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의 지리산 홀로종주기


- 산행 준비 및 등산로 정보를 중심으로 -






내가 본격적으로 등산을 하게 된 것은 약 10년 전부터이다. 물론 중학시절까지는 시골에 살았기 때문에 마을 뒷산인 팔영산 도립공원을 수시로 오르내리기는 하였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학업과 취업으로 도시로 나오면서 특별한 행사를 제외하고는 산에 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1994년 지방점포에 발령받으면서 새롭게 등산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근무처 한두 시간 거리에 지리산을 비롯한 좋은 산들이 많았고 당시 나이가 40대 초반에 이르러 체력을 다질 필요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부터 매월 2회 이상 산행하였고 주5일제가 시행된 2002년 하반기부터는 거의 매주 산에 다니는 편이다.




2003년 10월 현재까지 지리산은 한 15회 정도 오른 것 같다. 모두가 보통 7시간 내지 10시간 정도 걸리는 당일 산행뿐이다. 대부분의 산사람들이 자랑하는 지리산 주능선 종주를 이제껏 시도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달 직장 산악부를 따라 1박3일의 설악산 공룡능선과 대청봉 종주를 성공하였기에 기왕이면 금년에 지리산종주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이를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지리산과 설악산 산장의 토요일 이용신청은 예약개시 1분 만에 매진이라고 하니 금요일 하루 휴가와 함께 예약하는 것이 편하다. 가고 싶은 날인 2003년 10월 16일(목) 기차표 예매와 17일(금) 산장예약을 십여 일전에 성사시킴으로써 지리산종주는 이루어졌다. 산행 길은 주말 인파가 몰리기 전이어서 비교적 한산하였고,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아름다운 능선과 계곡을 여유롭게 조망할 수 있어 좋았다. 더군다나 나를 반긴 듯 날씨는 포근하였고 하늘 또한 맑았다. 새벽 중천에 떠있는 반달과 빛나는 별들, 벽소명월이라지만 세석야경도 좋았다.




최고의 백미는 역시 지리 제1경 천왕일출.


저 멀리 지평선 끝에서 서서히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


잠시 후 색깔로 형용할 수 없는 찬란한 광채의 태양빛.


봉우리를 감싸 도는 옅은 안개구름의 아름다운 춤사위.


百聞不如一見.......




일상사 대부분이 그렇지만 등산은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나는 특히 내리막길은 그런대로 속도가 있지만 오르막길은 그야말로 느림보이다. 소요시간을 종잡을 수 없어 나는 항상 처음 가는 코스일 경우 등산지도를 통해 등산로와 산세를 익히고 인터넷에 실린 산행기를 통해 정보를 습득한다. 덕분에 나 홀로 장거리 산행일지라도 실패한 경우는 없었다. 3년 전 새벽 4시경 설악 비선대에서 금강굴 오름길을 잘못 들었다가 천불동계곡으로 코스를 변경한 걸 제외하고는.




그래서 이번 나의 1박3일 지리산 주능선 종주기는 가급적 주관적 감성표현보다는 산행에 필요한 준비사항과 등산로에 관한 정보를 중심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이 산행기가 처음으로 지리산을 종주하고 싶은 산사람들에게 조그마한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이다.






■ 산행개요




  ○ 이동경로 : 서울 - 구례구 - 지리산 주능선 - 진주 - 서울


  ○ 소요기간 : 2003.10.16(목) 22:00 〜 2003.10.18(토) 19:20  1박3일


  ○ 산행코스 : 성삼재 - 노고단 - 세석산장 - 천왕봉 - 중산리


  ○ 산행기간 : 2003.10.17(금) 04:35 〜 2003.10.18(토) 11:05  1박2일


  ○ 참가인원 : 나 홀로




■ 이동시간표




  ○ 10/16 22:00 〜 10/16 22:30 출발, 아파트-영등포역 시내버스로 이동


  ○ 10/16 22:59 〜 10/17 04:05 영등포역-구례구역 무궁화열차로 이동


  ○ 10/17 04:07 〜 10/17 04:33 구례구역-성삼재 택시로 이동


  ○ 10/17 04:35 〜 10/17 16:00 성삼재-세석산장 첫째 날 산행


  ○ 10/17 16:00 〜 10/18 03:15 세석산장 숙식


  ○ 10/18 03:15 〜 10/18 11:05 세석산장-중산리 둘째 날 산행


  ○ 10/18 12:00 〜 10/18 13:10 중산리-진주 시외버스로 이동


  ○ 10/18 13:10 〜 10/18 14:30 사우나와 식사


  ○ 10/18 14:30 〜 10/18 18:30 진주-서울 시외버스 우등고속으로 이동


  ○ 10/18 18:40 〜 10/18 19:20 남부터미널역-아파트 지하철로 이동, 도착




■ 사전예약




  ○ 10/16(목) 무궁화 열차표 예매 : 10/11일에 영등포역에서 좌석 표 구입.


  ○ 10/17(금) 세석산장 숙박 예약 : 10/06일에 인터넷으로 대기자 신청, 10/07일 예약 확인.




■ 준비물품




  ○ 정보자료 : 종주계획, 지도, 등산로정보, 메모지, 볼펜, 핸드폰과 밧데리


  ○ 등산장비 : 배낭, 등산복상하, 등산조끼, 우의겸용파카, 모자, 등산양말, 속양말, 등산수건2,


                    : 등산화, 면장갑, 스틱, 소형전등, 건전지


  ○ 식품의료 : 도시락1, 김밥1, 떡, 김치, 밑반찬, 수육, 계란2, 오이1, 초코렛, 수저, 팩소주1,


                    : 소형물통2, 다용도칼, 휴지, 칫솔, 치약, 면도기. 압박붕대


  ○ 여벌의류 : 긴팔티셔츠1, 짧은팔티셔츠1, 긴팔난방셔츠1, 긴바지, 속옷2, 양말1




■ 소요비용 : 73천원




  ○ 교통비 : 47천원


             서울-구례구 : 무궁화열차 16천원,   구례구-성삼재 : 택시합승 10천원,


             중산리-진주 : 시외  버스  4천원,     진  주-서  울 : 시외버스 17천원(우등고속)


  ○ 숙박비 : 7천원 - 세석산장 침실이용료 및 담요임차2


  ○ 음식비 : 16천원


             잡탕국밥1 4천원, 컵라면1 2천원, 국밥 5천원, 캔커피2 2천원, 맥주 3천원


  ○ 목욕비 : 3천원




■ 산장정보




  ○ 노고단산장  노 고 단(1,390m)  5,000원  140명  061-783-1507  식수, 매점, 가족실


  ○ 뱀사골산장  뱀 사 골(1,250m)  3,000원   80명  063-626-1732  식수, 매점


  ○ 연하천산장  연 하 천(1,440m)  3,000원   40명  063-625-1586  식수, 매점


  ○ 벽소령산장  벽 소 령(1,420m)  5,000원  140명  011-854-1426  식수, 매점


  ○ 세석   산장  세석평전(1,600m)  5,000원  220명  055-973-1600  식수, 매점, 가족실


  ○ 장터목산장  장 터 목(1,650m)  5,000원  150명  055-973-1750  식수, 매점


  ○ 로타리산장  법 계 사(1,400m)  5,000원   40명  055-973-1400  식수, 매점


  ▶ 가족실 : 35천원,  침낭대여 : 2천원,  담요대여 : 1장 1천원,  야영장 : 3-5천원


  ▶ 수용인원은 인터넷 예약 기준 인원(세석산장의 경우 총 수용인원은 350명임)


  ▶ 예약자 잠자리 배정 : 하절기 - 오후 7시까지, 동절기 - 오후 6시까지


  ▶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 : 055-972-7771  산장예약전화 : 055-973-0399




■ 산장매점 판매물품




  ○ 식사류 : 햇반 3,000원, 컵라면 1,500원, 라면


  ○ 부식류 : 캔참치 2,500원, 캔깻잎 2,500원, 김치,


  ○ 스넥류 : 초코파이 400원, 에이스 1,000원, 아트라스 1,000원, 영양갱 1,000원


  ○ 음료수 : 청량음료 1,000원, 이온음료 1,000원, 캔커피 1,000원, 캔맥주 3,000원


  ○ 기   타 : EPI가스 3,000원, 화장지 600원, 필름 4,000원, 파스, 사진기, 건전지, 비옷


  ▶ 물품은 매진되는 경우가 가끔 있으며, 산장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나는 곳도 있음.




■ 주능선 등산로변 샘터




  ○ 노고단산장 샘터 : 성삼재에서  2.5km, 노고단 고개 직전 200m


  ○ 임걸령 샘터       : 노고단에서  3.2km, 임걸령 쉼터내


  ○ 뱀사골산장 샘터 : 노고단에서  6.3km, 화개재 아래 뱀사골 방향 200m


  ○ 총각샘터            : 노고단에서  9.5km, 명선봉 아래 이정표에서 20m


  ○ 연하천산장 샘터 : 노고단에서 10.5km, 산장 쉼터 내


  ○ 벽소령산장 샘터 : 노고단에서 14.1km, 산장 아래 100m


  ○ 선비샘터            : 노고단에서 16.5km, 선비샘 쉼터내


  ○ 세석산장 샘터    : 노고단에서 20.4km, 산장 아래 거림 방향 100m


  ○ 장터목산장 샘터 : 노고단에서 23.8km, 산장 아래 칼바위 방향 60m


  ○ 천왕샘터            : 천왕봉에서  0.3km, 천왕봉 아래 중산리 하산길 300m


  ○ 로타리산장 샘터 : 천왕봉에서  2.0km, 산장 옆 등산로변






■ 서울에서 성삼재까지 : 6시간 30분




○ 배낭꾸리기




10월 16일 목요일 평소보다 조금 빨리 퇴근하여 산행준비를 하였다. 아내는 일전에 나홀로 지리산종주에 대해 투덜거리면서도 선 듯 동의하여 주었다. 매년 함께 했던 설악 단풍산행을 금년도에는 생략한다기에 나만 산악부를 따라 공룡능선 종주를 다녀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아내는 산행에 필요한 음식을 정성껏 만들어 놓았다. 맨밥도시락, 김밥, 유부초밥, 삶은 계란, 수육, 김치, 밑반찬, 고추, 마늘, 양파, 쌈장 등. 음식과 의류, 등산장비 등 종주계획서 대로 준비물품을 모두 챙겼다.




배낭무게는 9kg. 아주 적당한 무게다. 장거리 산행에 있어서는 배낭 무게가 나갈 때 등산 초반부터 땀을 쏙 빼게 만든다. 가급적 최소량으로 채우도록 계획을 철저히 세워야 할 것이다. 즉, 지리산 주능선에는 중간 중간에 산장이 있고 각 산장마다 값이 두 배쯤 되는 음식류 등 산행물품을 팔고 있으므로 사전에 고생 끝에 경비를 절감할 것인가 아니면 간편하게 종주를 성공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다만, 매점의 문은 아침 8시 전후에 연다는 점과 가끔 매진된 경우가 있음을 고려한다.




○ 아파트 출발 : 10/16(목) 22:00




밤10시 시보가 울리자마자 아이들에게 잘 다녀오겠노라 하고 집을 나섰다. 고맙게도 아내는 버스정류장까지 전송해 주었다. 아마도 첫 번 종주 시도가 성공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영등포역 : 10/16(목) 22:30-22:59




10시 30분경 영등포역에 도착. 아직 30분 가량 여유가 있다. 탑승구를 확인한 후 화장실을 다녀오고 자판기 커피도 한잔. 이윽고 서울역에서 출발한 여수행 심야 첫 열차인 무궁화호가 정확히 밤 10시59분에 도착하여 탑승하니 평일인데도 만원이다. 예매하길 참 잘했다.




탑승한 열차 칸 내에는 등산복 차림새가 두 팀이 있다. 한 팀은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녀 4명이고 또 한 팀은 중년남자 2명이다. 저 중년남자들이 성삼재행 택시를 이용하면 좋을 것인데. 열차 내에서의 5시간 중 몇 시간은 눈을 붙여야 하는데도 잡담과 달그락거리는 열차소음 그리고 종주산행의 부푼 꿈 때문에 좀처럼 깊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천안에서 옆 사람이 하차한 뒤 두 좌석을 독차지하고 남원까지는 그런대로 잠을 잤나 보다.




○ 구례구역 : 10/17(금) 04:05-04:07




17일 새벽 4시 5분 구례구역에 도착. 구례구라는 지명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순천시에 속하지만 구례읍 입구에 해당되어 구례구라고 불리고 있다. 하차하자마자 어느 산행기에서 알려준대로 등산복 차림의 중년남자 두 사람을 따라가 곧바로 성삼재행 택시를 함께 타자고 제안하니 동의한다. 3만원 요금을 세 사람이 나누어 내게 된 것이다.




택시는 구례읍과 천은사를 지나 간간히 나타나는 짙은 안개 속을 뚫고 멋진 드라이브 길을 달린다. 그러나 국립공원 1100m 고지까지 차도를 만든 것은 좀 성급했다는 생각이다. 동행인들은 반야봉을 올랐다가 뱀사골로 하산하여 오늘 중 상경한단다. 나의 세석산장 1박 종주계획을 듣고는 홀로산행에 대해 감탄하며 그들이 지난 6월 어느 주말을 이용하여 같은 코스를 다녀왔는데 많은 인파로 세석까지 15시간이 걸렸다고 겁준다. 나는 13시간을 책정했는데 은근히 걱정된다. 등산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어느새 성삼재다.




○ 성삼재 도착 : 10/17(금) 04:33




옛날 옛적 성이 다른 3명의 장군이 지켰던 고개라는 데서 부르게 된 성삼재에 새벽 4시 33분 도착. 구례구-성삼재간 택시 운행시간은 보통 20여분이라더니 안개 때문인지 몇 분 더 걸렸다. 택시비 3만원은 1인당 1만원씩 지출, 2만원 절감이다.






■ 산행 첫째날 성삼재에서 세석산장까지 : 11시간 25분




○ 성삼재 : 10/17(금) 04:33-04:35




해발 1070m




높은 고지라서 다소 싸늘하지만 영상의 기온으로 예측된다. 하늘은 맑고 반달과 함께 온통 별천지다. 시기를 아주 잘 택한 것 같다. 반팔 등산복과 조끼 그리고 우의를 겸할 수 있는 얇은 파카를 걸치고 소형 손전등을 챙겼다.




성삼재 이정표 : 노고단산장 2.5km, 노고단고개 2.7km, 세석산장 23.1km, 천왕봉 28.2km, 중산리매표소 33.6km, 중산리버스정류장 : 34.8km




새벽 4시 35분 성삼재를 출발, 대장정을 시작한다. 평일 새벽이어서인지 매표소도 무사통과, 입장료도 절감이다.




시작되는 등산로는 시멘트로 포장되어 차량이 다닐 수 있는 작전도로이다. 이 길은 노고단까지 이어진다. 달빛과 별빛이 밝아 전등을 켜지 않아도 된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20여분 진행하자 벌써 땀이 밴다. 조끼를 벗어 배낭에 다시 넣고 10여분 가니 오른쪽으로 화엄사 넘어가는 코재가 나온다. 고개마루에는 전망대 구조물을 만들어 놓았다. 밝은 낮이라면 전망대에 올라 화엄사골과 심원골, 그리고 노고단, 종석대 등을 관망할 수 있다.




코재 갈림길 : 왼쪽-노고단산장 약 0.5km, 오른쪽급경사내리막길-화엄사 7.0km




산장까지 계속 도로를 따라 갈 수 있으나 코재 조금 지나 물이 흐르는 계곡을 막 지나서 오른쪽 지름길 등산로로 오른다. 급경사 돌계단 숲길로 여기서부터는 전등을 켜야 한다. 가다보면 왼쪽으로 별장 터 가는 길이 나오고 노고단산장은 코재에서 10분 걸린다.




○ 노고단산장 : 10/17(금) 05:15




해발 약 1390m.




택시에 동승했던 두 사람은 아침식사를 지어먹으러 취사장으로 들어가고, 나는 삼도봉에서 김밥을 먹을 작정이므로 준비한 물도 충분하여 그냥 지나쳤다.




노고단산장 이정표 : 노고단고개 0.2km, 성삼재 2.5km.




노고단 고개는 취사장 우측으로 난 급경사 오르막 돌길을 200m쯤 오른다. 단거리이지만 10분이 소요되고 배낭이 무게가 있을 때는 새벽부터 땀을 쏙 빼게 만든다.




○ 노고단고개 : 10/17(금) 05:25




해발 1450m




고개 안부에는 노고단 정상의 큰 돌탑을 모양내어 만든 돌탑이 있다. 지리산 3대 주봉의 하나인 오른쪽 노고단 정상(H1507m)은 생태계 복원을 위한 자연휴식년제로 출입금지하고 있으나 사전 신청에 의하여 허가받은 사람은 정해진 시간(1일4회)에 출입할 수 있다.




노고단고개 이정표 : 돼지령 2.1km, 임걸령 3.2km, 세석산장 20.4km, 천왕봉 25.5km, 중산리매표소 30.9km, 중산리버스정류장 32.1km, 성삼재 2.7km.




정면에 세워 놓은 이정표 팻말을 한번 훑어보고 곧바로 노고단 산허리를 옆으로 돌아가는 등산로를 따른다. 본격적인 지리산 주능선 종주 시작 등산로가 돌밭이다. 또한 비가 왔을 때는 미끄럽고 질퍽거린다. 가는 도중 나무 잔뿌리를 밟자 미끄러졌다. 다행히 오른손을 짚어 불상사는 없었지만 장갑을 끼지 않은 덕에 손바닥 끝 손목 부문에 지름 1cm 정도 핏기가 배어 있다. 이슬 때문이다. 새벽길은 이점도 유의해야한다. 하지만 나무숲이 울창하여 터널을 이룬 등산길은 큰 높낮이 없이 평탄하게 이어진다.




○ 왕시루봉 갈림길 : 10/17(금) 05:55




나무숲을 지나 전망이 트이면서 능선 평지길에 왕시루봉으로 가는 등산로임을 알리는 팻말에는 출입금지가 되어 있다. 여기서부터 돼지평전이다. 지리10경 하나인 노고운해. 노고단 아래로 구름바다의 절경을 연출하는 곳이다. 온통 솜이불을 깔아놓은 듯 펼쳐지는 운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잠시 인간세계를 벗어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만큼 신비롭기 그지없다고 한다. 돼지령으로 가다보면 동트기 전 어렴풋이 보이는 주능선에 지척인 듯 반야봉이 우뚝 솟아 있고, 첩첩이 쌓인 능선과 계곡이 시야에 들어온다.




돼지령 이정표 : 임걸령 1.1km, 노고단고개 2.1km.




돼지령(H1424m) 근처 숲에는 야생동물보호를 위해 숲에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문이 평전길 30여분 가는 중에 여러 차례 나온다. 멀리 불무장등 능선 너머 하늘이 붉게 물들어 손전등은 배낭 속으로 보내고. 다시 약간의 내리막길을 가다 헬기장을 지나면 피아골 갈림길이 나온다.




○ 피아골 갈림길 : 10/17(금) 06:25




피아골 갈림길 이정표 : 임걸령 0.5km, 노고단고개 2.7km, 피아골산장 2.5km, 연곡사 8.5km




갈림길에서 오른쪽 급경사 내리막길은 피아골산장과 연곡사 가는 길이다. 산도 붉고 물도 붉고 사람도 붉게 물든다는 삼홍의 명소 직전단풍의 멋스러움은 머릿속으로만 그릴 수밖에.




이어진 평탄한 숲길을 따라 안부로 내려서면 임걸령 샘터.




○ 임걸령 : 10/17(금) 06:35-06:40




해발 1320m




성삼재부터 5.9km를 논스톱으로 2시간 만에 왔다. 노고단부터는 비교적 완만한 길이어서인지 계획에 차질 없어 다행이다. 이곳은 높은 고지임에도 아늑하고 조용한 천혜의 요지로서 의적 임걸의 본거지였다고 한다.




샘은 잘 다듬어 놓은 쉼터 좌측 아래에 있으며 지리산에서 물맛 좋기로 소문나 있고 수량도 풍부하다. 물맛도 보고 세수도 하고 물통1개는 바꿔 채웠다. 다음 식수는 총각샘이나 연하천산장까지 가야 있다. 중간 뱀사골산장에 식수가 있지만 화개재에서 능선길을 벗어나 200m 급경사 계단을 내려가야 하므로 연하천까지 갈 식수는 이 곳에서 보충하는 것이 좋다.




임걸령 이정표 : 노루목 1.3km, 화개재 3.1km, 세석산장 17.2km, 천왕봉 22.3km, 중산리매표소 27.7km, 중산리버스정류장 28.9km, 노고단고개 3.2km, 성삼재 5.9km.




처음으로 5분 휴식하고 노루목을 향해 출발. 물을 제공해서인지 곧바로 1432봉 가는 급경사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제법 숨과 땀이 차오르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산행길이다. 한차례 오르막 후 한동안 평탄한 길을 걷다가 또 한 차례 돌길과 통나무로 받쳐 만든 계단 길을 한참 오르고 나면 반야봉 갈림길인 노루목이라는 전망바위가 나온다.




○ 노루목 : 10/17(금) 07:10




해발 1500m




반야봉에서 내려지르는 산줄기가 산중턱에서 잠깐 멈추어 마치 노루가 머리를 치켜들고 피아골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바위머리가 전망대를 이루고 있다. 이곳에서 피아골을 내려다보노라면 원시림 속의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 있다. 날이 밝았으므로 바위 위에 올라 1분간 경관을 조망하고.




노루목 이정표 : 삼도봉 1.0km, 화개재 1.8km, 임걸령 1.3km, 반야봉 1.2km.




왼쪽 급경사 오름길은 반야봉(H1733m) 가는 길이다. 급경사 길을 올라 반야와 마고할미의 사랑 그리고 반야낙조로 유명한 반야봉 정상을 다녀오는 데는 1시간 30분 정도 더 소요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05시경 성삼재를 출발했다면, 벽소령산장 숙박시에는 괜찮지만 세석산장 숙박시에는 반야봉 산행을 피하는 것이 보통이다.




반야봉 가는 길을 버리고 직진으로 산허리를 돌아서 15분쯤 가면 또 삼도봉과 반야봉 가는 삼거리를 만나고 오른쪽 길을 따라 조금 전진하면 암봉이자 일명 날라리봉인 삼도봉이다.




○ 삼도봉 : 10/17(금) 07:30-07:55




해발 1550m




암봉 위에는 황동으로 된 삼각뿔의 한 면씩에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라고 새겨 삼도 경계를 나타내고 있으며 경관조망이 시원한 봉우리이다. 묵골, 쌍계 깊은 골 저 멀리 섬진청류가 유유히 흐르는 아름다움도 만끽한다. 같은 방향 남쪽으로 전남 경남 도계인 불무장등 능선이 뻗어있고 이곳으로 하산할 수도 있다.




아침식사로 아내가 정성껏 만들어준 김밥과 유부초밥을 꺼냈다. 산봉우리라 약간 찬 기운이 있지만 햇빛이 좋아 떨림 없이 맛있게 먹었다. 양이 많아 점심용으로 조금 남기고.




삼도봉 이정표 : 화개재 0.8km, 임걸령 2.3km, 불무장등 -




산 능선과 계곡 그리고 운해를 감상하고 화개재로 출발. 바위 옆을 비껴 내려서면 경사 급한 내리막길에 이어서 숲 속 돌길을 지나 무려 550개 정도의 나무계단이 등장한다. 한쪽 무릎 관절이 과부하 되지 않도록 똑바로, 좌로, 우로 등 걷는 방법을 의식적으로 교차해야한다. 계단 끝에서 100m 정도 완만하게 내려가면 넓은 안부에 산림보호막을 둘러 쉼터로 잘 조성해 놓은 화개재가 나온다.




○ 화개재 : 10/17(금) 08:10




해발 1315m.




뱀사골과 묵골 갈림길이 있는 넓은 공터로 종주 능선 상에서 가장 낮은 곳. 옛날에는 남원 반선 사람들이 화개장을 보러 이 곳을 넘어 다녔고, 화개 사람들 또한 남원 방면으로 넘어가는 유일한 고개였다. 뱀사골산장은 왼쪽으로 200m의 급경사 계단 길을 내려가야 된다. 왕복하려면 상당한 체력이 소모되므로 식수 등 음식물은 사전 대비해야 한다.




화개재 이정표 : 토끼봉 1.2km, 연하천산장 4.2km, 세석산장 14.1km, 천왕봉 19.2km, 중산리매표소 24.6km, 중산리버스정류장 25.8km, 임걸령 3.1km, 노고단고개 6.3km, 성삼재 9.0km, 반선 9.2km. 목통마을 7.0km




토끼봉으로 오르는 길은 1.2km로 지리산 주능선에서 가장 긴 급경사 오르막이다. 처음 급경사를 오르고 나면 잠시 완만한 오름길이 이어지다가 본격적인 가파른 오름길이 이어진다. 정상인 줄 알고 오르고 나면 더 높은 봉우리가 연달아 나타난다. 경사도 있고 미끄러운 바위벼랑도 있고 힘든 길이므로 10여분 간격으로 심호흡 조절해야 한다.




첫 번째 체력 실험장소로서 화개재에서 쉬지 않고 40분 정도 오르고 나면 산림보호를 위한 목재로 된 노변 난간길이 나오고, 전방 시야가 트이면서 산림보호막 내에 돌 자갈을 깔아 휴식처로 꾸며놓은 곳이 토끼봉 정상이다.




○ 토끼봉 : 10/17(금) 08:45-08:50




해발 1533m




토끼봉이라는 이름은 토끼가 많아서가 아니라 봉우리의 위치가 반야봉을 기점으로 동쪽 즉 24방위의 정동에 해당하는 묘방(卯方)이라 해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정상은 밋밋한 초원지대와 구상나무 상록수림지대로 정연하게 구분되어 또 다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정상 오른쪽에 칠불사 갈림길이 있다.




토끼봉 이정표 : 명선봉 2.0km, 연하천산장 3.0km, 화개재 1.2km, 칠불사 7.5km




햇살 덕분에 파카를 벗고 모자를 꺼내 썼다. 5분 휴식 후 토끼봉에서 완만한 내림 길을 내려섰다가 능선평지를 한참 지나면 20분 만에 연하천산장 전방 1.8km 이정표가 나온다. 여기서 봉우리 하나를 통과하자 한참 더 높은 봉우리가 나온다. 봉우리 직전 안부까지 평탄하게 가다가 봉우리를 올라채지 않고 봉우리 왼쪽 산허리를 완만하게 오르지만 굴곡이 심한 돌밭 길이다. 또다시 안부가 가까워지자 큰 산봉우리가 나타난다. 이른바 명선봉이다.




명선봉도 능선으로 오르지 않고 왼쪽 산허리 너덜길을 어렵사리 통과하면 나무계단이 있는 곳에 명선봉 이정표가 나온다. 명선봉으로 가는 길은 크게 가파른 구간 없이 주위에는 오직 나무숲으로만 가득 차 있을 뿐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는 너덜길이다.




○ 명선봉 : 10/17(금) 09:35




해발 1586m.




명선봉 아래 이정표 근처 20m 거리에 총각샘이 있다는데 잘 아는 산악인들은 유용하게 활용한다고 한다. 어디인지 알 수 없어 그냥 지나쳤다. 샘에 관한 정보는 팻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명선봉 이정표 : 연하천산장 1.0km, 화개재 3.2km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55개의 나무계단과 철계단을 오르고 나면 능선 안부에 도착한다. 명선봉 부근의 울창한 침엽수 지대와 돌길을 400여m 진행하면 연하천산장 0.6km 이정표가 나오고 조금 지나자 내리막 목도계단이 나온다. 나무 받침 계단으로 시작되다 나무판으로 된 내리막 계단이 무려 330여개로 기나긴 계단을 내려가면 드디어 연하천산장이 보인다.




○ 연하천산장 : 10/17(금) 10:00-10:10




해발 1440m.




고산지대 숲 속을 누비며 흐르는 개울의 물줄기가 마치 구름 속에서 흐르고 있는 것 같다고 하여 연하천이라 한다. 아담한 산장 앞마당에는 돌을 깔아 쉼터를 조성해 놓았다. 앞마당 샘터에서 콸콸 쏟아지는 물 또한 으뜸이다. 물통을 채우고 물수건 세수도 곁들인다. 5시간 30분 걸려 13.2km를 왔으니 예정보다 1시간 단축되어 무난한 산행이 될 것 같다.




노고단산장에서 여기까지 오는 중에는 삼도봉과 화개재에서 반야봉 가는 등산객 5명과 토끼봉 지나면서 반대로 오는 2명을 마주쳤을 뿐이다. 그런데 이곳에는 15명이 쉬고 있다. 여승 5명, 60대 노인그룹 8명, 대학생 나이의 젊은이 2명 등. 그들은 뱀사골산장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연하천산장 이정표 : 삼각고지 0.7km, 벽소령산장 3.6km, 세석산장 9.9km, 천왕봉 15.0km, 중산리매표소 20.4km, 중산리버스정류장 21.6km, 화개재 4.2km, 노고단고개 10.5km, 성삼재 13.2km.




10분 쉬었다가 출발. 산장 앞 철책 한쪽 끝에 있는 등산로 표식을 따라 주목 군락지 보호구역 사이 길을 들어서면 천황봉 안내판이 군데군데 서 있고 잘 다듬어진 평탄한 길을 따라 오르내리면 마천 음정 갈림길인 삼각고지(해발 1462m)에 올라선다.




삼각고지 이정표 : 형제봉 1.4km, 벽소령산장 2.9km, 연하천산장 0.7km, 음정 약5.0km




이후 비교적 완만하게 오르내리며 고도를 높여가는 데 벽소령 2.4km 이정표를 지나면서 등산로는 대부분 돌밭길이다. 형제봉 정상을 가기 위해서는 약 10여분 간 급경사를 오르게 된다. 능선에 오르고 나면 길 양쪽으로 서 있는 큰 바위 두개가 앞을 막는다. 두 바위를 통과해서 조금 더 가면 정상에 전망 좋은 바위가 있다.




○ 형제봉 전망바위 : 10/17(금) 11:00-11:05




형제봉 해발 1452m




바위 위에서는 벽소령산장이 저 아래로 보이고 지리산 능선 남은 구간의 영봉들이 연이어 올려다 보인다. 5분 쉬고 출발. 바위벽과 너덜지대 내리막길을 조심조심 5분 정도 내려가면 빌딩바위라 부르는 커다란 바위 밑에 이정표가 있다.




○ 빌딩바위 : 10/17(금) 11:10




형제봉 이정표 : 벽소령 1.5km, 연하천산장 2.1km.




이정표 팻말 이름은 형제봉이라 표기되어 있지만 수도하던 형제가 지리산요정의 유혹을 경계해 등을 맞대고 부동자세로 있다가 석불이 되었다는 형제봉이 여기인지 정상 어디에 있는지 불분명하다. 다만 이정표 뒤로 서 있는 큰 바위 근처에 형제가 머물렀다는 연하굴이 있다고 한다. 계속해서 너덜길이 주를 이루고 있는 험한 산길을 한참 내려가다 다시 올라가 산허리를 돌아가면 또 전망 좋은 바위가 나온다. 다시 봉우리를 넘어 두 차례 밧줄을 잡고 암릉을 오른 후 너덜 길을 한참 돌아나가면 넓은 안부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산장이 나타난다.




형제봉 정상부부터 크고 작은 돌로 형성된 너덜지대를 근 한 시간 정도 내려간 것이다. 결국 연하천-벽소령 길은 바위 오르막길과 바위통로를 지나야하고 돌길을 징검다리 건너 듯 해 거리에 비하여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방심은 금물이다.




○ 벽소령산장 : 10/17(금) 11:50-12:40




해발 1340m (벽소령정상 H1426m)




넓은 안부에 새로 지은 산장은 멋지고 산림보호막 안쪽 마당에는 식사대 등 쉼터를 잘 만들어 놓았다. 20명이 넘는 많은 사람이 식사중이다. 매점에서 컵라면을 주문했더니 매진이란다. 찬밥을 먹을 수밖에. 남은 김밥과 맨밥, 김치, 밑반찬으로 점심을 때운다. 식사 중에는 파카를 꺼내 입었다. 따뜻한 국물을 못 먹었으니 커피라도 타 마셔야지. 연하천에서 만난 대학생 두 사람을 중간에 추월했는데 20분 늦게 도착하여 막 라면 물을 끓이고 있어 커피 두 봉지와 온수 한 컵을 교환하여 속을 데웠다. 꿀맛이다.




벽소명월, 이곳 숙박시 달구경은 필수. <어두운 밤 숲 뒤의 봉우리 위에 만월이 떠오르면 그 극한의 달빛이 천지에 부스러지는 찬란한 고요는 벽소령이 아니면 볼 수 없다.>고 어느 시인은 노래했다. 지리산 등줄기 한가운데 밀림과 고사목 위로 떠오르는 달은 차갑도록 시리고 푸르다.




벽소령산장 이정표 : 음정갈림길 1.1km, 세석산장 6.3km, 천왕봉 11.4km, 중산리매표소 16.8km, 중산리버스정류장 18.0km, 연하천산장 3.6km, 노고단고개 14.1km, 성삼재 16.8km, 의신 6.8km.




이곳은 화개면과 마천면을 잇는 작전도로 겸 임도가 지나가는데 차량통행은 불가능하다. 의신 하산길은 임도를 우측 방향으로 따라 내려가면 된다. 산장 남쪽으로 100M 가까이 내려간 지점에 있는 샘터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물 양치도 했다. 화장실도 다녀오고 출발.




벽소령 산장을 뒤로하고 완만히 오르는 넓은 임도를  직진 방향으로 따른다. 낙석위험, 추락위험이라는 표지판을 여러 개 지나고 산비탈 바위벽 밑을 통과하자 출발 20분 만에 음정갈림길이다.




음정갈림길 이정표 : 덕평봉 0.6km, 세석산장 5.2km, 벽소령산장 1.1km, 음정(마천) 8.4km.




여기서 임도로 내려가는 왼쪽 하산 길은 마천 음정으로 가는 길이다. 벽소령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 산길로 등산로가 이어져간다. 등산로는 바위투성이의 오르내림 길이다.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또 반대로 능선을 오르내리며 심한 경사의 굴곡 진 바위 길이 나오기 시작한다. 힘이 들기 시작하고 층계를 오를 때는 무릎 펴기도 어렵다. 경사진 흙 비탈길을 한참 오르면 전망이 트이면서 남쪽으로 깎아지른 듯한 깊은 골짜기가 있고, 이윽고 덕평봉(H1521m)이정표에 다다른다.




덕평봉 이정표 : 선비샘 0.7km, 세석산장 4.6km, 벽소령산장 1.7km




이정표 지점에서 덕평봉 남쪽 즉 오른쪽 산허리 사면을 한동안 돌다가 내리막길을 가다보면 널따란 평지와 함께 선비샘터가 나타난다. 그나마 벽소령-선비샘 구간은 덕평봉 오름길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평지 같이 완만하고 길도 좋은 편이다.




○ 선비샘 : 10/17(금) 01:40-01:50




해발 1500m




이 지역은 덕평봉 보다 선비샘으로 더 이름나 있다. 한번이라도 남에게서 사람다운 대접, 선비 대접을 받으며 살아보고 싶었던 한 화전민의 슬픈 사연이 있는 곳이다. 여기를 지나는 사람들이 그 화전민의 묘에 목례를 하고 가니 그는 죽어서 사람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선비샘 이정표 : 칠선봉 1.8km, 세석산장 3.9km, 벽소령산장 2.4km,




공터의 선비샘 이정표에서 넓은 개활지 우측 30m 지점에 있는 돌 축대에 꽂아놓은 파이프에서 비가 온지 꽤 되었는데도 물이 어린아이 오줌처럼 졸졸졸 흘러나온다. 이런 높고 깊은 산중에 시원하고 맑은 샘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놀라울 뿐이다. 물이 있으니 수건에 적셔 얼굴도 닦고 식수도 보충한다.




이어진 등산로는 바위투성이의 오르내림 길이다. 이곳 선비샘부터 영신봉까지는 한 시간에 겨우 1km 남짓 밖에 못 간다는 난코스이다. 산비탈을 돌아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며 곳곳에 밧줄이 걸려있는 급경사, 그리고 크고 작은 바위덩어리로 이어지는 급경사 코스가 계속된다. 다만 몹시 힘들지만 지루하지는 않다.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쉬지 않고 10분 이상 가기 힘든 곳이므로 벽소령산장에서 남은 시간과 체력을 철저히 파악한 후 출발하는 것이 좋다. 특히 겨울철에는 탈진 및 실족으로 조난이 우려되는 구간이다.




선비샘에서 덕평봉을 다시 감싸듯 잠시 오르면 덕평봉 동쪽 안부에 이르고 북쪽 급경사 하강 길을 길게 내려가다가 칠선봉을 향하여 산허리 바위투성이의 급한 오르내림 길이 이어진다. 흙 땅을 밟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선비샘 출발 20분이 지나면 벽소령과 세석 중간지점에 도달한다.




벽소령-세석 중간 이정표 : 칠선봉 1.1km, 세석산장 3.2km, 벽소령산장 3.1km.




이 곳을 지나 칠선봉으로 다가설수록 왼편에서 오른편 또 반대로 능선을 오르내리다 보면 능선상에 전망 좋은 바위가 나타난다.




○ 칠선봉전 전망바위 : 10/17(금 14:30-14:35




삼도봉에서 뻗어나간 불무장등능선과 영신봉에서 갈라지고 삼신봉으로 대표되는 남부능선 사이 넓은 지역에 하동 화개면의 수많은 산곡이 내려다보인다. 5분 휴식 후 출발.




이어 심한 경사의 굴곡진 바위 길을 지난다. 한참 오르고 가파름의 너덜지대에 철 난간이 설치된 곳을 100여m 오르면 철 계단이 보이고 올라서면 이정표 뒤로 웅크린 사람 모습의 기암이 솟아 있는 곳을 지나게 된다.




칠선봉 : 10/17(금) 14:55




해발 1558m.




일곱 선녀가 한자리에 모여 노닐었다는 전설을 가진 칠선봉.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비경의 암봉들은 구름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더욱 아름답고 고요한 운치를 더해준다. 멀리 천왕봉능선이 하늘부분과 경계가 구분되며 눈에 들어온다.




칠선봉 이정표 : 영신봉 1.5km, 세석산장 2.1km, 벽소령산장 4.2km




오르내림이 심한 너덜 길이지만 울창한 숲길과, 간간이 대성골이 훤히 트이는 전망 좋은 쉼터도 있고, 꽃들이 만발하는 능선 길. 안부(鞍部)가 있어 지루한 감 없고 아기자기한 산행 길이기는 하나 장거리 산행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힘이 벅찬 상태, 입을 악물고 전진한다.




가다보면 둘레에 7개의 암봉이 기묘한 조화로 우뚝 서 있다. 암릉길 봉우리를 계속 오르내리는 험한 길로 눈보라치는 한겨울이나 악천후에서는 조난을 당하기 쉬운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1시간 이내에 세석에 닿을 수 있는 희망이 있다. 칠선봉에서 20여분가자 영신봉이 높다랗게 보이는 곳에 전망 좋은 바위가 또 있다.




○ 칠선봉-영신봉 중간 전망바위 : 10/17(금) 15:15-15:20




바위 위에서 지리 주능선 제일가는 경관을 조망하며 5분 휴식.




바위를 내려서서 평탄한 길을 조금 가자 안부다. 이곳에서 영신봉 능선은 엄청난 급경사인데 다행스럽게도 영신봉 왼쪽 산허리를 돌아가는 오르막길이다. 힘든 다리를 이끌고 돌길을 한발 한발 디뎌가니 인터넷에서 읽은 산행기에서는 철재난간이라더니 새로 만든 듯 오르막 목재 계단길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어진다. 경사도는 삼도봉-화개재 계단보다 더 심한 것 같다. 계단을 힘겹게 오르니 시계가 좋고 철 난간이 설치된 전망바위가 나오고 그 위에 철재 다리가 나온다. 겨우겨우 올라 세석 0.9km 남았다는 이정표를 지나고 다시 바위 경사 길을 오르내려 얼마가면 갑자기 큰 봉우리가 나타난다.




선비샘-영신봉 구간은 바위 길로서 오르고, 비켜가고, 돌아가고, 재미있는 구간일 수도 있으나 10시간 이상의 산행으로 지친 등산객에게는 마의 구간이라고들 한다. 오르내리면서 점차 고도를 높여가지만 앞에 봉우리가 나타나는 것 같아 올라가 보면 또 다른 봉우리가 나오며 사람을 더욱 지치게 만든다.




○ 영신봉 : 10/17(금) 15:50




해발 1651m




봉우리 여기저기에 빨치산의 흔적. 지금은 출입금지로 꼭지에 갈 수 없지만, 96년 새해 첫날 혼자 올라서 설경을 감상한 적이 있다. 그날 거림-영신봉 눈길 왕복에 만난 사람이라곤 세 사람 뿐이었지.




영신봉 이정표 : 세석산장 0.6km, 벽소령산장 5.7km




세석평전이 눈앞에 넓게 펼쳐지고, 세석대피소가 멀리 보일 듯 말 듯 그림 같다. 세석평전 철쭉 군락지는 철책 또는 목책으로 보호막을 쳐 놓았다. 잘 다듬어진 나무계단 길은 비교적 완만하게 돌아 내려간다. 그러나 산행 첫날 목표점에 다 왔다고 급하게 뛰지 말아야 한다. 내일 산행도 있으므로 관절에 무리가면 큰일.




○ 세석산장 도착 : 10/17(금) 16:00




첫째 날 산행거리 23.1km,


           산행시간 11시간 25분 (식사 및 휴식시간 2시간 포함).




첫째 날 산행계획 13시간 대비 1시간 35분 단축이다. 13시간은 인터넷 상 산행기 정보의 평균 시간인데 느림보로서는 참 빨리 도착했다. 평일인 점도 있고 평소 길러온 지구력 덕분인가 보다. 다리에 통증도 없어서 다행이다.






■ 숙소 세석산장에서 : 11시간 15분




○ 도착-취침전 : 10/17(금) 16:00-20:00




해발 1600m




잔돌이 많은 평야와 같다는 세석평전. 봄이면 낭만이 피어나는 철쭉으로 온통 꽃 사태를 이루는 둘레 30리가 넘는 드넓은 평원으로 남녘 최대의 고원이다.




숙소배정은 오후 5시부터라 훤할 때 식사를 먼저 한다. 매점에 들렸더니 이곳도 컵라면과 햇반이 매진이다. 도시락으로 싸온 맨밥이 아직 많아 컵라면과 함께 먹으려 했더니 또 예상이 빗나갔다. 있는 것이라곤 소량의 된장국물이 따라 나오는 군대식 잡탕국밥(?)뿐이다. 4천원에 구입했지만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잡탕국밥은 버렸다.




된장국물에 가져온 도시락 맨밥, 김치, 밑반찬(볶음멸치, 양파, 고추, 마늘, 쌈장 등), 그리고 돼지수육과 팩소주를 곁들인다. 그나마 아내가 생각코 준비해준 진수성찬이다. 고생 끝에 먹는 음식 정말 맛있다. 내년에는 꼭 아내와 함께 할 것을 다짐한다.




오후 5시 예약한 잠자리를 배정받아보니 사이드여서 비교적 편안한 자리다. 배낭은 잠자리에 놓아두고 나와 100m 아래에 있는 샘터에서 양치와 세수를 하고 물통에 물을 채웠다. 모포는 오후 8시부터 대여한다니 아직 2시간의 여유가 있다. 잘 다듬어 놓은 평전 길을 한바퀴 돌면서 핸드폰 전화걸기를 계속 시도했으나 불통이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어두워졌지만 기온은 그리 떨어지지 않은 것 같다. 밤하늘엔 구름한점 없고. 날짜 선택 정말 잘했다.




○ 취침 : 10/17(금) 20:00-10/18(토) 02:30




밤 8시에 모포 2장을 빌려 잠자리에 들었다. 비좁은 편이었지만 가장자리라서 그나마 괜찮다. 50여명이 들어 있는 방에 어떤 사람이 맨소래담을 칠했는지 냄새가 진동한다. 여기저기서 불평이 많았지만 어느새 잠이 들었다.




○ 기상-출발전 : 10/18(토) 02:30-03:15




부스럭거리는 소리, 코고는 소리 때문에 잠이 깼다. 나도 다른 사람의 수면을 방해하지 않았을까 염려된다. 한번 깨어나고 보니 다시 잠들 수가 없다. 밖으로 나와 보니 반달인데도 대낮처럼 훤하다.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반달과 무수한 별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그야말로 별천지다. 지리 10경중에 벽소명월이 있다지만 세석야경 또한 경탄할만하다. 천왕일출을 보고 싶은데 숙소를 나오는 사람이 없다. 이곳 숙박인들은 일출엔 관심이 없나 보다.




한동안 구경 끝에 숙소로 들어가려는데 한사람이 채비를 갖추어 나오고 있다. 행선지를 물으니 천왕봉 일출이 목표라고 한다. 급히 들어가 새벽산행에 필요한 완전무장을 하고나서 화장실을 다녀왔더니 그는 벌써 출발하고 없다. 저 멀리 촛대봉 근처에 불빛이 반짝인다. 일출시간이 6시 30분경이니 3시간 거리면 지금 출발해도 되는데.






■ 산행 둘째날 세석산장에서 중산리까지 : 7시간 50분




○ 세석산장 출발 : 10/18(토) 03:15




이곳 세석은 천왕봉, 백무동, 거림, 의신, 쌍계사, 청학동 갈림길이다.




세석산장 이정표 : 촛대봉 1.2km, 장터목산장 3.4km, 천왕봉 5.1km, 중산리매표소 10.5km, 중산리버스정류장 11.7km, 벽소령산장 : 6.3km, 노고단고개 20.4km, 성삼재 23.1km, 백무동 6.5km, 거림 6.0km, 의신 10.0km.




산장 뒤편 갈림길에서 오른쪽 장터목 3.4km라는 이정표를 지나 완만한 비탈길을 올라간다. 낮에 이 길을 가다가 뒤돌아보면 세석평전과 세석산장의 모습이 영신봉을 배경으로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인다. 동트기 전 새벽길이라 손전등 불빛에 땅만 보고 가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윽고 통나무를 받쳐 만든 계단을 지나면 촛대봉이다. 촛대봉까지는 완만한 오르막길. 1.2km의 잘 다듬어진 길이다.




○ 촛대봉 : 10/18(토) 03:40




해발 1703m




촛대봉 이정표 : 연하봉 1.4km, 장터목산장 2.2km, 세석산장 1.2km.




노고단, 반야봉 등 걸어온 능선과 저 건너 만복대, 고리봉 그리고 우뚝 솟은 천왕봉과 중봉이 차례로 펼쳐지는 시계가 아주 좋은 곳.




촛대봉에서 잠시 비탈길을 내려서 기암과 고사목이 어울린 아기자기한 능선 길을 타고 가면 사방으로 전경이 트이며 무척이나 좋은 경관을 보여준다. 그러나 손전등 불빛이 밝지 못하다. 지난달 공룡능선과 대청봉 산행 때부터 사용해서인가 보다. 덕분에 너덜 밤길을 홀로 가자니 무척이나 힘들다. 쉬엄쉬엄 오르니 삼신봉이다. 이 구간은 여러 번 다녔지만 밤길이라선지 이번 종주에서 가장 힘들었던 코스.




삼신봉에서 암봉을 돌아내리니 연하봉으로 이어지는 목도에 철 계단이 보이고 그 아래로 넓은 안부의 개활지가 보인다. 여기도 전망이 끝내주는 곳이다. 들꽃이 만발한 능선안부(헬기장)를 지나면 연하선경(烟霞仙境)으로 유명한 연하봉에 이른다.




○ 연하봉 : 10/18(토) 04:35




해발 1667m




연하선경. 고색창연하게 이끼 낀 기암괴석 사이에 향기 높은 기화요초가 철따라 피어나고, 위에는 자연고사목 지대가 펼쳐져 있고 아래로는 수백 년이 지나도록 푸르름을 자랑하는 원시림이 가득하다.




연하봉 이정표 : 장터목산장 0.8km, 세석산장 2.6km.




연하봉을 넘어서면 평탄한 초지 능선 안부를 거쳐 넓고 평탄한 봉우리에 올라서는데, 도장 끝이 길게 패여진 모습이 환하고 남쪽방향으로 지능선이 하나 뻗어 내려간 일출봉이다. 일출봉에서 숲길을 내려서다 보니 제석봉 오름길에 불빛이 연이어져 있고 산장이 다가왔는지 사람들 소리도 들린다.




○ 장터목산장 : 10/18(토) 04:55-05:00




해발 1650m




고지대에 자리한 근사한 대피소. 옛날 실천주민들과 마천주민들이 물물교환 했다는 곳이다. 여기도 시계가 좋아 노고단까지 대간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명소다. 오른쪽 칼바위 방향으로 60여m 아래에 샘터가 있고 칼바위를 거쳐 중산리 하산 직코스가 있으며 산장 뒤 화장실 옆으로는 하동바위를 거쳐 백무동으로 하산하는 길이 있다.




장터목산장 이정표 : 제석봉 0.6km, 천왕봉 1.7km, 천왕봉경유중산리매표소7.1km, 중산리버스정류장 8.3km, 세석산장 3.4km, 노고단고개 23.8km, 성삼재 26.5km, 백무동 5.8km, 칼바위 4.0km, 중산리버스정류장직코스 6.5km.




세석산장에서 오는 도중 한사람도 만나지 못했는데 이곳 숙박인들은 모두 천왕일출을 보려는지 산장주변에 많은 사람이 몰려 계속해서 제석봉 오르는 불빛을 이어가고 있다. 5분 휴식 후 대피소에서 가파른 돌계단과 돌밭 길을 힘들여 오르니 어느덧 고사목지대 산행길이 시작된다. 등산로 양옆으로 나무난간이 이어지고 완만한 오름길을 유지한다. 누렇게 변한 풀 그리고 목책 너머 사면 중간에 있는 제석봉 나무심기 기념비를 지난다. 600m 거리를 30분 가까이 걸렸다.




○ 제석봉 : 10/18(토) 05:30




해발 1806m.




지리산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멀리 노고단과 반야봉이 보이고 중간 중간에 많은 봉우리들이 장엄하게 펼쳐져는 곳. 제석봉 정상에서 다시 내리막으로 암봉을 돌아 바위사이로 오르면 멋진 고사목이 남릉을 배경으로 서 있고, 왼쪽으로 마천면으로 통하는 한신계곡과 백무동계곡이 내려다보인다. 역시 아직 동트기전이라 아쉽다.




제석봉 이정표 : 천왕봉 1.1km, 장터목산장 0.6km




바윗길을 조심스레 내려서면 "천왕봉 0.7km"라는 이정표를 만난다. 다시 완만한 돌밭 길을 따라 바위지대를 지나면 철 난간대가 등장하고 제석봉부터 30여분이 지난 시점에서 천왕봉 0.5km 이정표가 있는 통천문(H1811m) 앞에 선다. 철 계단을 밟고 큰 바위 속 작은 통로로 통천문을 통과. 통천문 위로해서 잠시 평탄한 길이 나오다가 거대한 암벽비탈길과 만난다. 우측으로는 아찔한 절벽이고 그 옆의 튼튼한 쇠줄에 의지하여 스릴 있게 오르게 된다. 오름길 옛 사당 자리 뒤쪽 돌기둥에는 쓴지 오백년이 넘은 천주(天柱)라는 글자가 보인다. 정상에 이른 것이다.




장터목산장에서 1시간이면 족할텐데 이틀째 새벽 너덜길이어선지 20분이나 초과했다.




○ 천왕봉 : 10/18(토) 06:20-06:45




지리산 정상 ; 정상석에는 다음과 같이 새겨져 있다.




<智異山 天王峯 1,915m>


<韓國人의 氣象 여기서 發源되다>




일출도 보고 경관도 조망하고, 맑은 공기도 마시고 소망도 빌어보고.....


정상에 올라 능선종주를 성공한 희열도 만끽하고.....


그런데 이 곳에서 일출을 보거나 산하의 경관을 조망한다면 그것은 큰 행운이다. 맑은 날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조상 3대에 걸쳐 덕을 쌓아야 그 행운을 누릴 수 있다고 한다.




정상 표지석을 중심으로 봉우리 동쪽 방면에는 벌써 많은 사람이 운집해 있다. 약 200명은 될 듯. 대부분 장터목산장에서 잠잔 사람들과 중산리에서 올라온 사람들이다. 나도 빈자리를 찾아 동쪽 하늘을 바라본다. 아직 하늘에는 구름한점 없다. 통천문을 지날 때 멀리 북쪽 하늘에 구름이 일고 있었지만. 이곳 정상 동쪽 하늘에는 저 멀리 지평선 위로 여명의 붉은 띠가 길고 넓게 형성되어 있다.




6시 33분. 마침내 맑고 붉은 태양이 솟아오르고 있다. 봉우리가 떠나갈 듯한 탄성. 그칠 줄 모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붉은 태양이 3분의2쯤 올라온 무렵 어느새 안개구름이 봉우리를 휘감고 돌더니 시야를 가린다. 안타까운 신음소리도 잠시 옅은 구름사이로 형용할 수 없는 찬란한 광채를 내뿜는다. 빛 주위에 일고 있는 안개구름의 춤사위도 정말 이채롭다. 첫 종주인 데다가 처음으로 일출 시간대에 오른 천왕봉에서 일출경관을 보게 되다니 이걸 보고 운이 좋다고 하나보다.




천왕봉 이정표 : 로타리산장 2.0km, 중산리매표소 5.4km, 중산리버스정류장 6.6km, 장터목산장 1.7km, 노고단 25.5km, 성삼재 28.2km, 추성리 9.7km, 대원사주차장 13.7km.




기분 좋은 하산. 발걸음도 가볍다. 중봉 대원사 가는 능선 길을 버리고 급경사 돌계단을 하나하나씩 내려간다. 초반 천왕샘까지는 가파르게 내려가는 돌계단과 너덜길이다. 높은 계단이 천왕샘까지 300m 가까이 이어져 무릎과 발목관절을 조심해야한다. 천왕샘은 전엔 가물어서인지 물 한 방울 받기가 어려웠는데, 요즘은 물받이 홈을 파놓아 물을 마실 수도 있다.




가파른 내리막길 계속. 법계사 로타리산장까지 이어진다.




○ 로타리산장 :10/18(토) 07:50-08:40




해발 1400m




물이 풍부한 샘터 그리고 바로 위에 법계사가 있다. 샘터에서 물수건 세수를 하고 매점에 들렸다. 이곳에는 다행히도 컵라면이 있다. 컵라면에 남은 밥과 반찬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샘물이 풍부하므로 양치도 하고 물통도 채우고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로터리산장 이정표 : 칼바위 2.1km, 중산리매표소 3.4km, 중산리버스정류장 4.6km, 천왕봉 2.0km, 노고단고개 27.5km, 성삼재 30.2km.




여기서부터 망바위 지나 칼바위까지는 계속되는 돌길과 경사 심한 계단 길로서 지친 몸을 더욱 지루하게 만들어 만만치가 않다. 망바위부터는 올라오는 주말 등산객이 끊이질 않는다. 내일은 더 많은 사람들로 교통체증일 것임은 불보 듯 뻔하다.




○ 칼바위 : 10/18(토) 09:50-10:00




휴식 10분.




칼바위 이정표 : 중산리매표소 1.3km, 중산리버스정류장 2.5km, 로타리산장 2.1km, 천왕봉 4.1km, 장터목산장직코스 4.0km




칼바위를 지나서는 평탄한 하산 길이다. 제법 흙길도 많다. 시원스런 계곡을 따라 숲길을 1km 이상 내려가자 포장도로로 내려서기 직전에 야영장 관리 건물과 넓은 야영지를 닦아 놓은 곳이 나온다. 갓길에 큰 고무  호스 끝에서 계곡에서 끌어들인 물이 콸콸 쏟아지고 있다. 세수하고 머리감고 수건도 적셨다. 시원하다. 완주의 포만감과 함께.




○ 중산리매표소 : 10/18(토) 10:30-10:50




매표소 도착 10시 30분. 세석산장 출발 7시간 15분이다. 승용차 주차장은 만원사례이고 주변 음식점 아주머니들은 열심히 호객이다. 3년전 직장 동료들과 들렸던 산꾼의 집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처 외사촌의 친구인 가계 주인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산리매표소 이정표 : 중산리버스정류장 1.2km, 천왕봉 5.4km, 성삼재 33.6km.




맥주로 목을 축이고 나서 포장도로를 따라 버스정류장으로 내려간다.




○ 중산리버스정류장 도착 : 10/18(토) 11:05




거리 1.2km를 15분에 내려왔다. 그런데 진주행 버스는 5분전에 출발했단다. 다음 버스는 12시 정각. 산꾼의 집에서 약간 지체한 탓에 55분을 공치게 된 것이다.




둘째 날 산행거리 11.7km,


           산행시간 7시간 50분 (식사 및 휴식시간 1시간 50분포함)






■ 중산리에서 서울까지 : 7시간 55분




○ 중산리버스정류장 : 10/18(토) 11:05-12:00




정류소 앞 평상에 누워 쉬면서 대기 중인 사람들과 천왕일출 등 산행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중에는 새벽 3시경 세석산장에서 천왕봉으로 출발했던 분과 동행했다는 젊은 남녀도 있었다. 그러니까 세석에서는 나를 포함 4사람이 천왕일출을 본 것이다.




버스표를 사면서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의 서울 직행버스를 알아보니 매시간 마다 있다는데 우등고속형도 있다고 한다. 진주에서 고속터미널로 이동할 필요가 없다는 정보다. 진주행 시외버스는 12시 정각에 출발.




○ 진주시외버스터미널 : 10/18(토) 13:10-14:30




1시간 10분 만에 터미널 도착. 즉시 매표창구에서 14시 30분 우등고속 싱글 좌석 표를 예매하니 요금은 16,500원이다. 또 경비 5천원 절감이다. 터미널 건물 밖 4거리에서 바라보니 대각선 건너 약100m 거리에 목욕탕 굴뚝이 보인다. 아주 조그마한 규모였지만 샤워하기에 지장 없다. 터미널 옆 택시기사들이 몰려 있는 식당에서 점심으로 국밥을 사먹고 승차하여 내내 단꿈을 꾸었다.




○ 서울남부터미널 : 10/18(토) 18:30-18:40




주말이지만 4시간 만에 도착. 터미널 바로 앞 4거리에서 지하철로 귀가.




○ 아파트 도착 : 10/18(토) 19:20




정말 크게 만족한 산행이었다.


다만, 다음부터는 디카를 준비하여 우리 산의 멋있는 경관 이미지도 수록하고 싶다.




끝.




▣ bogo - 상세한 정보 감사합니다...
▣ 고니 -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는듯 합니다.좋은 산행 하셨구요, 세밀한 산행기에 경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항상 즐겁고 멋진 산행 되십시요 .
▣ 산거북이 - 진지하고 치밀하며, 기록만으로 자기성찰에 다다른 듯한 감동적인 산행기! 제가 남부터미널 앞에서 박수와 꽃다발을 드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 민화일 - 무심코 들렀다 깜짝 놀랐습니다. 저같은 초보는 이따금씩 산행기를 읽어보곤 하는데 대부분 현란한 문체에 자기과시에 가까운 산행기가 많아 어쩐지 주눅이 들곤 했는데, 이렇게 주도면밀하면서도 담담하게 기술한 내용을 보니 오히려 더욱 큰 감동과 고마움으로 다가오는군요. 요사이 산행기란이 온통 형님, 아우 해가면서 너무 요란한 것 같아 괜히 소외감이 들게 하더니 님의 산행기를 보니 오랫만에 흐뭇한 기분이 드는군요. 좋은 정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 bogo - 상세한 정보 감사합니다...
▣ 오재신 - 졸필을 읽고 칭찬의 말씀들을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림니다. 현재 50대 초반, 몇년후에는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것이므로 백두대간을 종주해 보고 싶은 것이 한가지 목표입니다. 지금은 정보자료를 수집중에 있는데, 실제 종주시에는 일출후 시작해서 일몰전에 끝내는 산행으로 아름다운 우리산의 진수를 보고자합니다. 그때는 백두대간 산행정보와 더불어 우리산 사랑의 캠페인도 함께 기록,제공할 생각입니다.
▣ 지킴이 - 지리산 종주를 꿈꾸고있는 저에게 님의 산행일기는 훌륭한 지침서가 될듯하네요...수고하셨구요 .백두대간 종주도 꼭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 sraok - 대단하십니다.일정표를 보니 반야봉을 놓치신게 아쉬운것 같습니다.즐감하고 감니다
▣ 지리박 - 겸손하고 조리있는 산행기 감사합니다..반야봉에서 덕유산을 조망하는 즐거움을..
▣ 김성기 - 한권의 지리도감 같습니다.무진장한 정성이 깃들어 있습니다.수고 하셨구요,늘 즐산 이어가십시요.
▣ 빵과 버터 - 산행기 구간 기록을 보고 제가 가야할 구간을 지도로 확인 하면서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시간과 날자만 틀릴뿐 제가 가야할 코스와 똑 같아서 많은 보탬이 되었습니다...정성스럽고 치밀한 기록이 후답자를 위한 길잡이를 의식하고 쓰신듯 합니다....고맙습니다...
▣ 백두산 -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고맙습니다~~~
▣ 산길따라 - 산행기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도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똑같은 코스로 다녀왔습니다. 다닞 벽소령에서 1박한거빼곤 요 감사드립니다.
▣ 오재신 - 산행전 종주계획서를 작성할 때 체계적인 정보를 찾기 어려웠고 검색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 점을 고려, 첫 종주자를 위해 나름대로 정리해 본 것입니다. 내심 걱정하면서 조심스럽게 글을 올렸습니다만 산행에 도움이 되겠다는 고견이 많아 퍽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