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화요일), 5시 50분에 집을 나와서 동서울버스터미널에 닿으니 7시 5분전. 진부로 가는 버스표를 끊는다. 요금은 11800원. 7시 10분에 출발한 버스는 8시 35분부터 8시 45분까지 10분간 횡성(소사)휴게소에서 정차한 후에 소요예정시간인 2시간 15분보다 10분 빠른 9시 15분에 진부공용버스정류장에 도착한다. 공용버스정류장의 맨 뒤쪽에 시내버스를 타는 곳이 있다. 9시 40분에 출발하는 상원사행 버스를 탄다. 요금은 2460원. 9시 40분에 출발한 시내버스는 20분쯤 후에 월정사 입구에 이르는데 월정사에서 한 사람이 차내로 들어와서 문화재관람료 2500원을 징수한다. 월정사를 지나서 도로는 비포장으로 변하지만 숱한 차량들이 지나다녀서 포장도로처럼 반들반들해지고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폐차 직전의 시내버스는 큰 소음을 내며 심하게 덜컹거린다. 차가 귀한 후진국에서 시골길을 달리는 느낌이 들 정도다. 버스는 10시 20분에 상원사 입구의 종점에 도착한다.

버스 종점 부근에서 십여분을 쉬며 산행 준비를 마치고 세조가 목욕을 하기 위해 의관을 벗어서 걸었다는 관대걸이가 왼쪽에 있는, 상원사 입구이자 오대산 들머리로 들어선다.

들머리에서 8분 만에 직진하는 큰길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꺾어져서 돌계단을 올라 상원사로 들어선다. 먼저 일원각이라는 이름의 샘터에서 약수를 한 바가지 마시고 문수전과 영산전, 동종을 둘러본다. 
 


시외버스터미널 겸 시내버스터미널인 진부공용버스정류장. 
 


오대산 상원사 표지석. 
 


세조가 목욕을 하기 위해 의관을 벗어 걸었다는 관대걸이가 있는, 상원사와 비로봉 들머리.

 


상원사의 샘터인 일원각. 
 


영산전. 
 


영산전 앞의 돌탑. 
 


상원사 동종(銅鐘). 
 


상원사의 대웅전인 문수전. 
 

상원사 경내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20분쯤 머물다가 전통찻집 뒤쪽의 돌계단을 오르니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20분쯤 등로를 오르니 계곡길에서 올라오는 길과 마주치는 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의 바로 위에는 산비탈을 다듬어서 만든 특이한 형태의 계단식 사찰인 중대사(사자암)가 있다. 돌계단을 올라 중대사의 비로전을 둘러보고 샘터의 약수도 한 바가지 마시면서 10분 가까이 머물다가 돌계단을 올라 적멸보궁으로 향한다.

오대산은 절이 많아서 그런지 등로가 잘 정비돼 있고 넓은 편이며 강원도의 산들이 대체로 험준한 데에 비해 꽤 유순한 산세를 보여준다. 그리고 단풍도 화려하고 자극적인 새빨간 색상이 아니라 빨강, 주홍, 노랑, 연록색의 여러 수종의 단풍이 어우러져 파스텔 톤의 은은한 색감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이 절정이라는 오대산의 단풍을 보고 싶어서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찾아오게 된 것이다. 
 


전통찻집과 그 오른쪽의 산길 입구. 
 


등로의 단풍. 
 


계곡길과 만나는 삼거리의 방향표지판. 
 


산비탈에 지은 중대사(사자암)의 특이한 모습. 
 


중대사(사자암) 비로전. 
 


중대사(사자암)의 샘터. 
 


멧돼지에 의한 피해 방지 안내문. 
 


노란 단풍. 
 


주홍색 단풍. 
 

중대사에서 15분쯤 오르니 적멸보궁 밑에 용안수라는 이름의 샘터가 있다. 우물 같은 곳에 팔을 깊숙이 뻗어내려야 바가지로 물을 퍼서 마실 수 있는데 그 물맛이 상원사와 중대사의 것에 비해 무척 좋아서 수통의 물을 모두 버리고 이 샘물로 채운다.

용안수에서 5분 남짓 머물다가 돌계단을 오르면 적멸보궁에 이른다.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셔 놓은 곳이라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간절한 소원을 비는 쪽지를 매달아 놓은 연등들이 적멸보궁의 앞마당에 줄줄이 걸려 있는 게 인상적이다.

적멸보궁에서 10분쯤 머물다가 돌계단을 내려와서 단풍 낙엽을 밟으며 등로를 걷는다. 평일인 데도 단풍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와서 등로를 메우고 있다.

다양한 색상의 단풍을 구경하며 돌계단과 나무계단을 오르다보니 적멸보궁에서 한 시간 5분 만에 해발 1563 미터의, 오대산의 주봉(主峰)인 넓은 비로봉 정상에 닿는다. 
 


적멸보궁 입구의 샘터인 용안수. 
 


적멸보궁. 
 


적멸보궁 옆의 파스텔 톤의 은은한 단풍. 
 


적멸보궁 앞에 걸린 연등들. 
 


단풍 낙엽을 밟으며 걷는 길. 
 


새빨간 단풍과 연녹색 단풍.

 


돌계단길에 이어 나타나는 나무계단길. 
 

넓은 비로봉 정상에는 백 명 안팎의 산행객들이 끼리끼리 모여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다.

높은 봉우리라서 그런지 산 넘어 산으로 둘러싸인 사방의 조망이 탁 트여 있는데 두로봉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비로봉 정상에서 35분 가까이 쉬며 식사와 조망을 하다가 상왕봉으로 가기 위해 일어선다. 산행객들은 대부분 비로봉에서 올라온 길을 되밟아 내려가는지 상왕봉으로 가는 산행객은 뜸한 편이다.

완만한 지릉길을 지나서 7분 만에 첫 번째 헬리포트에 닿고 다시 4분 만에 두 번째 헬리포트에 닿는다. 그리고 25분 만에 상왕봉이 지척(咫尺)에 보이는 세 번째 헬리포트에 이른다. 그리고 7분 만에 비로봉 정상보다는 좁지만 넓은 공터가 있는 상왕봉 정상에 이른다. 
 


비로봉 정상의 산행안내도. 
 


비로봉 정상에서 바라본 상왕봉(왼쪽). 
 


비로봉의 정상표지석 - 해발 1563 미터. 
 


첫 번째 헬리포트. 
 


첫 번째 헬리포트에서 바라본 두 번째 헬리포트.

 


두 번째 헬리포트. 
 


두 번째 헬리포트에서 뒤돌아본 비로봉과 첫 번째 헬리포트. 
 


세 번째 헬리포트와 지척의 상왕봉. 
 

상왕봉 정상에서 10분쯤 쉬다가 꽤 가파른 길을 내려서서 20분 만에 두로봉과 상원사 갈림길에 닿는다. 이 곳에서 10분 가까이 쉬는데 까마귀 한 마리가 바로 위의 높은 나무에서 음산하게 울어대다가 날아간다. 다시 상원사 쪽의 등로로 나아가니 7분 만에 해발 1420 미터 지점의 방향표지판을 만나는데 관대걸이까지 5.4 킬로미터라고 표기돼 있다. 여기서 10분을 더 나아가니 방향표지판이 설치된, 상원사와 북대사의 갈림길인 임도로 내려서게 된다.

선답자의 산행기에는 임도로 내려와서 4분 만에 임도를 벗어난 지름길인 산길이 있다고 적혀 있지만 왼쪽은 가파른 내리막의 비탈이고 오른쪽 역시 가파른 오르막의 비탈이라서 등로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10분 이상 임도를 내려와서 지름길인 산길의 들머리를 놓쳤다고 판단하고 조금 돌아가더라도 임도로 내려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여 완만한 비포장의 내리막길인 임도를 구불구불 내려간다.

단풍의 절정기이기에 임도로 내려가는 것도 지루하지만은 않다. 만산홍엽(滿山紅葉)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는 단풍의 향연에 넋을 잃기도 하면서 사진을 찍으며 내려가는 임도는 수시로 경치가 바뀌면서 눈을 즐겁게 한다.

월정사를 여유 있게 둘러보기 위해 16시 20분 버스를 타려고 양발의 발톱들이 떨어져 나갈 듯한 아픔을 참으며 부지런히 걸어 내려가는데 날머리가 보이는 곳에 이르자 시내버스는 이미 출발하고 있다. 시내버스가 떠난 지 3분 후에 날머리까지 내려와서 시계를 보니 상원사와 북대사의 갈림길인 임도에서 한 시간 3분 만에 날머리로 내려온 셈이다. 선답자의 산행기로는 상원사, 북대사 갈림길에서 지름길인 산길을 거쳐 날머리까지 55분이 소요됐다고 하니 시간상으로 거의 비슷한 셈이다. 날머리에 내려온 직후, 방금 떠나려는 자가용을 얻어 타고 월정사 주차장 앞에서 내려 주차장을 지나서 계곡을 가로지르는 금강교를 건너 월정사에 이른다. 
 


상왕봉의 전경. 
 


상왕봉 정상에서 바라본 쌍봉과 비로봉. 
 


상왕봉의 정상표지석 - 해발 1491 미터. 
 


상원사, 두로봉 갈림길의 방향표지판. 
 


상원사, 북대사 갈림길이 있는 임도. 
 


임도가의 단풍. 
 


만산홍엽 1. 
 


만산홍엽 2. 
 


만산홍엽 3. 
 


한 시간 3분 동안 걸어 내려온 임도의 상왕봉 날머리 - 관대걸이가 있는 상원사, 비로봉 들머리의 오른쪽에 나 있는 등로. 
 

천왕문을 지나서 월정사의 대웅전인 적광전과 그 앞의 팔각구층석탑을 유심히 살펴보고 월정사 경내의 성보박물관에서 석가모니의 진신사리 세 개를 구경한다. 깨알보다는 크고 쌀알보다는 작은, 구슬 같이 생기고 크기가 다른 세 개의 진신사리를, 사리 앞에 놓인 돋보기로 확대해서 유심히 살펴보니 해답을 찾을 수는 없지만 고승들이 죽어서 화장하면 나온다는 사리의 신비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월정사를 30분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전나무숲으로 들어가서 계곡으로 내려가 차가운 계류에 잠시 발을 담근다. 기온이 낮아져서 계류에 발을 담그기는 때늦은 감도 없지 않지만 임도에 이르러 발톱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통증에 시달린 발을 진정시키기 위해 냉찜질을 하는 기분으로 계류에 양발을 담그니 발이 시려서 오래 담그고 있지는 못하겠다.

다시 양말과 등산화를 신고 차도로 나와서 15분쯤 걸으니 월정사의 일주문이 나오는데 차라리 전나무숲길을 걸어서 일주문을 통해 나오는 게 더 빠르고 운치도 있었을 텐데 안내도에 그런 설명이 없어서 모르고 차도로 나온 게 못내 아쉬워진다.

다시 15분쯤 더 걸으니 인터넷에 소개된 비로봉식당이 나온다. 그런데 19시 버스를 타려면 50분밖에 남지 않았다. 19시 55분 막차도 있지만 막차를 타면 서울에 가서 전철이 끊어질지도 모른다. 서둘러 산채정식(13000원)과 좁쌀동동주(6000원)를 시켜서 먹는데 여러 종류의 산채도 맛있지만 더덕구이와 도토리묵, 가자미식혜, 감자전, 호박전, 버섯전이 꽤 맛있다. 산채정식을 반찬 겸 안주로 먹으며 산행의 피로를 풀고 월정사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시내버스를 19시 8분경에 타고 진부공용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요금은 거리에 비례해서 받기 때문에 1250원이다. 19시 20분쯤에 진부에 이르러 19시 35분발 동서울행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려서 21시 40분경에 동서울버스터미널 앞에서 내린다. 
 


월정사 천왕문. 
 


석가모니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성보박물관. 
 


종고루. 
 


적광전과 팔각구층석탑. 
 


팔각구층석탑. 
 


삼성각. 
 


멋지게 조경된 정원수. 
 


화려한 단풍. 
 


자주색의 단풍. 
 


월정사 일주문.

 

산채정식과 좁쌀동동주. 
 


오늘의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