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요일(2.1)이었다.

소귀천 계곡으로 북한산에 아이들과 같이 올랐다.
진짜 갖은 회유와 협박끝에 아이들을 데려갔다.
마지막 히든카드는 산행후 맛난 거 사준다는 약속이었다.

소귀천도 대동문까지 마지막 5분 정도 급경사를 제외하면
아주 편안한 등산로이다.
오죽하면 산을 극도로 혐오하는 작은 아들넘도 괜찮은 코스라 할까.

대동문 넘어 보국문으로 향한다.
따뜻한 날씨 탓에 눈이 녹아 아주 질펀하다.

정릉으로 내려올 때는 거의 맨 흙 수준이었다.
아이젠 3개를 벗겨 손에 들고 내려온다.
...눈 한번 더와주지...

얼마쯤 내려왔을까..
갑자기 ~타타타타타~ 소리가 났다.
헬리콥터가 선회하는 소리다.

" 야 헬리콥터다. 119 헬리콥턴데"
" 이 근처에서 사고났나 본데"

아이들 소리에 그런가 보다 하고 내려온다.
근데 분위기가 심상찮다.

119 요원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아니 이 유순한 정릉길에도 사고가 나나...

119요원한테 물었다.
"여기서 사고 났어요?"
"녜.. 헬기 내려오면 바람이 많이 부니까 빨리 가세요~"

더 자세히 물어보니까 어떤 등산객이 눈에 미끄러져
발목 골절상을 입었다 한다.

난 내려오는 헬기가 그렇게 센바람을 몰고 오는 줄은 몰랐다.
진짜 몸이 바람에 날아갈 정도다.

아이들 손잡고 급히 옆의 나무가지를 꼭 감싸쥐게 했다.
바닥도 미끄러운데 바람에 날리면 큰일 아닌가.

보니까 바로 위에 헬기가 떠 있고 들것을 내려
사람을 태우고 올라가는 것이었다.

별구경 다한다고 아이들과 이야기하면서 내려왔다.
이 유순한 정릉길에서도 사고가 난다. 조심할 일이다.

119요원들 이야기로는 산에서 술먹고 내려오다
그런 화를 많이 치룬다는 이야기다.

나도 술을 좋아하지만 산에서는 먹고싶지 않다.
술보다는 산이 더 좋아서 일까.
내려와서는 무척 땡긴다.

어쨋든 양처럼 순한 정릉길에서도 사고가 나니
험한 길을 미친 dog처럼 그것도 혼자 쏘다니는 나로서는
산행의 안전을 다시 한번 생각케 한 일 같았다.


▣ 김현호 - 저도 산에서 가끔 사고를 접하는데 안전산행만이 계속 산에 오를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믿습니다
▣ 김용진 - 이번주에는 가족들과 산행하셨군요...즐거웠겠습니다.. 아이들 한테 좋은 것도 보여드리고요... 안전산행해야죠.... 계속 즐산,안산하시길.....빕니다.
▣ 아애타애 - 혼자만의 산행은 고독 그 자체 일 듯 한데(저는 산을 몰라서)자녀들과의 산행은 또 다른 포만감을 느끼셨겠군요.좋은 글 감사히 보고 갑니다.
▣ 최병국 - 제 신조 " 모든 사람이 지나갔다고 모든사람에게 다 안전한것은 아니다..." 음주운전만큼 음주산행도 위험하죠. 될수 있으면 다 내려와서 하는게 좋은데...근데 히든카드는 뭐였습니까?
▣ SOLO - 히든카드요? 헤헤...놀부보쌈이었습니다! 에구..부끄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