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 11. 27

검은 독수리 10남매와 산성입구 - 의상봉 - 대동문 - 아카데미하우스로 산행

  

  

연신내역의 아침은

  

지하철에 몸을 싣고 산으로 향하는 기분은 엷은 졸음과 함께 행복하다.

요즘 바쁘게 일을 마친 끝이라 즐거움은 배가되었다.

자명종이 힘차게 울릴때 망설임없이 잠을 떨어내는 산꾼의 아침......

  

연신내역에서 지인들을 만나고 늦게 온다는 일행이 있어

연신내의 재래시장에 들러 막걸리를 두어사발 비운다.

빈속에 목젖을 타고 스며드는 막걸리는 짜릿하다.

이래서는 안되는데......ㅎㅎㅎㅎ

  

염초릿지를 염두에 두었지만 비온 뒤끝이라 아무래도 위험하고

일행이 적지않아 의상봉코스로 정하였다.

  

산성입구로 떠나는 버스안은 더이상 사람이 탈수없어 내리는 사람만

하차시키고 이내 산성으로 내달린다.

  

등산공화국?

부쩍 늘어난 등산인구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의상봉은 구름속에 갇혀 있고

  

매표소를 통과하여 너른길로 오르다 우측으로 가면 의상봉코스인데

짙은 개스는 그 좋은 풍광을 가리고 습한 기운을 온몸에 뿌리며

좀처럼 가실 기미가 없다.

무진기행?

  

염초봉과 백운대를 조망하며 걸어야 하는데 시계제로....

세찬 바람은 땀방울마져 멎게하고 막걸리 냄새만 바람에 흩어진다.

  

의상봉

전국 어디나 의상봉과 의상대사의 흔적은 널려있다.

큰 바위 위에 소나무가 자라고 있으면 의상대사가 쓰던 지팡이를 꽂아 놓아

소나무로 자랐다는 식이다.

  

신라시대 화엄종을 부석사에서 널리 퍼트리고, 고려숙종때는 국사라는 시호까지

받으신 분이니 그 영향력이 지금까지 남아 서슬이 퍼렇다.

  

몇몇코스 릿지를 하였는데 바위가 젖어 있어 미끌미끌하다.

우회를 하는 길도 있는데 우회는 안된다고 하니....

알량한 자존심 내세우다 다리만 떨었다.

  

쉼없이 오르니 허벅지는 가끔씩 경련을 일으키고 적당히 쉬어 주면

경련이 멈추기를 반복 했다.

  

쉬자고 해도 저봉우리만 넘어서를 거듭하는 선두

저것들을 잡아다 주리를 틀어야 하는데...ㅎㅎㅎ

  

구름에 가려 이름조차 가늠할 수 없는 봉우리에서 자리를 폈다.

성찬이 차려지고 정상주를 마시려고 하는데

준비한 이슬이는 겨우 한잔정도 옆팀의 막걸리를 입맛만 다시며 흘겼다.

그래도 점점 산꾼다워지는 일행들이 대견스러운 장면이다.

  

사실 음주산행에 익숙한 팀이어서 어색하긴 했다.

  

비상을 꿈꾸는 검은 독수리팀이지만 날지못하는 독수리가

나를 포함하여 몇마리가 되니 나는 퇴출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새지만 날지못하는 닭팀을 하나 만들어 볼까나.....

  

구름을 벗어난 삼각산

  

식사를 마치니 하늘은 구름이 흩어지고 파란 제모습을 드러낸다.

비봉능선과 멀리 백운대가 잡힐 듯 하고 바람도 없어 포근한 겨울이다.

대남문에서 하산한다는 계획을 변경하여 보국문에서 하산하기로 하였다.

  

미련은 계속되어 다시 대동문까지

보국문에서 대동문까지의 오솔길은 낙엽에 쌓이고 완만하여 그야말로 널널 산행

대동문에서 아카데미하우스로 내리다 구천폭포위에서 찬물에 얼굴을 씻으니

짧지만 행복한 산행은 끝나고 있었다.

  

수유리에서 진한 뒤풀이는 거르지 않았다.

  

어~휴~   오늘도 체중이 더 불었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