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0462  천관산(天冠山. 723.1m) - 전남 장흥군 관산읍. 대덕읍

 

산 행 일 : 2004년 11월 24일 수요일
산의날씨 : 맑음. 원경 흐림
산행횟수 : 5회차
동 행 인 : 박상식. 추교형
산행시간 : 4시간 46분 (식사 휴식 1시간 44분포함)

 

천관사 <0:47> 쉼터바위 <0:16> 대세봉 <0:15> 환희대 <0:14> 구룡봉 <0:14> 환희대 <0:15>
연대봉 <0:17> 환희대 <0:23> 쉼터바위 <0:21> 천관사

 

* 7.8km ⇒천관사 <1.8> 대세봉 <0.5> 환희대 <0.6> 구룡봉 <0.6> 환희대 <1.0> 연대봉 <1.0>
환희대 <2.3> 천관사

 

 

                                               천관사 밑에 있는 등산안내도

 

전부터 "천관산엘 가보고 싶다"던 진주의 친구 청을 들어주지 못해 미안했는데 또 연락이 왔고
사정이 여의치 않아 "다음에 가보자"고 했더니 역정이 노골적이다.
'있을 때 잘 해'라는 유행가를 이런 경우에 사용해도 적절한지 모르나 내 주장만 내세울 수 없어
"그러면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라"는 말로 동행을 약속했었다.
기왕 나서는 길이라면 아직 탐방하지 못한 천관사(天冠寺) 원점회귀 코스를 염두에 두고 자료도
미리 살펴보았다.

 

광양IC를 빠져나온 친구가 까르푸 순천점을 찾지 못하고 길을 잘못 들었다는 연락을 받고 마중을
나가 까르푸로 인도하여 공터에 주차시키고 내 차로 옮겨 타게 한 후 2번 국도를 달리다 장흥읍
에서 23번 국도로 들어서 오른쪽에 솟은 부용산을 스치고 관산을 향해 간다.
천관사를 찾아가려면 읍내에서 강진군 칠량으로 연결된 837번 지방도를 따라야하고 용전 마을을
지나면 도로 우측에 '← 천관사 2.4km'라는 표지가 있다.

 

천관사로 이르는 콘크리트 포장길은 대형버스도 통행이 가능하리 만치 넓지만 급커브와 심한 경
사가 부담을 주기에 충분하다.
천관사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바로 밑에 있는 등산안내도를 살펴본다.

 

11 : 45 바로 옆 골짝에 가로 질러놓은 쇠로 된 골판을 이용하여 시누대밭으로 들어간다.
빽빽한 대밭을 통과하는 길은 등산로라기 보다 다른 목적으로 낸 듯 싶은데 "이상하게 리본이 하
나도 안 보인다"며 두리번거리는 친구 말을 들으며 오르자 무덤이 나오고 조금 더 진행하면 다른
무덤이 나온다.
갈림길이 나와 능선 쪽으로 조금 오르자 무덤이 종점이다.
다시 갈림길로 내려와서 이제는 왼쪽 골짜기를 향해 30m가량 내려 임도에 이르렀다.

 

 

                                                    계속 이어지는 산죽 길
 
11 : 56 오른쪽 샛길을 버리고 곧이어 나타나는 갈림길 임도에 가로질러 놓은 나무가지가 '등산로
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아 왼쪽 오솔길을 따르는데 리본들이 안 보인다.       
5분 후 나오는 갈림길 오른쪽 나뭇가지에 리본 대신 음료수 캔 2개가 보여 그 길로 들어서니 쭉
쭉 뻗은 소나무 사이로 암봉들이 올려다 보인다.
 
12 : 04 물이 고인 고랑을 건너 무덤을 지나자 희미한 길이 있는 것도 같고 없는 것도 같다.
'송설산악회'라는 빛바랜 리본이 수시로 나타나는 것은 그들도 길을 잘 못 들어 뒤쳐진 일행들이
리본만 보고 따라오라는 의미였으리라 여겨진다.
앞선 내가 제대로 안내를 했어야하는데 허리를 펴지도 못하고 잡목에 긁히고, 가시에 찔리고 어
떤 곳에서는 포복도하고 길을 만들어 가며 20분 동안 생고생을 시켰으니 할말이 없다.

 

12 : 24 반질반질한 길에 닿게되자 한숨이 절로 나고 아무렇게나 퍼 질러 앉고싶다.
12 : 32∼46 조망이 트이는 암봉에 이르러서야 배낭을 내려놓고 땀을 훔쳐낸다.
구정봉 -환희대가 있는 대장봉에서 부터 아래로 천주봉, 문수보현봉, 대세봉, 선재봉, 관음봉, 신
상봉, 홀봉, 삼신봉 등 각기 기묘한 형상을 한 9개 암봉을 통틀어 일컫는 명칭- 일부 암봉과 진죽
봉 능선, 발 아래로는 천관사, 들판 너머 부용산이 바라보인다. 

 

 

                                            쉼터 바위에서 본 천관사와 부용산

 

12 : 55 거대한 암봉 왼쪽사면으로 길이 났으나 오른쪽의 샛길을 따라 바위틈을 통과하고 안전장
치가 없는 암벽을 기어 내리는 등 까다로운 산행에 친구들은 불평 한 마디 없이 오히려 즐거워하
고 기기묘묘한 형상의 암봉에 감탄을 금하지 못한다.

 

 

                                                  바위틈을 통과도 하고

 

 

                               바위틈을 벗어나서 본 구정봉(九頂峰) 암봉들

 

13 : 02 '← 장천제 1.9km * → 환희대 0.5km * ↓ 천관사 1.8km' 구정봉 능선, 대세봉 밑에 이르
러서야 다른 사람들을 보게 되었는데 억새능선에도 등산복 꽃이 피었다.
"천관산이라고 한 무슨 까닭이 있겠지?"
"그럼. 천관산에 얽힌 전설이 있지. 지금은 힘드니 점심 먹으면서 얘기해 줄게"
땀을 훔치랴 씩씩거리며 오르랴 이럴 때는 말하기도 힘든다.

 

13 : 11 천주봉도 지나고
13 : 17 환희대에 올라 주저앉으려는 친구를 달래 구룡봉을 향해 그냥 내려간다.

 

 

                                                     천주봉(天主峯)

 

 

                                 구룡봉(九龍峰)으로 가면서 본 진죽봉(鎭竹峯)

 

13 : 31 월출산 구정봉과 마찬가지로 아홉 마리의 용이 어쩌고저쩌고...했다는 구룡봉.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 한 패가 막 출발하고 우리 뒤를 따라 오르는 이들이 있어 가장 높고 깨끗
한 물이 고여있는 비교적 평평한 바위 위로 조심스럽게 올라 늦은 점심밥을 먹는다.

 

 

                                      도암만 건너 만덕, 덕룡, 주작산 등이 보인다.

 

 

                                              바위 위에 바위가 있고

 

 

                                          구룡봉에서 본 억새능선과 연대봉

 

"천관녀라는 기생 생각나지?"
"아∼ 그래. 김유신이 말 머리를 베어버린...?"
김유신에게 버림받은 천관녀는 경북 월성군 내남면 일남리 뒷산에 암자를 짓고 숨어살면서 김유
신의 성공을 빌었다.
삼국을 통일하고 경주로 돌아가던 김유신이 이 소문을 듣고 찾아가 경주로 돌아가기를 원했다.
천관녀는 자기는 천관보살의 화신으로 김유신이 큰 일을 할 사람임을 알고 기생이 되어 시험했으
나 이제 자기의 일도 끝났고 두 사람의 인연도 끝났다면서 거절했다.
김유신이 고집을 꺾지 않자 주문을 외워 하늘에서 내려온 백마를 타고 사라지자 김유신이 말을
몰아 뒤를 쫓았는데 천관산에 와서 놓치고 말았다. 

 

이래서 천관산에는 천관보살이 산다는 것이며, 신라 때부터 천관보살 신앙의 터전이 되어왔다.
신라 진흥왕 때 통령(通靈)화상이 천관사를 세웠다고 전해지나 지금 건물은 1963년 장한택 스님
이 극락보전을 세워 천관보살을 모셨고 신라 말에서 고려 초에 조성되었을 삼층석탑은 보물 제
795호로 지정돼 있다.

 

 

 

                                            바다 건너 약산도 삼문산도 보이고

 

 

                                                       부처상 ?

 

14 : 32 사방을 둘러보며 오래 쉬었던 구룡봉과 작별하고 출발.
14 : 46 이마를 맞댄 듯 다정스럽게 보이는 부부바위를 지나면 환희대다.

 

 

                                                        부부바위

 

은빛 억새 꽃이 바람결에 춤추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격했을까?
지금은 비록 마른 이파리만 남았으나 황금능선이라 불러도 이의가 없고 억새와 함께 사진을 찍으
려고 밟았는지 길 아닌 길들이 곳곳으로 나 있다.

 

15 : 01 '장흥 11. 2001 복구' 삼각점이 있는 천관산 정상 연대봉(烟臺峯)은 해발 723.1m이고 환희
대(歡喜臺)는 720m라고 하나 멀리서 보면 환희대가 더 높게 보이는 것은 뾰족한 암봉 때문인지
모르겠다.  
옛날 옥정봉(玉井峰)이라 불리기도 했던 연대봉은 고려 의종 때 봉화대를 설치했던 곳이니 만큼
전망이 뛰어나고 날씨가 좋으면 한라산이 보인다고 한다.
바다에 떠 있는 큰 섬, 작은 섬 그리고 주변 산들이 친구들을 얼른 일어나지 못하게 한다.

 

 

                                                정상표지석과 함께

 

15 : 13 봉화대 돌계단을 타고 내린다.
감로천 물을 안 마실 수 없다.
이정표에는 '감로천 0.1km'라고 되었으나 실제 30여m 거리밖에 안 되고 한 방울씩 떨어져 가득
채워진 바가지 물을 맛보니 감로수가 따로 없다.

 

 

                                                 억새평원과 구정봉 능선

 

 

                                                         감로천

 

15 : 30 환희대로 다시 돌아오자 진죽봉 쪽으로부터 단체 산행객들이 몰려온다.
아마 먼 곳에서 왔나보다.

 

 

                                     환희대에서. 멀리 억불산과 제암산도 보이고

 

15 : 36 처음에는 진죽봉 능선을 따르다 천관사로 내려가려고 했는데 산길이 있는지 의심스럽고
시간도 너무 늦어져 왔던 길을 다시 이용하기로 했다.
천주봉 왼쪽 사면으로 희미한 길이 보이자 호기심이 발동해 들어서니 그런 대로 걸을 만 했으며
대세봉도 지나게 되는데 오히려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앞에 보이는 암봉 왼쪽으로도 길이 계속 이어진다.

 

16 : 14 포복을 하며 고생했던 길아닌 길을 버리고 좋은 길을 따르면 경사가 급하고 돌이 깔려
미끄러운 지점도 있으나 휘파람이 나올 정도다.
16 : 28 '사관천' 팻말 있는 임도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30m 가량 가자 나무가지를 가로질러 놓았
던 곳이다.
교형씨가 생고생을 하게 만든 나무가지를 치워버린다.

 

16 : 31 천관사에 닿자 흰 개가 꼬리를 흔들며 반겨준다. 

 

 

                                         천관사 앞의 억새가 너무 아름다워서

 

 

                                             천관보살을 모신 극락보전

 

 

                                          보물 제795호로 지정된 삼층석탑

 

* 참고서적 :  1. 돌베개社  '답사여행의 길잡이-5 전남'

                  2. 전라남도  '전남의 명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