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라는 이름의 산행(삼악산-계관산-보납산)

1. 산행일자 : 2004.11.27(토) [맑음]


2. 운행구간 : 강촌역-등선봉(636m)-619m-546m-도파령(석파령)-계관산(665m)- 달개지-
                   월두봉前-주을길-400m-보납산-보광사입구-가평
 

3. 운행거리 : 도상 약 21km


4. 운행시간 : 10시간 40분(09:00 ~ 19:40)


5.산행자 : 관악산,바람,산사나이,엄익현,SOLO(5명)


6. 산행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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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산행기
<몇주 전에 보납산-계관산-삼악산 종주를 시도했다.
 결과는 풍비박산.
 3번에 걸친 대형알바로 삼악은 커녕 계관도 간신히 한 것이다.

 더구나 같이한 일행 몇몇은 계관도 못 찍은 지경에 이른다.
 참담한 심경이었다.

 이에 대오각성.  이번엔 逆으로 삼악부터 하기로 한다.
 그 이유는 자칫 잘못하다가 또 다른 알바(?)로 삼악을 영영 못볼 우려에서와 더불어
 산행에 다양한 재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04시 30분에 일어나 혼자 살금살금 도둑고양이처럼 이것저것 챙긴다.
 전엔 집에서 많이 협조해 주었으나 주말만 되면 새벽부터 산에 가 

 밤늦게 들어오니 정성스런 내조(?)도 한계에 이르렀나 부다.
 말 못하는 죄인이라 그저 미안한 맘뿐이다.

 역시 청량리역에서 06:15분발 강촌행 무궁화호 열차.
 관악산님, 엄익현님이 기다리고 계신다. 

 엄익현님은 사모님이 사다리 회원이시다.
 북한/도봉을 즐겨 찾으시고 이런 경기 오지산행은 첨이라신다.
 하회가 주목된다.

 곧이어 바람님 등장. 열차에 타 금곡에서 산사나이님이 마지막으로 합류한다.
 요번 산행에서 새로이 느낀 거지만 산사나이님도 한 근성한다.
 실패한 보납/삼악 산행의 재시도도 산사나이님 땜에 힘입은 바 크다.

 열차가 화랑대 지나 퇴계원에 이를 무렵 기관차 고장이라는 방송이 나온다.
 다시 화랑대로 백해 기관차를 바꿔 붙여야 된단다.

 이론.. 기차탈 때부터 알바냐.
 백? 얼마나 듣기 싫은 공포의 소리던가. 백! 

 근 1시간을 기차알바에 쏟아 붓는다.
 삼악-계관-보납은 도상 21키로에 달하는 제법 긴거리로서
 겨울철 산행에는 시간이 관건이 된다. 일찍 붙어야 하는 요령.

 기차알바로 원래는 07:50분에 도착할것을 08:48분경에 도착한다.
 벌써 1시간이 날라갔다. 

 관악산님이 연착에 따른 지연 배상금 문제로 역무실에 가는 동안 시간은 계속 흐른다. 
 지연 배상금이 일인당 900원이란다.
 역앞에 머무르는 동안 먼저 올려쳐야 할 피라밋 같은 412봉을 쳐다본다.

 ◎ 412봉 ▼
 

 ◎ 망중한의 여유 ▼
 

 ◎ 북한강 ▼
 



 강촌교를 건너 46번 도로 횡단 육교를 올라 좌측으로 내려간다.
 내려가보니 공식 등산로가 아닌 듯한 곳에 철망이 뭉개져 산길이 나 있다.

 ◎ 들머리 ▼
 



 412봉이 보는 것처럼 가파르다.
 낙옆으로 미끄러워 아둥바둥 하면서 겨우겨우 올라선다(09:25)
 
 트인 느낌이 좋다.
 북쪽으로 등선봉 전위봉격인 570봉이 나무가지 사이로 언듯언듯 보인다. 
 이 412봉에서 좌측으로 타원을 그리듯 쪼볏한 암릉을 타고 등선봉에 이르는 것 같다.
 
 삼악산만 할 거 같으면 일루 올라 등선봉을 거치고
 흥국사로 내려가 다시 삼악산을 올려쳐 상원사로 내려오면 될 듯하다. 
 일행을 기다려 물한모금 먹고 다시 출발. 엄익현님이 잘 올라오신다.

 ◎ 412봉 ▼
  
 ◎ 570봉이 보인다. ▼
 



 삼악산의 매력이라도 과언이 아닌 듯한 암릉들.
 발만 쓰는게 아니라 두손 두발을 다 쓰니 산행에 활력이 넘친다.

 ◎ 암릉길 1 ▼
 

 ◎ 암릉길 중간에 독야청청하는 소나무 ▼
 

 ◎ 암릉길 2 ▼
 



 등선봉 전위봉격인 570봉이다(09:57) 일명 삼악좌봉.
 누군가 나무에 친절하게 코팅용지로 고도를 잘 설명해 놨다.
 등선봉보다 여기가 오히려 한 조망 하는 것 같다.

 강 건너편 강선봉의 조망이 일품이다. 그 쪽 편 산군들.
 즉 굴봉산,검봉,강선봉,봉화산 등이 갑자기 구미(?)를 당기게 한다. 꿀꺼덕~

 ◎ 570봉(삼악좌봉) ▼
 

 ◎ 강 건너편 강촌역 바로 위 강선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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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촌 읍내 ▼
 

 ◎ 북한강이 시원하게 보인다 ▼
 

 내리고 오르고 해서 다시 등선봉(10:21) 들머리에서 부터 1시간 20분 경과.
 나뭇가지 등으로 가려 확트인 조망이 없다. 

 등선봉 지나 능선위로 계속가니 성자취가 보인다.
 무엇을 지킬려는 성인지 궁금하다.

 ◎ 등선봉 ▼
 

 ◎ 성벽 자취위를 걷는 산사나이님(날아가는 몰 보셨는지...^^ 캘캘..) ▼
 



 등선봉 지나 바로 우측의 619봉(10:35)
 여기서 비로서 방향이 북동에서 북쪽으로 바뀐다.
 
 우측으로는 흥국사. 내려서는 길이 날카롭다.
 계속 진행해 돌을 쌓아 놓은 546봉을 만난다(11:07) 

 619봉과 546봉 사이의 솔밭 길이 압권이다. 넘 좋다.
 이런 정경들 보고 느끼는 것.
 기를 쓰고 산행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 619봉 ▼
 

 ◎ 619봉에서 북으로 내려서면서 우측으로 보이는 흥국사 ▼
 

 ◎ 솔밭 길 ▼
 

 ◎ 546봉 ▼
 

 ◎ 546봉에서 바로 옆 동쪽으로 보이는 삼악산 주봉(일명 용화봉) ▼
 



 546봉에서 다시 방향을 바꿔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을 찾는다.
 이제 화려한 암봉의 잔치 삼악산 바운더리하고는 이별이다.
 도파령(석파령) 지나 능선,능선으로 이어지는 계관산 가는 여정이다.

 가끔 싸대기를 갈기는 잡목의 성가심도 나쁘지 않고
 무릅까지 차오는 낙옆의 부드럽도,
 미끄럼을 타는 듯한 낙옆썰매도 싫지 않다.

 중간에 서너개 애먹이는 봉우리외에는 길도 참 부드럽고 유순하다.
 정다운 산우들과의 초겨울날 이런 산행. 이렇게 좋아도 되는 거냐. ^^...

 ◎ 도파령을 내려서면서(도파령, 석파령 어떤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
 

 ◎ 다시 만나는 임도 ▼
 

 ◎ 아련히 보였던 계관산이 시야에 또렷히 들어온다 ▼
 

 ◎ 계관산 방화선 진입(아직 여기는 벌초가 안됐다) ▼
 

 ◎ 풀에 쌓인 산사나이님(넘 작아 보이죠? 땡길 걸 그랬어요 ^^) ▼
 

 ◎ 마지막 고비인 급경사 ▼
 

 ◎ 계관산(665m) 지점의 삼각점 ▼
 



 삼각점이 있는 지도상의 진성 계관산 도착은 13:30분.
 정상석이 있는 가성 계관산(?)은 북쪽으로 15분 정도 더 가야한다.
 길 떠나고 4시간 반, 삼악산 546봉에서는 2시간 반이 걸렸다.

 몽가북계를 하면 몰라도 그 반대편인 보납산으로 가야하는 우리들은
 가성 계관산을 생략하고 여기서 점심상을 펼친다. 

 식사를 하기 시작 20분 정도 지나자 후미팀이 도착한다.
 바람님이랑 엄익현님. 엄익현님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혀를 내두르신다.
 인제 반정도 왔는데.. ^^.. 으악~ 

 솔직히 계관산 도착 14시 정도는 보납산 까지는 좀 무리다. 어쨋던..
 전원 오찬을 마치고 14시15분경 보납으로 향한다.

 계관산에서 능선따라 남으로 진행 후 서쪽으로 꺽여 달개지를 만나는 것이다.
 달개지는 개곡리에서 시작한 임도가 산을 넘고 보안리로 가는 고갯마루 이름.
 정확한 건 아닌데 느낌이 그렇다.

 ◎ 달개지의 절개지 ▼
 



 달개지에 도착 후(14:55) 다시 전열을 정비하고 월두봉까지의 경로를 살펴본다.
 달개지에서 느릿하게 남서로 꺽여 월두봉을 접선하는 것. 

 지도에서 보는 대로 월두봉까지는 흡사 지도에 좁쌀을 뿌려 놓은듯
 가다가 봉우리 가다가 봉우리하여 산객들을 기진하게 한다.

 저번에 두타/청옥을 하신 엄익현님이
 두타/청옥은 여기에 비하면 차라리 아이들 장난이라 하신다. ^^..

 아닌게 아니라 달개지에서 월두봉 구간. 경기의 오지랄만 하다.
 빨래 거품 나오듯이 계속 자그마한 봉우리 출현이다.
 그리고 마루금 양쪽으로 왼통 산이다.

 ◎ 월두봉 가는 길 ▼
 

 ◎ 월두봉이 임박한다 ▼
 



 근데 여기서 일이 생긴다.
 뒤에서 따르던 바람님, 엄익현님과의 연락이 두절된 것.
 쉬면서 뒤를 돌아보고 OK! OK!를 외쳐도 공허한 메아리 뿐이다. 

 계속 전화, 전화, 문자메시지 도통 연락이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2사람이 같이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시간은 더욱 지체.

 그룹산행은 그런 거 같다.
 앞에 가는 선두를 뒷사람은 나 잡아잡슈 하면서 2m를 벗어나면 안된다.
 거리가 점점 벌어지면 심정적으로 더 피곤하고 자꾸만 더 쳐지는 느낌이 들게 된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 아니던가.
 머 누구는 그러고 싶지 않아 그러겠냐고 하겠지만.. 좌우간 요는 그렇다.
 그 덕에 자기의 걷기 능력의 한계도 확장되는 것이다.

 월두봉에 임박하여 전에 알바한 자리를 확인한다.

◎ 전에 알바한 자리(좌측은 월두봉 방향 산사나이님이 지금 올라오는 방향으로 진행하여야 했던 것을
                              그냥 우측으로 지나치고 말았다) ▼
 



 월두봉을 앞에두고 우측 서쪽으로 구부러진다.
 월두봉으로 가다가 능선이 우측으로 이어질만한 곳에 표지가 붙어있다
 전에 경험했다시피 살인적인 급경사.

 주을길쪽으로 내쳐가 주을길 임도를 만나는 것이다.
 주을길에 임박할 무렵 미아팀(?)에게서 전화가 온다.
 
 오다가 길을 놓쳐 물안산 근처에 이르렀단다.
 다행히 인가도 있고 사람들도 만나고..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곧 차를 만나 히치, 가평에 무사하게 갔단다. 다행이다.

 주을길에 도착하여 사방에 어둠이 깔린다(17:33)
 어떡할까 망설이던 차에 산사나이에게서 복음같은 소리가 터져 나온다. 

 "탈출이 몬 말씀입니까 당연 올라가야죠!"
 요번에도 실패하면 사다리에 x팔려서 얼굴 내놓을 수 있겠냐는 이야기다. 캘캘.. 
 
 관악산님은 전천후 능력 소유자. 걱정이 없다. 너무나도 재밌는 산우들이다.
 나도 강북 야간산행 9회차로 야간에는 어느 정도 단련이 된 터. 

 주을길에서 가파른 물안산 능선마루로 마지막 힘을 모아 다시 힘차게 오른다.
 능선에 당도(17:48) 랜턴을 키고 남서쪽 보납산으로 항진한다.

 ◎ 주을길에서 보납산 이정목(보납산 4.55Km가 선명하다) ▼
 

 ◎ 능선 마루에 올라 ▼
 



 다행히 보납산 까지의 능선길은 유순하다.
 첨에 나오는 암릉이 신경 쓰이지만 보듬듯이 살피면서 가면 탈날 일 없다.
 산행에선 아무리 급해도 안전이 최우선이다.

 급하다고 서둘다 사단내면 나뿐만 아니라 팀 전체에도 골칫거리다.
 그래서 난 내림길에 속도내는 것 하나도 안부럽다.

 중간에 서너군데 알바 유혹(?)지역 무사하게 벗어나
 마지막 경사 쳐올려 드디어 보납산이다(19:17) 시간은 19시 17분.
 주을길에서 2시간 20분만이다.

 가평시내의 야경이 울긋불긋하다. 나름대로 감격적이다.
 근 8시간여 산행을 하고나서 또 다른 야간산행을 하게 된 이유는 몰까.
 
 보납산 내려오면서 종내 머리속에 그 의문이 들어있었다.
 그건 우리 몸속에 끓어오르는 욕망이 아닐런지.
 그래 오늘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산행"이 된 기분이다.

 ◎ 보납산이 임박했다 ▼
 

 ◎ 보납산 정상 ▼
 



 먼저 하산한 팀의 배려로 택시가 산행 끝지점인 보광사 입구에 대기하고 있다.
 10시간40분간의 산행에 솜처럼 된 육신을 차에 내팽겨치고 뒤풀이 장소로 달려간다.

 ◎ 오늘 산행의 무용담을 이야기하며(오늘 산사나이님이 모델이 자주 되고 있다. ^^) ▼
 

 ◎ 다음 산행엔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 것인가(가평역에서) ▼
 



 오늘 첨 빡신산행을 경험하신 엄익현님에겐 좋은 추억이 될 거 같다.
 그리고 다 같이 5인이 완주에 따른 희열을 맛보았으면 더없이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 다음을 기약해 본다.



 산행기 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