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광덕고개,백운산,도마치봉,국망봉,민둥산,강씨봉,오뚜기고개까지 능선을
종주하였습니다.


●일시 : 2004년5월30일(일) 09:18~17:10
●산행자 : 나 홀로
●구간별 시간/거리 : 총 7시간 52분 / 22.38km

광덕고개 09:18 (0km)
백운산 10:17 (3km)
삼각봉 10:37 (1km)
도마치봉 10:56 (1km , 10분간 휴식)
국망봉 13:25 (7.77km , 35분간 점심 휴식)
견치봉 14:25 (1.3km)
민둥산 15:00 (1.7km)
도성고개 15:42 (2.55km)
강씨봉 16:18 (1.54km)
오뚜기고개 17:10 (2.52km)
운담교옆 주차장 18:02 (비포장길,갤로퍼 얻어타고 내려옴)


원래 저는 주로 금요무박이나 토요일에 주로 산행을 하고 일요일은 왠만하면 쉬는데..
우찌우찌 금요일 밤에 과음한 관계로 부득불 일요 산행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전날 제대로 배낭을 못 꾸려 일요일 밤 2시에 살짝 일어나 배낭챙기고, 코스 공부
다시 하다 잠이 들어 아침 첫차를 놓치는 통에 그냥 제 차를 끌고 출발합니다.
(제집은 동서울터미널 바로 건너편이라 버스가 사실 더 편합니다..)

좌우간 일요일 새벽부터 서둘러 식구들 깨기 전에 도망치듯 집을 나섭니다.
오늘은 광덕고개에서 출발하여 백운산,도마치봉,신로봉,국망봉,견치봉,민둥산,
도성고개,강씨봉을 거쳐 오뚜기고개로 내려서서 일동 운담마을까지 가기로 합니다.

한북정맥 구간이기도 한 이 코스는 딱히 정맥종주를 하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능선종주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이전에 free아프락사스님이 아드님과 함께 하신
겨울종주 사진과 글을 보고는 전부터 가보려 했었고, .나중에 한북정맥을 하게되면
2번째 구간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코스입니다.


일단 하산점으로 정한 일동 제일온천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광덕고개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데.. 차비가 장난 아닙니다. (택시비 @19,600)

광덕고개 휴게소 인근은 이미 많은 분들이 계시고 아침 못 드신 분들이 여기저기서
파전이나 요기 꺼리를 챙겨 드시느라 수선스럽습니다.

난장 한가운데서 신발끈 고쳐매고 워낙 살이 잘 타는 체질이라 선크림바르고
분단장하는데 파전 팔던 아주머니 한분이 놀리길래... '더 까매지면 안됩니다' 했더니
옆에 계시던 아주머니가 '까만게 더 맛있던데...' 하는 통에 일대에 있던 사람들이
다 웃습니다.

뒷통수가 쫌 뜨듯하여 얼른 매표소 철계단을 오릅니다. (입장료 @1,000)
지능선을 지나 백운산 오르는 주능선에 올라서니 갑자기 후끈한 지열이 느껴집니다.

페이스 조절에 적당한 몇 번의 오르내림 끝에 1시간만에 백운산 정상에 도착하였는데
잡목에 둘러싸여 조망은 별로이고 멀리서 군부대 사격소리만 들립니다.
백운산 정상에 길이 2개 있는데 왼쪽길이 정맥길이고 오른쪽은 흥룡사길이네요.

조금 걷다보니 '삼각봉'이라는 긴급구조 표지판이 보입니다.
삼각봉에서 모자를 하나 주어 출발하려니 어떤분이 허덕지덕 붸아와서 모자를
찾습니다.
돌려드리면서 물어보니 도마치봉에서부터 모자 찾아 도로 돌아 오시는 길이랍니다.

도마치봉에 도착하니 허기가 느껴져 샌드위치와 방울토마토로 요기를 하고는 다시
출발,약 200m쯤 내려오니 길 바로옆에 샘물이 있어서 식수를 보충하고 다시 출발하는데
길이 좀 헷갈립니다. 샘 바로 앞에 진행하던 방향대로 넓은 길이 있기 때문에
부지불식간에 이 길로 들어서기 쉬운데 이 길은 용수목 방향인거 같고, 국망봉 방향
정맥길은 바로 오른쪽에 약간 잘 안보이지만 리본이 붙어 있는 길입니다.


허기를 채우고 나니 속도가 좀 붙어 한 두개의 오름길을 거뜬히 오르고 나니 전망이 꽤
괜찮은 헬기장이 나옵니다.
왼편에 화악산이 저멀리 당당하게 서있고 그 앞으로 석룡산에서 이어지는 능선길이
아주 가깝게 다가옵니다. 석룡산에서 도마치로 이어지는 종주코스는 제가 다음에
가고싶은 곳입니다.

사진을 몇장찍고 이젠 기관총으로 바뀐 사격장 소리를 들으면서 이번 구간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국망봉을 향해 출발합니다. 앞으로 6.09km 남았답니다.

방화선길 따라가는 이 길은 길 자체는 좋은데 풀섶으로 이루어진 길이라 뱀들이 출몰
할까 신경이 좀 쓰입니다. 워낙 뱀 많기로 소문난 동네인지라... 그래도 약초며
나물캐는 분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띄고 이분들은 등산로를 벗어나 풀섶이며 잡목이
아주 우거진 곳까지 서슴없이 들어가서 작업을 하십니다.

중간에 마포에서 오셨다는 산님을 만나 같이 오다보니 한 10여분의 등산객들이 그늘이
없다보니 좁은 길 한가운데서 옹색하게 식사를 하고 계십니다. 그래도 와인까지 있는
럭셔리한 점심입니다.

드디어 국망봉에 도착하여 마포 산님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약간의 휴식을 합니다.
이분도 저랑 같은 코스를 가실 예정이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맛있는 오가피주도
몇잔 얻어먹었습니다. (이 술 참 괜찮더군요. 술도 거의 안 오르면서 적당히 기분좋은..)


국망봉에서부터는 내림길이 많은 좀 편안한 등산로가 이어지고 바로 견치봉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왜 견치봉(개이빨산)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산 밖에서 보면 개 이빨 같을까?

용수목 숯가마터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나가 길이 잘 안보일 정도로 좁은 잡목숲을
지나 한참만에 민둥산에 도착. 이제 도성고개를 향해 갑니다

다시 또 방화선길로 이어지는 지루한 등산로가 계속됩니다. 심한 내리막에 가끔 작은
봉우리를 넘는 약한 오름길인데도 출발한지 6시간이 넘으니 힘이 슬슬 부치기 시작합니다.

도성고개에 도착해보니 이젠 오늘의 마지막 주요 봉우리인 강씨봉이 1.54km 남았습니다.

강씨봉을 향해 올라가는 방화선길이 왜 이리 힘든지... 맥이 좀 풀린 다리를 무심결에 턱 내디뎠는데 갑자기 발밑에서 뭐가 푸드덕합니다. 이런 젠장 이 풀섶길...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이 동네 뱀들은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치지도 않고 있다가 바로 옆에 다가서면 그때서야 천천히 움직입니다. 오늘 3번째 보는 놈입니다. 다시 긴장을 하고 스틱으로 앞을 툭툭치면서 전진... 3개의 봉우리를 지나 드디어 강씨봉입니다.


잠시 쉬고있는데 옆에서 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커다란 개 한마리가 도성고개쪽
능선을 타고 올라가고 있습니다. '아니 쟤가 지금 뭐하는 거래?..'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오뚜기고개가 아직도 2.52km 남아있습니다.
부지런히 발길을 옮기는데 아니 왠 강씨봉이 이리 많은지.... 봉우리 몇 개 넘으니
돌로 만든 강씨봉 표지석이 보이고 또 몇 개 넘으니 이번엔 긴급구조 판에 강씨봉
정상이라고 적혀있어 사람 헷갈리게 만듭니다.

저 멀리 보이는 임도로 내려서니 바로 커다란 오뚜기 고개 표지석이 있습니다.
이곳까지 총 22.38km (구간별 표시판 거리 합) 이고 약 8시간 걸렸습니다.
여기 오뚜기고개에서 무리울까지 비포장 도로이고 제 차가 있는 운담교옆 제일 온천
까지 자료상에는 거의 1시간 반이상 걸리는 것 같던데 이 비포장 돌길을 어떻게 걸을지
난감해 하면서 터벅 터벅 걷고 있는데 뒤에서 갤로퍼 두 대가 내려옵니다.

나물 뜯으러 왔던 아줌마,아저씨들이 타고 계신데 다행히 옆에 끼워줘서 타고 내려
오는데.. 정말 차타고도 한참을 내려오더군요. 이 차 아니었으면 어쩔뻔 했는지
싶더군요.
고맙다고 인사를 하니... 한 아줌마가 '남자 혼자 산에 다니다가 아줌마들한테
당하려고 그래요? 윽.. 허걱.. 오늘 출발부터 그러더니 요새 아줌마들 왜 그러지?...


제 생각에 이 구간은 오뚜기고개에서 하산하기보다는 그 전에 강씨봉~한나무골로
내려오거나 아니면 더 진행해서 길매재에서 하산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온천앞 주차장에 내려서니 18시02분, 드디어 오늘 산행을 모두 마쳤습니다.
아까 국망봉에서 같이 점심을 한 마포 산님이 은근히 걱정이 됩니다.
속도가 안맞는 듯해서 먼저 오긴 했는데 오뚜기 고개에서 비포장 하산길이 걱정되기도
하고 너무 늦게 내려오면 8시에 귀경 버스가 끊길 것도 걱정이 됩니다.

저는 차가 있으니 차라리 아까 핸드폰 연락처라도 받아두면 좋았을 것을...
후회됩니다.


서울로 가는 길은 많이 밀려있어 이왕 늦은 김에 1시간여 온천욕을 하고 새옷 갈아입고
식당에서 해장국을 시켜먹으니 꿀맛입니다. 일동 시내까지 오면서 혹시 마포 산님이
지나가나 하고 살살 차를 몰면서 오는데 보이지가 않습니다.


이제는 정체가 다 풀린 길을 1시간 달려서 집에 도착하니 밤9시,
밀린 숙제도 하고 온천욕까지 하니 몸도 마음도 너무 개운한 하루였습니다.


(... 저기.. 요 밑 글보니까 기록산행의 문제점을 지적하신 분이 계셔서 '분'단위로
기록한 저의 글을 어찌 또 생각하실까.. 걱정되는데요... 저는 사실 산행하기 전에
코스에 대한 공부를 좀 하는 편인데 주요 정보는 책보다 산행기에서 주로 얻게되더
군요. 세세하게 적어놓은 글들 때문에 산에서 길을 잃지도 않고 적당한 하산시간과
하산지점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산'을 즐기면서... 또 느끼면서 산행을 하자는
취지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하지만 기록을 해주시는 많은 분들이 있기에 저같은
초보 후답자들이 더 '산'을 쉽게 접할 수 있는거 같습니다. 머...감상문식으로
또 시같이 산행기를 쓰시는 분들도 계시고, 기록하시는 분도 계시고 유유자적 산행만
즐기시는 분도 계시고... 이런 여러분들이 계셔서 세상이 살맛나는 거 아니겠
습니까? 서로 상대방의 다양성을 인정해주시기 바랍니다..^^)


▣ 산하가족 - 은 아닙니다만 자주 들어와서 좋은 글들을 보고, 배우고 있습니다. 정범모님의 정다운 글 잘 읽고 갑니다. 글을 읽으면서 마치 제가 산에 간듯한 착각을 했습니다. 많은 좋은글 기대하겠습니다.
▣ 산초스 - 참내! 정범모님도 대단한 산님이십니다. 한북정맥 긴구간을 가벼이 주파하시니요. 두번째 나타난 강씨봉 표지판은 사실 한나무봉인데 응급구조 표시판을 자기들 알기쉽게 달아놓은것 같더군요. 수고하셨습니다.^^**
▣ 운해 - 혼자 하시지 말고 같이 한 번 하시면 어떨까요? 지난 의상봉 모임때 특별한 인연이(옆좌석)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데 쉽지를 않군요. 줄산 하시시 기원 합니다.
▣ 정범모 - 답장을 달고 싶은데..... 비번이 아무리해도 에러로 나오네요... 전 역시 아직 멀었네요...
▣ '산하가족은 아닙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더욱 분발하고 열쒸미 노력해서 착한 산꾼이 되도록 하겠습니다...^^(정범모)
▣ 산초스님께 - 산하의 대표선수단중 한분이신 산초스님에 비하면 저는 아마츄어지요.. 부천에서 오픈하실 때 같이 가보려고 생각했었는데 쉽지 않더군요. 사업 잘되시는지요.. 많은 산하가족들이 산초스님 응원하는거... 아시죠?(정범모)
▣ 운해님께 - 지난번 의상봉 모임때 운해님 옆에서 이것저것 많이 배웠답니다. 따님에 대해서도 어찌 그리 잘하시던지... 계속 문자 통화하시더군요. ^^ 참, 운해님 전에 관악산 모임의 뒷풀이때도 저와 옆자리 앉으신거 기억나세요? 계속 옆자리 인연이니 아마 조만간 제가 운해님 따라 같이 산행하게 될 것 같습니다. 수도권 시경계 종주기도 잘 보았습니다. 계속 즐산 하세요..(정범모)
▣ 김찬영 - 정범모님 한북정맥 긴구간을 힘도들이지않고 가볍게 다녀오셨네요 .. 대간은 다끝난는지요 ...잘보고 갑니다
▣ 초이스 - (전) 개털도사입니다. 님의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저도 언제 꼭 가 보고 싶습니다.
▣ 미시령 - 반갑습니다. 정범모님. 관악2차 모임때 식당앞에서 기다리며 같이 찍은 사진을 다시보며 이제야 이름을 확인하였네요. 죄송... 여섯이서 찍은 사진에서는 저도 "옆자리"더군요, ㅎㅎ. 그 먼 길을 훌쩍 살랑살랑 걸어오셨군요. 아~ 나도 가고 시포라...
▣ SOLO - 광덕고개에서 오뚜기령까지 꽤 긴거리인데 대단하시군요. 수고하셨습니다.
▣ 김찬영님께 - 힘이 안들긴요... 저, 죽는줄 알았어여...^^ 대간은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그거 끝내면 사는 재미 없어질 것 같아서 쉬엄쉬엄 천천히 아껴가면서 하려구요.
▣ 초이스님께 - 아니, 그 좋은 이름을 개명하셨네요.. 전에 김정길 선배님이 부르기 뭐하다고 이름 좀 바꾸라더니... 그래도 저는 개털도사님이 더 정겨운 거 같습니다. 사실은 제 별명이 범털(..범모)이거든요.
▣ 미시령님께 - 관악산 식당앞에서 찍은 거 ... 저도 기억납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전에는 혼자서 다니는게 편했는데 요새는 산속에서 혼자 헤매고 돌아다니는게 좀 청승맞다는 생각이 많이듭니다. 그래서 전에 그 관악산 모임이나 의상봉 모임같은 동호인 모임이 더 자주 생각이 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조만간 산초스팀이던지 ~연가팀이던지 어디 가급적 작은 모임에 투항해서 뒤나 졸랑졸랑 쫒아 다닐랍니다.
▣ SOLO님께 - SOLO님은 모르시겠지만... 제가 SOLO님 산행기 팬입니다. 다니시는 코스나 산행패턴이 저랑 비슷하신거 같아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전에 어비산~유명산~소구니산~중미산 돌때도 님이 가신 코스 따라갔었구요, 요번에도 약간 코스는 달랐지만 전에 논남기에서 국망봉으로 가셨던 그 산행기도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앞으로도 선답하신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 산거북이 - 범모(범털)님 때문에 개털님께서 결국 개명을 하신 셈이군요^^ 개털과 범털은 격이 달라 보이잖습니까?? ㅋㅋㅋ . 안녕하세요. 오랫만이죠? 지형지명은 낯설지만 범모님의 잔잔한 음성은 글로도 느낄 수 있습니다. 건승하십시오.
▣ 김정길 - 좋은 능선 종주하셨습니다, 밀린 숙제도 하고 온천욕까지 하셔서 시원하셨겠습니다. 산행기에 시간 분을 적는일은 후답자를 위한 산행기의 생명입니다. 산행은 뒷전이면서 인터넷에 들어와 눈요기나 하는 사람들의 헛소리에 흔들리지 마세요,
▣ 코스모스 - 비육님이 산친구인데 태극능선 개념도를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항상 멎진 산행길.안전한 산행길 이어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