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화요일)은 흐리고 비 오는 날이 많았던 올해의 5월 치고는 날씨가 꽤 좋은 날이었다. 상봉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5200원의 차비를 내고 9시 20분에 출발하는 용문사행 버스에 오른다. 버스는 망우리 고개를 넘어서 구리시와 광주를 지나 팔당댐과 남한강의 수려한 경관을 끼고 양평을 거쳐 용문사 입구에 도착하니 10시 50분이다.


1800원의 입장료를 내고 매표소를 지나서 일주문을 지나 용문사 못 미처의 계곡을 낀 포장도로를 걷고 있는데 두 마리의 청설모가 사람을 두려워 하지도 않고 놀고 있다. 1 미터 이내에 접근해야 도망갈 뿐, 그 이상의 거리에선 아무런 경계심도 보이지 않는 게 제법 맹랑하다. 얼른 사진기를 꺼내서 한 마리씩 촬영을 한다.



도로변의 숲에서 놀고 있는 청설모 - 적목(赤目) 감소 버튼을 누르지 않아서 눈이 빨갛게 나왔다.


그리고 용문사에 올라가서 유명한 은행나무를 비롯하여 여러장의 사진을 찍고 약수터에서 달고 시원한 약수를 두 바가지 마시고 수통에 가득 채운다.



수령(樹齡)이 1100년이라는 동양 최대의 은행나무



멋지게 단장되고 정갈한 인상을 주는 용문사의 약수터.


듣던 바대로 용문산은 확실히 악산이다. 너덜바윗길이 많고 등산로 입구부터 걷기에 수월치 않으리라는 예감이 들게 한다. 계곡의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용각바위, 마당바위까지는 그런대로 수월한 코스다.



계곡을 낀 등산로의 정경.



계류의 시원하게 뻗어 내려가는 물살.



이끼낀 바윗사이로 힘차게 흘러 내리는 물살.


그런데 용각바위에서 다리를 건너 계곡을 낀 오솔길로 접어 들어야 하는데 부주의로 산비탈로 올라가게 됐다. 그러나 길을 잘못 든 덕에 용각바위를 찍을 수 있었다. 등산로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서 수분만에 다시 내려와서 제 길로 갈 수 있었다.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는, 용의 뿔처럼 보이는 용각바위.


그런데 마당바위부터는 너덜바윗길이 많아지고 굵은 로프에 몸을 반은 의지한 채로 올라야 하는 곳도 여러 군데 있고 높이가 3~4 미터 정도에 불과하지만 로프를 매달아 놓은, 직벽에 가까운 암벽도 두어 군데 있고 길이 끊어진 듯이 보이는 험로도 여러 군데 나타난다. 서둘러서 무턱대고 올라가다가는 낭떠러지에서 실족할 위험마저 느껴진다. 


숨이 차서 십분 정도 쉬기만도 대여섯번. 그런데 이 산은 어째 주변 경관이 그리 좋지 않고 길만 무척 험하다는 인상이 든다. 마당바위를 지나 한참 기어 올라가니 등산로 입구부터 상쾌하게 들려오던 계곡의 물소리도 어느덧 사라지고 온통 땀에 젖은 몸과 괴롭게 고동치는 심장 소리만 강하게 의식될 뿐이다.


마침내 용문산 정상을 0.15 킬로미터 앞두고 있다는 표지판이 등장하고 그 이상은 올라가지 못 하게 로프와 목책으로 막아 놓았다. 그러나 미군부대가 있어서 출입을 금지한디는 경고판은 보이지 않는다. 사전지식이 없어서 목책을 넘어 올라가는 사람은 미군에게 봉변을 당하기 십상이겠다.



정상에서 150 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가짜 용문산 정상.


가짜 용문산 정상에는 수십명은 족히 앉을 수 있는, 나무로 만든 넓은 평상이 설치돼 있다. 먼저 올라온 사람들이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때가 오후 3시 20분경. 10시 50분에 산행을 시작했으니 4시간 30분이 경과한 셈이다.


그런데 이 산에는 유독 파리가 너무 많았다. 미군들이 자기 나라가 아니라고 불결하게 사용해서 그런지 등산객들의 음식 투기가 심해서 그런지 맑은 공기와 속세를 벗어난 듯한 청량감을 느끼기에는 정상 부근이 지나치게 더럽다는 인상이 들었다.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의 경각심이 요구된다.


김밥으로 식사를 마치고 조금 쉬다 보니 벌써 30분이 지난 3시 50분. 원래 작정했었던 산행 코스는 용문산 정상에서 장군봉으로 내려갔다가 상원사를 거쳐서 다시 용문사로 원점회귀하려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이를 포기하고 올라왔었던 코스대로 내려가기로 결정한다. 깊은 산중에서 해가 지면 사고가 나기 쉬운 법이니...


산오름 중에 힘이 빠져 내려갈 때에도 로프를 설치한 곳과 너덜바윗길은 통과하기가 무척 힘이 들다.



하산중 험로의 바위 위에서 내려다 본 조망.


용문사에서 수통에 물을 가득 채워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당바위까지 도달하니 보온병 두개에 담긴 음료수와 수통에 가득 채운 물이 다 동이 났다. 더운 날씨에 땀을 많이 흘리니 인체는 상당한 양의 물을 요구한다.



하산길에 촬영한 마당바위.


등산 전에 용문사 입구에서 하차하여 확인해 본 바로는 상봉동으로 가는 버스는 오후 5시경에 끊어지고 오후 6시 40분에 양평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양평에서는 밤 열시까지 서울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하니 6시 40분까지만 내려가면 되는데 4시간 30분 동안 올라온 산을 2시간 50분내에 내려갈 수 있을지 짐짓 걱정이 된다.


그런데 마당바위까지 내려오니 5시 20분경. 잠깐 쉬었다가 다시 하산을 서둘러 용각바위를 지나서 등산로를 거의 다 내려올 즈음에는 오후 여섯시가 채 되지 않았는데 산중에는 벌써 어둠이 서서히 깔리기 시작한다. 용문사까지 거의 다 왔음을 느끼고 뛰어서 내려오는데 한 걸음 앞에서 뭔가 후다닥 소리가 나서 놀라 얼핏 아래를 보니 뱀이다. '어이쿠' 하면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데 이 뱀이 오히려 자신보다 더 놀란 것 같다. 갈색 바탕에 검은 색의 얼룩이 있는, 길이 1 미터 가량의 뱀이었다. 이 뱀은 내려오던 숲에서 다시 후퇴하여 잠시 몸을 숨기고 있다가 폭 2 미터 정도의 등산로를 통과하여 계곡이 있는, 수풀이 무성한 비탈길로 내려가려고 한다. 그런데 비탈까지 갔다가 더 이상 내려가지 않고 잠시 정지해 있다가 다시 갈 길을 돌려서 등산로를 횡단해서 오던 수풀로 되돌아가는 것이었다. 사진기를 꺼내서 후래쉬를 수동 켜짐 위치로 해 놓고 줌을 최대한 당겨 등산로를 기어 가는 뱀을 한 컷 찍었다.



용문사에서 10분 거리에 불과한 곳에서 마주친 이름모를 뱀.


아마 저녁이 되어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거의 다 계곡에서 놀다가 하산한 시각이니까 목이 말라서 계곡의 물을 마시려고 내려오던 중이었나보다. 그러다가 뛰어 내려오는 자신을 뒤늦게 발견하고 흠칫 놀라서 숨어 있다가 계곡으로 내려가서 물을 마시려다가 위험을 느꼈는지 다시 되돌아선 것이리라. 뱀은 계속 수풀로 올라가지 않고 등산로 옆의 수풀에 또아리를 틀고 혀를 낼름거린다. 뱀의 동태를 주의하며 가능한 한 멀리 떨어져서 내려온다. 뱀을 피해 수십 미터 정도 내려가니 용문사가 보이고 다시 약수를 달게 마시고 버스를 타는 곳까지 내려가니 6시 30분.



매표소 앞에서 찍은 용문산 - 사진 좌측이 용문산임.


6시 40분에 출발한 버스가 양평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7시 10분경. 뒷풀이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남한강변의 매운탕집에서 쏘가리와 빠가사리가 섞인 매운탕에 소주 한 병을 비우니 산행의 피로가 반감되는 듯하다. 민물고기의 맛도 좋았지만 보리새우를 넣은 매운탕 국물에 손으로 떠 넣은 수제비를 먹는 맛도 일품이었다.


다시 양평 시외버스 터미널로 갈까 하다가 양평역이 더 가깝다고 해서 길을 물어 양평역으로 가니 9시 56분에 출발하는 청량리행 중앙선이 있다. 50분이나 기다려야 했지만 대합실에서 느긋하게 뉴스를 시청하다가 뉴스가 끝나자마자 승차장으로 나가 잠시 기다리다 청량리행 중앙선을 타고 청량리에 도착하니 10시 50분. 다시 전철을 타고 귀가하니 자정이 넘은 시각이다.


가장 힘든 산행이었는지 다리 뿐만 아니라 허리도 쑤시고 팔도 아팠다. 그리고 등산 조끼를 벗어 보니 낮에 흘린 땀중의 수분은 증발하고 소금기만이 군데 군데 허옇게 남아 있다. 참으로 힘든 산행이었다. 미지근한 물에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곯아 떨어져서 다음날 오후 두시에야 일어날 수 있었다.




▣ 산초스 - 이강복님 수고하셨습니다.원래 용문산은 뱀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지만 요즘은 통 안보이더니,,, 용문사지나 계곡으로 가지말고 바로 중앙능선으로 오르셨으면 답답한 계곡보다는 시원하고 하산시 마당바위를 지나 계곡으로 오셨으면 좀더 용문산의 멋진 풍경을 보실수 있었는데 아쉽군요. 중앙능선에서 왼쪽의 백운봉에서 장군봉까지의 능선과 오른쪽의 용문봉능선이 아주 멋있게 보인답니다.^^**
▣ 고니 - 산행기 잘 봤습니다.님께서 목격하신 뱀은 능구렁이 같군요.즐산 하십시요~^
▣ sraok - 좋은산행을 하셨네요 살생도 피하시고 안산하십시요~*
▣ 이강복 - 네. 님들도 힘들지만 즐겁고 안전한 산행을 하시기를 바랍니다.^^
▣ 불암산 - 좋은 산행 축하드립니다. 정상의 출입금지가 과연 언제쯤 풀릴까요? 아마도 통일이 되면 풀리겠지요? 그때까지 열심히 산을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늘 즐산하시고 행복하십시요.
▣ 포항석귀철산우회 - 제고향이 오대산 호텔건너 마을이라 소시적에 부업으로 땅꾼 을잔깐하였는데 이강복님 께서목격하신 뱀은 꽃뱀 .화사 .너물맥이. (다 같은말임)지역에따라 호칭도틀림. 로 보여집니다 참고로이뱀은 독은 없으며 동작이 빠름니다. 독이있는뱀은 동작이 느리며 독이 없는뱀은 대체로동작이빠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