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 : 2004. 7. 14(수) 비온후 흐림


- 산행자 : san001, 신기루


- 산행요약
■ 산행코스 : 동학사∼은선대피소∼관음봉∼자연성릉∼삼불봉∼남매탑∼큰배재∼


                     신선봉∼장군봉∼제2집단시설지구


■ 산행거리 및 시간 : 거리 약14km, 산행시간 6시간 38분, 총시간 9시간14분


■ 구간별 시간


주차장∼(1.8km)∼(6분)∼매표소∼(20분)∼동학사∼(0.6km,10분)∼오성대∼(1.0km,25분)∼은선대피소∼(1.0km,32분)∼관음봉∼(1.6km,1시간15분)∼삼불봉∼(0.2km,5분)∼삼불봉고개∼(0.3km,8분)∼남매탑∼(0.3km,12분)∼남매탑고개∼(0.3km,5분)∼큰배재∼(2.0km)∼(16분)∼신선봉∼(55분)∼지석골(작은배재갈림길)∼(1.6km,1시간4분)∼장군봉∼(1.3km,35분)∼동학사제2집단시설지구∼(2.0km,30분)∼도로(1번국도)


 


- 일정


   10:56   계룡산 주차장 출발 (주차비 4,000원)
   11:02   매표소
   11:19   남매탑 갈림길 : 은선폭포 1.7km, 관음봉 2.6km, 연천봉 3.2km, 갑사 5.6km
                          삼불봉 2.1km, 남매탑 1.7km, 금잔디고개 2.3km
   11:22   동학사 
   11:32   오성대 : 은선대피소 1km, 관음봉 2km, 동학사 0.6km
   11:53   은선폭포 전망대
   11:58   출발
   12:02   은선대피소, 05-05 (410m) : 동학사 1.6km, 관음봉 1.0km
   12:07   출발
   12:34   관음봉고개, 04-06 : 자연성릉 1.8km
   12:39   관음봉(816m), 정자
   12:55   출발
   13:38   봉우리 : 자연성릉이 잘 보이는 봉
   13:49   출발
   13:56   안부, 07-03 (715m) : 삼불봉 0.8km, 관음봉 0.8km
   14:12   봉우리, 07-05 : 삼불봉이 보임, 직전에 철계단길이 있음
   14:17   출발
   14:18   금잔디고개 갈림길(755m) : 금잔디고개 0.4km, 삼불봉 0.2km
   14:26   삼불봉 (775m) : 삼불봉 설화(제2경)
   15:40   휴식후 출발
   15:45   삼불봉고개 (해발 675m) : 관음봉 1.8km, 갑사 2.7km, 삼불봉 0.2km, 남매탐 0.3km, 금잔디고개 0.4km
   15:53   남매탑 (해발 600m) : 삼불봉 0.5km, 동학사 1.7km, 금잔디고개 0.7km, 천장골 3.3km, 상신리 3.0km, 갑사 3.0km 
   15:57   휴식후 출발, 01-07 : 큰배재 0.6km
   15:58   갈림길 : 천장골 3.3km, 동학사 1.7km
   16:09   남매탑고개 (해발 590m), 02-01 : 남매탑 0.3km, 동학사주차장 3.0km
   16:12   상신리갈림길 : 상신주차장 3.0km
   16:14   큰배재 (해발 565m) : 장군봉 3.6km, 남매탑 0.6km, 동학사주차장 2.7km
   16:30   신선봉 추정
   16:55   이정표 : 남매탑 1.6km(40분), 장군봉 2.6km(1시간10분)
   17:25   지석골 갈림길, 09-05 : 남매탑 2.6km, 장군봉 1.6km, 지석골 1.5km
   17:30   갓바위(?) : 직전에 쇠계단, 봉우리 지난 후 3m 하강
   17:35   이정표, 쇠계단 : 남매탑 2.9km(1시간30분), 병사골 2.3km(1시간)
   17:45   09-04 : 남매탑 3.2km, 장군봉 1.0km
   18:02   09-03 : 남매탑 3.7km, 장군봉 0.5km ⇒ 이후 밧줄, 와이어 급경사
   18:09   봉우리
   18:14   이정표, 안부 : 남매탑 3.9km, 병사골 1.3km
   18:19   소나무 봉우리(장군봉으로 착각), 무덤
   18:50   출발
   18:55   안부, 갈림길 흔적
   19:00   장군봉, 09-02
   19:05   출발
   19:16   내리막, 10m 밧줄, 이후 계속 밧줄의 연속
   19:25   갈림길 : 직진은 능선길, 우측으로 빠짐
   19:40   동네, 동학사 집단시설지구
   20:10   도로  
  


- 산행기


〈운무는 산을 휘감아 넘고...〉


산을 많이 다녔지만 오늘 같이 날씨의 변화를 직접 경험하는 것도 흔치 않은 일... 가랑비로 시작한 시작은 폭우로 변하고,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안개 속에서 어느 순간 꿈같이 안개가 걷히는 환상의 세계... 그리고 다시 비와 운무... 마지막엔 산행을 축복하듯 개이는 파란 하늘...


 


〈급변하는 날씨〉


서울을 출발하면서 잔뜩 찌푸린 날씨가 대전을 가까워지면서 빗방울이 흩날린다. 동학사주차장에 도착할 무렵에는 폭우가 솟아지고... 적지 않은 장거리 산행 그리고 바윗길에 걱정이 태산이다.


일단 차안에서 준비해온 밥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아침부터 본의 아닌 술자리... 산행을 온 건지 여행을 온 건지... 「그래 가는데 까지 가보자...」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빗줄기를 틈타 산행을 시작한다. (10:56)


 


〈동학사 가는 호젓한 길〉


우렁찬 계곡 물소리가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하고... 뿌옇게 피어오르는 물안개의 신선한
감촉이 더없이 싱그럽다.


평탄한 산책길을 약20분. 동학사라고 착각하기 쉬운 관음암에 도착한다.(11:15)  동학사라는 대찰이 있음에도 그 전에 암자가 있는 것이 특이하다.


관음암을 지나면 남매탑 갈림길(11:19). 학창시절 교과서에 나오는 「갑사로 가는 길」의 소재가 된 길이다. 방랑벽이 있었는지 항상 책에 나온 길을 확인하고픈 호기심이 강했고, 그 호기심을 풀기 위해 수없이 넘나들었던 길. 그 당시 길과 분위기는 다르지만 아련히 떠오르는 추억은 계룡산을 더욱 정감 있게 만든다.


동학사(11:22)는 바로 옆에 있다. 비구니 절인 동학사의 28년전 기억이 떠오른다. 명성에 비해 너무나 초라했던 규모가 이제는 계룡산에서 가장 규모가 큰절이 되었다.  비구름에 가려 절을 둘러싼 아름다운 바위봉의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최고의 위치에 자리잡은 명당이라는 감은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은선폭포를 향하여〉


동학사를 지나면 등산로가 시작된다. 완만한 길은 울창한 수풀이 하늘을 가리고, 어두컴컴한 분위기는 지금 시간을 가늠케 어렵게 만든다. 10분 정도 오르면 오송대 갈림길(11:32).


오송대(五松臺)란 오송대계곡 상류에 다섯 그루의 소나무가 선 대(臺)가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심우정사로 가는 길이다. 오송대계곡의 불어난 물이 다단계 폭포수처럼 흘러 내려간다. 


이제 서서히 가파른 오르막길. 은선폭포의 협곡을 피해 우측 사면을 거슬러 올라가는 길이다. 한걸음씩 옮길 때마다 계곡의 물소리도 멀어진다. 된비알에 구슬 같은 땀은 쉴사이 없이 흘러내려 빗물보다는 오히려 땀으로 옷이 적어든다.


드디어 시야가 트이며 나타나는 운무에 쌓인 맞은편 절벽... 북쪽의 장군봉능선과 더불어 계룡산의 주축을 이루는 쌀개봉(829.5m)에서 향적봉(605m)으로 이어지는 남쪽 능선이다. V자로 깊이 파인 안부 옆 봉우리인 쌀개봉에 대한 안내판(자연경관해설)(11:49)이 있다. 쌀개봉은 디딜방아의 쌀개와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쌀개란 디딜방아를 양쪽에서 고정시키는 걸개를 일컫는다.


병풍을 펼친 듯한 능선의 암벽에는 노송이 멋을 더하고 밑으로 떨어지는 계곡 역시 상당히 깊다. 은선폭포 또한 그 깊이만큼이나 규모가 크다. 조금 오르면 나무데크가 설치된 은선폭포 전망대(11:53/11:58)가 나온다. 신선이 숨어 살던 곳이라는 폭포. 약40여미터는 됨직한 하얀 물줄기가 시원하게 포말을 만들고 있다.


약간의 평탄한 길을 따르면 이내 은선대피소(12:02)이다. 하얀 페인트로 도색이 된 건물은 어두운 숲속에 둘러싸여 을씨년스럽다. 학창시절, 산장지기와 바둑을 두고 등산객들이 북쩍거리던 그 당시의 활기찬 분위기를 전혀 찾을 수가 없다.


은석대피소는 동학사계곡의 상단부로 마지막으로 물을 구할 수 있는 곳이다. 세수를 하며 땀을 훔치면서 물을 담는다는 생각을 깜빡 잊었다. 덕분에 갈증을 물이 아닌 술로 해결하는 산행이 되었지만... 


 


〈가파른 너덜바위 지대〉


은선대피소에서 관음봉까지는 1km. 가파른 너덜지대바윗길이다. 멀리서 보면 무너진 돌더미를 밟고 지나가는 모습. 특히 자연성릉에서 바라보면 저런 가파른 비탈면에 어떻게 길이 있을까 생각되는 길이다.


높은 습도, 가파른 경사에 땀은 빗물과 섞여 줄줄줄 이마에서 흘러내린다. 그나마 빗줄기가 조금씩 굵어지면서 시원함을 느낀다. 하늘을 보면 비가 그칠 것 같지 않고... 아름다운 자연성릉을 제대로 볼 수 없어 마음이 무겁다. 신기루님에게 계룡산 최고의 능선인 자연성릉을 자랑했는데... 산이란 타는 맛도 있지만 보는 맛 또한 더 큰 재미를 선사하므로...


위로 오를수록 주위가 환해진다. 하늘을 가린 자욱한 운무가 반사되어 나타나는 현상. 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한걸음의 소중함을 간직하며 관음봉고개(12:35)에 올랐다.


 


〈관음봉고개와 오늘의 산행코스〉


관음봉고개는 능선 갈림길. 한 갈래는 문필봉(756m)을 거쳐 연천봉(738.7m)으로 향하는 능선, 또 한 갈래는 계룡산의 정상인 천황봉(845.1m)을 향하는 남쪽 능선이다. 남쪽능선은 쌀개봉에서 동쪽으로 상당히 굵은 능선을 형성한다. 하지만 남쪽능선은 현재 출입을 금지하다는 안내판이 있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계룡산의 주능선타기, 즉 능선종주를 목표로 한다. 주능선이라 함은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U자를 옆으로 누인 형태라 할 수 있다. 즉 동학사계곡을 중심으로 북쪽에는 장군봉능선(장군봉∼갓바위∼신선봉∼큰배재), 남북을 잇는 능선은 자연성릉(삼불봉∼관음봉)과 쌀개능(관음봉∼쌀개봉), 남쪽은 향적봉능선(쌀개봉∼황적봉)이라 할 수 있다. 그 중 오늘 산행은 출입금지 표시가 있는 남쪽능선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 종주를 목표로 한다.  


 


〈관음봉〉


고개에서 우측으로 약4분이면 관음봉(12:39)에 도착한다. 관음봉은 출입금지된 천황봉을 대신하여 등산객들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봉(816m)으로. 봉우리 위에는 휴식을 할 수 있는 정자가 설치되어 있다. 정자에는 우중임에도 먼저 올라온 두팀이 쉬고 있다.


정상 표지석이 있는 봉우리에 올랐지만 사방은 여전히 오리무중. 계룡산 산행의 진면목을 빠뜨리는 듯 하여 마음이 개운하지 않다.


점점 빗방울이 굵어진다. 휴식을 취하며 물 대신 캔맥주로 입가심을 한다. 폭우로 변한 빗줄기는 산행의 의욕마저 떨어뜨리고... 자연성릉이야 어차피 기본코스이지만 장군봉능선은 포기하고 싶은 마음. 슬쩍 신기루님에게 이야기하였으나 단호한 거부의사.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말한 내가 바보지. 그래, 게으른 나를 일깨우듯 한번도 포기한 적이 없었지....」
계속 기다릴 수 없어 우산을 쓰고 빗속으로 몸을 내 맡긴다.(12:55)


 


〈자연성릉〉


관음봉에서 삼불봉까지의 능선인 자연성릉은 성을 자연적으로 쌓아놓은 듯한 능선이라는 의미로 계룡산을 갑사와 동학사지역으로 양분하는 매우 아름다운 능선이다. 깎아지는 단애와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바윗길은 계룡산 최고의 묘미를 제공한다.


내리막 철계단길을 지나면 여전히 바윗길. 물기를 머금은 바위가 상당히 미끄럽다. 우측 절벽으로는 쇠난간이 설치되어 있고 그 너머는 자욱한 안개만이 모든 것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조심스런 발걸음...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신기루님은 계룡산에 대해 별 감흥을 받지 못하는 듯하다. 마음은 이미 포기상태.


약40분 정도 능선을 따르면서 잠잠하게 운무만으로 덮여있던 능선에 갑자기 바람이 강하게 불기 시작한다. 순간적으로 홀연히 나타나는 자연성릉의 깎아지른 절벽. 짧은 탄성이 채 가시기 전 다시 운무로 뒤덮이고... 지나온 길을 돌아보자 살아있는 듯한 운무의 춤사위가 벌어진다.


멋진 자연의 조화를 놓칠세라 걸음을 재촉하여 무명봉우리(13:38)에 올랐다. 바람은 능선의 운무를 날려버리고, 운무는 자연성릉을 넘어 갑사지역으로 빨려 내려간다. 차츰 넓어지는 시야... 낮은 봉우리의 운무부터 점차 시야를 들어내며 드디어 자연성릉의 절벽은 완전히 그 웅장한 모습을 나타내고... 멀리 하늘을 향해 솟구친 듯한 관음봉의 철계단길도 좁은 능선길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모습이다.


신기루처럼 홀연히 나타난 자연성릉의 경관에 신기루님이 넋을 잃고 바라본다. 자연성릉의 특성을 가장 잘 바라볼 수 있는 봉우리에서 때맞추어 나타난 자연의 변화물쌍한 현상에 자연의 선물이 아닌가 하는 자축을 하며 하이파이브로 즐거움을 만끽한다.    


이후 등산로는 암봉의 좌측으로 우회하는 숲길이다. 자연성릉의 중간지점에 해당하는 안부(13:56)를 지나면 두 번의 철계단을 지나 다시 무명봉우리(14:12)에 오른다. 어느 사이 다시 비구름이 몰려와 주위의 아무 것도 볼 수가 없다. 그 순간 살짝 운무가 걷히며 하늘로 솟구친 삼불봉의 우뚝한 봉우리가 스치듯 나타났다 사라진다. 살짝 맛만 보여주듯... 신선의 세상 같은 광경을 촬영하기 위해 기다렸지만 다시 자욱한 안개로 뒤덮인다. 


잠시 나무침목으로 만든 계단길을 내려가면 금잔디고개 갈림길(14:18). 갑사 방향으로 하산이 가능하다. 빗방울이 다시 흩날린다. 급변하는 날씨의 변화이지만 자연성릉을 제대로 감상한 그 순간의 감격이 생생하여서인지 발걸음은 가볍다.


갈림길을 지나 다시 한차례 철계단길을 오르면 삼불봉(14:26)이다. 부처 세분의 모습을 보는 듯 한다하여 붙여진 이름. 관음봉과 더불어 자연성릉을 남북으로 굽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봉우리이다.


다시 갈등의 시간. 이 상태의 날씨가 계속된다면 바윗길인 장군봉능선을 가고 싶은 의욕이 점점 사라지고... 일단 정상주 한잔을 하며 쉬어가기로 한다. 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막걸리와 오십세주로 정담을 나누고... 시간은 한시간이 훌쩍 지나가며 점점 추위를 느낀다. 다시 한번 하산을 슬쩍 이야기하지만... 역시 어림없는 소리. 몇 차례 신기루님과 산행을 하였지만 산행에 대한 강렬한 욕구는 가히 상상불허이다.


가파른 내리막을 조금 내려오면 삼불봉고개(15:45). 장군봉능선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출입금지 안내판이 있다. 계단길을 거쳐 약8분 내려오면 남매탑(15:53). 갑사로 가는 길의 소재가 된 고즈넉한 암자가 있다.  


 


〈색욕을 이겨낸 도행의 기념탑... 남매탑〉


남매탑은 두 개의 석탑이 나란히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원래는 청량사지 석탑이다. 고려시대 작품으로 5층석탑(보물 제1284호)이 오라비탑, 7층석탑(보물 제1285호)을 누이탑이라 한다.


전해오는 전설에 의하면 수도중인 백제 왕족 한 사람이 호랑이 목에 걸린 뼈를 빼내주어 그 일에 대한 보답으로 여자를 물고 온 호랑이. 같이 살되 서로 범접치 않고 구도에 몰두하여 깨달음을 성취한 것을 기리기 위해 후대인들이 석탑을 쌓았다한다.


남매탑 바로 아래에서 길이 갈라진다. 장군봉능선은 천장골로 표시된 방향. 완만한 산사면 길을 따르면 이내 남매탑고개(16:09). 등산로는 큰배재까지 능선으로 연결되지 않고 역시 산사면으로 이어진다.


상신리 갈림길 바로 위가 큰배재(16:14)이다. 큰배재는 동학사주차장으로 연결되는 천장골과 장군봉능선의 분기점이다. 장군봉까지 이정표상 거리가 3.6km. 다소 늦은 시간이 걱정이 되지만 선택의 여지없이 능선으로 접어든다.


 


〈장군봉능선〉


큰배재를 지나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안개는 사라지고 하늘이 점점 개인다. 신선봉으로 가는 가파른 흙길. 간혹 비치는 햇살에 마음의 갈등은 사라지고 다시 힘을 얻는다.


신선봉(16:30)이라고 생각되는 봉우리에 올랐지만 아무런 표시가 없다. 전망이 트이며 맞은편 향적봉능선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오고 가야 할 장군봉능선이 용트림하듯 힘찬 모습... 특히 장군봉의 우뚝한 산세가 인상적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멀게 느껴지는 길. 지나온 삼불봉 정상에는 여전히 구름이 걸려있다.


대체적으로 내리막길 길. 거의 7∼8미터에 달하는 직벽구간(16:48)이 나타난다. 동앗줄이 메달려 있어 완전 하강하는 기분.


작은배재 갈림길이 나오기까지 이후 대체로 평탄하지만 곳곳에 나타나는 너럭바위가 눈을 즐겁게 하고, 등산로에는 밧줄이 설치된 곳이 상당히 많다.


신선봉에서 약50분. 거대한 바위가 있는 안부(09-05, 남매탑 2.6km, 장군봉 1.6km, 지석골 1.5km)에서 갈림길을 만난다. 우측길은 작은배재를 거쳐 천장골이나 학봉마을이 있는 지석골로 하산이 가능하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장군봉 암릉길. 여러번의 철계단, 밧줄 구간을 약30분 지나면 분위기가  장군봉으로 오르는 마지막 길이라고 생각되는 약10미터의 밧줄과 계단길이 나온다. 하지만 계단을 오르자마자 보이는 또 앞의 봉우리. 잠시 후 나타나는 이정표(18:02)에는 장군봉이 아직도 0.5km 남아있다.  


밧줄과 와이어줄이 설치된 급경사 길을 오른다. 장군봉이라는 확신을 가지며... 그렇지만 봉우리(18:09)에 오르면 또다시 앞에 나타나는 봉우리. 멋진 소나무 한그루가 정상에 자라고 있어 이번이야말로 정상이란 생각.


다시 내리막. 안부에는 남매탑 3.9km, 병사골 1.3km라는 안내판(18:14)이 있다. 장군봉에 대한 안내가 없다면 이번 봉우리가 장군봉임에 틀림없다. 아니 조금의 의심도 없이 틀림없다는 확신으로 오른다.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 거대한 소나무 봉의 우측 사면을 우회하여 드디어 한기의 무덤이 있는 봉우리(18:19)에 오른다. 장군봉에 오른 기분으로 다시 한번 하이파이브.


날씨마저 완전히 개이고 오랜만에 보는 파란 하늘이 싱그럽다. 삼불봉의 구름도 자취를 감추고, 멀리 관음봉의 너덜지대까지도 선명하게 조망된다. 오늘 걸어온 능선길이 아득하게 멀고... 스스로 도취되어 마음이 뿌듯하다.


바위에 앉아 학봉마을을 굽어보며 마지막 남은 오십세주로 갈증을 해소한다. 신기루님이 조금 힘들어 보여 마지막 남은 먹거리로 약30분 정도 휴식을 취한다.


날은 점점 저물고... 하산하는 여유 속에 농담한마디.
「설마 또 봉우리 나오는 건 아니겠지」
그런데 웬걸. 몇걸음 걷지 않아 또다시 나타나는 우뚝한 봉우리.
「기분만 내고... 맥 빠져 못 걷겠다」신기루님의 웃음소리가 떠나질 않는다.
「그래 어쩐지 정상 안내판이 없더라니...」
무조건 정상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만들어낸 해프닝.


안부(18:55)로 내려와 다시 힘을 내어 급경사를 오른다. 드디어 만나는 정상표시. 장군봉(19:00)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상신리와 1번 국도 그리고 동학사 제2집단시설지구등이 잘 내려다보인다.


 


〈학봉마을로의 하산길〉


늦은 시간을 고려 바로 하산(19:05)을 서두른다. 그런데 병사골이라는 안내판이 어정쩡한 위치에 있고... 하산길이 애매하다. 지도상에는 북쪽 능선을 타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동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어차피 발 아래 보이는 동네. 동쪽길을 따른다. 가파른 내리막은 길 상태가 좋지 않고 물기가 많아 상당히 미끄럽다. 그나마 밧줄이 연속적으로 달려있어 엉터리 길은 아닌 듯... 마음이 다소 놓인다.


약20분 내려오면 갈림길(19:25). 직진하여 능선으로 가는 길이 정상길인 것 같으나, 우측 사면길로 향한다. 빨리 내려가겠다는 마음으로... 마지막 거친 길을 지나 내려선 곳은 동학사 제2집단시설지구(온천지구)가 있는 모텔촌 위 공터(19:40).


도로(1번 국도)까지는 그리 멀지는 않지만 구획을 정리한 길이 바로 연결되지 않아 약30분 정도 걸어서야 도로에 도착한다. 마침 지나가는 택시가 있어 동학사주차장으로 원점회기.


 


〈계룡산을 다녀와〉


계룡산은 나에게 산에 대한 매력을 처음으로 느끼게 한 산인 동시에 가장 많이 찾은 산중의 하나이다. 오래간만에 산행을 하면서 예전 학창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나 더욱 정감이 있었던 산이 아니가 한다.


처음 산행을 한 장군봉능선. 초행길에 다소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큰 줄기에서 느끼는 색다른 계룡산을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산행이 되었다.


더구나 예측을 불허하는 변화물쌍한 날씨의 변화가 때론 힘들게도 만들었지만, 그만큼 다양한 계룡산을 느낄 수 있어... 이런 기회는 다시 만나기 어려운 축복이 아닌가 한다.
「닭벼슬을 쓴 용」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멋진 산... 계룡산이다.




▣ 김정길 - 큰배재에서 좌측 능선으로 15분정도 오르면 나무숲에 전망이 없는 봉우리가 신선봉인데 산님은 추정이 아니고 잘 맞추셨습니다. 장군봉 정상으로 몇차례 속는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어처구니 없었을까 만은 나는 웃으면서 읽었으니 미안하오, 난 내일부터 강원도에 살려고 간다네.
▣ 코스모스 - 작년 7월 이맘때에 병천 계곡으로장군봉을 올라 남매탑을 거쳐 동학사로 산행했던 날씨와 어쩜 그리 똑같을가요. 저역시 그날 산행에 비가 엄청 쏱아져서 남마탑 옆에절에 철조망을 넘어가서 처마밑에 스님에게 양해구하고 점심을 먹었는데...계룡산은 비가 오면 힘든 산이더군요. 요즘 전국적으로 장마라 모든 산님들이 마음 놓고 산행을 못하고 계시는데...머진 산행기로 계룡산 다시 즐감 하고 갑니다.안산,즐산 하시길....
▣ 코스모스. - 남마탑= 남매탑/머진 = 멎진 .. 오타 정정부탁드립니다.헤^*^헤
▣ 코스모스. - 남마탑= 남매탑/머진 = 멎진 .. 오타 정정부탁드립니다.헤^*^헤
▣ 성호 - san001님 궂은날씨에 수고많이하셨네요 너무좋은산행기 잘줄감하고 감니다 좋은하루되시구요 항상줄산하오시기를....
▣ 북한산 - san님 계룡산 산행 수고하셨습니다.이제 장마도 끝나고 불볕더위가 시작 된다던데 건강 조심 하시면서 즐산 하십시요.
▣ 산초스 - 갑사-남매탑-동학사 코스로 한번 다녀오고는 넘 실망하여 , 정상에 기지있어 못가는 산일수록 더 약오르고 아쉬우니 원.... 덕분에 좋은곳 알게됨을 감사드리며 이번주 한번 뵙겠습니다.^^**
▣ 권경선 - 변화무쌍한 일기속에서 다녀오신 산행기 잘 읽고 갑니다. 건강하시고 무탈한산행 이어지시길 기원합니다.
▣ 브르스황 - 크~ 좋은산 다녀오셨군요. 비와 안개만 아니었다면 멋진 산행이었을텐데 아쉬움이 많았겠습니다. 장마도 끝난것 같으니 멋진 산행, 안전산행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 김용관 - 몇년전 아이들과 함께한 산행이 떠오릅니다. 무탈산행 하시고 더운 날씨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