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근 할 때 등산복 차림으로 나섰다.
직장 끝나자마자 점심 먹고 준비물 사고 북한산으로 뛰었다.
집으로 같이 가자고 전화하니 집사람이 손사래 치는 모습이 훤하다.

화계사 매표소 2시.
그렇게 부지런 떠러도 2시다.
칼바위 코스는 한달 반만이다.

오늘은 산에 오르는 분들이 드물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가.
오르는 코스가 낯이 익다.
요즘은 북한산하면 칼바위쪽이다.접근하기가 편하다.
허리색에 물이 500cc만 들어가니 중간 중간에 물보충이 필요하다.

전에 도봉산에서 물이 떨어져 아쉬운 마음으로 하산한적이 있다.
그 이후 물에 한층 신경을 쓴다.

칼바위쪽은 물 보충 장소가 두 군데 있다.
첫번째가 화계사에서 약 십이삼분 오르면 삼성암이라는 절이 있다.
삼성암 바로 밑에 수도 파이프를 박은 샘물이 있는데 참 힘차게 뿜어 나온다.
수량이 풍부하다.

그런데 그 샘물에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
그 샘물에서 10여미터 오르면 삼성암 담벼락이 있는데 그곳을 지나면 화장실 냄새가 좀 독하다.
누구나 지나면서 아! 화장실이 바로 담벼락에 붙었구나라고 생각 할것이다.
이것이 문제인것이다.
위에 화장실이 있고 산속이라 하수도 시설에 문제가 많을 것이지.따라서 그 밑 샘물에는 거의 분명히 오염됐을것이라고 생각되어진다.
오늘 와보니 물 받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

거기서 약 500미터 정도 오르면 약간의 체육시설이 있는곳 바로 밑에 샘물이 있는데 이곳에는 물을 받는 여러분들이 계신다.
이 샘물 위로는 오염원이 한군데도 없다.
내가 생각하기에 최적의 샘물이다.

화계사에서 그곳까지 약 20분 걸린다.
양해를 구해서 물한잔 먹고 물한병 받아서 오르면 일단 대동문까지 500cc면 충분하다.
대동문 바로 밑에 샘물이 있으니 그것이면 충분하다.

오늘도 칼바위를 거뜬히 넘으시며 노익장을 과시하시는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다.
한번은 지난 겨울에 칼바위를 오르는데 앞서 가시는 어르신이 계신데,성질 급한 나는 그 분을 일단 추월하며 바삐 올랐다.
문제는 칼바위 정상에서다.

그 분을 추월하고 한참 지났을거라고 생각하며 칼바위 정상을 넘으려 했는데 눈이 많아 미끄러와 좀 자신이 없었다.
어떻할까 이리 저리 망설이는데 바로 뒤에 그 어르신이 나타나셔서 사뿐히 정상을 넘으신다.

아주 자연스럽다.
저벅 저벅 두서너 걸음에 넘으신다.
아이고 나는 멀었다하며 그 분이 넘으시는 자세를 보고서 그대로 넘으니 나도 사뿐히 넘어진다.
넘어서 자세를 가다듬는 사이에 그 어르신은 벌써 멀리 사라지시니 정말 나는 산에 관하여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그 이후 노인분들 추월하기가 좀 그렇다.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추월하며 꼭 인사 드린다.
" 안녕 하세요."

대동문을 홱 지난다.
오늘은 위문으로 내려가려 작정했다.
급히 급히 위문에 당도 했다.
좀 쉬면서 오늘 일정(만 날 사람이 있었다)을 점검한다.

백운산장에 도착했다.
많은 분들이 계시는데 다들 음식을 드신다.
김밥 드시는분,도시락 드시는분 소주하시고 그 옆에는 캔맥주에 막걸리잔도 보인다.

그냥 지나쳐?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산장으로 대뜸 들어가 "아주머니! 막걸리 두잔요"
아주머니가 쟁반에 술 두잔과 김치를 주신다.
"흐흐흐 술이네."

쟁반에 들고 나와 어느분 옆에 앉았다.
나는 두잔,그분은 한잔.
그런데 그분은 캔맥주를 하나 드시고 막걸리를 드신다.
오호 짬뽕을 즐기시군아.
내가 떡을 거내"한 점 드시죠"
"아이고 배가 불러서..."

내려오는데 남들이 막걸리 냄새를 맡을까 좀 미안하다.
백운산장 밑에 쇠난간을 잡고 내려오는데 밑에서 세분이 올라 오신다.
스쳐 지나가면서 행여나 냄새가 날까봐 숨을 안 쉬고 그 분들과 스쳐 지나왔는데 뒤에 들리는 말이 " 어휴! 저 막걸리 냄새!"
숨을 쉬나 안 쉬나 막걸리 냄새는 어쩔수 없나보다하며 웃으며 내려왔다.

하루재 넘자마자 앞서가던 세분들이 모두 목이 말라 샘을 찾는데 그곳에 샘이 있을리가 없지.
"제 물 드세요"하며 누르는 나오면 나의 물통으로 세분의 목을 축여주니 기분이 좋다.

오늘은 딸애 친구놈을 만나 저녁을 먹을 약속이 있다.
나도 기분 좋은 아버지지.25살 먹은 딸애 남자 친구하고 밥도 먹고.
그런데 이 놈이 좀 문제가 있다.
술이 약해.
소주 서너잔이면 얼굴이 홍당무니.

내일 산행은 광덕고개라고 나에게 다시 다짐한다.

우리 애 엄마하고 같이 가면 너무나 좋은데 왜 나만 혼자 가야돼나.생각해 볼 문제다.

시간이 흘러 그때도 나혼자 산행을 하면 나는 크게 잘못된거이지.그러면 산행을 그만 둬야지.
나의 처 나두고 나만의 산행에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
처하고 이세상에 나와서 같이 사는 세월이 얼마나 되는지.
요즘 이런 생각이 문득 문득 난다.
휴-

아뭏튼 일단 내일 산에는 간다.


▣ 김성기 - 막걸리 군침 도네요.어려운길 하셨구요,부부가 함께하는 산행 읽고 싶군요.어쩜 그렇게 문장력이 물흐르듯 합니까? 늘 건강 지키십시요.
#.숨은벽 오르셨던 김성기님이시죠?.저도 꼭 숨은벽에 오르고 싶고 오르겠읍니다.그런데 좀 겁나네요.
▣ 산초스 - jkys님 내일 광덕산 산행을 위해 미리 워밍업으로 가볍게 북한산 칼바위를 다녀오셨군요. 따님 남자친구가 술이 약하니 같이 산행을 하면 조금은 건강과 음주가 세게 도와줄텐데...ㅋㅋㅋ 부부함께 산행한 소원성취 산행기를 빨리 읽기를 바랍니다.^^**
#.산쵸스님 사업은 잘 되시죠.번창하시길 진심으로 빕니다.빨리 자리가 안정되신 후 산에 다녀 오신 산쵸스님의 산행기를 기다리겠읍니다.
▣ SOLO - 북한산 좋죠. 경기산 몽조리 섭렵하고 결국은 북한산으로 회귀 할 것같은 생각이 오늘 산행중 문득나더라구요.. 오늘 난 주금(베어스타운)-서리-축령-수레넘이고개-파워고개했는데 완전 개고생 했다는거 아녀.. 알바만 4번.. 귀신 곡하겠더라구요.. 집에오니 밤 11시가 넘고...에궁.. #.그래도 그 추억의 주금산을 다녀 왔으니 다행이네요.
▣ 김정길 - 퇴근만 하면 바로 등산을 마음먹고 등산복 차림으로 출근할 때 설래였을 jkys님의 마음을 상상해봅니다. 마실 때는 한잔도 아닌 두잔을 드리키지만 냄새가 날까봐 숨을 안 쉬고 조심해야하는 막걸리, 그런데도 등산객들과 스쳐 지나면 뒤에 들리는 말이 " 어휴! 저 막걸리 냄새!" 아고메 저걸 어쩌나? 처 나두고 나만의 산행에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는 님의 순수한 마음에 박수를 보냅니다.#.안녕하세요.계속 건강하시죠.금연은 거의 성공하셨나봅니다.
▣ sraok - 어르신이 등장해 젊은분인가 했드니~~멋쟁이십니다.
#.저 아직 젊읍니다.ㅎㅎㅎ
▣ 김용진 - 직장이 북한산 근처에 있으신가 보죠... 아무리 토요일이라도 1시에 끝내고 2시에 산행에 들기는 엄청 빠른 시간입니다...백운산장에서의 막걸리가 꿀맛이었겠습니다... 막걸리에는 맥주와.... 생맥주에는 이슬이와 같이 섞어 먹는 짬봉..폭탄이 최고죠...오늘도 SOLO님은 알바를 많이 하신 것 같군요... 한북정맥을 위한 워밍업.. 수고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직장이 북한산 근처가 아니라 토요일은 12시에 끝납니다.끝나자마자 시간절약으로 쏜살같이 산으로 갑니다.
▣ 운해 - 자연스레 등산복 출근이라 부럽기도 하지만 더욱 좋은 것은 언제나 오를 수 있는 여유로움이 더욱 좋은 것 같습니다. 자연스레 써 내리는 산행기는 더더욱 좋습니다. 건강 하시고 줄산 이어 가세요.
#.안녕하세요.지리산에 다녀 오셨죠? 산행기를 읽어 봤읍니다.참 결단력이 대단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읍니다.계속 건강하시어 줄기차게 산행을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