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곳 : 안성 미리내 성지
누구랑 : 아빠, 엄마, 딸
간 날 : 이천사년 일월 이십이일







산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를 반 강제로끌다시피해서 안성 미리내성지를 다녀왔다
다행히 낮은 둔덕같은 산길이지만 명절이어서인지 발길이 닿지 않아 무릎까지
빠지는 산길을 앞에서 러셀하며 오르니 투덜대면서도 잘도 따라온다.











햇살이 푹 퍼졌어도 매운 날씨로 모자를 푸욱 뒤집어 쓰고 오르다가 만난 표지석과 파아란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마음까지 정화되는 느낌으로 산을 향하여...











그림같은 예배처 들어가보고 싶은 충동은 일지만 그냥 지나쳐 산길을 따라간다












발자국이 없지만 잘 나 있는 산길을 감으로 더듬으며 오르니 운동화에 청바지 차림인
딸아이 바지에 눈이 들어가 발이 젖는다며 투덜대면서 다져 논 발자국 위를 밟으며 오른다
때론 무릅 아래로 빠지기도 하건만 아빠, 엄마는 좋기만한데..ㅎㅎㅎㅎ











예수님의 기도처가 나오고 잠시 명상에 잠기며 그냥 산이 있고 흰 눈이 있어 오른다











딸아이에게 무엇을 얘기해 주고 또 들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보지만
그냥 아무 말없이 오르기로 했다
혼자 느끼며, 생각하며, 오르기를 기대하며.

넓다란 바위를 보더니 아빠 이름, 엄마 이름, 하트를 그리더니 카메라에 담으라고 하며
발라당 눈위에 드러눕는다. 역시 아이는 아이다.
그냥 좋은가 보다.











하얀 눈을 발목에 덮고 파아란 하늘을 향하여 서있는 나무들처럼
그저 묵묵히 나도 서 있는 한그루 나무가 될까나...













아이를 담고 아이의 발자국을 담고 선 내 그림자가











산을 내려오며 담은 그림은 속엔 그저 깨끗한 풍경만 남아있다













미리내 성지 안내도를 담아보았지만 글씨가 워낙 작아서...













잠시 어린아이가 되어 그리는 그림으로 세월의 무게는 다 달아난다










아빠의 키를 능가할 만큼 키는 자랐지만 마음은 아직도 아이라 ...
심심하면 투정부리고 ... 그래도 자식이 무엇이길래...  




















너를 위하여
               *김 남 조*


 


나의 밤기도는
길고
한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뜨는 건
믿을 수 없을만치의 축원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가져 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나의 사람아
눈이 내리는
먼 하늘에
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오직 너를 위하여
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
기쁨이 있단다
나의 사람아.








김남조님의 시어를 떠올리며 이미 준 사랑보다
못다 준 사랑만을 떠올리며

마음에 쏙 들지 않는 아이지만
오래참으며 

나보다 남을 먼저 돌아볼 수 있는 아이가 되어주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