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늑대가 청계산에 등장 하더니
허망하게 마취총을 맞은 후 비몽사몽간에 제 있을 곳을 찿아 간 모양이다.

거짓말장이의 대표격인 늑대소년의 거짓말도 아니고
내가 뉴스에서 확인 한 터라 내심 걱정 스럽긴 했다.
가장 쉽게 접근 할 수있는 청계산.....

그곳을 늑대에게 빼앗기긴 싫었다.

늑대가 포획되고 난 지난 토요일(1월 31일)
후배가 사무실로 차를 가지고 와서 편안한 마음으로 둘은 청계산으로 향했다.
날씨가 포근하여 눈이 없을 줄 알았는데 가보니 초입부터 빙판길....

요즘의 어려운 세상살이를 토로하며 오르니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샘터 조금지나서 나타나는 지리한 계단길은
언제한번 시원스레 오른적이 없는 나에겐 힘든 길이다.

회사에서 단체로 왔는지 깃발든사람을 따라 많은수의 사람들이
내려온다.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
그래도 다들 씩씩해보이고 젊음이 넘쳐난다.
등산화에 아이젠까지하고서 핵핵거리는 내가 무안하다.
담배를 끊던지.......

술과 담배를 동시에 사랑하는 이 시대의 간큰 남자인 나도
산을 오를 때면 턱밑까지 차는 숨 때문에라도 담배를 끊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헬기장에 오르면 매봉은 지척.
먼저 도착해 있던 후배는 나를 보자마자 다시 정상을 향해가고
나는 묵묵히 뒤를 따른다.
인산인해인 정상을 피해 조금 내려가면 철제울타리 옆에
막걸리 파는 곳이 있다.
여기서 숨고르기를 하고 난 후 막걸리 한사발을 마시면 그때서야
내게 익숙한 청계산임을 자각 한다.

어느코스로 내려갈까 각자에게 미루다가 그곳에서 바로 옛골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하였다.
이길은 처음 이어서 설레인다.
양지바른 곳엔 눈이 녹아 흐르고 곧 봄이 올것 같은 느낌이 팍~
머릿속으로는 금새 옛골이 나타날줄 알았는데
길은 계속 옆으로 이어지면서 계곡으로 떨어지지 않고 작은 능선들을 넘는다.

이제는 내 몸안의 네비게이션도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이상징후를 보이면서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지난번 북한산에서 고장이 난 것일까?.......

천천히 후배(빅 가이)와 걸으면서 해결책도 없는 푸념들을 쏟아 낸다.
조금 더 가면 옻샘이 있다고 했었는데....
올라오시는 산님에게 물으니 다 왔다고 한다.

옻나무샘 도착.
옻나무뿌리를 통과한 샘물은 약수겠지?
잎이 없는 옻나무도 알아 볼수있는 나는 그 밑에서 나는 샘으로 가서
물을 몇모금 마셨다.(웬지 약이 될것 같은 뿌듯한 느낌...)
후배는 이 물마시면 옻이 오르지 않냐고 나한테 물어 오는데
나 라고 알턱이 없지...

한 술 더떠 물통에 받아가서 백숙끓여 먹으라고 강력추천 했다.

샘이 나란히 두곳이 있는데 약간 허름한곳에 옻나무가 있다.
모르는 산님들은 깨끗해 보이는 샘에서 물을 마시는데 기왕이면
옻나무 뿌리를 통과한 물을 드시길.....(약효: 저로서는 알길이 없슴.)

한참을 더 내려가니 무덤이 몇개 나타나고 아스팔트길이 보인다.

우리의 단골인 이수봉산장에 들러서 두부에 막걸리한잔씩 더하고
집으로 오면서 청계산에 새로운 늑대 2 마리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집에 와서 더운물에 샤워하고 나니 산뜻한 주말 오후가 나를 맞이한다.


▣ san001 - 막걸리 엄청 좋아하시네요. 다음에 한잔 하시죠. 잘 읽었습니다.
▣ 권경선 - 혼자서는 죽어도 못 마시고, 주량도 실망하실 수준이며 다만 어울려 마시는 분위기를 좋아 합니다. 언제 산에서 한번 만나면 선배님께 막걸리한잔 대접 할께요.
▣ jkys - 청계산 막걸리,북한산 막걸리...포천 이동에 가면 도평리 막걸리가 맛이 기가 차지요.이렇게 말로만 하지 마시고 이제 산에 오르실 때 가슴에 패찰을 달던지 하여 반갑게 한 잔을 하심이...
▣ 김현호 - 청계산을 아직 가보질 못했는데 좋은코스 소개좀 부탁합니다 그리고 권경선님의 산행기 많은 도움이됩니다 감사..
▣ 물안개 - 청계산하면 서울 포천 양평등 세군데는 다녀왔는데...같은이름을 가진 산이 많아요.그러나 늑대가 잡혀서 다행이예요.인명피해없이....
▣ 김찬영 - 청계산에 옻나무샘이 어디매에 있는지요 청계산은 한달에 한번정도는 모임이 있어 거이가는데 ???? 청계산 막걸리는 둘이먹다하나가 죽어도 모르정도지요 ....내용물보장은 못합니다
▣ 김찬영 - 청계산에 옻나무샘이 어디매에 있는지요 청계산은 한달에 한번정도는 모임이 있어 거이가는데 ???? 청계산 막걸리는 둘이먹다하나가 죽어도 모르정도지요 ....내용물보장은 못합니다
▣ 산초스 - 북한산을 두고 멀리 강남의 청계산까지 가셔서 옻샘과 막걸리를 맛보셨군요.
▣ 서정길 - 늑대가 제 곳을 찾았지만 사람의 욕심이 그러하질 못합니다. 늑대가 서식하는 청계산이 되었으면 좋았을 것을...패찰을 달고 언제 한 번 산에서 만납시다. 물론 그 좋은 막걸리는 패찰노고비로 지불할테니.......
▣ 김정길 - 등산화에 아이젠까지하고서 핵핵거리는 아우가 불쌍해 보여, 근데 그 상황 내가 잘 이해하고있으니....
▣ 이수영 - 늑대가 잡혔군요. 뉴스에서 늑대가 탈출했다는 소식은 알고 있었지만..두부에 막걸리 먹는 늑대 2마리라..그것도 모자라 담배까지 피우는 늑대라..흠..늑대님 늑대님 담배는 끊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
▣ 청계산 - ㅎㅎ 산행기 잘 보았습니다. 참 산하패찰 제작(오래 쓸려고 재질을 비닐로 하면 ^^)하면 경비가 어느정도?
▣ bigguy - 형님 덕분에 저까지 늑대가 되었네...앞으로는 막걸리보다 산을 좋아하는 늑대가 되고 싶어요.한국의 산하 패찰 열심히 달고 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