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종주산행(중산리~천왕봉~노고단~성삼제)을 다녀와서....

 

가. 산행의 식사계획

 

♢ 당일(6.25)

☞ 아침- 레조토피아에서 “된장국”제공  ☞ 점심- 도시락- 김치       ☞저녁- 라면(3봉)- 김치,깻잎

  ♢ 익일(6.26)

☞아침- 취사(밥)북어국 - 김치,깻잎      ☞ 점심- 도시락,라면- 김치

 

 나. 취사와 산행을 위한 준비물

 

♢개인준비물- 배낭,물병,물컵,손전등,우비,치약,칫솔,수건,양말,메모지,볼펜,자켓,등산스틱,여벌 옷

♢공동준비물

☞식품류- 쌀(4~5인분),김치,북어국(1),라면(너구리)(6),양파,고추장,풋고추,된장,밑반찬(깻잎,멸치)

☞취사용- 코펠, 버너, 가스, 바람막이, 칼, 수저, 화장지(여행용)

☞등산용- 배낭,모자,물통,장갑,후레쉬(건전지),라디오,카메라,등산지도.

☞간식용- 쵸코파이, 쵸콜렛, 영양갱, 건포도, 사탕류,

☞의약품- 물파스,맨소래담,대일밴드,연고(후시딘),진통제,소화제,피로회복제

 

다. 지리산 종주산행 요약

 

 일      시 :  2005년 6월 25일(토요일) ~ 2005년 6월 26일(일요일)

 출발지 및 귀향지 :  충북 청주시

 등산(출발,이동)코스 :  중산리매표소- 천왕봉- 노고단- 성삼재

♢  2005년 6월 25일(토요일)

 청주에서 버스 출발(05:00) ⇨ 지리산 중산리 매표소  ⇨ 로타리대피소 ⇨ 법계사 ⇨ 개선문 ⇨ 천왕봉 ⇨ 통천문 ⇨ 제석봉 ⇨ 장터목대피소 ⇨연하봉 ⇨ 촛대봉 ⇨ 세석대피소(1박)

♢  2005년 6월 26일(일요일)

  ⇨ 영신봉  ⇨ 칠선봉  ⇨ 선비샘 ⇨ 벽소령대피소 ⇨ 형제봉 ⇨ 연하천 삼각고지 ⇨ 연하천대피소 ⇨ 토끼봉  ⇨ 화개재 ⇨ 나무계단 ⇨ 삼도봉 ⇨ 노루목 ⇨ 임걸령 ⇨ 피아골삼거리 ⇨ 돼지령 ⇨ 노고단 ⇨ 노고단대피소 ⇨ 성삼제휴게소(매표소) ⇨ 청주(버스)도착(21:00)

  등산인원 : 등산전문산악회[레조토피아]와  함께 이성영 &  김영기

  등산거리 : 약 33.4 km  (♢ 2005. 6.25 (토) :- 10.5km  ♢  2005. 6.26 (일) :- 22.9km )

  등산시간 : 휴식시간 포함하여 약 17(시간)

  ♢  2005. 6.  25 (토)  08:45- 16:40(약  7시간)    ♢  2005. 6.  26 (일) 04:15- 15:00( 약 10시간)

 

2005년 6월 25일 (토) 날씨: 맑고 쾌청함

 

새벽의 알람 종소리에 눈을 뜨니 새벽4시 20분 부지런히 옷을 주워 입고 어제 준비하였던 옷가지와 음식 그리고 냉장고 속의 얼린 물병 등을 꺼내어 배낭에 넣고 챙겨서 사직동 청주종합운동장의 실내체육관 앞 약속한 장소에 도착하니 무거운 배낭을 옆에 내려놓고 자신들을 태우고 갈 버스 오기만을 기다리며 모여 있는 사람들 뒤쪽에서 오늘 우리 지리산 종주산행의 동반자 김영기 국장을 만나 이어서 도착하는 충일고속의 [레저토피아]관광버스에 함께 올라 둘이 나란히 앉아서 대화를 나누며 쉬다보니 우리를 태운 관광버스는 서청주ic로 진입하여 달리기 시작하여 대진고속도로를 들어가서 달리다가 잠시 금산인삼랜드에 휴식을 취하며 정차를 했다가 함양을 경유하여 산청ic로 빠져 나가 지리산 국립공원 중산리매표소 앞에 주차(08:10)를 하기에 짐칸의 배낭을 찾아 내려서 매표소입구 좌측에 미리 예약한 “산장식당”으로 가서 준비된 된장국을 한 그릇씩 먹어치우고 모두들 수통에 물을 채우거나 등산화의 끈을 동여매며 오늘의 등산을 위하여 등산준비에 만전을 기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등산준비가 완료되자 우리 일행들은 무거운 배낭을 둘러메고 중산리매표소(◀천왕봉 5.4 km)를 통과(08:45)하여 법계사 쪽으로 향하여 큰 바위가 섞여있는 울퉁불퉁한 돌밭 길을 넘나들며 계속되는 오르막길을 올라가자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이 모자 속으로 스며들어 모자 창 위에서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에 나름대로의 위안과 쾌감을 느끼면서 철로 된 구름다리를 지나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숨을 돌리고 배낭을 챙겨서 올라가다 또 다시 쉬어가기를 반복하며 앞에 가는 사람의 등만 쳐다보며 오르다 보니 칼바위는 언제 지나갔는지 알 수 없고 어느새 깊은 산속의 그림같은 아담한 로터리산장을 지나(10:45) 올라가니 법계사와 천왕봉의 갈림길이 나온다.(10:48)

 

   그림1. 지리산 천왕봉 정상에서 김국장과 함께

조용한 법계사로 발길을 옮겨 스님들의 숙소를 지나 계단을 올라가자 기와접수처를 지나 좌측엔 대웅전 우측에는 식수가 있다기에 또 다시 식수가 있다는 계단을 올라가니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시원한 약수를 한 모금 마시면서 생각하니 바보처럼 큰 물병을 2개씩이나 얼려서 무겁게 들고 온 자신의 어리석음과 후회스러움에 미소를 머금으며 물 한 병을 다시 받아갖고 절 내의 경관을 둘러보며 법계사 입구인 삼거리로 걸어 내려와(11:07) 또 다시 천왕봉을 향하여 올라가다 개선문(1,700m, ◀천왕봉 0.5 km, ▶법계사 1.2km, ▶중산리 4.6 km)을 통과한 후 약 20~ 30분정도 올라가다 정상을 바라보니 한 폭의 동양화 같은 구름과 안개속의 모습을 드러낸 지리산 천왕봉의 웅장한 자태를 발견하고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숨을 고른 후에 물 한모금 마시고 쉬면서 갈증을 달랜 후에 새로운 용기를 내어 가파른 200~ 300여미터의 돌밭 길을 쉬지 않고 젖 먹던 힘까지 다하여 헉헉거리며 올라가 검은 바위로 된 산봉우리 우뚝 솓은 지리산 천왕봉(1,915 m,◀노고단 25.5 km) 표지석 옆에 서서 주위를 바라보았다. (12:57)
어디선가 시원한 산바람이 불어오는 정상에 서서 비 오듯이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식혀가며 여기까지 올라오느냐고 힘은 들었지만 동서남북 온 산야가 훤히 내려다 보일뿐만 아니라 안개구름들이 내 발밑으로 그것도 저 아래 계곡이나 능선에 걸려 떠다니고 있는 것이  아름다운 경치와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으며, 지리산의 가장 높은 천왕봉을  나 자신과의 싸워가며 내가 직접 무거운 배낭을 둘러메고 올라와 1차 목표인 지리산(천왕봉) 정복에 이어 2차 목표인 지리산 천왕봉에서 노고단을 거쳐 성삼재까지 지리산 종주를 위해 출발하려는 내 자신이 흐뭇하고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

 

 

     그림2. 천왕봉에서 제석봉으로 내려가다 본 안개구름

정상 정복의 기쁨과 성취를 만끽하고 시커먼 바위산을 내려가 밭두렁 같은 넓은 평원을 지나 좌측으로 멀리 있는 소나무 그늘을 찾아 배낭을 풀어 놓고 도시락과 김치와 깻잎 등의 반찬을 꺼내자 김국장도 준비한 오징어무침과 생채 등의 반찬을 꺼내어 함께 마주보고 앉아서 점심식사를 하고나니 새로운 힘이 생긴 것을 느끼면서 배낭을 챙겨 둘러메고 장터목을 향하여 가파른 바위산을 내려가면서 우리가 가고자하는 산 아래 등산로를 바라보니 능선을 따라 왼쪽에는 암릉과 작은 나무로 이루어진 숲속이지만 오른쪽에는 마치 모닥불을 피워난 연기처럼 하얀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피어올라 경치가 너무 좋아 내려가던 발길을 멈추게 한다.

 

 

    그림 3. 세석대피소 가기 전 촛대봉에서 김국장과 함께

이어서 돌이 많이 박힌 돌밭 길을 따라 40여분 내려가다 꼬불꼬불 돌아서 출입구 바로 밑으로 나오는 통천문을 지나다보니 주목이 많이 보이는가 했더니 제석봉(1,508 m, ◀장터목대피소 0.5 km, ▶천왕봉1.1km)을 넘을 무렵에는 드넓은 초원에 추위와 찬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는 주목의 고사목을 바라보고 사진도 찍어가며 상쾌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내려 가다보니 어느새 우리들은 깊은 산속의 아름다운 산장 장터목대피소(1,654 m,◀세석대피소 3.4 km, ▶천왕봉1.7km)에 도착(14:30)하여 뭍통에 물을 채우기 위하여 중산리로 내려가는 길목에 샘터를 찾아 내려가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수도꼭지에서 가냘프게 졸졸 흐르는 식수를 2개의 물병에 담아 다시 대피소로 올라가 장터목대피소 앞으로 걸어 나왔다.(14:45)
 처음에는 지금까지 보기 드문 평탄한 산책로 같은 길을 따라 오르다 이어서 나오는 통나무계단을 어느 정도 올라갔나 했더니 이어지는 돌밭 길을 따라 올라가다 산봉우리 연하봉(1,730 m, ◀세석대피소 2.6 km, ▶장터목대피소 0.8 km)을 넘어(15:03) 다시 통나무 계단과 돌밭 길과 바위산을 번갈아 오르고 나면 다시 내리막과 능선 길을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서, 첩첩산중 들리는 것은 숲속에 이는 바람소리와 이름모를 산새들의 지저귀는 새소리며, 보이는 것은 하늘을 뚫는 거대한 산봉들과 파란 잎 푸른 숲에 취해 깊고 깊은 지리산의 각종 비경들을 향해 말없이 바라보며 걷다보니, 세속적인 부와 명예가 하잘 것 없는 것이며 산 아래 낮은 세상에서 저만 잘 살겠다고 남을 속이며 사기치고 살아가는 못 된 인간들에게 여기와서 자연을 배워보라고 권하고 싶으며 지금까지 각종 사업 목표와 영업실적 등으로 바둥바둥 살아오며 찌들은 나의 삶에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주는 새로운 기회로 삼아 육체적으로 괴롭지만 산악인이라면 한번쯤 시도하고 싶은 지리산 종주를 위하여 건강하게 걷고 있는 이 순간이 행복하고 즐겁다고 생각하면서 어느새 또 다시 높은 봉우리 촛대봉(1,703 m, ◀세석대피소 0.7km, ▶장터목대피소 2.4 km)에 올라(16:20) 잠시 배낭을 풀어놓고 목도 축이며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정말 촛대처럼 생긴 봉우리등 주위경관을 돌아보고 다시 배낭을 챙겨 통나무 계단을 밟고 내려가니 오늘의 목적지 세석대피소(1,560m, ◀노고단 20.4 km, ▶천왕봉 5.1 km)이다.(16:40)  

            그림 4 .세석대피소 입구와 우체통

 대피소에 도착하여 대피소 전면에 위치한 야외 식탁의 한쪽에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약간의 휴식을 취하며 배낭속의 코펠과 버너를 꺼내어 대형 코펠을 들고 저 아래 샘터로 내려가 물을 떠다가 마주 보고 앉아서 중형코펠에 물을 붓고 버너에 불을 붙여 라면 3봉을 끓여서 김치와 찬밥을 말아 맛있게 먹고 여유를 갖고 설거지를 하려고 샘터에 내려가니 청결한 자연환경을 유지하기 위하여 샘터 현장을 지키고 있던 국립공원 여직원이 “퐁퐁은 물론 밥풀 하나도 물로 닦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며 “설거지는 화장지로 하라”며 “양치질도 치약으로는 하지 말라”고 하기에 할 수 없이 양치질도 못하고 그냥 식탁으로 올라왔다.

 

 

           그림 5. 세석대피소의 야외취사장 모습

 식사를 했던 야외식탁으로 돌아와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주위사람들의 조언에 따라 코펠에 물을 조금 붓고 다시 끓여서 끓는 물로 그릇을 가신 후에 화장지로 닦아 설거지를 깨끗이 마무리하고 쉬고 있다가, 대피소이용 안내방송(18:00) 을 듣고 관리실에 올라가 인터넷으로 대피소를 예약한 프린트한 예약신청서와 주민등록증을 갖고 찾아가다 마침 [레조토피아] 김웅식 회장님에게 제출하여 취침자리 번호 145,146번호를 배정받아 그 번호가 있는 침상으로 찾아가니 2층의 2층 침상 끝부분으로 마치 군대시절의 내무반처럼 마루바닥의 약 2m 넓이의 침상을 1인당 가로 약 60~ 70 cm 크기로 나눠서 번호를 메긴 공간의 끝부분에 배낭 등 우리의 각종 짐을 옮겨놓고 대피소 밖으로 나오니 어둡기 전에 식사하려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등산객들을 바라보니 마치 벌통속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꿀벌처럼 느껴진다고 생각하며 쉬고 있는데 갑자기 멀리서 소방서 119 헬리콥터가 온 동네가 떠나 갈 듯한 굉음과 함께 서서히 날아와 샘터 부근의 헬기장에 태풍같은 회호리 바람을 일으키며 내려앉자 이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무슨 심각한 환자인지를 태우고 굉음과 바람을 일으키며 떠나가고 난 후에 주변을 바라보니 식탁이고 그릇위에는 온갖 모래투성이다.
날이 어두워져 늦게 도착한 사람들은 조명등을 키고 식사를 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일찍 식사 한 것을 다행이라며 우리의 배정된 침상으로 올라와 마루바닥에 누워 있는데 오후 8시 안내방송에 따라 관리실로 내려가 1인당 모포 2장씩을 배정받아 갖고 침상으로 올라와 모포 한 장은 깔고 모포 한 장을 덮으며 잠을 청하려고 눕기는 누웠는데 무거운 배낭을 짊어져 그런지 어깨가 욱신거리며 아픈 것을 느끼며  잠을 못 이루다가 소등을 하여 실내는 캄캄하고 활짝 열어놓은 창가에는 칠흑같이 어둡지만 솔솔 들어오는 산속의 신선하고 맑은 공기 덕분에 더운 줄 모르고 잠이 들었나 보다.

 

 

        그림 6. 세석대피소의 침상 모습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붙어서 자다보니 늦게 도착하여 들어와 자기들 끼리 쏘근대며 떠드는 사람, 밖에서 술을 마시거나 놀다가 들어오는 사람, 코를 골며 정신없이 자는 사람, 화장실 가는 사람, 배낭에서 무엇을 찾아 꺼내거나 무엇을 집어넣으려고 부시럭대는 사람 등등에 깊은 잠을 못자고 자다 깨다 반복하다 새벽 3시 경에 화장실을 가려고 출입문을 열고 나가서 어두운 밤하늘에 1미터 앞도 분간 못 할 정도의 짙은 안개가 내리는 것을 보고 오늘의 날씨를 걱정을 하며 침상으로 올라와 보니 우리 일행들 대부분이 자기가 누워있던 자리에 모포를 개어놓고 자리를 비운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며 다시 눕기는 누웠는데 잠은 오지 않고 오늘 등산을 무사히 마치고 귀가 할 수 있을까 ? 하고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

 

2005년 6월 26일 (일) 날씨: 하루 종일 흐리고 비

 

3시 30분경에 같이 온 [레조토피아]총무 민영복씨가 깨우며 “빨리 일어나 내려가자”고 하기에 우리도 모포를 개어놓고 배낭을 챙겨서 내려가 엉겁결에 출입문을 열고 나가니 비가 오기 시작하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처마 밑에서 배낭속의 자켓을 찾아 입고 배낭커버를 배낭에 씨워 1층으로 내려가 아침식사를 어떻게 해결을 할까 망설이고 있는데 마침 우리 레조토피아 일행들이 식사를 하며 같이 먹자기에 김국장과 함께 북어국 한 그릇에 식탁위 비닐봉지 속의 찬밥 두세 숟갈 떠서 말아먹은 덕분에 아침을 아주 쉽게 식사를 해결하고 비닐봉지속의 그 밥까지 점심으로 먹을 만큼만 조금 얻어서 배낭 속에 넣고 다시 우비를 쓰고 짐을 챙겨서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다음 목적지를 향하여 캄캄한 깊은 산 속의 길을 김국장은 내가 빌려준 손전등으로 나는 모자위의 이마등으로 불을 밝히며 세석대피소를 빠져나갔다. (04:15)

 

 앞에는 김국장이 지나가고 나는 그 뒤를 따르며 미끄러운 바위 돌과 통나무계단을 밟고 올라가며 좁은 길가로 우거진 나뭇가지와 잡풀더미로 가려 중간중간 갈라진 길에서 멈추었다 다시 확인하며 등산로를 찾아 20분정도 올라갔을까 ? 저 멀리 앞에 가던 김국장의 불빛도 안보이고 통나무 계단을 올라서자 세 갈래 길이 나오는데 뚜렷한 등산로를 찾지 못해 이리 가보고 저리 가보고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아니면 옆으로 갔다를 반복하며 정확한 등산로를 찾으려다 결국은 등산로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다.

 

 나의 위치도 모르고 한밤중이라 지나가는 사람도 없을 뿐만 아니라 가까운 등산로가 어느 방향에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앞은 어두워 캄캄한데 단지 머리위의 희미한 이마등만 의지하고 혹시나 내가 하얀 우비를 입고 있어 지나가는 사람이 멀리서라도 바라보고 불러 주면 길을 찾아 갈수 있을까 ?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여야 하나 ? 정확한 해답은 없이 나 혼자 길을 찾으려고 좌불안식 미친 망아지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주위에서 높은 곳을 찾아 올라가 주위를 아무리 살펴봐도 인기척 하나 없이 앞으로 나아갈 등산로는 도저히 찾을 수 없고 신발과 바지는 비 오는 산속에서 헤메다보니 다 젖어 가는데 이렇게 하다가 내 자신이 안개 속에 실종되어 인생의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고 잘못되면 뉴스거리가 되는 것이 아닐까 ? 하고 생각하니 아찔한 것이 온 몸에 소름이 끼치며 정신이 바짝 든다.

 

초조하고 불안해서 “사람 살려, 사 람 살 려”하고 큰 소리로 외쳐보기도 하고 여기가 어디인줄 몰라도 길을 잃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에게 알리고 싶어도 연락할 만한 전화번호도 생각나는 것이 없는데 답답하고 한심한 내 자신을 용서 할 수가 없어 생각난 것이 김국장한테 핸드폰을 계속하여 걸어봐도 받지를 않고 같이 왔던 [레조토피아] 총무나 회장의 전화번호는 알 수 없고 119 전화라도 해보자고 전화를 해봤는데 “목소리가 잘 안 들린다”고 하는데 땅이 꺼지고 미칠 것 같은 절망감이 들어 어찌할 바를 몰라 망설이다가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침착하고 냉정하게 다시 생각해서 현명한 판단으로 길을 찾아 봐야겠다는 생각에 우선 이마위의 불을 끄고 만약을 위한 최후의 비상수단인 핸드폰을 안 젖게 잘 관리하여야겠다는 생각에 호주머니속의 핸드폰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길이 있을만한 낮은 곳을 향하여 비 맞은 숲속을 혜치면서 10여분을 조심조심 내려가다 다행스럽게도 넓은 길의 등산로를 발견하고 그 길을 따라 미친 듯이 부지런히 따라 가다보니 영신봉(1,651.9 m 세석대피소 0.6km. 벽소령대피소 5.7km 연하천대피소 9.3 km)의 표지목을 발견(04:52)하고 안도의 숨을 쉬고 마음의 평안을 되찾은 후에 벽소령을 향하여 부지런히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림 7 선비샘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등산객

비를 맞으며 땅이 젖어 미끄럽고 험준한 바윗길이지만 앞에 가는 동료들을 서둘러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에 거의 뛰다싶이 걸어서 가다보니 등에 짊어진 배낭이 어제와 똑 같은 배낭이지만 오늘은 어제보다 훨씬 가볍게 느껴지는 것을 느끼며 오로지 등산로를 따라 무조건 앞길만 보고 산을 오르는 것인지 내려가는 것인지는 관심없이 어둠이 걷혀가고 서서히 밝아오는 새벽의 안개속을 미친 사람처럼 나아가다보니 어느새 칠선봉(1,558 m, 세석대피소 2.1km. 벽소령대피소 4.3 km)을 지나(05:25) 조금 내려가다가 우리 [레조토피아] 김웅식 회장등 우리 일행을 만나 그들과 함께 새벽부터 내리는 궂은비를 맞으며  산길을 혜치며 편안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가다보니 갑자기 공원같이 넓은 평원이 나오기에 자세히 보니 깨끗하게 둥근 돌로 쌓은 석벽에서 졸졸 흘러내리는 맑은 샘물을 한 모금 마시고 돌아서니 우뚝 솓은 선비샘(1,491m, 세석대피소 3.9 km. 벽소령대피소 2.4 km)의 표시목을 발견하고(06:10) 또 다시 작은 고개를 넘어 한참을 걸어가니 희미한 안개 속에 그림처럼 나타난 빨간 우체통있고 안개속에 가려진 벽소령대피소를 바라보며 지나가자 대피소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김국장이 반갑게 맞이한다.(06:55)

 

 

       그림 8. 비 맞으며 라면을 끓이는 김국장(연하천대피소)

  벽소령대피소에서 다시 크고 작은 바위를 지나서 작은 자갈들이 깔려있는 미끄러운 가파른 바위로 된 오르막길을 따라 헉헉거리며 형제봉을 넘어 가자니 비가와서 그런지 땀은 흘러 내리지만 어제같이 뜨거운 뙤약볕에 비하면 덥지도 않고 물도 그렇게 먹지 않고도 쉽게 걸어가기는 좋은데 자욱한 안개로 인하여 시야가 짧고 좁다보니 산행로 좌측엔 무슨 절벽 같은데 하이얀 구름으로 뒤덮여 있어 주변의 경관을 바라볼 수 없어 오로지 앞에 보이는 등산로만 따라 앞으로 걸어 가다보니 망망대해의 해변을 걷는 것처럼 지루하기도 하였지만 이따금 지저귀는 이름모를 새들의 반가운 인사를 들으며 연하천 삼거리를 지나 키가 큰 나무가 삐쭉삐쭉 솓아있는 수목지대를 지나가는데 신발이 방수가 안되는지 양말까지 물이 스며들어 양쪽 발의 엄지발가락이 아프고 쓰린 통증을 느끼며 해발 1480m의 고산지대 임에도 불구하고 숲속을 누비며 흐르는 물줄기가 구름속에 흐르고 있다는 연하천대피소(1,440m, 천왕봉 15.0 km. 노고단 10.5 km)에 도착하니 대피소 앞에 시원한 샘물이 시원하게 흘러넘친다.(08:49)

 

 도착하자마자 샘터부근에 자리를 잡고 이슬비처럼 내리는 비를 맞으며 배낭을 내려놓고 코펠에 물을 붓고 버너에 불을 피워서 라면 2봉을 넣어 끓여서 김치를 꺼내어 끓는 코펠과 버너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떨어지는 빗방울과 함께 라면 국물에 아침에 얻어온 비닐봉지속의 찬밥을 말아서 먹어가며 아침식사를 하고 나니 새로운 힘이 솓아 나는 것을 느끼면서 코펠에 물을 조금 붓고 다시 끓여서 화장지로 설거지를 하고서 짐을 꾸려 배낭을 챙겨서 또 다시 새로운 목표 노고단을 향하여 나무계단을 밟고 올라가기 시작하였다.(09:30)

 

 연하천을 떠나 명선봉 부근의 울창한 침엽수림을 지나 차츰 완만해지다가 한동안 돌밭 길과 능선의 평지 길을 서서히 내려가다 완만한 능선안부와 갖가지 잡목 숲을 지나 경사도 있고 힘도 드는 길을 따라 미끄러운 바위벼랑을 기듯이 가파르고 지루한 등산로를 따라  구상나무 숲의 아주 넓직한 평지의 헬기장이 있는 토끼봉(1,533 m, ◀노고단 7.5 km, ◀ 뱀사골대피소 1.4 km, ▶연하천대피소 3.0 km. ▶천왕봉 18.0 km) 정상에 올라서면 해발 1,500m의 내외의 산경이 수려한데 토끼봉이란 명칭은 주변에 토끼가 많다거나 봉우리가 토끼 모양이라서 그러는 게 아니고 반야봉을 기점으로 동쪽, 즉 24방위의 정동(正東)에 해당되는 묘방(卯方)이라 해서 토끼봉(卯峯)으로 부르는 것이라 한다.

 

 

   그림 9 화개재를 걷고있는 김국장과 등산객

토끼봉을 지자 가파른 내리막길이라 미끄럽기는 하지만 궂은비가 쉬지 않고 내리는 산길이라 30분 정도 조심조심 내려오니 예전에 경상도 하동에서 전라도 남원으로 넘어 다니던 고갯길로서 물물교환하며 시골장터 역할을 했던 화개재(1,315m, ◀노고단 6.3km. ▶천왕봉 19.2 km)의 생태계 복원을 위한 나무계단에서 뱀사골로 내려가는 화개재삼거리(▶뱀사골대피소 200 m. ▶반선 9.2 km)를 지나 삼도봉으로 향하자 가파른 오르막 길에 목재테크로 설치한 240m의 나무계단(600 계단 ?)을 올라서니 다리도 아프고 힘이 들어 중간에 잠시 쉬었다 물도 마시어가며 20분을 올라 왔는데 또 다시 미끄러운 가파른 바위 길을 7분정도 땀을 흘리며 경상남도(하동군)와전라남도(구례군), 전라북도(남원시) 삼도의 큰 경계역할을 하고 있는 삼도봉(1,550m, ◀노고단 5.5km,  ▶뱀사골 1.0km,  ▶천황봉 20.0km)에 올라(11:48) 구슬비를 맞으며 삼도봉 표석에 앉아 잠시 포즈를 취하고 노고단을 향하여 발길을 재촉한다.

      그림 10 삼도봉 정상 표지석 앞에서

 비가 안 오면 반야봉도 오를 수 있었겠지만 갈 길이 바쁜 우리로서는 반야봉 삼거리를 지나 피아골 방향으로 가파르게 흘러내리다 노루들이 지나다니던 길목이며 반야봉의 지세가 이 곳에서 잠시 멈춰 마치 노루가 머리를 지켜들고 있는 형상의 바위 모양 때문에 붙여졌다고 하는 노루목을 지나 통나무 계단 양옆으로 잡목 숲이 우거지고 비가 와 군데군데 물이 고여있는 산길을 타고 30분 정도 오르락 내리락하다 임걸령(◀노고단 3.2 km. ▶뱀사골 3.3 km, ▶반야봉 2.3 km) 고개를 넘으면 넓은 시야가 확트인 바위언덕이 나오며 반대쪽으로 임걸령 샘터에서 시원한 생수를 물 한병을 받아들고 10분정도 내려가면 피아골 삼거리를 지나 희미한 안개속으로 넓고 평탄한 능선을 올랐다 넘어서면 현재도 멧돼지가 자주 출몰할 정도로 돼지가 많다는 돼지령(◀노고단 1.1km. ▶임걸령 2.1 km) 삼거리에 다다르자 넓은 공터에 많은 등산객들이 모여서 배낭을 풀어놓고 휴식을 취하며 쉬는 평화스러운 모습이 보인다.(13:22)  

 

 등산로가 가파른 통나무계단의 오르막도 있고 돌밭 길도 있으면서 약간의 정글 같은 숲 속 길도 있었지만 쉬지 않고 내리는 이슬비를 맞으며 양발의 엄지발가락의 고통스럽고 심한통증을 느끼며 대체로 완만하고 평탄한 능선 길을 따라 길을 덮는 잡목 숲사이로 고인 물을 첨벙거리고 미끄러운 바윗돌을 밟아가며 약 30분 이상을 걷다보니 드디어 노고단(1,507 m, ▶천왕봉 25.5 km. ▶반야봉 5.5 km)에 올라 왔는데(13:59) 짙은 안개로 시야가 흐리다 보니 우측의 희미하게 보이는 돌탑도 자세히 못 보고 앞 사람을 따라 노고단 대피소를 향하여 돌밭 길을 내려와 역시 짙은 안개속의 노고단 대피소의 공동취사장과 대피소 숙소 앞을 지나 성삼재로 가는 돌계단 길을 따라 질러서 내려왔다.

 

 

       그림 11. 임걸령의 임걸령 샘터

돌계단을 벗어나자 넓은 대로에 접어드니 교량이 나오면서 그 다리 밑으로 맑고 시원한 물이 흐르기에 다리를 건너 좌측계곡으로 올라가 시원한 냉수에 발을 담그기 위해 신발을 벗으니 양발의 엄지발가락의 발바닥에서 엄지발톱 쪽으로 동전크기 이상으로 물집이 잡혀 쓰리고 아픈 것을 달래며 찬물에 담그었다 수건으로 딱고 말려서 다시 어제 벗어놨던 양말을 꺼내어 갈아 신고서 다시 배낭을 메고 도로로 내려와 평탄한 빈대떡 같은 돌이 박혀있는 돌담길을 따라, 길도 좋았지만 발걸음도 훨씬 가볍고 부드럽게 걸어서 성삼재에 도착(14:50)하여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피고 있었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기에 전화를 받으니 [레조토피아] 민영복 총무가 “지금 어디냐 ? 성삼재 매표소 밖으로 나오면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하여 매표소 밖으로 나와 버스에 오르니 같이 동행했던 동료 산행인들이 반갑게 맞이하여 배낭을 내려놓고 편안한 의자에 등을 기대어 앉으니 어제부터 지금까지 힘들었던 피로가 확 풀리는 것이 드디어 나의 작은 꿈 지리산 종주를 내 스스로 끝마쳤다는 성취감에 하늘을 나를 것만 같았다. (1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