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겠다 ! 영암 월출산에서  


 

산행일 : 2004. 11. 28(日). 맑음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경포대 주차장 (09:00) 

  ☞경포대 삼거리 (09:22~09:27)

  ☞바람재 (10:15~10:20)

  베틀굴(금수굴) (10:37~10:41)

  ☞마애여래좌상가는 갈림길 (10:43)

  ☞마애여래좌상 (10:58~11:12) 

  ☞구정봉 (11:31~12:27. 705m. 점심식사) 

  ☞바람재 (12:42) 

  ☞천황봉 (13:38~13:43. 809m)

  ☞통천문 (13:51)

  ☞통천문 삼거리 (13:58)

  ☞광암터 (14:20)

  ☞바람폭포 (14:42~14:48)

  ☞천황사지 삼거리 (15:17)

  조각공원 (15:30~15:36)

  ☞천황사 주차장 (15:42)

총 산행시간 : 6시간 42분 (사진 344컷 찍느라 완전 거북이 산행)

구간별 거리 :

경포대→(1.0km)→경포대삼거리→(1.3km)→바람재→(0.4km)→베틀굴→(0.6km)→마애여래좌상→(0.55km)→구정봉→(1.65km)→천황봉→(0.3km)→통천문삼거리→(0.4km)→광암터→(0.7km)→바람폭포→(0.2km)→바람폭삼거리→(0.6km)→천황사지삼거리→(1.0km)→천황사 주차장

총 산행거리 : 약9.7km 

산행지도


 

산행기

  경포대 주차장에서부터 백운산님에게 전화를 해도 통화가 되질 않는다.

주차비가 4천원이라.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 혼자 만의 생각일까?

왼쪽으로 계곡을 끼고 울창한 숲길을 걸어 오른다. 산하 남도 가족들이 도갑사에서 오른다고 했는데 어디쯤 가고 있는지 궁금하던 차에 경포대 삼거리에서 또 전화를 해도 여전히 불통이다.

잠시 후에 1500산님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왜 안내려오셨냐고 물으니 여성동지들이 시간이 나질 않아 충북 제천의 동산에 오르고 계신단다. 서로 무탈, 안전산행을 기원하며 몇 마디 덕담을 주고받는다.

 

강진 경포대쪽에서 바라본 월출산, 왼쪽이 정상인 천황봉

 

 

계곡을 건넌다.

 

경포대 삼거리.(왼쪽길로 가면 바람재, 오른쪽으로 가면 천황봉)

 

  물을 먹으려고 벗어 놓은 배낭 옆구리를 보니 550cc짜리 이온음료 한 통만 달랑 끼워져있다.

이런! 식탁위에 물통들을 올려놓고 그냥 나온게 틀림없다. 어쩐지 배낭이 가볍더라. 이미 이온음료는 반 밖에 남질 않았다. 저 긴 능선 상엔 샘도 없는데 은근히 걱정이 된다. 하지만 그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였다. 사과 두개, 배 한개, 귤 8개, 바나나 6개, 두유 두팩이 산행 내내 부자의 갈증을 해소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비상시에는 컵라면에 부을 온수가 보온병에 0.7ℓ나 있었고, 게다가 날씨가 선선해서 갈증이 별로 나질 않은 것도 물이 부족하지 않은 이유였다. 나중에 구정봉밑에서 백운산님을 만나 0.25ℓ정도의 물까지 얻을 수가 있었다.


 

  산에 가는 사람이 다른 건 몰라도 물을 안가지고 간다는 것은 군인이 전장에 나갈 때 총을 안가지고 가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거기에는 약간의 에피소드가 있으니…….

어제 어리버리팀(테니스 레슨자들 모임. 테니스를 시작한지가 10년이 훨씬 넘었건만 운동신경이 없는 것도 아닌데, 도무지 실력이 늘지 않아 봄부터 지금까지 레슨을 받고 있다.) 월례대회를 했는데, 파트너를 잘 만나서 처음으로 우승을 하였다.

  마침 코치 한 분이 군 입대를 코앞에 두고 있어서 레슨자들이 송별회를 열어주자고하여 우승한자가 도망은 갈 수 없고, 이미 어느 정도 취한 그들과 참치횟집으로 2차(송별회)를 갈 수 밖에 없었다. 소주와 맥주와 양주가 돌아가고 이미 술이 취해 갈 사람은 다 가고, 주당들만 10여명(그 중 여성이 세명씩이나...) 남아 있는데, 내일 산에는 가야겠고, 도망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술을 잘 먹지도 못하니 참으로 힘든 자리렷다. 3차는 노래방으로 8명이.....

자정을 훌쩍 넘기니 안 되겠다 싶어서 그만 가자고 사정을 해서 겨우겨우 일으켜 세우는데 성공을 하여 각자 집으로....

  테니스 월례대회 끝나는 대로 들어가 배낭을 꾸리려했으나, 너무 늦게 들어와 씻고 자기도 바쁜데 무슨 배낭을 꾸린단 말인가. 아침 6시 알람소리에 놀라 일어나 부랴부랴 배낭을 꾸려 집을 나온 결과가 물, 선글래스, 지도를 빠트리고 나온 것이다.

 

   나무 계단을 오르는데 잘생긴 백구 한 마리가 내려 오기에 쓰다듬어 주니 꼬리를 흔들며 좋아한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자꾸 내려가려고만 한다. 아들 녀석이 귀여워서 어쩔 줄을 모른다.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아야 하는데...

바람재가 가까워오는지 양쪽 능선상의 기암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갑자기 나타난 백구

 

 

하늘이 트이면서 보이는 왼쪽 능선의 바위들

 

바람재 오르기 전에 내려다본 기암들

 

  바람재에 올라서니 정말 바람이 분다. 사방을 둘러보니 낯익은 향로봉, 구정봉, 천황봉이 눈에 들어온다. 그 외의 수많은 이름모를 봉우리와 바위들.

“미치겠다!” 

부족한 글재주로 이 아름다움을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다.

베틀굴에나 가자.

바람재에서 바라본 향로봉쪽 기암들.


 

구정봉 아랫쪽 기암들

 

바람재에서 바라본 천황봉

 

방금 올라온 경포대 코스

 

베틀굴 가다가 바라본 천황봉

 

거대한 구정봉

 

베틀굴 가다가 바라본 천황봉 

 

구정봉 밑에 베틀굴 (사진 정 중앙의 굴)이 보인다.

 

  참으로 희한한 굴이다. 실제로 남근바위와 마주보고 있다고들 하는데 베틀굴은 남쪽으로 향하고 있으니 그 말은 맞지 않다. 베틀굴이 동쪽을 향하고 있다면 모를까...

바로 위 구정봉쪽으로 올라 지난봄에 가려다 말았던 마애여래좌상으로 내려간다.

청설모가 앞을 지나간다.

“아빠! 다람쥐. 다람쥐!”

“다람쥐가 아니고 청설모란다.”

“우와! 청설모 처음 본다.”

멀어져가는 구정봉쪽 조망이 가히 절경이다.

베틀굴에서 바라본 천황봉


 

베틀굴 내부. 임란때 부녀자들이 이 굴로 피난와서 베를 짠 연유로 붙여진 이름이다.

 

  능선을 따라 내려가다가 갑자기 왼쪽으로 급경사를 내려가니 마애불이 나온다.

마애불에 빠져 한참을 바라보다가 배를 깎아 먹고 있는데,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분들 몇 분이 오셔서 그 중 한 분이 하시는 말씀이 귀에 거슬린다.

“누군가 할 일 없는 사람이 만든거여.”

기가 막혀 말이 안나온다. 조상을 모독하다니, 보기엔 분명 우리나라사람이 맞던데, 문화재를 볼 자격도 없는 몰상식한 사람이다.

마애불 내려가다가 나오는 기암

 

국보 제 144호 월출산 마애여래좌상(고려시대. 높이 8m). 불상의 오른쪽 무릎옆에 조그마한 동자상을 부조로 새겨넣었다.


 

마애불에서 구정봉쪽으로 오르다가 보이는 티라노의 머리(아들녀석이 붙인 이름) 같은 기암.

 

구정봉쪽에서 바라본 기암. 어찌 위태위태하다.(줌촬영)

 

  구정봉으로 오른다. 대부분의 산님들이 구정봉 입구를 못 찾고 오른쪽으로 가려한다. 굴 입구에 안내판하나만 설치를 해도 쉽게 찾아 오를 텐데... 구정봉 오를 때마다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자세히 보면 왼쪽에 흰색 밧줄에 구정봉이라고 화살표로 방향을 표시해 놓았으나 옆으로 되어있어 모르고 지나치기가 쉽다. 바위 정면에 매달아 놓아야 사람들이 잘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구정봉에서 바라보는 월출산의 풍광은 빼어나다 못해 전율을 느낄 정도로 아름답다. 여기서 백운산님을 만나기고 했는데.....

구정봉오르는 유일한 입구. 아랫쪽 동굴로 들어가면 왼쪽으로 좁은 통로가 나온다.

 

구정봉에서 바라본 향로봉


 

구정(九井)봉 정상. 지난 봄엔 저 웅덩이 속에 올챙이와 개구리들이 그득했었는데...

 

  백운산님에게 또 전화를 해보지만 이번에도 연결이 되질 않아 음성메시지를 남겨놓고 점심을 먹으려고 자리를 잡는다. 구정봉 바로 밑에서 컵라면에 물을 부어놓고 앉아 있는데, 위쪽에서 “형님!” 하는 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백운산님이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꼭 잃어버린 동생을 찾은 기분이다.

천황사에서 구름다리, 천황봉을 거쳐 여기로 왔단다. 최선호님은 정맥타고 계시고, 광주 첨단산인, 공명님은 사정이 있어서 못 왔단다.

식사를 끝내고 일어서려는데 백두대간 청소 길에 나선 불암산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꽤 긴 통화를 나눈 후 19일 지리 천왕봉에서 만날 것을 약속한다.

구정봉쪽에서 바라본 사람 얼굴상의 바위와 촛대모양의 바위 (줌촬영)

 

 

구정봉에 올라 있는 백운산님 (줌 촬영)

 

외계인 또는 해골처럼 생긴 바위

 

히어리의 영문 이니셜 H자 같기도 하고

 

시소 위에 올라 앉아 있는 산친구 1

 

  바람재까지 같이 가던 백운산님과의 거리가 천황봉으로 갈수록 자꾸 벌어지더니 언제부터인가는 보이지도 않는다.

천황봉에 올라 수많은 사람들 틈을 비집고 다니며 백운산님을 찾아 보았지만 보이질 않는다. 전화를 해보니 기다리다 지쳐 내려가고 있는 중이란다. 이런 의리 없는 사람 같으니라고, 내려가면 내려간다고 전화라도 한 통 해주고 내려갈 것이지.

남쪽에서 바라본 남근바위. 북쪽에서 바라보면 정말 많이 닮았다. 


 

천황봉 오르다가

 

천황봉 오르다가 본 오른쪽 풍경

 

천황봉에서 바라본 서쪽 전경

 

발디딜틈 조차 없는 천황봉.  증명사진 찍을 엄두도 나지 않아 이 한 장만 찍고 하산하였다.

 

  바람골로 내려가니 이곳 또한 절경이다.

바람폭포. 가는 실폭이라 볼품은 없다. 비온 후에 와야 장관을 이룰 것이다. 백운산님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주차장 차안에서 자고 있을 테니 그리 알라고. 오늘 새벽 3시 넘어 퇴근하여 잠깐 눈 붙이고 산에 올랐으니 얼마나 잠이 부족하겠는가. 강골 중에 강골이다. 그래서 눈 좀 붙이려고 서둘러 하산을 하였구나. 그런 줄도 모르고 의리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였으니, 백운산님에게 미안해서 어쩔까나.

나는 그렇게 잠 못 자면 산이고 뭐고 집에서 신나게 잠이나 잘 텐데... 

통천문


 

구름다리쪽 조망

 

월출산의 명물 구름다리 (줌 촬영)

 

바람폭포의 약수

 

바람폭포

 

바람폭포에서 바라본 사자봉쪽의 바위. 거대한 바위가 위태롭게 걸쳐있다.(줌 촬영)

 

바람폭포쪽에서 바라본 구름다리

 

  앞서가는 노부부와 젊은 국립공원 관리공단직원과의 대화가 귀에 들어온다.

“어르신! 국립공원에선 종 매달고 다니면 안 되는데요.”

“왜요?” 존댓말로 대답하시는 노신사의 말투가 교양 있는 분처럼 보인다.

“그 종소리가 보통 8km까지 가거든요.”

“그럼 산에서 야호하는 사람들은요.”

“그 소리도 거의 비슷한 거리까지 갑니다. 외국인들이 우리 산에 와서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바로 야호하고 소리 지르는 거랍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그 소리에 잠을 깨어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산짐승들이 야행성이라 낮에 잠을 자야하는데 사람들이 소리 지르는 통에 잠도 못자고 신경이 날카로워서 산을 떠난답니다. 자신의 고향을 떠나서 실향민이 되는 것이죠.”

그 뒤의 대화는 생략.

저 다리 건너면 천황사 삼거리
 

  천황사 삼거리에서 신우대숲을 지나 조각공원에서 잠시 눈높이를 업그레이드시킨다.

주차장 바로 못미처서 때늦은 단풍이 너무 고우니 이렇게 좋을 수가....

부자는 단풍사진찍기에 푹 빠져있다. 아버지는 디카로, 아들은 MP3로.....

주차장에서 백운산님이 우리부자를 쳐다보며 빙그레 웃고 계신다.

조각공원

 

윤선도 시비

 

대나무와 단풍. 아직도 단풍이 남아 있었다.

 

단풍과 소나무

 

아름답다.

 

파란 대나무와 화려한 단풍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