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능선길을 따라... 묘적산(백봉)에서 천마산으로

  

(천마산 활공장에서 바라보는 묘적산)


■ 묘적산(백봉)

백봉은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높이 590m의 산이다. 높이는 그리 높지 않은 부드러운 육산으로 전망이 뛰어 나고 교통편이 좋은 산이다.

지형도에는 백봉의 이름은 흰 '백' 자를 쓴 백봉(白峰)으로 되어 있으나 이 이름은 잘못된 것 같다. 남양주 시지에 의하면 백봉산 백봉이라 불리는 이 산은 평내동과 화도읍 쪽에서 '잣봉산' 이라 부르며 와부읍에서는 묘적산이라 부르기도 한다고 밝히고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 경기지 대동여지도 대동지지 등에서는 묘적산이라 되어 있다고 한다.

팔곡산(八谷山)이란 이름도 보이고 <증보문헌비고>에는 묘적산이라는 이름과 함께 노적산이란 이름도 보이며 <신증동국여지승람>의 동람도에는 묘적산(妙積山)이라 쌓을 '적' 자로 써있다고 한다. 또 일제시대에 나온 <조선지지자료>에는 잣 백(柏) 자를 써서 백봉이라 나와 있다는 것이다. (월간 산)

 

■ 천마산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과 진접읍 경계에 있는 높이 812.4m의 산으로 경춘가도를 지나갈 경우 금곡 전에서부터 볼 수 있는 산이다. 푸른 하늘에 홀(笏)이 꽂힌 것 같아 손이 석자만 더 길었으면 가히 하늘을 만질 수 있겠다 해서 천마산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하며, 임꺽정의 활동 주무대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북동쪽은 비교적 비탈이 급하고, 서쪽은 완만하다. 산기슭에는 천마산 심신수련장, 상명대학교 수련관 등 각종 연수원과 수련장이 들어서 있는데, 남쪽 기슭의 천마산스키장은 서울 근교 레저시설로 인기가 높다. 또 북쪽 기슭에는 보광사(普光寺)가 있다.

1983년 8월 29일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 산행일 : 2006. 2. 18(토) 맑음

- 산행자 : san001

 

- 산행요약

■ 코스 : 남양주시청~485.5봉~묘적산(백봉산)~마치고개~천마산남릉~천마산~호평동 

■ 시간 : 산행거리 약14.3km, 산행시간 4시간41분, 총시간 5시간42분

■ 구간별

남양주시청~(28분)~주능선~(18분)~485.5봉~(9분)~사거리안부~(28분)~묘적산(백봉산)~(7분)~스키장정상~(33분)~마치고개~(19분)~스키장정상~(9분)~봉우리~(27분)~봉우리(공터)~(20분)~헬기장~(16분)~805봉~(7분)~천마산~(4분)~805봉~(4분)~임꺽정바위~(11분)~헬기장~(20분)~천마의집입구~(21분)~매표

■ 거리별

남양주시청~(1.82km)~주능선~(0.98km)~485.5봉~(0.5km)~사거리안부~(1.8km)~묘적산(백봉산)~(2.51km)~마치고개~(3.78km)~천마산~(0.46km)~헬기장~(1.1km)~천마의집입구~(1.36km)~매표소 (이정표기준)

(묘적산 지도)

(천마산)

 

- 천마산 산행코스  (현지 안내판)

(1코스) 천마산관리소 기점

천마산관리소(10분)~심신수련장(25분)~야영장(25분)~깔딱고개(40분)~뾰족봉(20분)~정상 : 약2시간 소요

(2코스) 호평동 기점

수진사입구버스종점(32분)~천마의집(51분)~주능선안부(7분)~정상 : 약1시간30분 소요

(3코스) 가곡리 기점

가곡리버스종점(1시간10분)~범어골(1시간15분)~정상 : 약2시간25분 소요

(4코스) 가곡리 기점

가곡리버스종점(7분)~안말심신수련장(15분)~보광사(42분)~과라리고개(40분)~정상 : 약1시간44분 소요

 

- 교통편

■ 갈 때

-남양주시청으로 가는 버스는 마석, 청평, 가평으로 가는 모든 버스가 통과한다.

-청량리에서 승차 가능하지만 도농행 전철 시간이 맞을 경우 도농(회기역에서 환승)에서 갈아타는 것이 가장 빠르다.  

-회기역→남양주시청(₩1500, 청평행 1330번 좌석) ⇒회기역에서 35분 소요, 일산에서 2시간11분 소요 

■ 올 때

-호평동매표소에서 버스종점까지 약5분 소요. 버스종점은 천마산기도원 갈림길 옆에 있다.

-호평동→청량리(₩800, 165-1번 버스) ⇒약1시간5분 소요되며, 호평동에 새로 조성된 아파트 단지를 순회하여 답답하지만 금곡부터 청량리까지는 직행버스와 별 다름이 없다.  


 

- 산행기

 

묘적산(백봉)의 의미

 

백봉은 경기도 남양주시의 마치고개를 사이에 두고 천마산과 마주보고 있는 산이다. 山이란 명칭도 없이 峯으로 불리는 게 안타까웠는지 현지의 안내판에는 백봉산이라 쓰여 있다. 하지만 이 명칭 또한 오래된 이름은 아니고 신증동국여지승람, 대동여지도 등에 나타나는 묘적산(妙積山)이 원래 명칭이다. 

 

백봉이 이름에서도 홀대 받았듯이 나 또한 백봉의 존재를 크게 생각하지 못했다. 반면 천마산은 철도산행지로써 학창시절부터 지금 나 또래의 산님들에게는 인기산행지의 하나였다. 그러던 중 스쳐지나가기만 했던 백봉이 과연 어떤 산일까 하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의외로 백봉이 상당히 의미 있는 산임을 알게 된다. 주금산, 철마산, 천마산에서부터 이어지는 큰 줄기가 백봉을 지나 한 줄기는 예봉산으로 한 줄기는 문안산으로 나누어지는 남양주의 모산 같은 산이다.

 

백봉과 연결하는 만들어질 수 있는 수많은 코스들. 백봉, 천마산, 철마산 코스와 백봉, 고래산, 갑산, 적갑산, 예봉산 코스, 백봉, 고래산, 문안산 코스 등, 그 중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백봉과 천마산을 우선 산행지로 계획한다. 저녁때 모임이 있어 적당한 시간에 갔다 오기 더없이 좋은 산들이다. 


 

상쾌한 능선길을 따라 묘적산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한 산행은 이제 습관이 되었지만 일산에서 남양주시청까지 멀기는 멀다. 약2시간10분 만에 남양주시청 정류장에 하차한다.

들머리는 남양주시청 정문 맞은편. 별다른 안내판은 없어도 길은 뚜렷하다. 때맞추어 40여명의 단체 등산객이 앞서 지나간다. 정체가 될까 우려하였으나 뒤늦게 따라 올라도(10:25) 길이 대로같이 넓어 전혀 지장이 없다.

(남양주시청 정문 맞은편에 있는 들머리, 좌측 도로가 마치고개로 가는 국도이다)

 

완만한 길을 따라 약800여미터 오르면 주능선으로 직등 하는 길과 약수터를 거치는 우회길이 나누어진다(↑정상 4.27km, ↓남양주시청 0.83km, →약수터 0.44km)(10:39).

직등 하는 길은 고도를 단숨에 올라칠 듯이 가파르다. 항상 마음속에는 「백봉은 편하다」 라는 혼자만의 고정관념이 완전히 깨진다. 주능선까지의 약1km 구간은 완전 깔딱. 굳었던 몸이 풀리는가 싶을 무렵 주능선(←정상 3.28km, ↓진곡사 1.25km, ↓남양주시청 1.82km)(10:53)에 오른다. 

(갈림길 전까지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길)

 

주능선에 올라도 정상은 아직 보이질 않는다. 단숨에 올라온 것을 보상하는 듯 길은 편안하고 너르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도 될 정도. 확 트인 전망은 없어도 능선길이 상쾌하여 전혀 답답하지 않다.  

 

백천사 갈림길(↑정상 2.89km, →백천사 1.14km, ↓진곡사 1.64km)(11:02)을 지나자 상당히 너른 터(11:08)가 나오며 남쪽 일대가 훤히 트인다. 멀리 한강줄기가 하얗게 빛나고 묘적산의 子山이라 할 수 있는 예봉산과 그 너머 검단산이 역광 속에 흐린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다. 언젠가 가야할 길을 눈으로 가늠한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이런 순간이 실제 산행 못지않게 귀중한 시간이다. 이제 485.5봉 옆에 있는 송전탑이 그리 높지 않은 눈높이에서 반가운 모습을 보인다. 

(백천사 갈림길 근처의 돌탑과 바위)

(너른 터)

(너른 터에서 바라보는 올라온 능선길)

 

485.5봉(삼각점)(↑정상 2.3km, ↓진곡사 2.23km)(11:14)은 능선의 분기점. 여전히 정상은 보이질 않는다. 그냥 편안하게 정상까지 갈 줄 알았던 길은 갑자기 아래로 치닫는다. 평범한 산이라는 생각에 지형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느낀 착각이다.

(485.5봉, 바로 옆에 송전탑이 있다)

 

사거리 갈림길(정상 1.8km, 진곡사 2.73km, ←백봉약수터 0.64km)(11:23)인 안부는 호평동 주민의 쉼터이다. 푹 패인 안부이지만 천마산이 의외로 잘 보인다.

(사거리안부)

(사거리안부에서 보이는 천마산)

 

다시 오름길. 무명봉(11:37) 하나를 넘으면 시원한 소나무숲이 등산로와 같이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 가장 어울리는 나무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나무이다.  하지만 곧 싸리나무가 등산로 좌우로 빽빽하고 완만한 둔덕 같은 정상 일대가 보이면서 금방 묘적산 정상(진곡사 4.53km, 묘적사 2.49km, 마치고개 2.51km)(11:51)에 도착한다. 

(소나무숲 지대)

(정상으로 가는 싸리나무길)

  

묘적산 정상(11:51/11:57)에는 백봉산(柏峰山)이라는 조그만 정상석과 삼각점이 있다. 지형도상의 白峰이라는 한자와 달리 잣봉산이라 또 다른 異名에 의미를 두는 듯하다. 바로 옆 헬기장은 따스한 햇볕 속에 점심을 즐기는 등산객들로 끼어들 틈도 없다. 정상에서는 예봉산과 문안산으로 가는 관문에 해당하는 갑산(546m)과 고래산(531.9m)이 모습을 보인다.

(묘적산 정상)

(묘적산 정상에서 보이는 중앙의 고래산과 우측 갑산과 바로 뒤의 예봉산)

 

정상까지의 편안한 길과 달리 마치고개길로 접어들면 등산로 상에는 얼음이 반질반질하고 북사면에는 아직도 그대로 잔설이 남아있다. 조금만 내려가면 없어지겠지 하였으나 두 번이나 호된 미끄러짐을 당한다. 다른 산님들의 백봉 산행기에서는 마치고개길이 많이 소개되지만 현지에서는 잘 이용되는 길이 아닌 듯 이정표도 없고 길의 폭도 좁아진다.

(북사면에 그대로 남아있는 눈)

 

잠깐의 바윗길을 지나 도착하는 다음 봉우리에는 무선기지안테나가 세워져 있다. 이 봉우리가 서울리조트스키장의 정상(12:04/12:09)이다. 봉우리 끝으로 조금 나아가면 90도의 각을 이루는 아찔한 벼랑. 「백봉에서도 이런 바위지대도 있구나」 감탄하였으나, 내려와서 보면 자연파괴의 현장이다. 리프트 하차장을 만들기 위해 봉우리 한 면을 인위적으로 깎은 흔적이다. 그래도 이 봉우리를 오르지 않고 그냥 지나치면 백봉 전망의 진수를 놓친다. 폭이 좁아 아찔아찔한 절벽 끝에 서면 묘적산 정상과 최근 몇 년 사이에 천지개벽한 듯 발전한 호평동 일대가 시원스레 보인다.

(서울리조트 스키장 정상의 무선기지 안테나)

(스키장 정상에서 바라본 좌측 묘적산 정상과 지나온 능선길)

(스키장 정상에서 바라보는 호평동 일대)

 

길은 절벽지대를 피해 봉우리의 우측 사면으로 돌아간다. 왜 돌아가는지 모르면 심리적으로 조금 헷갈리는 길이다. 돌아가는 길에서는 천마산과 그림 같은 골프장 뒤로 우뚝 솟은 문안산이 긴 줄기를 그리고 있다.   

(천마산 전경)

(동쪽 전경, 우중앙이 문안산이다)

 

스키장 옆의 작은 바위(작은 케언이 있음)(12:14)에 바라보는 슬로프를 보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스키장 정상 봉우리의 높이가 묘적산 정상과 거의 비슷하여 스키장의 하얀 슬로프는 천마산으로 가는 내내 산을 거대하게 세로로 가른다.  

(스키장 옆 바위에서 바라보는 스키장 정상)

(스키장 옆 바위에서 바라보는 서울리조트 스키장)

 

골프장 옆(12:27)을 지나 119 안내판(백봉산기도원)(12:31)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고도를 낮춘다. 어느덧 스키장정상은 한참이나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림 같은 골프장)

 


의외로 힘겨운 천마산 남릉길

 

천마산은 비교적 쉽게 올라간 기억으로 남릉길 역시 서서히 고도를 높이는가 하였으나 의외로 힘겨운 길이다. 첫 번째 358봉(천마산스키장 정상 직전)으로 오르는 길, 두 번째 공터가 있는 봉우리로 오르는 길, 세 번째는 헬기장까지의 길 등 크게 세 번의 된비알이 있다.     

 

묘적산을 내려오면 마치고개(12:45/12:48) 건너편에 바로 천마산 들머리가 있다. 남릉길 역시 천마산 현지 등산코스에는 소개된 길이 아니어서 안내판은 없다. 간식으로 여유를 잡고 헬기장(12:59)으로 오른다.

(마치고개, 좌측이 천마산, 우측이 묘적산 들머리이다)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지고 부실한 아침 탓에 허기마저 느낀다. 일단 정상 직전의 헬기장을 목표로 삼는다. 시간상으로도 여유가 있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한차례 고비를 넘기면 358봉으로 추정되는 봉우리에 오른다. 그 바로 위가 천마산스키장 정상(13:07)이다.

능선 바로 옆에까지 올라오는 리프트를 보며 다소 허탈감이 느껴진다.

(천마산 스키장 정상에서 바라본 전경)

(천마산과 천마산 스키장)

 

완만한 길을 조금 오르면 남서쪽이 훤히 트이는 장소에 이른다. 약간 특이한 장소라 생각했는데 활공장(13:12)이라 한다.

아직도 천마산은 우뚝하다. 완만한 봉우리(13:16) 하나를 지나 평탄한 길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이어 나타나는 오름길. 또 한 차례 숨을 헐떡이면 공터가 있는 봉우리(13:43)에 오른다. 어느덧 천마산의 모습이 훨씬 뚜렷해진다.

(공터 봉우리)

 

다시 나타나는 마지막 오름길은 위로 오를수록 경사를 곧추 세운다. 헬기장이 가까워지면서 점점 바윗길이 많아진다. 하얀 밧줄이 설치된 구간(14:00). 약2m 정도에 불과하지만 의외로 위험하다. 바로 옆의 우회길도 그리 만만해보이지는 않는다. 바윗길 위의 전망바위에서는 묘적산 서울리조트스키장과 천마산스키장이 멋지게 오버랩된다.  

(밧줄이 걸린 상당히 위험한 바윗길)

(좌측으로 돌아가는 우회길)

(바윗길 위 전망바위에서 바라보는 백봉과 천마산 스키장)

 

억새가 바닥에 푹신하게 깔린 헬기장(14:03/14:35)에 오르면 청수년수련원에서 올라오는 능선도 지척에 있다. 배낭을 내려놓는다. 유일하게 준비한 컵짜장면이 입안에서 겉돌지만 억지로 허기를 채운다. 카페트 위에 앉은 푸근함에 따스한 햇볕을 잠시 즐긴다. 눈부신 햇빛 속에서 매 한 쌍이 머리 위를 선회하며 먹이를 찾고 있다.  

(억새가 수북히 깔린 헬기장에서 바라보는 천마산 정상 직전의 봉우리)

    

잠시 밀려오는 잠을 털어버리고 정상으로 향한다. 청수련수련원과 만나는 능선(마치고개 3.6km, 정상 0.18km, 관리사무소 2.72km)(14:48)에 오르면서 등산객들이 많아진다. 능선삼거리 바로 위는 호평동능선, 청수년수련원능선, 마치고개로 가는 능선 등 세 갈래 능선이 갈라지는 805봉(14:51)이다. 

(805봉에서 바라보는 천마산 정상)

 

정상은 805봉에서 150m 정도 떨어져있다. 암릉으로 이어지는 길 주위에는 노송이 멋지게 어우러져 천마산 일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

천마산(14:58/15:07)은 「손이 석자만 더 길었으면 가히 하늘을 만질 수 있겠다」 하는 天摩라는 뜻과 같이 주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힘차게 휘날리는 태극기가 천마산의 기상을 느끼게 한다.

천마산의 전망은 남양주시 주위의 산을 두루 바라볼 수 있는 중심의 산이다. 주금산, 철마산을 향해 S자로 이어지는 주능선의 부드러운 물결은 가히 최고의 장관이다. 하지만 그 너머는 흐릿한 안개로 거의 시야가 없다. 천마산에서 철마산, 주금산을 거쳐 서파까지 기나긴 종주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정상으로 가는 길 옆의 소나무지대)

(천마산 정상)

(철마산으로 이어지는 S자 능선길, 좌측이 지형도상 철마산, 중앙봉우리 또한 철마산이라 불린다)

(청소년수련원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미끄러운 하산길, 겨울의 잔해 

 

805봉(15:11)에 돌아와 호평동 길에 접어든다. 시간이 남아 사우나 갈 시간이 될 듯하다. 나무계단길을 내려가면 임꺽정바위(15:15)를 만난다. 뭐 그리 특별한 형태의 바위는 아니고 임꺽정의 주무대였던 양주라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805봉)

(나무계단)

(임꺽정바위)

  

급경사 내림길은 음지는 얼음, 양지는 진흙으로 녹아내려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헬기장(15:26)에서 잠시 숨통이 트이지만 다시 가파른 나무계단길이다. 진흙과 낙엽이 붙어 순식간에 무거워지는 등산화를 가끔 털어내지만 시간은 예상보다 지체되고 사우나를 포기하고 바로 약속시간에 초점을 맞춘다.

(미끄러운 하산길)

 

하산길 곳곳에는 시가 적힌 나무판과 벤치가 있다. 그 중 마지막 시인 「그리운 날에는 바람으로 살고 싶다」(박강남)(15:37)라는 시가 시심을 자극한다.

 

    그리운 날에는 바람으로 살고 싶다.

    거칠 것 없고 머무름 없는 바람으로   

    그저 자유롭게 허허로운 내 모습을 감추고

    떠나는 바람으로 살고 싶다.

    나를 위해 울어줄 단 한 사람에게도

    마지막 흔적조차 보이질 않고

    떠날 수 있는 바람으로 살고 싶다.

 

헬기장에서 20분 만에 도로(15:42)로 내려선다. 청소년 야영 실습장으로 사용되는 천마의 집으로 연결하기 위해 개설된 도로이다. 천마의 집 입구(15:46)에서 도로길과 계곡길이 나누어진다. 계곡길은 울창한 잣나무가 하늘로 쭉쭉 뻗어있고 두터운 솔잎이 가득하다. 산림욕장을 위해 조성된 숲이다. 매표소(16:07)까지는 천마의 집에서 약20분 소요된다. 

(도로에서 바라보는 천마의 집)

(계곡길의 잣나무숲)

(호평동매표소)

 

이번 산행은 백봉을 목적으로 한 산행으로 백봉과 다른 산과의 연계성을 도상이 아닌 눈으로 확인하는데 중점을 둔 산행이다. 서울과 비교적 가까우면서도 워킹산행의 다양성을 맛 볼 수 있는 좋은 코스가 산재하여 기대가 더욱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