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목메이던 하늘길 그리움이여 (덕두봉 - 천왕봉)


언제 였던가 ..
완전군장에 총을 멘 군인들이 눈쌓인 능선을 힘겹게 걸어가는 영상을 보고는
군인이 되고파 몸살을 앓았던때가 ....
지금에사 생각하니 늠름한 병사의 모습이 아니라 장대한 설경이 마음을
동였던겄이 어렴풋이 깨달아 진다.
아무 생각없이 산에 오른답시고 청바지에 물병 하나 달랑 든겄이 엊그제 인데
이젠 선웃음 풋장단으로 견해까지 입초에 올리게 되었으니 장족의 발전이리라.
여전히 촌티에 궁티가 낭자하긴 매일반이긴 하지만 ...

하계 휴가를 맞아 지리의 긴 능선을 (흔히 태극종주라 하는 ) 온전히 밟고 싶어
달구벌 꾼님 몇분과 어렵사리 시간을 맞추어 겁없이 발길을 놓게 되었다.
비로 완주는 못했지만 끈끈한 동료의 정과 웃음 지리의 선경을 넘치게 담았으니
행복한 내 삶의 궤적으로 자리매김케 되어 걸음을 허락한 지리의 신령과
동료들의 훈수가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지리산은 영원하리라...


       첫째날 **이송면님의  투혼(덕두-정령치)

약속 장소인 지리 나들목에 로시난테를 털털 거리며 들어서니 반가운 얼굴들이
환하게 맞아준다.
이송면님 코스모스 김점경님 서찬교형..
대충 초인사 나누고 대강 짐분배하여 마을회관을 지나 첫걸음을 시작한다.
누구랄겄도 없이 모두 대형 배낭 가득한 짐이 일사 후퇴 피난짐을 연상케해
모두 체머리를 흔들며 여기저기 장탄식이 불평 쇰직하게 터져 나온다.


어깨는 홍두깨로 모둠 찜질을 당한듯 아프고 목은 복날 살구나무에 매달린
개처럼 쭉 빠져 눈알이 튀어 나올듯 부릅떠지고 등은 짐을 부지하느라
용궁 새우 판서의 대방 마님과 천상이더라 .
나름대로 철각이라며 뽐내던 두다리의 위세는 어디로 귀양을 갔는지 없고
산중 범만난 사냥꾼의 두다리처럼 사시나무 떨듯 덜덜 거리기만 할뿐 도통
진행이 요지부동이더라.

체력이 월등한 김형 (점경씨) 과 서형(찬교씨) 이 앞서 나가고 그뒤를 야무진
코스님이 따르고 당학 두어죽을 잘앓은 넘처럼 끙끙대는 객이 한참을 뒤쳐저
울력걸음이 한창이다.
더욱이나 안타까운겄은 객이 아니라 이선배였다.
엊그제 급성 기관지염으로 링겔까지 맞고 오셨다는데 가리산 지리산으로
악전고투 하시는 모습은 차마 목불인견이더라 .  

온통 땀으로 바지까지 흠뻑 젖어들어 그참상이 열화지옥에서 갓 건져낸듯한
형용이였으나 모다들 코를 땅에 박고 걷는 가혹한 형세 인지라 짐을 덜어줄
푼수도 못되는 터수이더라 .
잡목이 울창한 지계곡을 헤치고 오르니 그나마 길이 좀편한 능선마루에 닿고
길은 오른편으로 급각히 꺽여 된비알을 만들며 괴내기 생쥐 놀리듯 꾼들을
괴롭힌다.

앞선 세사람은 오월단오 춘향이 잘뛰는 추천 놀음을 보러 갔는지 흔적이 묘연
하고 객과 이선배만 뒤쳐져서 서리맞은 구렁이 꼴이되어 주리압슬을 흠뻑
당한 놈처럼 쩔쩔 거린다.
길은 왼편으로 약간 비켜 서는가 하더니 저위의 덕두봉을 잠시 구경 시키고는
곧바로 오르막을 지어내며 기를 죽이는데 이선배는 그나마 설사가 터져 뒤로
쳐진다. (이후 이선배의 설사는 하산까지 이어진다.)

조그만 마루턱을 짓는 곳에 얼음물 한병을 놓아 두고는 술덜깬 모주꾼의 걸음새
로 등굽잇길 을 올라서니 앞선 일행이 연신하품에 기재개로 답답하다는  듯한
품새로 장맞이 해준다.
물조갈이 기승을 부린탓에 콩국을 양푼대접에 안다미가 되도록  찰찰부어
서너순배를 돌리고서야 겨우 한숨이 돌려진다.
한참을 기다리니 거의 사색이 된 이선배가 힘들게 올라온다.

마지막 오름길을 힘들여 오르니 휴양림에서 올라오는 길이 오른편으로 걸려있고
숨어서 서리한 닭 잡아먹기 좋은 옴팍한 안부를 지나니 억새가 무성한 덕두봉
정상이다.
정상엔 그늘이 없어 조금 더 진행해 보따리 패대기 치고는 이선배를 마중가니
악전고투의 투혼은 차마 대하기 민망 할만큼 가혹하다.
김밥으로 얼요기를 하면서 이선배는 일행에게 짐이 됨을 우려 넌지시 하산 의사를
비추신다.

워낙이 몸이 엉망인 것을 아는 탓에 모두들 가타부타 말이 없다.
그러나 요기가 끝날즈음 이선배는 하산의 뜻을 굽혀 죽기 아니면 까무러 치기로
한판 겨루겠다며 강행을 고집하신다.
정상을 떠나 멧돼지의 놀이터로 더좋을  듯한 평평한 능선을 지나니 이내 안부로 뚝
떨여졌다가 오른편 사면 오름길을 거쳐 노란 원추리가 만발한 바래봉  정상이
반갑다.  

정상 주변엔 노란 원추리의 천국이고 목장의 초지같은 무성한 풀은 작년 곁과
두예삐와 왔을때처럼 싱싱하고 찬란하다.
왼편으론 웅장한 천왕봉의 위용이 대단하고 고리봉으로 치켜지는 중중한 능선이
마음에 흐뭇하다.
두예삐의 재잘거리던 모습이 그림처럼 떠올라 불현듯 집으로 돌아가고픈 생각이 들어
혼자 머쓱해진다.

바래봉 샘터에서 식수를 넉넉히 준비하고 일행의 맨꽁무니에서 두예삐의 손을 잡고
추억의 바래능선길을 상념에 젖어 걷는다.
하이얀  구절초와 쑥부쟁이 감꽃이 만발했던 거년의 그길엔  창창한 쑥빛 젊음만이
산모롱이 길을  감아올려 대지를 뚫어 솟아나는 힘에 절로 걸음이 비척거려진다.
염천의 폭염을 견뎌낸 저 생동은 쇠기러기 울음 들릴때면 온 산을 하이얀 꽃으로
뒤덮어 그들이 승리 했음을 미욱한 인간세에 알리리라.

팔랑치를 지나 부운치 오르막길을 면전에 맞으니 발목이 땅에 박힌듯 꼼짝도 않고
식은땀만 가난한 선비 지붕에 비새듯 한출첨배의 형세가 대단 위태로운데 앞서간
일행은 뵈지가 않고 마음만 조급해져 천상 끈떨어진 삿갓 신세가 되고 말았다.
보리풍년에 핫바지 방구 새듯 앞서간 행중을 원망하기엔 몸이 너무 고단하고
까짓거 포효가 아니 들린다고 범이 청산을 떠날까 하는 배짱도 생겨 거북이 걸음에
굼벵이 몸짓으로 꿈틀대며 기어오른다.

부운치 지나 이어지는 꿈결같은 아늑한 능선이 눈앞에서 빙글거리고 귀에서는
벌레들이 합창을 하는지 도무지 웽웽 거리는 소리에 정신이 없더라.
높낮이가 알맞은 능선은 약간의 굴곡만 지으며 아름답게 흐르는데 세동치에 닿을
즈음에야 겨우 반정신이 돌아오더라.
뱀장어 메기 잔등 넘디끼 스럼스럼 걸으니 세동치에 작년까지 멀쩡햇던 청소년 야영장
하산로가 출입금지 팻말이 걸려있다.

서북능 종주시 불의지변의 탈출로로 가장 긴요한 구간을 막아 놓았으니  항차 불가항력
의 변이 생긴다면 어찌하란겐지 ...
무조건 막는다고 모든겄이 능사는 아닐진대 공단 관계자는 다시한번 냉정히 생각해
판단해 볼 문제가 아닌가 한다.
세동치에서 보따리 끌러 점심 식사를 한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하지만 모다들 넉넉히 준비했고 또내심 짐을 조금치라도 줄일  
빤한 속내로 있는것 없는것 죄다 꺼내놓아 팔진미의 진수성찬이 칠첩반상을 연폭으로
깔아놓은듯 푸짐하고 걸판져 술질에 여념이 없다.
식후 세걸산 오르막길을 쉬엄쉬엄 오르며 정의가 돈목한 화제들이 여기저기 피어올라
배고픈  소쿠리데스 보단 배부른 도야지가 한길 윗길이라는 산중 진리가 증명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세걸산 지난 길은 사람의 흔적이 드문탓에 천혜의 비경이 고스란히 비장된 최상급의
등로가 고리봉까지 늘씬하게 물결친다.
중간중간 멋진 풍취를 자랑하는 훌륭한 쉼터와 전망대까지 갖추고 있어 능선 산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오롯한 즐거움이 차고 넘쳐 솟아나는 엔돌핀을 주체하기 힘들것이다.
길은 세걸산에서 왼편으로 부드럽게 흐르다 오른편으로  방향을 바꾸어 완만한 오름을
걸었다가 다시 고리봉이 있는 왼편으로 감돌며  전망대를 일구어 놓았다.

안부로 꺼졌다가  솟구쳐 오른 당당한 기개가 볼만한  능선은 이후 고리봉에서 만복대와
쌍벽을 이루는 위용을 갖추어 세인의 가슴을 시원하게 털어준다.
고리봉엔 일흔이 넘으신 노익장이 대간 종주를 한다시며 소탈한 웃음을 지으신다.
과연 객도 저분처럼 중중한 기개가 꺽이지 않고 살아 있을런지...
저아래 정령치엔 많은 사람들이 지리의 기운을  느끼기 위해 앞다퉈 오르락 내리락
하는 모습이 손에 잡힐듯 가깝게 다가선다.

정령치엔 종주를 돕기 위해 지원대를 자청한 에필(김철)님과 보리님(구미정) 이 삼복에
개장국 만큼이나 반갑고 라면 안주에 탁주 한사발의 별미 또한 잊을 수 없는 졍겨움으로
새겨진다.
성삼재로 강행 하자는 측과 노고단으로 접자는 측의 의견이 잠시 팽팽 해지기는 했으나
이선배님의 건강을 감안 결국 노고단으로 한수 접고 에필님의 차로 노고단으로 향한다.
노고단 취사장엔 유사이래 미증유의 종주무사 기원 축하 파티가 열렸다.

에필과 보리님이 준비한 음식으로 모두가 배부르게 먹고 마시며 내일을 준비한다.
쉴새 없이 돌아가는 술잔사이로  노고단의 달님도 부러운듯 구름속에서 얼굴을 내밀고
때이른 실솔의 울음소리 밤이 깊음을 알리는데 노고단 을 쓸고 내려오는 바람은
먼데 그리운 님에게 소식 전할 편지를 허공에 던져 달라는  듯 산장 한바퀴를 휘감아
저아래로 쏘아져 간다.  
달빛아래 동자꽃이  붉은 얼굴을 더욱 붉히며  앙증맞게 고개를 흔들고 애기나리는
고개조차 못들더라.


          
          둘째날***잔돌평전의 흐드러진 달빛(노고단 -세석)


간밤에 늦게까지 여흥을 즐긴탓에 행중이 입맛이 쓴지 술질이 활발치가 못하고
길또한 세석까지 여유가 있는탓에 일정이 가뭇없이 늘어져 출발도 한참이나
늦어진다.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돼지평전을 지나 임걸령 샘터까지야 지리산의 전구간중
가장 완만한 구간인지라 모다들 별반 힘들이는 기색없이 잘도간다.
너무 빨리 간다는 이선배의 일갈에 임걸령 샘터에서 한나절이나 쉬었다가
노루목에선 반야봉을 핑계로 또 한참을 쉰다.

이선배님의 상태는 조금 호전이 되어 보였으나 천왕봉까지 동행케 된 보리님이
신색이 서리맞은 해당화 처럼 말이 아니게 이지러 졌다.
잘드시지 못하는 술을 마신게 빌미가 된듯해 보인다.
삼도봉에서 불무장등 능선과 우람한 남부 능선을 구경하고는 긴긴 나무계단을
따라 화개재로 내려선다.
유순한 토끼봉 오름길을 따라 깡총 거리는 걸음이 어느듯 총각샘에 이르고
앞서간 모스님은 총각샘의 생수로 행중을 호궤한다.

연하천엔 앞서간 두건각 김형과 서형이 미리 라면을 끓여놓고 일행을 맞이
하는 세심함을 보인다.
식후 두건각 서형과 김형을 먼저 세석으로 척후를 보내 산장방을 확인케하고
여전히 설사로 힘들어하는 이선배와 나머지는 천천히 뒤를 따른다.
벽소령 까지의 그림같은 길을 힘들어 하는 보리님이 안타까웠으나 마땅히 도울만한
방도가 없어 선무당 작두 타박만 낭자할뿐 그저 빈마음 뿐이더라 .

벽소령에서 잠시 뜸을 들이다 덕평봉 오르막으로 길을 재촉한다.
만만찮은 오르막인지라 연신 달구새끼 모이 쪼는 시늉을 하며 팥죽 같은 땀을 동이로
흘리는데 의외로 보리님은 별말없이 잘올라간다.
덕평봉 자욱길을 돌아서는데 주변의 구름이 점점 성해지더니  그여이 비를  들이
붓는다.
하릴없는 비맞은 중꼴이 되어 구시렁 거리며 선비샘으로 들어서니 선비샘엔 시설작업이
한창이라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물한모금 마시고 칠선봉까지 이어지는 지리의 가장 힘든 구간인 오르막길을
더위먹은 부사리 마냥 콧김을 헉헉 거리며 오르노라니  여길 왜 왔나 하는 방정맞은
생각이 절로 든다.
칠선봉 지나 전망대에 이르니 어느덧 해는 떨어지고 날은 시나브로 어두워져  랜턴을
켜고 야간산행으로 이어진다.
급경사 나무 계단을 지나 한굽이를 더감아 영신봉 자욱길을 돌아서니 저아래 세석의
불빛이 반갑게 달려온다.

먼저온 일행은 객이 밥지을 쌀을 챙긴탓에 라면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만탓에
객도 소주와 라면 국물로 얼요기를 하고는 샘터에서 적신 수건으로 대충 몸을 딱으니
이빨이 딱딱거릴 만큼 한기가 몰려온다.
지금 저아래 사람사는 동네엔 열대야다 뭐다 해서 잠못이루는 밤이 한창일텐데
여긴 추위로 호사를 하니 피서 하나는 적실하다 싶어 슬몃 웃음이 나온다.

하나둘 산장으로 기어들어 잠자리에 들즈음 눈치보며 피우던 담배를  뽑아들고 산장
앞으로 나서니 세석 너른 뜨락엔 마치 백설이 날리듯 교교한 달빛이 숨막히게 아름다워
기척을 잊게한다.
한참이나 감동의 물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취한듯 어린듯 넋을 잃고 망연한데 시간은
어느듯 삼경을 지나고 세석의 아름다운 밤은 그렇게 신세벽으로 치달아 갔다.



             세째날 ***성삼제에 이는 바람 (세석-천왕봉, 정령치-성삼제)



세석의 아침은 푸르른 안개로 그청량한 상쾌함이 비견할데 없이 매끄럽다.
간단한 아침후 예까지 고군분투하며 힘들게 오신 이선배님이 더는 무리할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밀려 보리님을 위생병으로 임명해 한신으로 먼저 탈출을 시키고
나머지 인원만 천왕봉을 접수키로 하고 남는 시간은 첫날 생략했던 정령치 -성상제
구간을 완주키로 중지를 모으고 촛대봉으로 첫걸음을 내딛는다.

주지하다시피 세석 장터목 구간은  가장 아름다운 구간중 하나이므로 자연 걸음에 신이나
힘든줄 모르고 다들 잘도 오른다.
얼마 오르지 않아 두철각 김형과 서형은 모습을 감추고 객과 모스님만 굽떨어진 나막신
신세가 되어 여유로운체 하며 오른다.
삼심봉 오름길에 웬 중년의 50객들이 모여 부산 스럽다.
잘걷던 한분이 쓰러져 어찌할바를 모르겠다네 .

모스님이 수지침을 받아들고 따고 주무르고 하니 겨우 한숨을 돌리신다.
일행의 고마운 치사를 뒤로하고 아름다운 연하봉을 넘어선다.(나중 이분들은 천왕봉까지
오셨다.)
지리십경의 연하선경은 언제봐도 편안하고 부드러워 참어 떨치고 싶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모스님과 한참을 쉬었다가 장터목으로 넘어선다.
장터목엔 김형과 서형이 천왕봉으로 뜨지않고 기다려 주고 있다.

산장 한켠에 보따리 일렬로 세워 예의를 표시하고는 마지막 발길을 서두른다.
통천문을 지나고 가파른 바위지대를 통과해 몇걸음 걷지않아  저위에 강건한 풍채의 천왕이
얄팍한 인간들의 발길을 잔잔히 맞아준다.
저멀리 웅석봉으로 치닫는 힘찬 능선을 한번 보고는  그만 등을 돌리고 말았다 .
자꾸보면 또 자꾸 가고파 지겠기에 ...

백무동에서 기다릴  일행을 생각해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종지뼈 인대가 고장난 서형의 걸음이 눈에 띄게 부자연 스럽다.
객이라면 도저히 산행을 할수 없는 중차대한 부상이라며 엄살에 설레발을 치면서 연신 이 앓는
소리로 행중을 시끄럽게 하며 분주를 떨겠지만 서형은 신음소리 한번 없이 묵묵히 나려선다.
장터목에서 라면 끓여 요기하고 긴긴 백무동 하산길을  쉼없이 내려선다.

하산 초입이 어려워 서형의 발길이 여간 힘든게 아니다.
소지봉을 지나면서 길은 참샘의 악명높은 구간을 지나친다.
옜날에 비해 많이 정돈된 길이기는 하나 그래도 인대가 고장난 서형에겐 고행의 길이
틀림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참샘에서 잠시 쉬고 하동 바위 지나 우거진 수림을 친구삼아 내려선 길이 어느듯
마지막 철다리를 지나 등로로서의 생을 마감한다.

매표소 바로 아래 가게엔 이선배와 보리님이 동동주와 안주를 준비해 환영 인사가 거창하다.
넘치도록 찰찰거리는 동동주로 피로를 풀고는 정령치 성삼제 구간을 준비한다.
보리님은 여기서 사랑하는 서방님과 조우하기로 했고 이선배는 거의 입원 수준의
컨디션이고 (실제 귀향후 다시 링거 신세로 전락했다네 ) 김형은 양발을 붕대로 칭칭
동였고 서형은 인대가 늘어나 결국 남은 모스님과 객만이 정령치로 향한다.

거금을 들여 택시로 정령치에 닿았고
만복대 오름길을 힘들여 짖쳐 오른다.
막걸리 몇잔에 다리가 풀렸는지 걸음이 천근이 되어 식은땀이 절로 흐른다.
만복대가 저만치 보이는 전망대에서 잠시 다리를 주주물러고는 마지막 오름길을 치고 오른다.
만복대엔 긴여름해의 마지막 자취가 은은하고 서늘한 바람은 땀을 식히기엔 부족함이
없다.

밥과 단무지 뿐인 왕후의 밥과 걸인의 찬으로 얼요기를 하고는 묘봉치 내리막길을
선불맞은 멧톹 쏘디끼 달려간다.
왼편으로 부드럽게 휘며 떨어지는 길은 억새 천국을 실감케 할만큼 으악새가 지천이라
이름값을 제대로 한다.
묘봉치에서 뜻밖에 아름다운 낙조를 구경하는 행운을 얻는다.
하지만 오래 머물수는 없는 입장인지라 곧바로 오르막길을 노루뜀으로 치고 오른다.

고만고만한 만만한 봉우리 몇을 넘어서니 고리봉이 앞에 우뚝하고 어둠은 랜턴을 켜라며
약한 인간의 시력을 비웃는다.
고리봉 오름길은 정상까지 치닫지 않아도 왼편 사면길로 빠지는 사잇길 잘 나있다.
고리봉을 우회해 나서면 길은 급작스레 상황이 나빠져 밤길은 여간 조심을 기하지 않으면 자칫
부상을 우려할 상황까지 가므로 상당히 까다로운 구간이다.

성삼제로 오르는 차소리가 선연할 즈음에야 길은 편한 오솔길로 바뀌어 이후 성삼제 까지
순후하게 이어진다.
성삼제엔 시원한 바람이 물결쳐 설렁거리고 달빛은 째지게 밝아 터졌더라...

      
                                                 2004년 8월 2일    끝.


  ****후기 ****


짧은 시간 이였지만 팀의 리더로서 최악의 컨디션을 마다않고
꿋꿋이 대장의 기개를 지켰던 이송면 선배님 ,
산행이 끝날때마다 행중의 옷을 손수 빨래하시고 온갖 뒤치닥거리를
마다않으시던  팀의 안주인 코스모스님,
남다른 친화력과 성실함으로 팀분위기를 주도했던 체력짱 김점경님 ,
언제나 묵묵히 책임을 다하시면서 때로 촌철살인의 경구로 행중을
포복 절도케 했던 얼짱 서찬교님 ,
서울서 내려와 상쾌 통쾌 유쾌로 행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보리님,
늘 아무 보상없이 조력을 마다 않으시던 에필님 ,
모두에게 감사한맘 전하며 건강 건승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