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도사님

 

2007년 4월26일.

그동안 마음속으로만 그리워하던 관악산을 친구와 함께 찾았다.

k 안내 산악회에서 30여 명이 참가했다.

과천유원지에서 출발하여 6봉 능선-8봉 능선-삼성산-서울대로

하산하는 코스다. 암벽이 많아서 일반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등산로라고 했다.

 

초입은 계곡을 끼고 오르는 길이어서 순탄하고 재미있었다.

날씨도 화창하고 산 벚꽃과 진달래가 있어서 산행의 즐거움을 더했다.

삼, 사십분 쯤 올랐을까? 선두에 가시던 산대장님께서 길을 헷갈려 하셨다.

그때 서울 말씨의 한 분이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 주셨다.

한참을 오르다 보니 커다란 암벽이 길을 가로막았다.

그것이 바로 6봉이었다.

 

바위 타기를 좋아하지만 안전줄도 없이 암벽을 오른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위를 쳐다보며 그저 그림으로 남겨 놓고

우회하려고 하는데, 조금 전 길을 안내해 주신 분을 만났다.

그분께서 우리에게 올라가 보란다.

너무 높은 암벽이라 망설이자 직접 시범을 보이면서 천천히 올라가란다.

친구와 나는 고맙고 감격스런 마음으로 조심조심 암벽을 올랐다.

우리가 오르자 뒤에 따라오던 일행들 몇 명이 함께 오른다.

그분께서는 암벽 타는 방법을 하나하나 상세하게 가르쳐 주셨다.

등산아카데미에서 암벽 등반을 조금은 배웠지만 비교가 되지 않았다.

오늘은 우리가 운이 무척 좋은 날이다.

이렇게 친절하고 좋으신 강사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으니.

한 구간의 암벽을 오르고 보니 너무 기분이 상쾌했다.

 

잠시 휴식 시간을 이용하여 그분께 여쭈어 보았다.

자택은 안산 고잔동에 계시며, 일주일에 서너 번씩 산에 오르시고

관악산, 도봉산, 북한산등 서울의 근교 산은 수십 번씩 올랐으며,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다 꿰고 계셨다.

올해 예순다섯의 연세에 20여 년을 산에 오르셨다고 한다.

성씨는 최씨(채?) 그것밖에...

열심히 운동하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셨다.

최선생님께서는 다람쥐가 나무를 타듯 아주 가볍고 부드러운 동작으로

암벽을 너무도 쉽게 오르셨다.

여러 가지 암벽 기술을 배우며 6봉을 무사히 다 넘었다.

내 힘으로는 도저히 내려가지 못할 것 같던 암벽 위에서 선생님께서

시키는 대로 차근차근히 따라하니 어렵지 않게 내려 올수가 있었다.

 

점심 식사 후 다시 8봉으로 도전 했다.

든든한 선생님께서 곁에 계시니 마음 놓고 암벽을 오를 수가 있었다.

그래도 긴장감은 늦출 수가 없었다.

한 치의 실수라도 하는 날이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무사히 8봉 능선의 암벽도 다 넘었다.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암벽을 타지 않고 우회로로 난 길로 걷고 있다.

그것이 바람직하지만, 우리는 운이 좋게도 관악산 도사님을 만나서

횡재했다고 할까?

 

친구와 난 암벽 타는데 정신을 다 빼앗겨 버려서 일행들이 어디쯤

갔는지 오고 있는지 잃어버리고 말았다.

삼성산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자 선생님께서 본인의 길을 포기하시고

 우리를 삼성산으로 하여 서울대까지 안내해 주시겠다고 하셨다.

암벽만으로도 황송하고 고마운데, 우리는 가방을 뒤져서 무언가를 드리고자

하였지만  그 날 따라 가방에 든 것은 홍삼으로 만든 절편 3봉지와 과일뿐.

6봉과 8봉 위에서 경치 감상하느라 시간을 많이 지체하여서 서울대 입구까지

내려오니 5시 약속 시간 10분 전이었다.

우리가 타고 온 버스는 보이지 않고, 마음이 바빴다.

 

선생님께서는 인사드릴 여유도 주지 않고 잘 가라며 횡 하니 가버리셨다.

차라도 한잔 대접하고 고마움의 표시로 무엇이라도 하나 사드리고 싶었는데,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전화번호라도 물어 보았더라면 감사의 전화라도 드렸을 텐데 연락처도 모른다.

인간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를 않다.

너무도 친절하게 안내해주시고 암벽 기술을 가르쳐주신 선생님께

 ‘한국의 산하’를 통하여 친절 하심을 알리고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싶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최선생님처럼 마음이 따뜻하고 친절하신 분들이 계시기에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선생님게서 베풀어주신 친절은 서울 시민을 대표하여 보여주신 미덕이십니다.

친구와 저의 가슴속에 친절하신 선생님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진정한 산꾼이십니다. 감사드립니다.

 

*** 서울에 계시는 분 중에 혹시 최선생님을 아시는 분은 꼬리말이나

메일 부탁드립니다. 너무나 고마워서 감사의 인사라도 드려야 할 텐데

션생님의 연락처를 몰라서요.

4월 26일 목요일 관악산 함께 산행 하셨구요, 대구에서 온 두 아줌마에게

암벽 타는 기술을 가르쳐 주시고, 서울대까지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습니다.

또 그 다음날 4월 27일은 북한산을 산행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올해 연세가 65세, 안산 고잔동에 사신다고 합니다. ***

 


(아래 사진에서 도와주고 계신 분 입니다.) 혹시 아시는 분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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