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년 5월 30일 (일)  오후 한나절

 

산행코스 :  구파발 전철역(14:00)→밤골매표소(14:20)→폭포계곡→마당바위(15:50)→숨은벽입구
                 →마당바위→사기막골유원지→밤골매표소(18:30)

 

일행 : 강가부부, 김가부부, 김가solo, 박가부부 (7명)

 


최근 산행을 시작한 친구들 부부와 일요일 오후 틈새시간을 이용 북한산 숨은벽을 정찰키로 했다
이번 산행엔 김가가 솔로로 가세해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고 나선다

 

엄처시하? 준엄한 마나님들을 모시고 사는지라 부부가 함께 일정을 맞추기란 여간 쉽지는 않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늘 구박을 받으면서도 애써 마나님들을 뫼시려는 친구들의 노력이 가상하다
<늙고 힘빠졌을 때를 대비한 보험용>이라는 뻔한 속셈을...  눈치 채는지 모르는지  
마눌들...  싫지는 않는 기색이다

 

엊그제 비가 왔으므로 밤골계곡 폭포의 장관과 맑은 물소리, 숨은벽의 위용등이 자꾸만 눈에
어른거려 오늘만큼은 숨은벽을 맛보기로 가 보자고 강권하다시피 산행지를 바꿨다

 

밤골매표소 직전 공터에 이미 빼곡히 들어선 차량들로 인해 어렵게 주차한후 산행을 시작했다
평탄하고 넓은 등산로 초입부터 이미 산에 올랐다 하산하는 등산객들로 인해 무척 붐빈다

 

예상한대로 등산로를 따라 바로 곁으로 흐르는 계곡에선 힘찬 물소리가 귓전을 때리고
아담한 폭포들이 쏟아내는 소리가 제법 우렁차다.
흐르는 계곡물의 투명한 맑음을 보노라니 가슴까지 시원한 청량감을 준다
이순간 만큼은 내곁 지척의 북한산이 있음에 설악산 금강산이 부럽지 않다

 

계곡 곳곳은 오전부터 점령하고 있었을성 싶은 소풍객들과 물놀이 아이들로 북적거리고 있어
산행의 호젓함이 반감되고 있는것 같아 아쉽다

 

30분여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올라  마당바위로 이어지는 능선 등산로가 나온다. 

여기부터는  꽤 가파르고 무성한 녹음으로 인해 조망이 가려져 조금은 지루하고 힘든 코스다

 

우리 일행들... 계곡에서의 생생한 표정과는 달리 얼굴에 땀방울이 맺히고 호흡이 잦아든다
멈추고 쉬기를 몇번, 제법 위험한 경사지대와 암릉지대를 네다리로 통과하기도 하고
우회도 하여 드디어 마당바위(일명 전망대바위)에 올라섰다

 

 

좌측으로 인수봉과 우측으로 백운대 사이에서 도도하게 버티고 서있는 숨은벽 암봉의 비장한
자태에 북한산에 이런곳이 있었느냐며 감탄해 마지 않는다

모두들 사방으로 탁트인 조망을 감상하느라 여념이 없다

 

솔로로 함께한 김가는 평소 답지않게 조금 힘들어 하였고
마나님들도 힘들고 위험스럽다며 마당바위에 주저앉을 태세다


김가에게 <엉아들은 숨은벽 입구까지 다녀 올테니 이곳에 베이스캠프 차리고 언니들과 사이좋게 놀고 있으라>

고 놀려대니 흔쾌히 <내에~> 하며 배낭을 내려놓는다

 

김가....건강이 남같지 않음에도 구김없는 태도로 항상 유머를 잃지않고 열심히 살아 간다
산행이 그의 심신 건강관리에 무척 도움이 되고 있는듯 보여 다행스런 일이나
모든일이 그러하듯이 자칫 과해서 지나치지 않길 바랄뿐이다
 
모두들 배낭을 내려 놓고 강가부부, 나와 또다른 김가 네명은 숨은벽입구를 향했다

마당바위에서 숨은벽 대슬랩 직전 입구까지는 <입산금지구역 철조망>을 통과하여야 한다

이구간 좁고 가파른 암릉들과 위험한 경사지대가 도사리고 있어 긴장을 필요로 하므로
어느정도 스릴도 맛볼수 있는 코스다
능선암릉 우측 아래쪽으로 위치한 대계곡은 그 깊이와 넓이,  검도록 진한 녹음이 어우러져
장쾌하기까지 하다

 

이윽고 숨은벽입구에 다다른 우리는 거대암봉의 위용에 압도 당한듯 말을 잊은채 바라본다
바로 코 앞에서 대슬랩을 여유롭게 오르는 전문산꾼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나 또한 <저 숨은벽의 릿지산행을 언젠가는 성취하리라> 며 전의를 다져본다

 

이곳에서 우측계곡으로 우회하여 호랑이굴을 통과 경사진 대슬랩을 오르고 직벽에 매달려 올라가
백운대에 오르는 재미있고 스릴넘치는 코스를 설명하니 모두 한번쯤 가보고 싶단다.
이것으로 오늘의 숨은벽 맛뵈기는 일단 성공한 셈이다

 

우리는 이내 마당바위에서 기다리고 있을 나머지 일행을 생각하고 서둘러 내려왔다

 


 

마당바위는 늘 오르고 내려가는 등산객들로 성시를 이루고 있었고

소나무아래 명당에 자리한 우리일행은 준비한 간식들을 나누었다

 

산에서는 유독 김치같이 흔하고 촌스런 반찬이 더욱더 맛갈스러움은 왜일까?

오늘도 <정상주 막거리>는 남녀 불문하고 최고의 인기였고 양이 조금 부족해 아쉬울 정도였다
정상주 맛을 알기 시작하면 산을 알기 시작하는 것과 같다 던데.............

 

오늘 마눌들의 대화주제(남편 흉보기)는 자기집 家訓이다
강가네는 <웃으며 살자>, 김가네는 <남을 배려하자>, 박가네는 <“안돼”는 없다> 등등

물론 원인을 제공한 남편들의 행태를 20년이상 참다못한 마눌들의 협박과 강요에 의해
만들어진 내용들인 것이다

 

산행내내 이런류의 <남편 흉보기테러>가 마눌들에 의해 공공연히 자행됨에도
우리 친구들 그저 남의 얘기처럼 헤헤 실실 웃을뿐이다.

 

청춘시절과는 달리 오십 초입에 이른 지금에야 겸허히? 받아 들이는것 같기도 하고....
이젠 기운이 딸려 달리 반항도 못해 보는것 같기도 하고...

 

하산길은 거침이 없었다
능선을 따라 앞서 내려가는 일행의 후미에서 무작정 뒤따르다 보니 낯익은 송전탑이 나타난다
그제서야 또 길을 잘못 들었음을 알았다

 

지난번 마눌과의 이코스 하산길에
앞선 나와 거리를 두고 뒤따르던 마눌이 서로 길이 엇나가 두번이나 떨어져 헤맨적이 있었다

다행히도 우왕좌왕 고생끝에 다시 만나서 이 송전탑을 끼고 내려와 사기막골 유원지를 거쳐
밤골매표소로 귀환했던 것이다. 사실 그날따라 종아리에 알이 배기도 하였다

 

그일이후 등산용 호르라기를 구입하여 하나씩 지니게끔도 되었다

오늘도 똑같은 전철을 밟는것을 보니 하산코스중 좀 애매한 곳이 여러곳인데다 주변이
자연휴식년제 적용구간이어서 인지 안내이정표가 전혀 부실했던것이다

 

덕분에 사기막골 주변의 굿하는 괭과리와 장구소리를 실컷 들으며
대로를 거쳐 좌측으로 이어지는 낮은 능선길을 따라 밤골매표소로 되돌아왔다

 

낮이 길어진 까닭에 늦은 오후시각 아직도 훤한 대낮임에 감사하며
단골 뒤풀이장소가 되가고 있는 음식점으로 이동하였고
느티나무 그늘 야외에 설치된 청사초롱 불빛아래에서 초저녁의 시원함을 즐기며 소주잔을 나누었다


 

    

 

오늘도 역시 즐거운 산행이었다
다음달에는 유성에 살고있는 홍가네를 찾아 계룡산에 함께 오르기로 약속하고
일요일 오후 한나절 단촐한 산행을 마무리했다.     

 

                                                                                                                            (끝)

 

                                                                                                         
▣ 박동석 - 올려놓은 사진과 맛갈스러운 문장력 아주 좋았습니다.
▣ 박 - 다음에는 우리고주망 회원의 등산 내용도 올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 김 용 - 예전보다 훨씬 글을 잘쓰는걸 보니 공부 많이 했나 보구나                                    

▣ 솔로김가 - 아니 국문학과 나온겨              
▣ 북한산고주망 - good boy!  솔로김가 공!!  건강 조심하세요.  
▣ 이선희 - 친구분들과의 우정이 참 부럽습니다
▣ 이선희 - 산행기의 내용과 멋이 어느 누구 부럽지 않게 너무 잘~ 올리셨네요

차장님 글을 읽으며 저도 친구들과의 산행하고 싶어지네요^^ 더 좋은 글과 멋진 사진 많이 올려주세요                                                

 ▣ 북한산고주망 - lake002님!! 감사드립니다.. 산행참석율 부진에 대한 엘로카드 1회 면제합니다 ???

▣ 김가 - 다음 산행이 기다려지네. 재미있는 산행기를 고대하면서.....
▣ 최내원 - 참으로 맛깔스러운 산행이고 글이네요...담에 꼭 같이가지요...

▣ 유정민 - 고주망님..!! congratalations~~등단을 축하드립니다....글구 금실자랑을 공개적으로 해도 되남요..!! 차장님 좋아라하는 여팬들 한강서 투신합니다 ~~요...^^  ### 고주망 - 모처럼... 반갑습니다.
▣ 유정민 - 선희씨 넘 방가방가.....!! 언제 우리도 산에서 범띠 친목회 한번하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