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위봉! 수줍은 연분홍 철쭉은 우리를 기다리지 않았네...........

○ 일 정 : 2004. 5. 30(일)
○ 산행지 : 두위(리)봉(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소재)
○ 산행구간 : 단곡주차장 - 산길진입- 박달나무길 - 감로샘터 - 아라리고개 표시판 - 산마루길삼거리 - 철쭉군락지 - 두위봉(1,466M)정상- 전망대- 큰도사고개- 주목- 큰도사골 - 도사곡 자연휴게림
○ 실제거리 : 약 9.5키로
○ 산행시간 : 약 4시간10분(기록자 기준)
○ 날 씨 : 맑음
○ 산행인원 : 약 50여명


피닉스 산악회와 모진 인끈의 오라줄을 도리도리 동여 메게 된 계기의 봉오리 두위봉!!

인연이란 참으로 아름답고 소중하다고 생각됩니다.
어찌 맺었건 인연을 맺게되어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벌써 1년의 세월이 훌쩍 다가오는 것 같다. 지난해 6월8일 저의 피닉스산악회 첫 산행지인 두위봉 산행 후, 우연히 도사골 계곡에서 30여년만에 이곳에서 사는 중학교 동창생을 만나 1시간 30여분간의 하늘을 우러러보는 목놀림운동(곡주 복용)으로 피닉스 회원들의 서울 귀경에 엄청난 피해를 준 점, 그 당시의 미안한 마음과 무안한 심정 등으로.........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짓곤 한다.

하여간 그날은 술도 많이 먹고 욕과 원성을 많이 먹은 날이라고 김영호 대장님의 그날 후평이다..

얼마전, 집사람은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서는 두위봉 산행시는 맛있는 음식을 준비한다고 하면서 저녁 늦게까지 준비(김밥, 잡채, 술안주 등)하더니 항상 힘든 직장생활로 곤한 새벽잠을 빠져 있어 깨우기가 미안해서, 산행장비를 챙겨 조용히 혼자 집을 나선다(6시25분)

야탑전철역 앞의 김밥나라에서 김밥2줄, 슈퍼에서 술안주로 변강쇠 상징물보다도 더 굵은 소세지1개를 아이스쌕에 넣는다. 일요일 새벽만큼의 전철역은 한가롭기 그지없다.

허나 휴일 새벽 지하철 탑승객중에 지친 몸에 허름한 옷가지에 모자를 깊숙이 눌려 쓰고 깊게 주름진 눈을 감고 앉아 어디론가 지하철에 의지하여 하염없이 실려 가는 중장년·노년 분들이 자주 눈에 띨 때에는 마음이 무겁고 왠지 모르게 그 분들에게 죄송스러운 생각이 든다.

세상만사가 새옹지마라고 하지 않던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비록 지금은 때가 아니어서 새벽달을 등지고 돌아 않아 빈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지만 머지 않아 아침해가 온 누리에 비출 것을 기대하면서 열심히 살아주실 것을 그 분들의 건강과 행운을 마음속으로 염원해 본다.

가난하다는 것은 비록 죄가 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저의 경우 집안식구들이나 지인들에게 죄스러움을 자주 느끼도록 만드는 것 같다.
어느 작가의 시 한 소절이 불현듯 생각난다 "슬픈 날은 술 퍼, 술푼 날은 슬퍼"
사는 것이 모진 수행인가 하는 중생의 어둔한 의문점을 가슴에 품으면서 3호선 양재 지하철역 플랫홈에 내 몸을 쏟아 붓는다(7시5분)

7번출구를 빠져 나와 서초구민회관 앞에 당도하니 계절의 여왕인 5월의 마지막 주말이라 등산객들이 두위봉 산나물처럼 지천이다. 항상 그리움의 옛길에 핀 흰 백합화처럼 K님이 환하게 나타나시면서 지니(진)님도 곧 도착하신다고 한다. 그리고 안양 "핸섬보이님"도 서초구민회관 입구계단에서 미소를 보낸다.

구민회관 뒷뜰의 5월의 싱그러운 초목들에게 눈을 잠시 주는 사이에 오늘도 전원(산행관광버스)이는 수수하면서 꾸밈이 없는 세련된 모습으로 나타난다(7시20분) 전원이의 현재 팻션은 오늘 산행 후에 알았지만 몇 해전에 권위 있는 기관에서 GD(Good Design) 마크 인증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전원이에게 오르니 반가운 전원이의 멋쟁이 사수(射手) 블루스 웰리스 金님, 제주도 한라산 산행시 동행했던 마라톤 풀코스女님 그리고 옆짝꿍님, 모 그룹의 광고문구처럼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하는 것을 무시하고 오직 일 때문에 10여개월만에 모처럼 나타나신 스페셜P님(=PARTICULAR P님), 빈자리가 하나도 없는데........... 그런데 백 고문님 내외분의 모습이 안 보이신다.

피닉스 산행을 하면서 백고문님 같은 좋은 여러분들은 만나서 그런지 힘든 점, 부족한 점, 외로움 등을 모른다는 게 큰 행운이라고 하지만, 마음한 구석에 쌓여 가는 그간의 빚들을 어찌 다 갚을까하는 항상 부족한 마음입니다.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이여 !
꿈이여!
나에게 깨달음이 없어도 좋으니
세월아!
백 고문님! 그리고 피닉스를 거쳐간 수많은 곱디고운 님들!
영원히 산을 사랑하는
그 마음만은 자꾸만 자꾸만 키워다오!

전원이는 세곡동 사거리를 거쳐 중부고속도로에 접할 오늘 산행지인 두위봉에 대하여 란 산악회 대장님의 설명이 알알이 이어진다. 마이크에 통하여 경쾌히 울려 퍼지는 통(혀치는 소리)와 함께.................

『두위봉은 정선군에 소재하는 산이라고 한다. 정선군에는 가리왕산(1,561m)을 비롯하여 백운산(1,426m) 갈미봉(1,265m) 노추산(1,322m) 고양산(1,151m)노목산(1,148m)죽령산(1,059m) 등 1,000m 이상의 준봉이 겹겹이 솟아 있어 심산유곡의 진수를 한껏 맛볼 수 있다. 두위봉(1,466m)은 백두대간 상에 솟은 함백산에서 북쪽 지능선 상에 있는 봉우리이라고 한다.

함백산~백운산~두위봉 능선은 백두대간의 본줄기보다 높은 1,000∼1,300m 높이를 유지하면서 20km 이상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두위봉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정선군에 속해 있지만, 실제 정선보다는 영월에 더 가깝다고 한다.

정선은 높고 첩첩한 산이 곧 사람을 가두는 감옥 울타리만 같아서 한 번 시집을 가면 산너머의 친정집을 평생 한 번도 다니러 가지 못하는 한을 안고 살아야 했고, "누가 나의 심정을 알리요"라는 말에서 그 명칭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두리봉 겉이두야 두텁던 정이
풀잎에 이슬 겉이두 다 떨어지네..."

이렇게 정선아라리에서 비유를 삼은 두리봉은 두위봉의 다른 이름으로, 그저 두툼한 육덕이 돋보일 뿐인 두루뭉실한 육산이라고 한다. 이런 두위봉이 최근에 와서 초여름 허드러지게 피는 "철쭉"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산에는 수만 평의 철쭉지대가 빽빽히 군락을 이루고 있어 화사한 처녀의 자태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고 한다. 철쭉이 만발할 때 산을 오르면 연분홍 새색시 치마자락을 밟은 듯 설레이고, 꽃빛 진한 초원 위에 서 있으면 금새 꽃물이 몸 안으로 스며들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철쭉은 대개 키가 큰 나무들 사이에 바랜 듯한 연분홍으로 피지만, 이곳 두위봉 정상 일대의 철쭉은 빛도 붉고 군데군데 커다란 군락을 이루고 있어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허나 아쉽게도 금년 3월경에 눈비로 인한 추위로 철쭉꽃 몽우리가 삭아 녹아내려 이러한 자태를 보기에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고 하면서, 다만 오늘의 등산코스중의 하나의 즐거움은 산을 시원스레 끼고 흐르는 단곡계곡과 도사곡계곡 등이 있어 초여름 산행의 더위를 씻어주고 하산코스에 있는 도사곡에는 수령 1,800년이 된 주목이 있어 눈길을 끈다고 한다.

오늘 산행은 단곡 계곡을 산행 진입기점으로 하여 도사골로 하산하는 코스로 산행시간은 대략 5시간내외로 예상되며 선두에는 김(허?)영호 대장님, 그리고 중간에는 순종("진돗개"는 아님)대장님·갈(行)자 총무님이 여러분을 안내해 드리고, 후미에는 란 대장님께서 직접 마무리를 한다고 하면서 오늘도 여러분의 안전운행을 책임지고 있는 전원이의 射手 브루스 웰리스 金님의 격려박수를 부탁드린다고 하니 이어서 들려오는 회원님의 박수소리............. 』

전원이는 신록이 푸른 휴일 아침 고속도로인 중부·영동고속도로를 거쳐 중앙고속도로상의 치악휴게소에 도착하여 해우소(화장실)에서 간단히 근심을 풀고, 휴게소 CD기에서 몇 만원의 현금을 인출한다(9시10분)

제천을 거쳐 전원이가 38번국도를 타니 영월이 가까워지는 것 같다. 고향과 같은 고향 영월, 영월과 얼마전에 별세하신 어머님을 생각하면 아직도 감당할 수 없는 아픔들이 죽창처럼 내 가슴을 찔러 오곤 하지만 그래도 가끔 영월에 오면 왠지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은 도대체 무슨 연유인지 알 수가 없는 것 같다.

영월 동강 다리중간쯤에서 전원이가 주춤하고 멈춰 있는데, 먼발치에 보이는 현수막에 오늘이 동강마라톤대회가 열리는 날이라고 한다. 10여분간을 기다리다가 경찰의 안내로 전원이는 구비치는 골짜기를 따라 예미를 거쳐 신동읍 소재 오늘의 산행기점인 단곡주차장에 도착한다(11시)

오늘은 제14회 두위봉 철쭉축제가 있는 날로써 주변 주차장에는 외지의 많은 관광버스와 관광객, 등산객들로 침체된 이곳의 바닥 경기를 복 돋우는 것 같이 인파로 붐빈다. 전원이에서 내려 부산하게 스틱2개의 길이를 조정하고 등산화와 배낭을 메고 조금 올라가니 함백청년회의소에서 주최하는 두위봉 축제 일환으로 행사 홍보팜프렛과 빨간 손수건을 한 장씩 배부한다. 이 몸도 행사품을 한 장씩 받는 기분을 누린다.

앞서가는 P님이 보인다. 모처럼 산행하는 것이라 약간 부담되시는 것 같이 보이는 P님과 얼마간 동행하기로 하고 단곡계곡에서 좌측으로 건너는 단곡2교를 건너자 비포장도로가 시작된다.

간이 화장실과 풀이 수북한 공터가 나타나고.......... 계속하여 약간의 경사로 인하여 P님의 발걸음이 무거워 보이고 가끔씩 발걸음을 멈춘다. 10여분간의 P님의 어려운 발걸음에 동행하면서 걸어가니 산길로 접어들기 전에 개울이 나타나고 이곳에서 철쭉축제 행사기념으로 산꾼들에게 막걸리 한잔씩을 무료로 나누어주고 있다

또 한번 기꺼이 이 행사에 동참하고 난 후, 힘들어하는 P님을 뒤로하고 임도를 버리고 왼쪽의 소로길의 안내표지판을 따라 가뿐숨을 몰아쉬면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는데 상당히 경사가 급하고 꾸준한 오르막으로 이어져 땀이 송글송글 이마에 맺히면서 더운 날씨 탓인지 아니면 조금 전에 마신 행사주(酒) 때문인지 평소보다 멍청나게 숨이 차 오른다.

10여분정도를 오르자 조금전에 가로 질러온 임도를 만나고 임도를 따라 오르니 "박달나무길"이라는 표시판이 있는 곳에서 우측 산길을 따라 가뿐숨을 몰아 쉬면서 스틱질을 하니 길가에는 무성히 자란 고목과 잡목들의 싱그러운 냄새로 버거운 발걸음의 무게를 덜어준다.

후미로 가는 조급한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하니 우측에 넙쩍넙쩍한 구들장 같은 돌들이 쌓여있는 옹달샘이 위치한 곳에 도착한다(11시40분).

피닉스산악회에서 제공한 개략도를 보니 감로샘인 것 같다. 달 감(甘) 이슬 로(露), 지명 한번 잘 지었다고 생각된다. 주변에는 많은 산꾼들이 목을 축이면서 간식을 들면서 소진된 힘을 보충하고 있다. 맑은 샘물을 한 바가지 벌꺽벌꺽 마시니, 차서 이가 시리고 한기를 느껴진다. 아침식사를 하지 않아 시장기를 급격히 느껴 초코렛바 1개를 요기로 대신하며 20여분간의 온몸 근육을 쉬게 한다.

이가 시리고 한기를 느낀 이유가 있었던 같다. 산행후 귀경중에 이경란 대장님의 마무리 안내말씀에 이곳은 그 옛날 호랑이들이 많이 출몰하여 인명피해가 다수 발생되었다고 한다. 운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한과 공포의 집산물들이 이곳의 녹아들어 한기가 느껴지는지 마음속으로 치졸한 생각을 잠시 유추해 본다.

다시 원기를 회복하고 감로샘을 뒤로하고 소로길과 임도길을 교차하여 10여분간을 올라가자 고도가 달라져서 그런지 주변경치가 달라지고 오른쪽에 아라리 고개 표지판이 나타나더니 나무의 높이가 높고 바닥에는 산나물들이 누군가 경작을 하였는지 지천으로 갈려있어 서울근교에 있는 주말농장처럼 나물 뜯는 산행꾼들로 북적인다.

두리뭉실한 정상과 1,344미터봉 사이 안부로 가는 많은 사람들의 뒤를 따라 오르니 산죽밭에 오르고, 제일 낮은 곳이라 생각되는 곳의 표시기가 많은 오른쪽 숲으로 들어서면 15분 정도를 지나니 시야가 확 트이는 주능선 안부인 산마루길 삼거리에 거친 숨을 몰아쉬면 도착한다(12시30분)

잠시 쉬어가기로 하고, 시원한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오렌지 한 조각을 입에 넣으니 그 시원한 맛에 주변의 싱싱함이 더욱 선명하게 눈앞에다가 오는 것 같다.

정상으로 가는 길이 동쪽(우측)으로 뚜렷이 나와 있고 조금 직진하니, "참나무군락지"와 "철쭉군락지" 푯말을 통과 후 철쭉능선길을 따라 오르니 수만평 넓이로 빽빽히 터 잡은 철쭉이 있어 입이 쩍 벌어지나 수줍은 연분홍 철쭉꽃은 어디를 가셨나 우리를 기다리지 않고.................

봄철의 잦은 비와 예년보다 낮은 기온으로 꽃망울 자체가 농해 떨어졌다는 란 대장님의 말씀을 되새기면서 또 다시 다음해를 기약하면서 두위봉 정상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문득 지난해 10월경 인근의 민둥산 산행시에도 여름 태풍피해로 민둥산 억새축제도 취소되었다고 들었는데 지금의 철쭉축제도 꽃이 없는 안타까운 축제라.......... 하늘도 무심하시지, 무심하시지

철쭉사이로 20여분간을 직진하니 두위봉(1,466미터) 정상에 도착한다(오후1시경)
정상주변은 장군바위 등의 기암과 희귀목인 아름드리 주목의 멋진 풍광이 연출되었고, 만약에 철쭉의 꽃이 어울려 있다면 신에게 뇌를 탈취 당한 유인원처럼 경관에 취해 몸도 마음도 제대로 못 가누었을 것 같다. 그리고 정상에는 전면에 진용선 시인의 시 "철쭉, 작은사랑을 위해"라는 시가 있고, 후면에는 두리봉의 설명이 있는 까만 정상석이 있다.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북쪽을 바라보니 작년10월 다녀온 억새로 유명한 민둥산이 그 뒤로 희미하게 가리왕산이 보인다. 동쪽으로는 지난해 말 다녀온바 있는 함백산 그리고 태백산이 한눈에 보이는데 다들 정감있게 나에게 다가온다.

산악회 등산 코스인 동쪽 능선을 따라 10여분을 직진하니 또 다시 두위봉 정상이 나타난다. 삼각점과 함께 퇴색한 두위봉 정상 木표시판에는 해발1,465.8미터 기록되어 있다. 조금전에 통과한 정상은 근래에 확인되어 1,466미터로 확인되어 새로 세운 정상이고 이곳은 기존의 정상인 것으로 여겨진다.

함백산을 바라보고 동쪽으로 능선을 따고 직진하니 제1번 헬기장이 나오는데 모 안내 산악회에서 길목에서 집단으로 식사를 하고 있어 비껴 직진하는데 부르는 소리에 뒤를 보니 안면이 있는 타 산악회 대장님께서 반갑게 복분자 술 한잔을 권한다..

염치 불구하고 한잔의 술로 다시 기운을 차리고 힘찬 발걸음에 제2헬기장을 조금 지나니 철쭉 그늘 밑에서 반가운 피닉스 식구들이 식사를 하고 계신다.(오후 1시30분경)

K님, 풀코스女님과 짝꿍님, 안양핸섬보이님, 순종대장님들과 함께 본인이 준비해 온 산삼주(산사춘과 인삼의 혼합)를 한잔씩 돌리고 나도 한잔하면서 김밥 한줄로 허기를 달랜다. 그리고 한잔 더 먹고 나니 500㎖병에 남은 산삼주는 1/3정도 남아 있어 지니(진)님을 위하여 순종님의 아쉬운 눈치를 멀리하고, 이제 병의 뚜껑을 닫는다.

산에서는 먹은 만큼 산길을 간다고, 힘을 얻어 주변을 살필 겨를도 없이 힘차게 앞으로 전진한다. 조금더 가니 제3헬기장을 지나, 앞서가던 K님께서 힘에 겨운지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하여 멈춘다. K님을 뒤로하고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넘어 제4,5,6헬기장을 지나고 산죽쉼터와 전망대를 통과하여 능선삼거리(큰도사 고개)에 도착하니 항상 반가운 선두 김영호 대장님께서 기다리신다(오후2시15분).

산에서는 산길이든, 바위길이든지 천천히 걸어야 한다고 한다. 인디언들의 삶의 태도를 빌리면 너무 빨리 걸으면 정신이 몸을 쫓아올 수 없다고 한다. 산에서는 정신과 몸이 하나가 되어 조금씩 걸어야 하고 , 몸만 너무 빨리 산에 오르면 풍요롭기 못하고, 정신만 홀로 산에 오르는 것을 실(實)하지 못하다고 한다. 바쁜 것도 없는데, 항상 몸 따로 마음 따로 이 모양이다.

그런 이유인지 제3헬기장부터 능선삼거리(큰도사고개)까지는 허겁허겁 달려온지라 두 번째 산행임에도 불구하고 이 구간에 있는 산죽쉼터, 전망대 등의 기억할 만 곳이 빛 바랜 흑백사진처럼 머리에 뱅글뱅글 돈다.

능선삼거리에는 휴식용의자도 몇 개 설치되어 있어 여러분들이 쉬고 있다. 김영호 대장님께서는 저를 보고서는 선두 대장님의 임무를 다하기 위하여 좌측길인 도사골쪽으로 산행책받침을 갈고서 내려가신다. 항상 산행안내에 대하여 빈틈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믿음직하신 선배 분이다.

5∼6분 후, 풀코스女님과 옆짝궁님이 도착하신다. 풀코스女님께서는 지척에 보이는 1,800년의 주목을 가르기면서 살아서 1,000년, 죽어서 1,000년이라면 하면서 감탄을 마지않는데, 네가 만약 주목이라면 살아서 1,500년 죽어서 100년이면 좋겠다는 우스개 소리로............. 인간의 번잡스러운 집착의 욕망을 말했는지 모르겠다.

물 한모금을 마시고 주능선 삼거리에서 직각 좌회전으로 방향을 바꾸어 5∼6분을 내려가니 길목에 살아서 천년 죽어서도 천년을 썩지 않는다는 커다란 주목이 두그루가 서 있다. 억겁의 인고세월을 껴안고 지내온 주목 앞에 서니 나의 존재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먼지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주목군락지를 멀리하고 내려가니 작년에는 없었던 산의 훼손방지를 위하여 목 계단을 설치하였는데 웬지 모르게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임도처럼 넓은 산길에 산행이 시작되는 것과 같은 비슷한 샘터에 도착한다(오후2시30분)

작년 산행시 이곳에서 여인네 한분이 칫솔에 치약을 듬뿍 담아 양치질하는 모습에 기겁을 하였는데 올해에는 샘터가 작년보다 넓은 돌로서 주변정리가 잘되어 진 것 같은 느낌이다. 집에 있는 공주님(샘)에게 주기 위하여 시원한 물을 한통 가득 넣는다. 그리고 나도 한 바가지 마시니 산행의 피로가 솔솔 바람에 날려간다.

너덜길과 임도를 번갈아 갈 때마다 맑은 물의 개울을 건너 20여분을 내려가니 휴양림의 지붕이 보이고 시장끼를 느껴 발걸음 무뎌지는 것을 느끼며, 휴양림 건물을 바라보는 보도블록 도로를 지나 오작교 같은 느낌이 드는 두위교를 훌쩍 넘어와서 10여분간을 걸어오니 전원이의 품에 안긴다(오후3시10분)

30∼40분후 K님과 지니님과 석탄탑 옆 잔디에 산삼주와 발###1#년산으로 나머지 피로를 날린다.

산행에서의 술이란 정말로 이상한 액체라고 생각된다. 취하면 모든 것들이 더욱 생생한 추억이 되어 되살아나기도 하고 더욱 짜릿한 아픔이 되어 가슴에 파고들기도 한다. 때로는 행복이 불꽃처럼 가만히 피어오르기도 하고, 때로는 슬픔이 물비늘처럼 잔잔히 쓸려들기도 하는데............ 하여간 다음의 산행에 참석하도록 다음주가 기다려진다.

산을 마주하면 산하고 나이가 같아지고, 강을 마주하면 강하고 나이가 같아지도록 너와 나의 마음을 열어주는 피닉스에 감사드린다. 산행후 귀경시 같은 자리에 합석한 P님의 국제적인 혜안(慧眼)에 너무나 많은 것을 알게 되었음을 감사드리며, 란 대장님, 김영호 대장님 건강하시길 빕니다.
▣ 삼포친구 - 올해는 두위봉 철쭉을 볼수 없는 해인가 보네요.. 한번 보려고 열심히 산행기를 뒤지지만..ㅠㅠ..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 우 명길 - 반갑습니다. 작년 11월 능동산-천황산-재약산을 피닉스산악회와 함께 오른 우명길입니다. 님의 산행기를 읽어보니 그대의 산행이 생각나서 인사드리고자 글을 올립니다. 저는 요즈음 한북정맥을 혼자 뛰고 있습니다. 47번 국도에서 오는 토요일 큰 넓고개까지 뛸 계획입니다. 종주기는 여기에 계속해 올렸습니다.
# 게을러서 "한국의 산하"에 산행기를 올려 놓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산에 다녀와서 글을 쓰는 것은 산행을 한 뒤 늦게나마 정신으로 완성시키는 행위라고 하는데 한북정맥을 혼자 뛰고 계시는 정열과 그 정신 대단하십니다. 금명간 기회가 되면 피닉스에서 뵙고 싶습니다. 그리고 시원한 막걸리와 먹음직한 두부 한접시 올리겠습니다.
▣ 우 명길 - 저도 가까운 시일내에 피닉스와 함께 산행을 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남겨 주시고 즐산하십시오.
▣ 죽화산인(ssikl1) - 좋은산행기를 잘 읽었습니다 - 저도 6월 1일에 두위봉을 다녀왔습니다 - 그러나 -산행기는 주관적인 경향이 많이 있습니다만 -그러나 무조건 자기가 산을 좋게만 표현해서도 않되고 또한 지나치게 과장해서도 않된다고 여깁니다- 두위봉의 철쭉군락지가 수만평이 된다는것은 크기가 얼만인지는 알수 없지만 저는 과장으로 여겨지고요 -정확하게표현하면 군락지의 지형이 경사면이고 철쭉제단이 선 1464봉에서는 군락지를 조망할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산형세로 보아서 수만평이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여겨지네요- 기분을 상하게 했으면은 거듭 사과드립니다
# 씀바귀를 먹고난 후에 오는 단맛과 같은 지적........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