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 28 토 (04-12/15) 비와 설문대할망의 노여움이 서린 세찬 바람에 아직도 귓밥이 얼얼하다
한봉우리 원정산행: Angel 제니퍼로패즈 하나꼬 건드릴 Saint 선재아빠 갤러리 블리츠 dk^L^ + 제주 회원인 아카시아와 원주민 총 11명
[1시간20분] = 구간시간
@ = 국립공원 한라산의 긴급구조 표지기(관음사코스/성판악코스)

♤ 관음사 코스 = 북쪽에서 용진각과 왕관릉으로 해서 정상(동벽)까지 오른다
8.7km
성판악 코스 = 동쪽에서 사라악/진달래 대피소를 거쳐 정상(동벽)까지 오른다
9.6km
♠ 어리목 코스 = 어승생악 밑인 어리목에서 사제비동산 만수동산을 지나 윗세오름
까지만 오를 수 있다.
4.7km
윗세오름에서 서북벽(혈망봉인 정상)까지는 출입금지이다
영실 코스 = 서귀포가 가까운 영실에서 윗세오름까지 오를 수 있다. 오백나한과
봄철의 털진달래 병꽃나무 군락과 매발톱나무의 노란꽃이 장관이며
3.7km

[산행개요]
제주공항 0740
아침식사 0800/0825
관음사매표소 0900
용진각 1200/1210 [3시간]
정상 동벽 1330/1335 [1시간20분]
진달래대피소 1410/1500 [35분]
성판악 1637 [1시간37분]
총소요시간: 7시간37분

[산행기록]
김포공항에서 첫 편 항공기를 타고 제주공항에 내리니 7시40분
한봉우리의 제주회원이며 오름사랑 회원인 원주민님과 하루 먼저 내려온 갤러리님이 반갑게 맞아준다

신제주 관심해장국집에서 시원한 콩나물 해장국을 10여분 만에 뚝딱 비우고 통제시간인 9시에 맞추기 위해 모두 서두른다
☞ 동절기 09시(춘추 9시30분, 하절기 10시)
0900 관음사매표소

낙엽수림대 밑엔 제주조릿대(쑥대)가 무성하다
하늘은 잔뜩 흐려 걱정이 앞서는데 가끔 열리는 틈으로 햇빛이 보이기도 한다
예보로는 오후 3-4시에나 비 소식이 있다는데

구린굴도 지나고 우측 계곡엔 간간히 크게 입을 벌린 물웅덩이가 괴기스럽다
0943 숯막 터 (고도 780m)
☞ 뒤 매표소 2.5km

작은 계곡 몇 개를 지나며 꽝꽝나무가 보이기 시작하고
조금 후엔 굴거리나무의 잔뜩 움츠린 푸른 잎이 반갑다
주목이 보이기 시작하니 이젠 탐라계곡이 가까워 오나 보다
작년까지 보지 못하던 새 표지기를 여러 개 지난다
0945 @ 관음사코스 5-10
0953 탐라계곡
☞ 앞 정상 5.7/뒤 매표소 3km

거대한 탐라계곡을 건너 양쪽의 밧줄을 잡아 당기며 급경사를 오르면
쓰러져 가는 허스름한 건물인 대피소가 탐라계곡대피소이다
1000/15 대피소 휴식터
☞ 정상 5.5/매표소 3.2

아이젠을 착용하고 한 두 방울 떨어지는 비님을 야속하다 중얼거리며 개미등을 타기 시작한다
조망이 훤한 날은 먼 곳에서도 가느다란 이 능선이 보이는데
따라오며 우는 까마귀는 우릴 보고 아홉 아홉 한다
1050 @ 5-17 소나무(적송) 군락지이다
30여분을 올라도 여전히 소나무의 푸른 숲이다

1105 이제 사스레(좀고채목)나무가 보이며
안개구름이 짙게 낀 개미등 능선의 한 자락에
사스레나무의 흰색줄기와 적송의 붉은색의 자연의 조화가 잠시 험상궂은 날씨를 잊게 해준다

1145 개미목에 선다
삼각봉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고 세찬 비바람에 몸이 날려갈 듯 하다
한길이 넘는 눈이 쌓인 삼각봉 허리를 비켜가며
비만 오지 않았어도 하는 아쉬움을 떨치지 못한다
헌데 아직은 행복한 순간이다

1200/10 용진각대피소
출입통제시간은 12시이다
차량을 성판악으로 옮겨놓고 뒤늦게 따라오는 원주민님이 아직 소식이 없으나 통제시간에 저촉될까 걱정되어 왕관릉으로 오르는 급경사를 탄다
두텁고 미끄러운 눈길은 아이젠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역시 힘들다
한두 대원이 뒤로 쳐지기 시작하며 구간시간이 늘어나기 시작이다

1230 왕관릉 쉼터
☞ 정상 1.3/뒤 매표소 7.4
거센 바람에 쉴 수가 없다
바로 구상나무 군락속으로 들어선다
바람은 오를수록 강해지고 장갑은 비바람에 젖어 연신 물 끼를 짜내야 되는데 동상에 걸릴까 자못 의심스러워 진다

후미를 기다리며 쉬며 오르며
동벽에 이르나 설문대할망의 노기가 서린 듯 몸을 날려버리는 강풍에 밀려 하나꼬가 쓰러질듯하다
등뒤로 바짝 매달고 정상통제소에 겨우 다다르니
오후 1시30분
5분여 동안 숨을 고르곤 허기진 배를 진달래 대피소에서 채우기로 하고

발길을 내디디나 바람에 밀려 모두가 위태롭다
생전 처음으로 겪는 격노한 비바람이다
끊어질 듯 아픈 손가락을 젖은 장갑 속에서 움직이고 구부리며 두르리며
우측에서 부는 비바람을 피하려 고개는 푹 숙이고
밀리는 몸을 지탱하려고 계단과 울퉁불퉁한 용암석이 깔린 경사 길을 어찌어찌 하여 용케 다들 내려왔다

구상나무 밭에서 부 터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람이 잦아들어 천국에 온 기분으로 잠시 전의 고통을 모두 잊고 히히덕 거리며
이젠 달리기로 진달래 대피소까지 경주하듯 미끄러져 내려간다

1410/1500 진달래 대피소
☞ 정상 2.3/성판악매표소 7.6km
잠시 기다려 사람들이 빠진 후 사발 면으로 허기를 달래기 시작하는데
문에 나타난 우리의 호프
원주민과 아카시아
김밥과 딸기와 아카시아님의 도시락과 반찬
큰 고을 원님의 잔칫상도 부럽지 않다

진달래 대피소부터 성판악 까지의 7.6km를 1시간 40여분에 주파하다
무릎이 약한 하나꼬를 빼놓고는

1637 성판악매표소


제주시로 돌아와 한담장에 여장을 풀고는
젖은 등산화는 방바닥에 히터위에 보일러실에 널어놓고
모두 여관의 슬리퍼를 신고서는
해오름에서 도야지 생갈비 소금구이로 시작을 하는데 하나꼬는 말없이 갈비만 쥑이고

파라로 옮겨 영 & 쟈스민님과 반가운 인사를 나눈 후 소문난 BBQ 구이와 찜으로 즐거운 시간을 갖는데 여러 오름님이 우루르 몰려들어 한없이 이어지는 한담과 재담이다
3차로 간 노래방
쿨&썬님의 탬버린 연주는 예술에 가깝고
우린 그렇게 헤어졌답니다.

2004 2 29 일
둘째날(오름 정화의 날)
아침식사를 하려면 7시20분에는 집합을 해야 하는데
영 아니다
잠도 안자고 밤새 즐긴 ㄱㄷㄹ님 과 ㅅㅈㅇㅃ
를 놔두고

나머지 7명은 8시10분 서귀포행 버스에 오름사랑회원님들과 동승한다
아카시아 오싱 강작가 푸르미 인연 포카리 스페이스 (무순) + 붉은노을님

잠시 후 걸려오는 전화
는 건드릴님이죠

516도로에서 교래리로 갈리는 갈림길에서 하차
조금 내려가면 우측으로 물찻입구라는 간판이 보이는데
택시로 뒤따라온 두 대원과 합류
0900 인사를 나누고 선물은 교환하고 정화 활동을 시작한다

시원하고 싸늘한 아침공기는 어젯밤의 술기운을 싸악 날려보낸다
원시림의 눅눅하면서도 신비한 모습에 감동을 먹은 한봉우리 원정대원들
반지의 제왕 무대 같다며 스마일을 연발하는 하나꼬의 핸폰
연신 카메라를 들이대는 Saint와 블리츠

헤 일 수 없이 많은 음료수 빈 캔을 주우면서도 한껏 명랑한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 가운데 우린 물찻입구 까지 걸었다
우측으로 올라가면 궤펜이 물오름을 지나 성판악이고 직진해서 왼편으로 물찻을 우회하면 남조로와 만나는 길 좌측에 붉은오름이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물찻
서어나무의 뿌리가 들어난 길을 안타까워 하며 올라
물이 고인 화구호를 신비스럽게 바라보곤
눈 속을 뚫고 나오는 모습은 아니지만 노오란 복수초와 대면을 한다

다시 이어진 정화의 길
붉은오름 가까워선 우릴 태우고 갈 원주민과 다시 만나 서로 반가워 한다
그사이에 붉은 오름을 탐방했다나

오름사랑님들과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고
가시리마을에서 맛본 토종 순대국은 별미였는데
두 세명은 서로 인연이 닿지 않는 모양이라

이어 오른 오름은
동검은이
목장 바람 잔디
아름답고 부드러운 능선
여러 개의 오목지고 벌려지고 쓸려 내려간 분화구와 언덕들
주위의 다랑쉬 높은오름 문석이 아부 백약이 좌보미 용눈이와 손지오름들
여름날의 개똥벌래
차에서 휴식을 취한 Saint님과 선재아빠는 모두의 놀림감이 되고
여하간 인기 만점인 동검은이 탐방은 이리 끝나다

덤2
신현대식당에서 고등어 갈치회로 시작해선
고등어 조림과 갈치구이로 식사와 반주를
서귀포에서 인사차 올라온 오름사랑 주인인 문섬님과 같이 한 시간

2틀간 시중을 들어준 원주민님과 아카시아님
멀리 달려온 벼락님
오늘 같이 정화활동을 한 오름사랑 회원님들
모두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서울로 돌아온 우리 일행은
골뱅이를 안주로 해단식을 하고
영실에 털진달래가 필 때 꼭 보러 가기로 약속을 하곤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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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말고 산에선 어느 것도 가져오지 말자
산이 철 따라 옷을 갈아입어 즐겁게 해주듯이 우리도.. ^L^ 검은 옷이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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