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에서 한폭의 동양화를 보다.

  

2007,1,27(토)

첨단산악회

  

코스: 백운동매표소-백운1~2교-서성재-칠불봉-상황봉-해인사

9km  5시간

  

바위에 부딪치며 미친 듯 쏟아지는 물소리,

첩첩한 산봉우리를 호령하네

사람 말소리는 바로 옆에서도 알아듣기 어렵네

사람들 다투는 소리 귀에 닿을까 늘 두려워

저 흐르는 물소리로 산을 덮어버렸네.

(홍류동 무릉교 옆에 있는 고운선생의 치원대 시문)

  

금요일 아침 거센 바람과 함께 눈보라가 친다.

폭설이 내린다는 기상예보에 마음이 바빠진다.

내일 산행이 가야산인데

많은 눈으로 88고속도로 사정이 좋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걱정이지만

한편으론 멋진 설경을 구경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감도 생긴다.

 

가야산! 오늘은 날씨가 좋아 햇살 까지 비치지만

어제 걱정했던 도로는 예상대로 30분이 더 걸려 해인사 IC로 접어든다.

해인사 IC를 빠져 나오니 좌측 창가로 펼쳐지는

눈 쌓인 남산 제일봉과 가야산의 멋진 풍경이 벌써 가슴 설레게 한다.

마음 같아서는 남산 제일봉 까지 산행을 하고 싶지만

늦은 산행시작과 겨울 산행의 일몰이 짧아 아쉬움을 접는다.

  

날씨가 맑아 오늘은 조망이 좋을 것 같다는 기대감으로

백운동 매표소를 출발하니 날씨가 포근해 산행 걸음을 가볍게 한다.

백운교 지나서부터는 눈길이지만 돌길에 나무계단이 많아

아이젠을 할 수도 없어 그냥 오른다.

  

날씨가 이렇게 변덕스러울 수가

백운사 터 도착하니 눈발이 휘날리기 시작한다.

눈보라 속에 서성재까지 이어지는 긴 나무 계단은

숨이 턱에 차서야 끝이 나고

서성재에 도착하니 거센 바람과 함께 눈보라가 앞을 가로 막는다.

눈보라 속에서도 잠시 숨을 고르며 조망을 해 보지만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칠불봉 오르는 너덜 길에 도착하니 날씨가 금방 맑아진다.

무슨 조화인지 날씨가 변덕이 심해

순간순간 주위 풍경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철 계단을 처음 만나고 올라서니 전망대가 나타난다.

아~ 하는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가는 눈발이 날리지만 시야가 트이는 칠불봉 쪽 조망이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아 사진 찍느라 바쁘신 산님들이다.

  

여기서부터는 아이젠을 하고 내려서 철 계단을 오른다.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햇볕이 나오니

눈 쌓인 칠불봉 오르는 철 계단이 햇볕에 반짝이며

더욱 신비스런 풍경을 연출한다.

 

철 계단을 오르며 뒤돌아보니 토신골의 만물상이

공용 능선처럼 길게 이어지고 뾰족한 봉우리와

멀리 남산제일봉의 검은 실루엣이 한눈에 들어온다.

철 계단을 한 구간 오르고 뒤돌아보고를

몇 번 하고 나서 칠불봉 정상에 오른다.

 

칠불봉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여 있고

정상석 만이 검은 빛을 띈다.

칠불봉에서 바라보는 상황봉은 하얀 족두리를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상에 핀 눈꽃은 그대로 맺혀 햇볕에 반짝이며 더욱 자태를 뽐내고

시셈하는  바람은 칼날처럼 할퀴고 간다.

 

칠불봉에 한 마리의 이름 모를 새가 날아와 앉는다.

겨울 날씨에 이 높은 곳 까지 날아와

내 앞에 앉아 날아가지 않고 한참을 있는다.

  

칠불봉에서 상황봉 가기 위해 내려서는 길은

위험해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눈 쌓인 능선을 따라 상황봉에 오르니

새로운 정상석엔 우두산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

지금 껏 상황봉이란 이정표를 보고 올라왔는데

여기는 상황봉이란 표시가 없다.

우두산이 맞는 걸까? 상황봉이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며 내려서 해인사 길로 하산을 한다.

 

해인사로 하산을 시작 하면서 나타나는 급경사 내리막길은

겨울철에는 로프라도 설치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며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20여분 갈림길 까지 내려오니 남쪽 양지바른 등로는

눈이 녹아 검은 흙길을 드러내고 편안한 등로가 해인사까지 이어진다.

  

해인사 칠불전 위에 도착하니 국립공원 탐방 안내소가 나오고

문 앞에 서있는 여직원이 허리 굽혀 “즐거운 산행 하셨습니까?” 하고

인사를 건내는데 지금까지 국립공원에서 하산하면서

이렇게 정중한 인사를 들어본 적이 없어

처음에는 당황스럽기까지 느껴졌다.

  

고마움에 잠깐이나마 말동무가 되어주려

이 것 저 것 몇 가지 물어본다. 

이곳이나 백운동 탐방안내소 에서 아이젠을 빌려준다고 하는데

멀리서 찾아온 손님들이 갑자기 날씨 때문에

산에 오를 수 없어 돌아가는 게

안타까워 시행하고 있다니 고마운 일이다.

 

지난 주 지리산에서 공단 직원들의 무성의함에

쌓였던 서운한 감정이 일시에 녹아드는 걸 느끼고

한 곳의 잘못을 전체적인 잘못으로 인정 하려 했던

내 자신을 해인사 마당의 만행도 앞에서 반성해본다.

 

(백운동 가야산안내도)

 

 

(백운교를 지나 돌탑 사이로) 

(눈 쌓인 서성재) 

(서성재 에서 칠불봉가는 너덜능선)

(칠불봉 가는 첫 철계단을 만나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칠불봉 쪽) 

(눈 꽃송이가 핀 바위 위의 소나무) 

(칠불봉가는 철계단) 

(칠불봉 가는길에) 

(칠불봉 가는길에) 

(뒤를 돌아본 너무나 멋진 풍경 )

(토신골의 만물상) 

(칠불봉가는 마지막 철계단) 

(고사목과 설화) 

(토신골 만물상) 

(칠불봉) 

(칠불봉에서 본 상황봉) 

(칠불봉 정상석과 전설) 

(칠불봉의 이름모를 새 한마리 ) 

(상황봉 가는길) 

(상황봉) 

(상황봉) 

(상황봉뒤 눈 덮힌 산하) 

(상황봉에서 본 칠불봉) 

(상황봉에서 본 해인사 가는길) 

(우두산 정상? 상황봉) 

(해인사 가는길에서) 

(해인사 가는길에서 본  남산제일봉)

(칠불전과 상황.칠불봉 모습) 

(해인사 마당의 만행도를 걷는 사람들) 

(해인사와 남산제일봉의 실루엣) 

(해인사. 남산제일봉.아로미님) 

(해인사 풍경)

 

서성재에서 칠불봉 오르는 철계단의멋진 풍경과

하얀 족두리를 쓴 것처럼 예쁜 상황봉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것 같다.

 

칠불봉의 이름모를 새는 어디로 날아갔을까?

내마음도 따라 남산제일봉이나 날아갈까?

 

해인사 뒤뜰에서 느림보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