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 2004. 2. 21(토)
산행코스 : 풍기 삼가동-비로봉-천동리
소요시간 : 5시간(산입구에서 천동리 주차장까지)
날씨 : 오전에는 비 오후에는 갬
산행여건 : 눈 거의 다 녹음(우린 아이젠 안했음). 진흙길이 많음
교통편 : 기차 (청량리- 풍기 11,500원, 단양-청량리10,000원)
택시 (풍기역-삼가리 산들머리 15,000원, 천동리-단양시내 6,000원)
난이도 : 중급 정도
아쉬움 : 등반길 여기저기 과일껍데기등 쓰레기 처리 제발 좀 잘합시다



<< 후기>>

2/21일 토요일...한달전부터 작심한 소백산행을 준비하고

금요일 밤에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바램은 한가지 뿐이었다.
비가 오신다던데 제발 적게 오던지 예보가 틀리던지..

토요일(2/21) 새벽 6시 26분 청량리발 기차를 타려면 집에서 05시전에는 나서야 한다.

알람을 마춰야겠다는 맘으로 점퍼속 핸펀을 본 순간 불길한 예감이 사로잡았다.

동행을 약속한 친구한테서 부재중전화가 7통이나 와있었다.

갑작스런 일로 동행을 못하겠노라고 미안하다고...

뭐 어쩔수 없지.. 근데 왕복 기차표를 친구가 가지고 있으니 어쩐다...
그 친군 더 속상하겠지만 3시간넘는 여행길이니 안자서라도 가려는 욕심에 좌석번호를 물어 챙기고 잠을 청하니 12시가 훌적 넘어 버렸다.

21일 토요일 일어나자마자 과일과 요구르트를 대충 챙겨 먹고 집을 나섰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윗집 아줌마는 설악산을 가신단다.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같이 가겠단다. 말렸다. 그러나 친구는 가겠단다...
그래 만나서 돌려보내자.

서둔다고했는데도 택시를 타야 했다.
청량리역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제갈길을 찾아 분주하게 움직인다.

기차는 한산했다. 친구한테서 못갈뻔한 이야기를 듣고 .. 나는 친구에게 나 혼자 가도 되는데 괜한 짓을 했다고 나무랐다.

그렇지만 넘 반갑고 고마웠다.(그래 잘 왔다 친구야 .. 그리고 고맙다.)

단양역에서 내리려는 계획을 바꿔 삼가리-비로사코스를 택하기로했다.. 아무리 따뜻한 날이라도 비는 비다.

단양역에서 용감한 몇몇 산꾼들이 혹은 홀로 혹은 두서명씩 내려선다. 가녀린 빗방울이 차창을 때리고 그 창을 통해 보이는 그들이 참 용감하다는 엉뚱한 생각이 스친다.

1,500원씩 더주고 풍기역에서 내렸다. 시간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역앞에서 바로 택시를 탔다. 삼가리는 10,000원이고 산입구까지는 15,000원이란다.

하늘을 올려보니 잔뜩 흐렸다. 산입구까지 가기로 했다. 친절한 기사아저씨는 음식준비하라고 농협하나로 마트앞에 차를 대주겠다하고 아이젠도 꼭 챙기라고 하신다. 준비를 다했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이신다.
산들머리에 도착하니 10시가 좀 넘어섰다. 길은 질퍽했지만 다행히 비는 떨어지는 방울수를 셀수 있을 정도였다.

10분쯤 갔을까? 바램은 허사였다. 비가 내리신다. 비 내린다고 밥안먹을 수 있냐?! 산비는 더운몸도 식혀주고 좋지뭐.. 우산을 펴 추위에 약한 친구에게 건네고 우린 서로를 격려하며 올랐다.

1시간쯤 걸었을때 뒤를 따르던 친구가 우산이 거추장스럽단다. 고어텍스자켓이니 그냥 나처럼 비를 맞겠단다. 비상우의를 꺼내 친구에게 건네주었다. 난 몸이 큰편이라 더위를 많이 타고 그래서 우의를 잘 안입는다. 우산을 건네 받고 우의를 입은 친구를 앞세워 걷는다.

그리고 다시 한 시간.. 안개에 싸인 비로봉 정상부 계단이 눈에 들어 온다.

아름답다, 아니 신비하단 표현이 더 어울린다. 신령님의 기운이 느껴지면서 쌓였던 피로가 말끔히 가신다.

비구름에 감싸인 비로봉 정상부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지리의 그 장쾌한 능선이나 월악의 그 오묘한 봉오리가 아니였다. 10여미터 앞의 비구름이나 밀려 올라오는 산안개는 더욱 아니였다.

비구름에 휩싸인 그 산봉에서 느꼈다. 자연이 주는 위대함과 경건함
어디선가 들러오는 듯한 자연의 교향곡과 대서사시를...

친구가 말한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그래 난 흔쾌히 동의한다. 아니 동의 안할 수 없지..

비가 뿌리든지 눈이 날리든지 걷다보면 정상이고 그 정상엔 언제나 꿀보다 더 달콤한 꿈이 있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