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ango, Dios Como Te Amo(진정한 나의 사랑이여)

 

  

가리파재에서 구룡사까지

  

o 산행일시 ; 2008.5.1(목),  맑고 시원함
o 산행구간 ; 가리파재->시명봉(1187m)->남대봉(1181.5m)->향로봉(1042.9m)->
비로봉(1288m)->사다리병창->구룡사
o 산행시간 ; 총 10시간(휴식시간 모두 포함), 운행거리 : 약 20㎞
o 산행자 ; 나홀로
o 교통편 ; 갈 때 청량리역에서 7시발 무궁화호 기차
               올 때 원주에서 21시 52분발 무궁화호 기차

  

  

4월 한 달은 단타만 치다가 허무하게 지나가 버렸다. 때이른 더위에 벌써 하안거(夏安居) 생각이 날 정도였으니 나태해졌다는 뜻이리라. 그래서 5월 초하루가 다가오면서 오랫만에 원거리산행을 하기로 작정하고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용문역에서 시작하는 용문산(1157m) 가는 길과 치악산맥종주, 두 가지 안을 두고 이리저리 재보다가 잃어버린 4월을 보상하기 위해서 치악산으로 향하기로 했다. 지난 3월 향로봉(1042.9m)에서 남대봉(1181.5)으로 가는 산행을 계획했다가 봄철입산통제로 남대봉만 넘었던 아쉬움 때문에 5월 1일 통제가 풀리자마자 치악산맥종주를 해야겠다는 그 때의 다짐이 앞섰기 때문이다.

  

영동고속도로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진입, 남으로 내려가면서 좌측으로 보이는 치악산은 위압적인 산세를 자랑하며 터널 몇 개를 지나 치악휴게소까지 길게 남쪽으로 뻗어 있다. 치악휴게소에서 바로 앞에 보이는 것이 고도 350m의 가리파재(혹은 치악재)이며 치악산줄기의 최남단이 되고 산줄기는 서쪽 백운산(980.5m)으로 이어진다.

  

잠도 설치고 밥도 설치고, 청량리에서 7시에 출발하는 중앙선 첫 기차를 타고 예정시간보다 늦은 시간인 9시 지나 원주역에 도착했다.  원주역에서 거리를 두 번 건너가면 버스정류장이 있고 21번에서 25번까지 어느 버스를 타든 가리파재까지 갈 수 있다. 10시 14분, 가리파재에 내리니 푸른 하늘엔 흰 구름, 청명한 날씨에 뜨거운 햇볕, 담장 너머 화사한 복사꽃이 멀리서 온 산꾼을 반긴다. 마을로 들어서지만 사람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10시 25분, 명경사앞을 지나면 바로 산길이 시작된다. 1시 39분, 상원사 갈림길에 다다를 때까지 세 시간여 홀로 걷는 조용한 산행의 시작이다!  때묻지 않은 오솔길을 따라 연분홍 철쭉이 모처럼 찾아온 손을 환하게 반기고 노랑제비꽃, 현호색, 양지꽃, 개별꽃이 군락을 이루어 산길을 단아하게 꾸며 놓았다. 11시에 북쪽으로 향하는 능선에 접어드니 아직 제대로 피지 못한 철쭉나무들이 자기들만의 잔치를 준비하고 있다. 열흘 정도만 지나면 대단한 철쭉제가 펼쳐질 것 같다.

  

남쪽 아래에 치악휴게소가 보이고 서쪽으로는 백운산이 건너다 보인다. 약한 연무가 있지만 날은 청명하고 서늘하게 느껴지는 바람이 불어 참 좋은 산행이 되리라는 느낌이 앞선다. 항상 그렇듯이 시원한 조망에 취하고 길옆의 야생화에 유혹당하다보니 마냥 시간이 흘러간다.

  

1008봉을 포함해서 몇 개의 봉우리를 넘어 1시 정각 시명봉(1187m)에 도착하니 비로소 오늘 가야할 치악산맥의 산줄기가 장쾌하게 드러난다. 시명봉이 남대봉보다 5.5m 더 높아 이곳 사람들은 시명봉을 남대봉이라 하고 남대봉은 망경봉이라 부른다고 했다. 그러나 국립지리원에서는 시명봉을 시명봉, 남대봉을 남대봉이라 하고 지도를 그렇게 만드니 어찌 하랴.

  

시명봉에서 내려와 인간세상이 시작되는 상원사 갈림길에 도착하니 1시 40분이다. 벌써 세시간 반 가까이 흘렀으니 상당히 불성실한 산행이 되어버렸다. 구룡사까지 언제 갈려고~  부부산객이 보이고 십여 명의 대학생들이 남대봉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1시 54분, 산불감시인과 골든리트리버가 철수한 남대봉에 도착하여 그늘이 있는 바위에서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했다. 지난 3월에는 동쪽으로 백덕산(1350.1m)과 감악산(885.9m)이 잘 보였는데 연무가 아침보다 심해져 흐릿하게 보인다.

  

2시 20분 출발하여 20분 후 전망바위에  도착하니 향로봉에서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치악의 본모습이 멋지게 드러났다. 한 시간여 향로봉까지 가는 길은 평범한 능선길이었으나 남은 시간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서 페이스가 흐트러졌던 모양이다. 마음이 급해지면서 오름길에서 걸음이 빨라지고 내리막에서는 힘이 빠져 오히려 느려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길가에 난 연녹색 쑥이 탐스러워 배낭을 내던지고 핑계김에 한참 쑥을 뜯었다. 내심 불안하다.

  

치악평전을 지나 향로봉에 도착하니 3시 53분이고 비로봉까지 남은 거리가 5.9km이다. 부지런히 가야 맛있는 원주추어탕을 먹을 수 있을텐데~  4시 3분, 지난 3월 산행을 계획했던 국형사 갈림길에 이르고 4시 19분, 원주시 행구동과 횡성군 강림면 부곡리를 잇는 곧은치(860m)에 도착했다. 비로봉까지 4.8km라는데 기운이 빠져 10분 정도 휴식을 취했다.

  

곧은치부터 비로봉 오름길이 시작된다. 서늘한 바람이 부는데도 힘이 들고 숨이 계속 가쁘다. 높은 산인 탓인가, 잠을 설친 탓인가, 시간부족에서 오는 심리적 요인인가? 아니면 갑자기 나타난 체력의 스텝다운? 그렇게 싫어하는 '아무데나 주저앉기'를 몇 번씩 하다 못해 아예 '아무데나 드러눕기'까지 감행했다. 뭐, 보는 사람도 없는데 어때?

  

비로봉이 한결 가까워지긴 했는데~ 도대체 몇 개의 봉우리를 넘었는지 5시 54분이 되어서야 입석사 갈림길(1130m)에 도착했다. 6시 18분, 구룡사 내려가는 계곡길에 이르기 전 비로봉을 바라보니 돌탑 세 개가 뚜렷이 보인다. 세상에~ 하루종일 이 고생을 하고 최종 목적지에 이르니 돌탑, 삼봉이라~~ 이 무슨 질긴 악연일꼬~~~

  

6시 30분 드디어 비로봉 정상에 올라섰다!  멀리 남대봉부터 오늘 걸어온 능선이 어스름한 저녁빛 속에 아득하다. 2003년 늦은 가을,  비로봉에 올랐을 때 남대봉을 바라보며 언젠가 저 곳에 가겠다는 꿈을 꾸었는데 이제서야 이루어졌다! 남대봉에서 비로봉까지 약 10km, 어찌 보면 참 짧은 거리인데 무려 4년 반이나 걸린 셈인가?

  

정성으로 쌓은 세 돌탑만이 있는 정상에서 십여 분 상념에 젖어 있다가 사다리병창길을 따라 하산을 서둘렀다. 7시 반이면 어두워질텐데~  다시는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싶지않은 병창길을 따라 부지런히 내려오니 7시 40분, 세렴폭포앞 철다리에 이르렀다. 완전히 어두워졌지만 종일 고생한 발을 위해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물에 세족하고 구룡사 지나 주차장까지 나오니 8시 반이다.

 

청량리 가는 막차는 9시 52분에 있으니 겨우 탈 수 있을 것 같은데 추어탕은 이미 물 건너갔고 저녁도 못 먹을 만큼 빠듯한 시간이다. 급한 마음에 큰 길까지 나가야겠다고 부지런히 가는데 버스가 들어 온다. 8시 55분에 출발하는 차란다. 하루 종일 입을 닫고 있은 탓인지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배는 무척 고프지만 그래도 집에는 갈 수 있겠다. 그러면 됐지~  오랜 꿈을 이룬 마당에 더 이상 무얼 바라랴?

  

  

출발지점인 가리파재

 

흰 구름 두둥실~ 날씨가 참으로 좋다!

  

화사한 복사꽃

  

명경사 앞 들머리

 

치악휴게소

 

노랑제비꽃

  

현호색

 

개별꽃

 

양지꽃

 

시명봉에서 보는 남대봉과 비로봉

 

저 아래 영원사도 보인다.

 

남대봉

 

고도가 높으니 진달래가 아직 피지도 못했다.

 

피나물꽃

 

노랑제비꽃의 사열도 받고

 

비로봉은 아직도 저멀리~

 

향로봉에서 뒤돌아본 남대봉

 

곧은치

 

비로봉의 돌탑이 보이기 시작~

 

흰 각시붓꽃

 

드디어 비로봉이 눈앞에~

 

비로봉에서 바라본 남대봉과 향로봉(우)

 

돌탑과 magicbag

 

구룡사 가는 큰골

 

어둠 속의 세렴폭포 앞 철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