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을. 당. 일. 배. 송.

 

가을은 무우를 자르듯 급습했다.

 

 

 

게으른 산꾼의 산행출발시간은  늦은 오후였다.

 

 

 

지난 주 이어 다시 관악산.

 

 

 

사당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나오니

 

가을비......

 

 

관음사 코스로 오르니  비는 계속~~~~~~~~~~~~~

 

 

 

조금 올라 서쪽을 보니 황금빛 태양이 찬란.

 

가을비는 서쪽태양의 강렬한 조명을 받아

 

방울방울 또렸하게 다가왔다.

 

 

배낭속의 우산을 꺼내?

 

말어?

 

우이씨~~~~~

 

 

비는 계속

 

기어이 배낭속의 우산을 꺼내고 배낭커버를 씌웠다.

 

분명 파란 가을하늘이 멀리 보이는데.......

 

 

 

호랑이 장가 가는 날?

 

여우 시집 가는 날?

 

.... 이럴 줄 알았어~~~~~

 

.... 여우 같은 마누라, 호랑이 같은 신랑 어쩌구 하더니~~~~~~~~~~~

 

이종(異種) 간의 결혼?.........

 

 

 

오랜만의 사당역 코스는

 

낯설었다.

 

마당바위에도 친절한 관악구에서 철제계단까지..

 

 

헬기장을 지나 순항.

 

서울대가 훤히 보이는 구간에서

 

정상을 보니 다시 비구름에 가리웠다.

 

 

갈등

 

 

비를 뚫고 정상에 오를 것 인가?

 

저 멀리 서해에서 시작되는 노을을 볼 것 인가?

 

 

..... 정상이야 뭐 한 두번 본 것도 아닌 데.

 

머리속은 한 치의 망설임없이 노을로 몰표...

 

 

좋아하는 조망처에 앉아 풀 스크린의 노을쇼를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배낭속의 천하장사 둘, 마시는 빵을 꺼내

 

기다리니 드~~~뎌 노을 시작!

 

 

첫 장면 부터 숨이 멎는 듯....

 

 

비 개인 하늘에 먹구름은 서서히 움직이고

 

속살을 과감히 드러낸 해는 위용을 과시했다.

 

 

 

먹구름은 보랏빛으로 흰구름은 금빛으로......

 

구름사이 하늘은 쪽빛 가을하늘로...

 

 

가을 색채쑈   ?????!!!!!!!!!!!!!!!!!!!!!!!

 

 

천하장사, 마시는 빵은

 

스스로 자취를 감추고

 

해는 금빛 점으로 변하더니

 

이내 사라졋다.

 

 

낯보다 더 아름다운 서울의 야경을 물리치고

 

다시 사당역을 향해 일어서니

 

하늘은 아직 붉고, 동쪽의 무지개는 이미 무디어 졌다.

 

 

 

서둘러 전등을 점검하고

 

편한 코스로 진입, 안전하게 걸었다.

 

 

아무도 없는 나.만.의. 관.악.........

 

 

관음사로 무사히 내려와

 

사당역을 향해 걸으니 아쉬움이 문득.....

 

 

....... 아내와 딸에게 오늘의 멋진 장관을 보여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 래. 서.

 

미안함에 과감히 순대국집에서 마시는 밥을 또 한. 병....

 

 

주당의 경지는 술병속에 하늘과 땅이 있다는 호리건곤 (壺裏乾坤) 인데

 

나는 관악에서 호리주야(壺裏晝夜)......

 

 

낮에는 천하장사에 마시는 빵 한 캔,

 

밤에는 순대국집에서 마시는 밥 한 병.

 

 

간만에 주당의 경지를 흉내내고 집주변에 이르르니 이미 이슥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