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조봉산~낙영산~가령산)

1:25,000지형도=도원

2004년 11월 25일 목요일 맑음(-0.8~14.1도)   일출몰07:15~17:14

코스: 신월리 마향마을12:00<3.2km>조봉산13:10<2.2km>634m봉14:20<1.5km>낙영산15:00<2.2km>가령산16:20<1.7km>화양천 자연휴게소17:00

[10.8km/ 5시간 소요]

가령산 : 가령없이 크고 높은 산이라 하여 가령산이라 한다.    지형도
 

개요:충청북도 괴산군 청천면에 있는 속리산 국립공원 화양분소 구역에는 도명산(643m)을 감싸고 도는 조봉산(687m)을 비롯해서, 낙영산(746m), 가령산(642m)이 있다.

사담리의 공림사에서 634m봉(낙영산 표석 있음)으로 올라 도명산 경유 화양천으로 하산하는 코스는 수월한 반면에, 조봉산에서 낙영산 경유 가령산까지 진행하는 종주산행은 웬만한 건각이 아니고는 힘든 코스라 하겠다.

낙영산에서 본, 조봉산까지...   낙영산에서 본, 조봉산까지... 
 

낙영산까지의 전반부는 아슬아슬한 리지코스의 연속이어서 수분공급을 많이해야 하는 한여름이라던가 적설기는 피해야겠지만, 종주길 남쪽으론 백악산 너머로 백두 대간상의 속리산권역을 필두로 대야산~악휘봉까지의 파노라마를 즐감할 수가 있다.

북쪽으로도 도명산, 갈미봉을 비롯한 화양구곡의 화강암 지능선들이 기기묘묘한 암봉들을 거느리고 있어, 환상적인 볼거릴 계속해서 제공해주기도 한다.

산행길의 동무 도명산    산행길의 길동무 도명산
 

낙영산 이후 가령산까지는 양 사면이 급준한 날등의 연속이지만 송림 오솔길의 편안한 육산이 이어지다가, 가령산 정상에서 급전직하로 떨어지는 지능선 길에도 여러 형태의 암봉과 절벽지대가 있어 속리산의 또다른 비경코스라 할 수 있다.

이번 코스의 화양천을 비롯한 북쪽과 남쪽의 모든 계곡수는, 일단 달천으로 모여들어 남한강 따라 서해로 흘러든다.

하산후의 화양천   하산후의 화양천 
 

명소:단축코스팀 초입의 공림사라는 유명사찰은,  신라 제48대 경문왕(景文王, 861~874년)때에 자정선사가 창건한 고찰로, 조선조 중기에는 법주사보다 더 흥하였지만, 전란으로 불타 근래에 다시 지은 건축물이다. 

공림사(空林寺)에는 20여 그루의 느티나무 고목군락이 고찰과 조화를 이루는데, 사찰의 이름과는 무관하지 않은 걸로 짐작이 되지만 그 내력은 아직껏 의문으로 남아있다.

공림사가 있는 사담리 방면    공림사가 있는 사담리 방면
 

하산지점의 화양계곡엔, 조선중기 우암 송시열 선생이 은거하면서 중국의 무이9곡을 본받아 이름지은 경천벽, 운영담, 읍구암, 금사담,첨성대,능운대, 와룡암, 학소대, 파천의 화양구곡이 유명하다.

여름철이면 피서객들로 붐비는 화양구곡은, 불과 7km거리에 이웃한 선유동계곡과 함께 푸른 산과 맑은 물을 즐길 수 있는 피서 관광지다.

하산길에 본 화양구곡    하산길에 본 화양구곡
 

가는길: 중부내륙고속국도로 상주시내로 들어와 49번 지방도로 문장대휴게소를 지나면, 37번 지방도로 상신리의 마향마을앞에서 내린다. 요즘은 그 직전의 새내마을 등산로 안내문을 깃점으로 삼기도 한다.

신월저수지 위로 난 계곡길은 묵었고 능선길은 살아있어, 그 길로 일단 안부로 내려섰다가 조봉산을 향한다.

들머리의 마향마을   들머리의 마향마을 
 

한참을 가파르게 치오르는 오름길에서 두어번 새내마을길과 만나다가 넓은 헬기장의 조봉산에 도착하면, 해발 잘못 표기(687m를 642m로)된 정상석이 반긴다.

조봉산에서의 하산은 무척 험난하다. 암벽등반코스인 하강코스와 침니코스가 있어, 낡은 슬링에만 의존하기엔 위험한 구간이고, 동굴을 지난 암릉길의 [산부인과바위]엔 그마저 없다.

쌀개봉 가는길에 돌아본 조봉산    쌀개봉 가는길에 돌아본 조봉산
 

산행길의 동반자인 도명산을 바라보면서 맞은편의 쌀개봉 고스락에 올라, 등로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비껴앉은 암봉에 서면 일망무제로 조망이 터진다.

진행방향의 낙영산은 물론 백악산의 전모 뒤편으로 톱날같은 소백산의 첨봉들이 스카이라인을 긋고 있고, 바로 코 앞의 [코뿔소바위]가 엎드려 반긴다.

조봉산 아래서 본 가야할 낙영산    조봉산 아래서 본 가야할 낙영산
 

쌀개봉에서 미끄러지듯 치내리다 [괴산미륵산성]길을 한참 따르게 된다. 고려시대의 방어용 산성으로 전체 둘레가 5.1km에 달하는 이 산성은, 낙영산과 도명산의 암벽을 연결해서 빙 둘러 축성했었지만 지금은 파손된 일부분만 전해오고 있다.

공림사방면의 안부를 지나 634m봉에 오르면 정상이 아님에도 정상석이 있고, [공림사1.8km/도명산1.8km]이정표가 있다. 도명산은 좀 더 진행한 [낙타바위]를 지나, 681m봉 삼거리의 북능코스가 더 좋다.

낙영산에서 본 백악산    낙영산에서 본 백악산
 

낙타바위, 형제바위, 681m봉을 지나 낙영산 향하는 길엔 절벽위에 솟구친 암봉을 헬기장으로 조성해 놓았다. 진행방향은 뚜렷해도 암벽 틈새를 돌아서 내려가는 하산길은 아기자기하다.

가파른 마사토 오름길의 낙영산 가는 날등길은 기암절벽과 노송이 무성하다. 정상에 오르면, 지금껏 걸어 온 첩첩산릉들과 가야할 가령산까지의 능선 전체를 바라볼 수 있다.

낙영산서 본 가령산 방면    낙영산서 본 가령산 방면
 

가령산 가는 날등길은 암릉지대가 거의 끝나갈 무렵의 삼거리에서 등로가 뚜렷한 동북방향으로 내려서야한다. 자칫 동남쪽의 희미한 길로 내려서면 수안재를 경유하여 백악산으로 올라가게 되므로 여기선 주의를 해야한다.

이후론 평탄한 육산이 가령산까지 이어지는데, 축대위의 정상석에는 [자연학습원2.2km↔낙영산3.1km]가 새겨져 있다.

하산길에 본 종착점   하산길에 본 종착점
 

가령산에선 진행방향의 계곡코스와 북쪽의 능선길로 나뉜다. 어느쪽으로 하산하던 자연휴게소에서 산행을 마감할 수가 있는데, 능선길을 따르면 널따란 헬기장을 지나쳐서 [거북바위]가 있는 아슬아슬한 절벽틈새를 돌아내려가는 스릴을 만끽할 수가 있다.

정상 직전의 또 다른 북능길로 하산해도 더 많은 리지를 즐길 수가 있고, 자연휴게소까지 가면 청주행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가 있다.

가령산 직전의 또다른 하산코스    가령산 직전의 또다른 하산코스
 

산행후기: 오후엔 추워질 것이라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조봉산 오름길은 비지땀이 배어나올 정도로 가파르다. 정작 정상에 올라서자 괴산군청에서 제설한 정상석은 해발표기가 달라 황당하다.

어디 여기 뿐이랴! 오늘 진행하는 곳 거의가 엉터리여서 어느 것 하나 믿을 수가 없다. 지형도 다르고, 개념도 다르고, 정상석 다르면 어느 것을 따라야 할까?

방치된 안내문    방치된 안내문
 

말로만 국립공원이지, 변방지역은 아직도 미정비 상태여서, 곳곳에 아무렇게나 방치한 해묵은 안내문이 뒹굴고 있다. 위험지역에 설치한 슬링들은 선답자들이 그 아까운 것들을 남겨놓고 갔건만, 짐짓 관리공단측에선 나몰라라 하고 있다.

그러다 안전사고라도 나면 모두가 입산자의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웬만한 지역은 입산금지구역으로 묶어 놓으면서, 입장료 받아내기 수월한 곳만 매표소 설치해서 문화재 관람료까지 덧붙이고...!

동굴   동굴 
 

악천후라도 몰아친다면 진행이 불가능한 지역을 더듬거리며 내려가는 길엔 용도를 알 수 없는 동굴이 있어 한번 들어갔다가 나와본다.

산부인과바위를 맞닥뜨려 우회로를 살펴보지만, 거긴 더 위험해보여서 네 발로 기면서 통과하자, 홈통같은 암벽길은 미끄럽고 가팔라서 여간 조심스러운게 아니다.

산부인과바위    산부인과바위
 

공림사에서 올라오는 고갯마루엔 우리팀 외에도 많은 분들이 쉬고 있지만, 진행방향으론 입산금지 팻말이 내걸렸다. 그냥 무시하고 쌀개봉을 넘어가려는데 중식중인 선두대장이 코뿔소바위를 가리킨다.

그럴싸하게 코뿔소 형상을 담아내보려 하지만 무리하면 절벽아래로 떨어질 것만 같아서 대충 잡아낸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으니 조심할 수밖에...!

코뿔소바위    코뿔소바위
 

낙영산 정상석이 있는 634m봉을 둘러보고 낙타바위를 향한다. 여기보다 더 높은 도명산 갈레길의 681m봉도 있고, 건너편의 최고봉인746m봉도 있는데, 하필이면 여기다가 정상석을 박아 놓았을까?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겠지만,(명나라 황제의 세숫물에 거기만 비쳐서인지는 몰라도^^**) 오히려 746m봉에 모 산악회가 가설한 정상표가 설득력이 있어 나도 그렇게 표기를 했다.

낙타바위    낙타바위
 

삼년전, 진달래가 유난히도 많이 피어난 화창한 봄날에 찾았을 때는, 낙타등에 올라 탄 아내를 사진 찍어주기도 했더랬는데, 계절 탓인지 오늘은 만고풍상을 겪은 그 바위가 쓸쓸해보인다.

형제처럼 보이질 않는 형제바위 곁에는 그럴싸한 바위가 역광에 커피포트를 쏙 빼 닮았다. 어찌보면 호롱불 밝히는 등잔처럼도 보이지만 평범한 주전자바위로 보고싶다.

주전자바위    주전자바위
 

도명산 갈레길을 지나치고 헬기장을 돌아서 내려가는 암릉길 오른쪽으론, 거대한 바위가 헬기장을 받치고 있다. 바위라기보담 산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암봉으로 이루어진 그 날등엔, 이상한 형체의 바위 두 개가 서로 업어주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그저 신비스럽기만 하다.

내가 업어줄께! 아니 당신이 업혀! 둘이 다 간신히 추락을 면한 그 바위들은 언제까지고 저렇게 서로 업어주려고 애쓰기만 할까? 갑자기 못난 남편 만난 아내생각이 간절하다.

사랑바위?    사랑바위?
 

소나무 등걸 비집고 드뎌 낙영산 정상엘 올랐다. 바로 건너편엔 백개의 봉우리인지, 흰 바위산인지가 헷갈리는 백악산(857m)이 여기보담 낮으막하게 앉아있지만 그것은 착시현상일 뿐이고, 그만큼 조망은 훌륭하다.

오늘의 최고봉인 여기서 돌아보는 동서남북은 모두가 가고싶은 곳들 뿐이어서, 다음에 찾을 때는 어디로 올라가 어디로 내려야할 지가 걱정이다.

낙영산 정상    낙영산 정상
 

아쉬움을 뒤로하고 가령산을 향한다. 이직도 못 가본 백악산에 자꾸만 눈길이 가지만, 화양천으로 내리뻗은 북쪽 지능선들의 하얀 암봉들은 계속해서 유혹을 해댄다.

앞서가던 한 분이 독도미숙으로 백악산이 있는 수안재로 내려섰다가 뒤늦게 합류하기도 하고, 선두대장은 가령산까지 갔다가 호기심에 북릉하나 잡아타고 내려갔지만, 언젠가는 가보고싶은 길들이다.

애벌레집    애벌레집
 

암릉을 벗어난 호젓한 오솔길엔 신갈나무, 굴참나무들이 잎새를 떨구고 겨울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 사각거리는 숲속에는 이름모를 애벌레집이 연록색으로 단장을 했건만, 내용물을 보고싶지 않은 것은 작고 고귀한 생명을 내년 봄에 다시 보고자 함이다.

저 속엔 무엇이 들었을까? 나비일까, 풀벌레일까!

헬기장 옆의 황금개구리    헬기장 옆의 황금개구리
 

가령산 터치하고, 헬기장 바로곁의 전망바위에 올라 저멀리 청화산을 돌아 장성봉 이후로 뻗어나가는 백두 대간의 산그리메를 그리움으로 바라본다. 내려와서 좀 전의 전망바위를 다시금 쳐다보니 황혼에 빛나는 그 바위는, 영락없는 황금개구리를 닮았다.

오! 황금개구리, 내 너를 몰라보고 정수릴 밟고 섰었구나! 혼자 감동에 겨운 사이 일행들이 속속 들이닥친다. 단체사진 한 방으로 그들과는 떨어져서 하산을 서둔다.

거북바위    거북바위
 

저 아래 하얀 암봉으로 빛나는 거북바위를 바라보면서 내려간다. 하산길 절벽 틈새마다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허리가 휘어져 뒤틀리고 있는 낙락장송 선계를, 낭떠러지 샛길로 내려간다.

한 분이 망태기 벗고 암봉엘 올랐다가 되내려 오면서, 거북바위 너머로도 길이 있더라며 두고 간 보따릴 원망한다. 절벽에서 떨어지더래도 배낭은 메고 다녀야지요...^^!

석양의 억새    석양의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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