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8.19. 화 / 2명

볕이 화창하다.
모처럼 검단산을 가기로.
어제 김공에게 같이 가자고 했더니
여러 일로 여의치 않은 듯.

11시쯤 커피는 미리 마시고 물 한 병만을 준비해 출발.
15일에는 잔뜩 밀리던 이 길이 15분 정도에 도착.
차를 '행복한 푸줏간'에 대고.

오랜 만의 산행이라 천천히 걸어 오르다.
게속 물소리가 콸콸, 청량하다.
대모산 구룡산보다 좋은 점은 이 물소리,
그리고 우거진 소나무 숲.
먼 산을 온 듯한 기분이다.

물소리는 시원한데 산길은 잘 말라 있어
지난 번 왔을 때의 그 질척거림은 없다.

정상(657m)까지는 1시간 20분 정도 걸렸다.
왕복거리는 대략 6.5km.

로체 산꾼의 막걸리 포스트는 다행히 오늘도 개점 중.
한 잔을 마시면서 정상의 바람을 쐬다.

옆에서 마시는 산꾼이
이 산의 꽃뱀을 경계해야한다는 얘기를 나누고 있고.

옆으로 와 앉은 노 산객은 83세라고.
내 머리 색깔을 보곤 50은 되었겠다고 하시면서
운동을 많이 해야한다고 하신다.

운동을 많이 해야 하는 데 운동을 하지 않으면
내장에 녹이 쓸고 녹이 쓰면 기계고 내장이고 못 쓰게 된다고.

일주일에 두 세번은 오신다면서
23세에 이북에서 내려와 온갖 고생을 한 자신이
고생 않고 일찍 죽은 이보다 행복한 거 아니겠냐고.

그러면서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고.
선하게 살고, 순하게 살아야 한다고 하신다.
그래야 스트레스도 없고 건강할 수 있다고.

심신이 건강해야 한다는 말을 예사롭게 해 왔지만
'마음'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주시는 말씀이었다.

짧은 대화, 인사를 나누고 하산.

약수터에서 물을 한 잔 마시고.
반대편 콸콸 흐르는 물에 머리를 디밀고
물을 흠뻑 맞았다.
아, 시원하다.

한 분이 다가 오더니 받쳐져 있던 대야 가득 물을 들곤
모자를 쓴 채로 옷을 입은 그대로
머리 위로 물을 쏟아 붓는다.
보고만 있어도 시원 그 자체.

산 아래 거의 다 내려 와
유여사와 계곡에다 발을 담그고
땀을 가신다.
시원하다.

내려오는 길에 혼자 올라 오는 19동기 배공을
뜻밖에 만나다.
반갑게 잠시 인사를 나누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1시간 10분 정도 소요.
왕복 3시간 30분 거리.
만보계로는 14000여 보.

반주 한 잔으로 가볍게 식사를 하고
시원스레 달려 귀가하다.

동네 뒷산을 오르는 것과는 또 다른 기분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