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小白山) 1,439m
산행코스 : 비로사 – 비로봉 – 비로사

산행일자 : 2004년 11월 28일/나홀로


 

샘터부근 설경입니다…


◐비로사 가는 길
05:00 집출발
05:18 비로사

 

◐산행기록
05:20 비로사
05:48 사고터
06:27 양반바위
07:02 비로봉
07:53 양반바위
08:14 사고터
08:33 비로사

 

◐집으로 오는길
08:35 비로사 출발
08:51 집 도착

 

◈ 소백산!  황홀한 설경은 시작되고…
11월 26일 금요일 첫눈이 흩날렸다.
비와 함께 섞여 내린 첫눈이라 이내 빗물에 녹아 흔적을 찾을수 없었지만 그래도 분명
흩날리는 첫눈을 볼 수 있어서 무척 기분이 좋았다.


나뭇잎 하나 떨어지는 것만 보아도 호들갑을 떨어 될 나이의 딸아이 조차 시원스럽지 못한
첫눈에 무덤덤한 표정인데 40대 중반의 내가 오히려 더 좋아하는 꼴이 우습게도 보인다.

  

하지만 내가 첫눈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소백산 때문이다.
이제부터 봄까지 황홀한 설경이 계속 펼쳐질 것이고 아무때나 소백산에 올라 설경을 마음껏
감상할수 있기 때문이다.

  

토요일(27일) 날 당장 달려 가고싶지만 서울 볼일을 보고 나면 하루가 갈 것이고 일요일엔
또 다른 일정이 기다리고 있으니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곰곰히 생각하다 결국은 일요일 새벽 잠깐 짬을 내서 번개 산행을 다녀오기로 결정을 하였다
.

  

  

드디어 일요일 새벽 4시반 알람 소리에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대충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니 의외로 춥겠다던 예보와는 달리 날씨가 포근하다.
밤이지만 익숙한 길을 따라 차를 몰아 비로사 앞에 주차하고 산행로 입구에 서니 보름달이
휘영청 빛나고 있다.


랜턴 불빛조차 필요 없는 훤한 등산로를 편안한 마음으로 오르는데 산신각을 지나면서
이상하게 낯설어 보이는 길을 걷는 느낌이어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엉뚱한 길을 걷고있다.
생각지도 못한 알바를 잠시하고 다시 낯익은 길을 따라 오르니 소백산 사고가 있었다는
사고터에 도착한다.

  

언제나 처럼 달콤하고 시원한 물을 한잔 들이키고 주위를 살펴보니 은은한 달빛을 받아
한밤중에도 빛나는 눈이 산을 하얗게 물들이고 있다.

쉼터를 지나면서 길은 빙판으로 변해 미끄러워지기 시작하니 한발한발 내딛는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밤사이 어둠을 환하게 밝혔던 달이 해의 길잡이 노릇을 하는 걸까?
뉘엿뉘엿 비로봉 뒤로 넘어 가려는 달을 쫓아서 동쪽하늘엔 서서히 붉은 기운이 번져 오른다.

  

비로사에서 출발하면 반을 조금 넘은 지점이라 쉬어 가고픈 충동을 일으키는 양반바위를
지나면서 길은 더욱 미끄러워지기 시작하고 고요하던 바람소리마저 윙윙거리며 귓전을 때린다.


바람 소리에 놀란 보름달이 구름 뒤로 숨어 버리고 여명의 동쪽 하늘이 금방이라도 해가
떠오를 듯 점점 붉게 물들어 간다.

  

어차피 시간이 되어야 붉은 해도 떠오를 테지만 붉게붉게 번지는 동녘 하늘에 어쩌면 정상
일출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빠진다.


샘터를 지나며 눈꽃이 연출하는 환상적인 경치도 마다하고 정상을 향해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보지만 정상에 다가갈수록 짙어지는 구름에 일찌감치 정상 일출의 기대를 접는다.

  

비로봉에 부지런히 오른 시간이 7시 2분…
일출시간이 7시 13분이니 10여분 남았지만 짙은 구름에 묻힌 정상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조차 가질 수가 없다.
샘터 부근에 가면 일출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서둘러 내려간다.

  

간간히 구름사이로 동쪽의 붉은 기운을 느끼며, 놓치기 아까운 설경도 카메라에 담으며
미끄러운 돌계단을 내려서 샘터에 이르니 마침 일출시간이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동쪽하늘을 쳐다보니 이리저리 흩날리는 구름사이로 언뜻언뜻 일출의
모습이 보이지만 너무 짧은 시간이라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을 기회가 없다.
 
아쉬운 시간이 흐른 후 이미 높이 떠오른 해가 소백산을 비추기 시작하니 밤사이 나뭇가지에 얼어붙은

눈꽃(상고대)이 더없이 밝게 빛나 황홀한 장관을 연출한다.


어디로 눈길을 두어도 은백색 눈꽃이 빚어내는 설경의 아름답기만 하니 눈은 바쁘고 마음은
즐겁기만 하다.
이리 저리 분주히 옮겨 다니면서 멋진 설경을 카메라에 담고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막상
내려가려니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어렵게 짬을 낸 탓에 9시까지는 집에 가봐야 하니 아쉬움의 발길을 돌릴 수 밖에…


한없이 머물고 싶은 마음을 돌려 내려 오는 길엔 황홀한 눈꽃을 보기위한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다른 때 같으면 한참 올라가는 그들의 모습이 힘겨워 보였겠지만 오늘은 그들이 오히려 부러워

보이는 것은 왜 일까?

  

차를 몰아 삼가동을 지나쳐 내려오며 아쉬운 마음에 소백산을 되돌아 보니 청명한 날씨에 맑고

깨끗한 모습이지만 유독 비로봉 정상부근만은 아직도 짙은 구름에 가려 모습을 감추고 있다.

 

 

 

 

 

 

 

 

 

 

 

 

 

 

 

 

 

 

 

 

 

소백산 정상부 쪽만 구름에 덮여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