깔끔하게 정리 해 놓은 모습이 너무도 깨끗해 보였습니다. 시원한 물 한잔을 목에 넘기고 계곡을 찾아 갑니다만 들 머리 찾기가 시원치 않습니다.

 



 


 

<청계계곡에서 만난 움막과 계곡>

 

 

지형도를 펴 보면서 두 개의 임도가 시야에 들어 옵니다. 왜 이렇게 산 허리를 싹둑 잘려 놨는지 이곳 웅석봉을 두고서 몇 개의 도로를 만들어 놨단 말인가…… 어차피 이 길은 이곳 산악회에서 알 수가 없는 길이기 때문에 나 혼자 해결 해야 할 숙제인 것 같아 청계저수지 쪽으로 향하는 임도를 돌다가 길도 없는 계곡으로 들어 섭니다. 고도 700부터는 시원스럽게 계곡 물이 흘러가고 있으며 이따금씩 고로쇠 호스의 흔적을 따라 내려 섭니다. 610고지에서 임시 거처한 움막집이 보이면서 선명한 등로가 보입니다.

 



 


 

<청계저수지에서 웅석봉을 바라보며>

 

이곳부터는 양호한 길의 연속이 이어지고 있으며 여름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올 것 같은 한적한 코스인 것 같습니다. 계곡 옆에는 버들개지가 하늘거리며 봄을 시샘하고 있으며 청계저수지의 파란 물로 흡입되는 계곡의 봄은 이렇게 찾아옴으로써 우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오늘도 산행은 내 맘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지리의 천왕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으로 마음의 위안을 삼으며 짧은 산행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