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아내와 손잡고 올랐던 청량산으로 갔습니다.

그늘도 없는 한여름에 올랐던 길이 말끔히 포장이되고,

버스도 거침없이 오릅니다.

 

청량산은 송홧가루가 날려 뒤덮이고 청량사 가는 길은

급경사여서  거친숨을 몰아쉬게 합니다.

송홧가루가 허락없이 제 몸에 스며듭니다.

 

박목월의 시 윤사월에서

송홧가루 날리는 시절 눈 먼 처자의 아련한 슬픔이 오는 듯도 합니다.

 

처녀, 총각으로 찾았던 청량산의 모습은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앳된 모습의 처자는 어미되고,

흰머리도 제법 늘어가는 중년이되었건만 청량산은 아직 기운이 서늘합니다.

 

청량사는 높은 곳에 둥지를 틀었고 그곳에 계시는 스님들은

심우당尋牛堂에서 열심히 소를 찾고 계셨습니다.

 

하늘다리 건너 산아래를 조망하니

예전에 안동에서 버스를 타고 내렸던 옥수수밭은 주차장과 건물로 바뀌었고,

낙동강은 지금도 쉼없이 흘렀습니다.

 

벼랑끝에 서서 저도 소를 찾아보았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처음부터 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나도 없고 소도없는 것은 상당한 경지에 오른 것인 데.....

 

일단 자신부터 찾아 나서야겠습니다.

 

하산길 맞은 편 산으로 숲은 잎의 뒷면을 드러내며 바람을 일구었습니다.

비가 오려나 봅니다.

 

20년전 저와 아내의 추억이 깃든 청량산은 다시 송홧가루로 자태를 숨기며 멀어져갔습니다.

 

 

2009년 5월 10일에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