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산 육육봉을 아는 이 나와 백구... 청량산

(어풍대에서 바라보는 청량산)

  

- 청량산의 개요

 

청량산은 경북 봉화군 명호면에 위치한 높이 870.4m의 산으로 산의 형상이 바위봉우리로만 이루어진 듯한 기묘한 형태로 되어있고 사방 곳곳에 기암절벽이 있어 특이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산이다. 예로부터 많은 문인들의 수련장소로 유명하며 곳곳에 그 발자취가 상당히 많이 남아 산행을 겸한 역사 유적지로서도 유서가 깊은 산이다.

 

청량산에는 12봉우리(일명 六六峰)와 12대(臺), 8개의 동굴, 4곳의 우물 및 청량사, 응진전의 2개의 사찰과 퇴계 이황의 서당인 청량정사(오산당)가 있다. 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2봉〉의상봉(義湘峰, 丈人峰, 876m), 보살봉(菩薩峰, 外丈人峰), 선학봉(仙鶴峰), 자란봉(紫鸞峰), 자소봉, 탁필봉(卓筆峰)

              연적봉(硯滴峰), 연화봉(蓮花峰), 향로봉(香爐峰), 경일봉(擎日峰), 금탑봉(金塔峰), 축융봉(祝融峰,845m)

〈12대〉어풍대(御風臺), 밀성대(密城臺), 풍혈대(風穴臺), 학소대(鶴巢臺), 금강대(金剛臺), 원효대(元曉臺), 반야대(般若臺)

              만월대(滿月臺), 자비대(慈悲臺), 청풍대(淸風臺), 송풍대(送風臺), 의상대(義湘臺)

〈8동굴〉김생굴(金生窟), 금강굴(金剛窟), 원효굴(元曉窟), 의상굴(義湘窟), 반야굴(般若窟)

               방장굴(方丈窟), 고운굴(孤雲窟), 한생굴(邯生窟)

〈4우물〉총명수(聰明水), 청량약수(淸凉藥水), 감로수(甘露水), 김생폭(金生瀑)

 

청량산과 관련 있는 인물들을 살펴보면 신라시대에는 원효대사, 의상대사, 고운 최치원, 명필로 유명한 김생 등이 있고 고려시대에는 청량사 유리보전의 현판을 썼다는 공민왕이 있고 조선시대에는 퇴계 이황선생이 있다. 특히 이퇴계는 자신을 청량산인으로 부르며 청량산가를 노래하는 등 청량정사(오산당)를 짓고 후학을 가르친 곳이다.

 

청량산의 정상은 의상봉으로 낙동강 상류인 명호강쪽으로 바짝 붙어 독립봉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청량사를 둘러싼 봉우리들의 주봉 역할은 자소봉(855m)(현지 안내판을 살펴보면 보살봉이라는 명칭으로도 불리는 듯함)이 하고 있다. 봉우리들만 세워놓은 듯한 산세로 인해 등산로 또한 다른 산과는 다른 특이한 형태를 보인다. 암봉의 허리를 두르면서 등산로가 이어지다가 한차례 고도를 높이면 다시 허리를 휘감아 도는 듯한 모습이다. 따라서 등산로 한쪽은 낭떠러지 같이 가파른 길이다. 청량산은 대부분 바위로 이루어져 있으나 북한산, 도봉산의 미끈한 화강암 바위와는 달리 굉장히 울퉁불퉁한 형태의 바위이다. 주왕산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바위라 할 수 있다.

 

  

- 산행일 : 2005. 12. 3(토) 맑음

- 산행자 : san001 등 

 

- 산행개요

■ 코스 : 청량폭포입구~의상봉~뒷실고개~연적봉~자소봉~김생굴~응진전~오산당~청량사~선학정

■ 거리 및 시간 : 산행거리 약5.8km, 산행시간 3시간30분, 총시간 4시간58분

■ 구간별

청량폭포입구~(18분)~민가~(37분)~안부~(10분)~정상(의상봉)~(6분)~안부~(38분)~뒷실고개~(11분)~청량사갈림길~(11분)~연적봉~(11분)~자소봉~(22분)~청량사갈림길~(4분)~김생굴~(7분)~경일봉갈림길~(2분)~청량사갈림길~(5분)~어풍대~(1분)~총명수~(4분)~응진전~(5분)~청량사갈림길~(3분)~오산당~(4분)~청량사~(11분)~선학정

 

- 산행지도

(월간 산)

  

  

- 산행기

 

설레는 마음을 안고

경북 봉화의 청량산.

그 산의 사진을 처음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중국의 계림을 연상한다. 길다란 종지를 뒤엎은 듯한 봉우리로만 이루어진 산.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산세가 아닌 상상속의 산이란 느낌을 받는다. 그런 호기심에 몇 년전 청량산을 찾았지만 옅은 안개로 산을 제대로 조망하지 못하고 서울로 오는 시간에 쫓겨 다급하게 산행을 마친다.   

그 당시의 아쉬움이 항상 마음속에 숙제로 자리 잡은 가운데 다시 청량산 산행할 기회가 찾아온다. 마침 경방기간이라 정상인 의상봉을 갈 수 없지만 산행대장인 심산님의 도움으로 청량상도립공원관리사무소의 허락을 득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 때보다 한층 넓어진 청량산에 대한 시야와 이해를 갖고 기대 속에 청량산으로 향한다.   

 

청량산 박물관 관람

서울을 떠난 버스는 3시간만에 우리를 청량산입구 맞은편에 있는 청량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 앞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관리소 옆에 새로 설치된 너른 주차장과 청량산박물관 등 청량산의 위상이 몇 년전과 상당히 달라졌다. 봉화군의 청량산에 대한 애정이 물씬 풍긴다.   

우리 일행들을 위해 영접을 나온 봉화군 부군수님과 인사를 나누고 청량산박물관을 관람한다. 청량산박물관은 2층으로 된 건물로 1층에는 봉화군의 역사. 지형도, 축제, 민속놀이 등을 소개한 홍보실이 있고, 2층에는 청량산의 자연, 문화, 역사 등을 소개하는 전시실이 있다. 청량산에 관한 이모저모에 설명을 듣고 나니 청량산이 한결 친숙하게 다가온 느낌이다.  

(청량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

(청량산 박물관)

(박물관 직원으로 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청량산 영상물 관람)

(주세붕의 유청량산록)

 

산행코스

청량산의 들머리는 매표소에 가까운 쪽부터 청량폭포 입구(의상봉 가는 길), 선학정(청량사 가는 길), 입석(응진전 가는 길), 청량산휴게소 등 네가지이다. 앞의 세군데는 대부분의 청량산 봉우리들이 잇는 곳이고, 청량산휴게소는 축융봉 들머리이다. 들머리는 포장도로(버스 통행 가능)를 따라 각각 900m 간격으로 떨어져 있다.

오늘 코스는 청량폭포 앞에서 정상인 의상봉으로 막바로 올라 자소봉까지 능선 산행 후 청량사로 하산하는 코스이다. 경일봉을 생략하지만 그 외 김생굴, 오산당 등 청량산의 모든 부분을 가능한 산행코스에 포함시킨다. 

(청량산박물관에서 바라보는 청량산)


 

끝없는 된비알... 의상봉으로 가는 길

 

들머리인 청량폭포입구(산성식당 왼쪽)에서 가파른 경사의 콘크리트포장도로를 따라 오른다. 

초반의 느스함은 전혀 없는 S자 형태의 길이다.

이런 가파름이 청량산의 특징이다. 계곡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할 정도의 산세여서 대부분의 길은 급경사를 이룬다.

봉우리의 집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청량산. 청량산을 이루는 12개(일명 육육봉) 봉우리가 우후죽순처럼 솟아있는 아름다운 형상에 매료되어 그 옛날 많은 선인들이 이 산을 찾는다. 특히 예안이 고향인 퇴계 이황 선생은 청량산의 아름다움을 「청량산가(淸凉山歌)」라는 시로 노래하였다.

 

    청량산 육육봉(六六峰)을 아는 이 나와 백구(白鷗)    청량산 12봉우리를 아는 사람은 나와 흰갈매기뿐이로다.    

   백구야 훤사(喧辭)하랴 못 믿을 손 도화(桃花)로다    흰갈매기가 떠들겠는가. 못 믿을 사람은 도화(복숭아꽃)로구나.

   도화야 떠지지마라 어주자(魚舟子) 알까 하노라        도화야 (청량산에 대해) 떠들지마라 어부마저 알까 두렵다.

    

(청량폭포 맞은편의 들머리)

(좁은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오른다)

(초입에서 보이는 의상봉)

 

9분 정도 오르면 산길에 접어든다. 여전히 경사가 급한 길이다. 햇볕은 따스하지만 음지에는 고드름이 얼어있고 초겨울의 삭막함이 감돈다.

다시 9분 정도 오르자 민가가 나타난다. 양봉을 하는 집인 듯하다. 여기에서 병풍바위를 거쳐 청량사로 가는 고전적인 갈림길이 있다. 지금은 선학정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청량사로 오르지만 산행대장의 이야기로는 예전에는 병풍바위길을 거쳐 청량사로 소풍을 다녔다고 한다.

(산중턱의 민가)

(올라가면서 되돌아본 민가)

 

고개를 들면 예사롭지 않은 의상봉이 어느덧 가까워지고 있다. 올라온 입구는 벌써 한참이나 멀어져 있다. 등산로는 맨땅이 들어나 미끄럽고 주위에는 말라버린 덤불이 무성하다.

드디어 길게 이어지는 통나무 계단길. 계단길의 끝은 장인고개이다.    

고개에 올라도 여전히 청량산 특유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오직 수풀 사이로 보이는 자소봉 일대의 암벽만이 앞으로 펼쳐질 기대를 갖게 한다.

(맨땅이 들어난 등산로 주위에는 덤불이 무성하다)

(의상봉)

(나무계단길)

 

고개에서 좌측은 정상인 의상봉, 우측은 자소봉으로 가는 주능선길이다. 의상봉길로 접어들어 긴 철계단을 지나면  평범한 육산의 분위기를 느껴진다.

10분 오르면 너른 공터의 정상인 의상봉이다.

(장인고개)

(고개에서 보면 청량산의 참모습이 나뭇가지 사이로 서서히 들어난다)

(의상봉으로 가는 철계단길)

(의상봉 올라가는 길 막바지는 육산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의상봉(義湘峯)

의상봉(870.4m)은 사방이 만장절벽(萬丈絶壁)의 바위 단애로 둘러싸여 있지만 정상일대는 특이하게 황토층 토질로 되어 만병초(萬病草) 등 고산식물의 자생하는 곳이다. 의상대사가 수도하였던 곳이라 하여 의상봉으로 불리며, 주세붕 선생이 명명한 장인봉으로도 불린다.  

정상이지만 주능선 방향으로의 전망은 거위 없다. 여기에서 30m 정도 앞으로 나아가면 절벽 위에 걸려있는 전망대. 한가로이 구비치는 명호강과 올라온 들머리가 잘 내려다보이고, 절벽 옆에 우뚝 치솟은 암봉 등이 절경을 이룬다.

정상 바로 아래의 무덤 주위에 앉아 점심을 펼친다. 햇볕이 좋아 일찍 일어서려던 마음과 달리 느긋한 시간을 보낸다.

(의상봉 정상)

(정상에서 30m 나아간 지점에 있는 전망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명호강과 관리사무소 주차장)

(올라온 길과 입구가 보인다)

(전망대 옆의 절경)

(정상에서 바라보는 자소봉 방향, 가운데 뾰족한 봉우리가 자소봉이다)

 

  

선학봉(仙鶴峯)

 

자소봉으로 가기 위해 다시 장인고개로 내려선다. 장인고개부터 자소봉까지의 능선길은 청량산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준다. 능선에 종지처럼 엎어놓은 봉우리가 연이어져 능선을 따라 갈 수가 없다. 정면은 항상 절벽이 기다린다. 

고개에서 잠시 급하게 오르면 선학봉 갈림길이 있는 고개이다. 좌측으로 가면 선학봉이지만 내려가는 길은 없다.

선학봉(821m)은 신선과 학이 산다는 봉우리. 「월간 산」 지도에 의하면 선학봉이지만 청량산 등산안내도에는 자란봉으로 표시되어 있다. 

(장인고개에서 선학봉으로 오르는 길)

 

등산로는 고개를 넘어 밑으로 곤두박질친다. 워낙 급하게 내려가 그대로 하산하는 길로 연결될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다. 암벽 사이의 협곡 같이 좁은 길은 경사가 급해 상당히 미끄럽다. 내리막은 선학정 갈림길(→선학정, ↓의상봉 0.6km, ↑자소봉 1.3km)에서야 멈춘다.

(철계단을 내려가는 등 내려가는 길이 상당히 길다)

 

자란봉(紫鸞峯)

 

선학봉을 우측으로 돌아 다시 능선에 오르면 이제는 자란봉이 기다린다. 올라가는 길은 역시 좁은 협곡 사이에 설치된 철계단과 긴 밧줄에 의지한다.

(자란봉 올라가는 길 옆 바위면의 버섯) 

(철계단을 지나면 밧줄지대를 오른다)

 

한차례 숨가쁘게 오르면 절대 놓칠 수 없는 멋진 전망이 펼쳐진다.

 

청량산 산행 시 전망이 좋은 곳이 여섯군데 정도로 반드시 들려야 청량산의 진면목을 볼 수가 있다.  

① 의상봉 전망대(철난간) : 명호강 방향의 전망

② 자란봉으로 오르는 도중의 전망지대 : 선학봉 전망

③ 뒷실고개에서 철계단을 오른 후의 전망지대 : 금탑봉, 연화봉과 청량사의 전망

④ 연적봉 : 탁필봉, 자소봉의 전망

⑤ 자소봉 : 탁립봉의 전망

⑥ 어풍대 : 청량사와 청량사를 품에 안고 있는 봉우리들의 전망

 

거친 암벽이 단애를 이룬 선학봉과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멋진 바위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바위벽에는 나무, 풀 하나 없고 정상 부위에만 숲을 이루고 있다. 거친 돌기가 바위표면을 뒤덮고 있는 바위의 성질이 마이산, 주왕산과 너무나 흡사하다.

(선학봉 일대의 전경)

(선학봉)

(선학봉 일대의 풍경)

 

자란봉(795m)은 바로 위에 있다. 자란봉은 상상의 새인 난(鸞)새가 춤추는 모습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청량산 산행안내도에는 향로봉으로 표시되어 있다. 

자란봉을 지나면 약간의 오르내림을 거쳐 뒷실고개로 내려선다.

 

 

뒷실고개

뒷실고개(↓장인봉 1.3km, ↑자소봉 0.7km, →청량사 0.7km, 입석 1.2km)는 청량사로 하산하는 갈림길. 경방기간에는 여기까지만 산행이 가능하고 원칙적으로 의상봉 방향은 통제된다. 청량산의 경방기간은 11월1일부터 5월31일까지로 7개월간 통제가 된다.   

(뒷실고개 옆의 철계단)

 

  

연적고개

뒷실고개에서도 예외 없이 긴 철계단을 오른다. 계단위는 역시 대단한 전망지대. 금탑봉과 우측의 연화봉 사이에 자리 잡은 청량사가 내려다보인다.

무명봉을 지나면 바로 연적고개(자소봉 0.6km, →청량사 0.9km)이다.

(철계단위 전망지대에서 바라본 좌측 금탑봉과 우측 연화봉 그리고 청량사)

(의상봉)

(좌측 연화봉)

 

 

연적봉(硯滴峯)

 

연적고개를 지나면 능선길은 모처럼 일반 산에서 보는 평범한 모습으로 변한다. 점점 고도를 높이는 길 주위에는 소나무들이 시원시원하다.

잠시 후 작지만 우뚝한 봉우리가 앞을 가로 막는다. 연적봉이다. 의상봉, 선학봉, 자란봉과 달리 거대한 규모의 봉우리가 아니다. 물론 연적봉 앞의 탁필봉, 자소봉 또한 봉우리라 하기보다는 뾰족바위라 표현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연적봉은 연적을 닮았다하여 이름 붙여진 봉우리로 사방이 단애로 이루어져 철계단을 통해 오른다. 사방이 거칠 것 없는 전망. 눈앞에는 탁필봉과 자소봉이 지척에 보인다. 

(가면서 바라본 연적봉)

(자소봉과 앞의 탁필봉, 겹쳐서 보인다)

(의상봉)

 

청량산의 12봉과 12대. 숫자를 맞춘 느낌은 들지만 12봉 하나하나의 봉우리가 대체로 개별성이 강하다. 이 중 등산로와 연결된 봉우리는 의상봉, 선학봉, 자란봉, 연적봉, 탁필봉, 자소봉, 경일봉, 축융봉 등 8개이며, 오를 수 있는 봉우리는 탁필봉을 제외한 7개 봉우리이다.

나머지 봉우리등은 모두 옆에서 바라보는 봉우리.     

 

  

 탁필봉(卓筆峯)

철계단을 다시 내려오면 바로 탁필봉(820m). 붓끝 같은 모양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올라가는 봉우리가 아니다. 바로 뒤의 자소봉과 모양은 쌍둥이처럼 닮았고 크기는 절반 수준이다.

(탁필봉)

 

 

자소봉(紫소峯)

 

탁필봉 아래의 철난간을 지나면 거대한 규모의 자소봉 직벽이 나타난다. 직벽의 아래는 파도에 의한 침식 형태의 둥근 처마를 이루고 있다.

(연적봉에서 내려다본 모습. 탁필봉의 우측 하단에 철난간이 있다)

(자소봉의 하단, 깊게 파여져 있다)

 

자소봉은 자소봉을 돌아 동쪽 방향에서 철계단을 따라 오른다. 정상은 철난간이 있는 너른 너럭바위. 실제 정상은 너럭바위에서 약5m 수직으로 솟아있지만 오를 수는 없다.

자소봉(855m)은 푸른 바위가 천길 허공에 솟아있다 하여 유래된 이름이다. 마치 9층탑을 연상케한다. 자소봉은 보살봉 또는 외장인봉으로도 불리우며, 정상인 의상봉과 더불어 청량산의 대표적인 봉우리이다.

핵심봉우리임에도 시야는 북쪽과 동쪽으로만 트여있다. 탁립봉과 그 너머 일월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자소봉으로 오르는 철계단길)

(자소봉 너럭바위)

(자소봉에서 바라보는 탁립봉과 그 뒤 흐릿한 하늘금을 그리는 일월산)

  

 

김생굴

 

이제 하산길에 접어든다. 10분 정도 지능선을 따라 내려오면 길은 능선을 벗어나 산허리길로 이어진다. 몇차례 건너가는 계곡은 역시 좁은 협곡이다. 절벽 옆의 철발판이 설치된 사면길을 지나면 김생굴이 나온다. 

(계곡을 건너는 아취형 다리)

 

김생굴은 신라시대의 명필인 김생이 글씨 공부를 하던 곳으로 김생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반원형의 자연암굴 형태로 동굴이라기보다는 크게 처마를 이룬 바위 밑의 공간이다.

김생굴 위의 처마를 이룬 바위에서 폭포처럼 물이 떨어진다. 청량산 사정(四井)의 하나인 김생폭이다.

김생설화는 청량봉녀의 전설로 전해진다. 9년간 서도를 공부하고 하산을 채비를 할 즈음 청량봉녀와의 길쌈 대결에서 패하고 실력부족을 깨닫게 된다. 다시 1년을 더 공부하여 10년을 채운 후 세상에 나와 명필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는 설화이다.

(김생굴)

(김생굴 위의 김생폭, 고드름만 달려있다)

 

이렇듯 김생굴을 포함하여 청량산은 신라시대부터 수많은 역사인물과 관련된 유적과 설화가 전해진다. 지금도 험한 길을 뚫어 청량산을 접하지만 예전에는 얼마나 찾기가 힘든 산이었을가. 그런대도 뭔가 산의 氣가 모여지는 듯한 산세와 험준하지면서도 자연에 절로 동화되어가는 산세에 수도처로서 그 역할을 다하지 않았는가 추측이 된다.

 

남아있는 유적지를 보면 다음과 같다. 가히 역사의 산이라 아니할 수 없다.

① 신라 명필 김생 유적 : 김생굴

② 신라 고운 최치원 유적 : 치원대, 고운굴, 총명수

③ 신라 의상대사 유적 : 의상봉, 의상대, 의상굴

④ 고려 공민왕 유적 : 고려왕당, 유리보전 현판, 청량산성, 원효봉

⑤ 조선 퇴계 이황 유적 : 오산당

⑥ 조선 주세붕 : 청량산 12봉의 명명

 

어풍대

김생굴을 지나면 경일봉(↓김생굴 0.1km, 자소봉 0.9km, ←경일봉 0.7km), 청량사 갈림길(→청량사 0.4km, ↑응진전 0.4km, ↓김생굴 0.2km)을 지난다.

응진전 방향으로 조금 더 나아가면 천혜의 전망대인 어풍대이다.

어풍대는 청량산 12대 중의 하나로 청량사와 청량사를 둘러싸며 바위병풍을 이룬 주변의 봉우리들을 한눈에 조망하는 청량산 최고의 전망지대이다. 높은 봉우리들 사이의 거대한 분지에 자리 잡은 청량사가 상당히 아늑하다.

(어풍대에서 바라보는 청량사, 우측 뾰족한 봉우리는 좌측부터 연적봉, 탁필봉이다)

(어풍대에서 바라본 모습, 좌로부터 연적봉, 탁필봉, 자소봉이다)

(어풍대에서 바라본 청량사)

(어풍대를 지나 바라본 연화봉, 아래에 청량사가 있다)

 

 

총명수

어풍대를 지나 산허리를 돌아가면 바로 총명수이다. 신라시대 고운 최치원이 청량산에 들어와 이 물을 마시고 총명함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긴 세모꼴의 바위 틈 사이에 물은 고여 있어도 지금은 마실 수가 없다.

(총명수)


 

풍혈대

평탄한 산허리길. 이 길은 깎아지른 경사를 이루고 있는 금탑봉의 중단을 횡단하는 길이다. 김생굴, 어풍대, 총명수, 응진전 모두 금탑봉의 산 허리에 비슷한 높이에 짧은 거리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다.

금탑봉은 거대한 탑 모양을 하고 있는 봉우리로 산허리를 지나가는 중단길과 하단길 두가지 길이 있다. 멀리서 보면 선을 그은 듯하여 마치 3층탑으로 보인다.

총명수를 지나 조금만 가면 풍혈대로 가는 이정표가 있다. 가파른 경사를 조금만 올라가면 평평한 바위면이 있는 풍혈대이다. 그 옆 바위에 바람이 들어오는 조금만 구멍이 있다.


 

응진전

응진전의 응진전은 청량사의 부속암자로 일명 외청량사로도 불린다. 금탑봉의 수려한 바위를 배경으로 전망이 상당히 좋은 곳에 위치한 암자이다. 축융봉과 더불어 청량산으로 올라오는 도로가 잘 보인다.

(절벽아래에 위치한 응진전)

(응진전에서 바라본 축융봉 방향 전경)

  

 

오산당(청량정사)

 

응진전에서 청량사를 보기 위해 다시 오던 길로 돌아선다. 올 때는 구경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청량사 갈림길까지는 5분이면 갈 수가 있다.

가파른 길을 내려서면 오산당이다.

 

오산당(청량정사)은 16세기에 이우선생이 건립하여 퇴계 이황을 가르치던 건물로, 퇴계선생이 陶山十二曲을 이곳에서 저술하였다고 한다. 청량산은 그만큼 퇴계선생이 애정을 갖고 있던 산이다. 도산서원을 지금의 자리에 지을까 청량사에 지을까 고민하였다고 한다.

오산당과 담을 이웃하는 건물은 초막산방이라 불리는 산꾼의 집이다. 봉화가 고향인 이대실씨가 자리잡은 곳으로 최근 달마명장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아홉 가지 약초를 달여 청량산에 오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차를 13년간 제공한다는 곳이다. 장독대와 농기구 등에서 산골의 정취가 묻어 나온다.

(오산당)

(산꾼의 집)


 

청량사(淸凉寺)

청량사 또한 오산당에서 지척.

청량사는 신라 문무왕 3년(663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이라 한다. 자소봉을 뒤로 하고 옆으로는 연화봉과 금탑봉이 에워싸는 형태의 분지에 자리잡고 있다. 대웅전인 유리보전의 현판은 공민왕의 친필로 전해진다.

범종루와 최근에 세워진 석탑 등이 주위의 봉우리들과 어우러져 산사의 깊은 맛을 은은히 풍긴다.  

(청량사)

(석탑과 금탑봉)

(유리보전, 현판은 공민왕 글씨이다)

(범종루 처마와 석탑)


 

선학정(육각정자)

어느덧 해가 점점 기울고 있다. 날씨마저 제법 쌀쌀하고 이제 봉화의 명물인 숯불구이 생각이 간절하다.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차량통행이 가능하지만 이 길도 경사가 급한 길이다. 10분 정도 내려가면 육각정자인 선학정이 있는 도로이다.

(석학정 입구의 산행안내도)


 

뒷풀이

뒷풀이는 봉화의 명물인 돼지고기 숯불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봉성으로 향한다. 봉성은 조선조에 현이 있던 고장으로 지금의 봉화보다도 큰 도시였다. 기름기를 제거한 숯불구이에 허기진 배를 마음껏 채운다.


 

설경의 서울

막힘없는 길을 따라 4시간만에 광화문에 도착한다. 함박눈으로 하얗게 변한 도심의 야경이 가로등 불빛에 반사되어 환상적이다. 올해 실질적인 첫눈. 청량산 산행을 축복하는 듯 가슴에도 뜨거운 설레임이 내린다.  

(보신각의 설경)


 

청량산의 멋

단풍철에 찾아가면 너무나 아름다운 청량산. 다소 시기는 늦었지만 병풍을 이룬 청량산의 비경을 마음껏 즐긴 산행이다.

청량산을 즐기려면 청량산이 간직한 역사유적과 청량산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왜 수많이 선인들이 청량산을 찾아왔는지, 그리고 청량산의 매력이 무엇인지는 그 범상치 않은 산세를 직접 경험하며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우후죽순처럼 솟아오른 봉우리만의 산. 비록 계곡은 발달하지 못하여도 속세를 떠나려는 마음이 절로 우러나오는 가히 신선의 산이다. 


 

- 산행일정

 

   07:20   잠실역 출발

   10:25   청량산 입구, 관리사무소 도착

   10:35   청량산 박물관 관람

   11:10   출발

 

   11:21   청량폭포 입구, 산성식당 : 산행시작

   11:30   산길 시작

   11:39   민가, 갈림길 : ←장인봉, →병풍바위, 청량사

   12:08   나무계단길

   12:16   장인고개(안부) : 의상봉 0.3km(20분), 자소봉 1.6km(1시간50분), 통제소 1.5km(1시간10분)

   12:22   출발

   12:32   정상

   13:25   출발

   13:31   안부

   13:36   고개, 119(10) : ↑등산로, ←선학봉(표시 없음) ⇒ 이후 거친 내리막

   13:42   갈림길 : →선학정, 의상봉 0.6km(40분), 자소봉 1.3km(1시간30분)

   13:49   안부 : 장인봉 0.6km, 자소봉 1.5km, 선학봉 0.3km, 청량사 1.6km

   13:57   전망지대

   14:02   자란봉

   14:09   뒷실고개 : 장인봉 1.3km(1시간30분), 자소봉 0.7km(25분), 청량사 0.7km(25분), 입석 1.2km

   14:18   봉우리

   14:20   연적고개(안부) : 자소봉 0.6km(20분), →청량사 0.9km(1시간)

   14:27   봉우리

   14:30   철계단

   14:31   연적봉, 전망봉우리

   14:35   출발

   14:38   탁필봉 옆

   14:41   갈림길 : 청량사 0.9km(50분), 응진전 1.4km(1시간40분), 경일봉 1.2km(1시간), 탁필봉 0.2km, 의상봉 1.6km(2시간)

   14:46   자소봉

   14:52   출발

   15:02   이정표 : 감생굴 0.6km(30분), 응진전 1.1km(1시간) ⇒ 능선 벗어남

   15:12   아취형 목교

   15:14   청량사 갈림길

   15:18   김생굴

   15:25   갈림길 : ↓김생굴 0.1km, 자소봉 0.9km, ←경일봉 0.7km, ↑청량사, 응진전

   15:27   청량사 갈림길 : →청량사 0.4km, ↑응진전 0.4km, ↓김생굴 0.2km

   15:32   어풍대

   15:33   총명수

   15:37   응진전

   15:42   출발

   15:45   총명수(聰明水)

   15:46   어풍대

   15:47   청량사 갈림길

   15:50   오산정(청량정사), 산꾼의 집

   15:55   출발

   15:59   청량사

   16:08   출발

   16:19   선학정,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