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 행 일 : 2004. 5. 30.
○ 산 행 지 : 지리산 세석평전
○ 산행코스 : 거림매표소 - 세석평전 - 한신계곡 - 백무동 주차장
○ 산행거리 : 12.5km (거림매표소 - 6km - 세석평전 - 6.5km - 백무동 주차장
○ 산행시간 : 7시간 50분
○ 참여인원 : 56명
○ 단 체 명 : 산악회 광주그린마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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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가 조금 넘었는데 잠이 깨 더 이상 누워 있을 수 없어 창문을 열고 밖을 살피니 안개가 자욱하고 비가 올것만 같다. 얼른 인터넷을 연결하여 일기를 확인하니 비올확률 오전 60%, 오후 80%란다. 에구 이러다 오늘 쫑치는 것 아녀?


그러나 이 불안은 한낱 기우에 불과하였다.


07:30에 출발하고 동광주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면서 참여인원을 확인하니 무려 56명이나 된다. 보조의자도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서서 가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서서가면 어쩌랴! 인원이 많으니 기분이 절로 흥겹다.



[10:35. 거림매표소 통과]


10:10경 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준비를 하는데 시간이 제법 소요된다. 조급한 회원님들은 먼저 출발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런날 인원도 많은데 각자 행동한다면 산행이 엉망이 될 수도 있어 몇 번을 붙잡아 10:30에 출발.


비가와서 인지 오르내리는 산객들이 그리 많지 않다. 초입에 들어 10분 정도를 오르니 검은등뻐꾸기가 아름다운 자연은 운무에 가리고 비에 묻혀 보이지 않는데 무엇을 보러 왔느냐고 굵은 휘파람소리로 “뻐뻐뻐꾸” 물어온다. 정말 이런 날씨에 소쩍새가 울며 물어왔다면 조금은 처량하기도 하겠다.


그러나 뻐꾸기야!


아름다움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란다.


눈감고 있어도 사랑하는 이의 모습이 선연히 그려지고


귀 막고 있어도 정다운 님의 목소리가 다정하게 들리듯


내 마음을 열고 느끼면 더 많은 것이 보이고 느껴진단다.


 


시선은 비록 비를피해 발끝에 머물러도


 


물소리!


깊은 계곡에선 큰 바위를 밀쳐낼 듯 힘차게 노래하고


길옆 작은 골짝에선 실개울 풀어 흘리며 속삭이니


찰박 찰박 오르는 발걸음이 외롭지 않고



빗소리!


철쭉나무 함박나무 이리 저리 토닥이고


운무에 묻혀 그림자처럼 외롭게 떠는 구상나무 가지위로


사륵 사륵 내려와 빗소린듯 바람소리인 듯 노래하니


온몸으로 젖어드는 쾌감은 흥건이 젖어 올라


모자끝에서 뚝뚝 떨어진다.


 


[12:20 세석평전 도착]


앞서는 님 걸음을 붙잡고 늦추어도 뒷님들이 보이지 않으니


가는 님들 먼저가서 장터목으로 돌 수 있음 그리하라 이르고


홀로 터벅 터벅 뒷님들을 기다리며 걷는데도 뒤따라올 울님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어기적 어그적 홀로 세석평전에 도착하니


겨우 몇송이 핀 살빛같은 철쭉꽃이 비에 젖어 스러져 가는데


다행이 병꽃이 그윽한 향으로 반기며 아쉬움을 달래준다.


 


비는 내려도 세석의 참샘맛을 어찌 지나치리요


한컵 받아 마시니 시원함에 짜릿하다.


그러나 반달곰아!


내, 아들딸 더 낳고 싶어 마신 것은 아니니 달리 생각말거라.


 


[14:20 세석평전 출발]


철쭉꽃을 볼랬더니


굵은 줄 울타리가 막고, 짙은 구름이 가린다.


아쉽기도 하겠건만 차라리 방해꾼이 고마우니


맑은 날이면 철쭉의 상처를 어찌 원망하고


실망한 우리님들을 어찌 위로 하리오.


 


올해는 철쭉이 꽃망울을 맺을 무렵 닥친 추위로 냉해를 입어


꽃이 적게피고 핀 꽃마져 아름답지 못하다고 한다.


 



긴긴 한신계곡 가도 가도 바위길


엉금 엉금 징검 징검 앞세우고 뒤세우고 내려가니


마음씨 고운님들 그 마음이 여기서 다 보인다.


 


베아뜨리님!


막내 삼돌이, 크리스탈님!


고란초님, 산바람님, 지리산사랑님, 초보님!.......


서로 서로 잡아주고 힘 돋우니 긴 시간도 즐겁다.


 


얼마를 내려오다 잠시 키작은 고란초님을 앞섰더니


고란초님이 큰일 나겠다고 뒤로 오라 하신다.


 


내가 앞서 걸으니 무심결에 내 발걸음에 맞춰져서


하마터면 다리가 찢어질뻔 하셨단다. ㅋㅋㅋㅋ


유머가 좋으신 우리 고란초님!


언제뵈도 편안하다.


 


[17:50. 백무동 주차장 도착]


세석의 구름이 예까지 배웅을 하였던가


옅은 구름은 흘러내린 능선을 감싸안아 되세우며 오르고


거림골 검은등뻐꾸기가 예까지 쫓아 왔나


“뻐뻐뻐꾸” 휘파람 불며 안전하게 산행을 마침을 축하하며 반긴다.


 


백무동 주막들!


구수한 막걸리 한사발로 유혹하는데 어라 그냥 가자. 수습해서 갈길이 바쁘다.




▣ 김사웅 - 56명씩이나 지리산을 간다는건 정말 힘든여정일것 같네요..전 거의 혼자다녀서 인원이 상상이 안갈정도...그럼 즐산하시길..
▣ ** - 많은 인원이 함께 다니면 신경도 많이 쓰이지만 즐거운 일도 많습니다. 때론 혼자서 유유자적하게 산행하기도 하는데 혼자일 때가 더 산행맛이 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항상 좋은 산행되시길 기원합니다.
▣ 김정길 - 지리산종주 쾌속정 아우께서 이번에는 횡단을 하셨네? 광주그린마운틴산악회 좋은 산악회로군요, 거림~세석~백무동을 당일로 운영하기는 어려울 탠데,
▣ ^-^* - 선배님! 평창지역 산 잘 다녀오셨어요? 항상 유익한 정보 잘 보고 있습니다. 이번 뱀과 그 응급조치법도 상당히 도움이 되었구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안전한 산행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