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변의 좋은 산을 검색해 보다가 수리산을 가 보기로 한다. 11월 21일(일요일) 8시 30분에 집을 나와서 안양역에 닿으니 10시 정각. 창박골로 가는 버스의 정류장을 찾기가 힘들다.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서 안양 중앙시장 건너편에 있는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10시 10분. 3분을 기다려서 10번 버스를 타고 5분 만에 병목안 삼거리에서 하차한다. 안양은 버스 정류장에서 노선번호별로 도착예정시각을 알려 주는 좋은 제도는 서울보다 먼저 도입돼 있는데 전철과의 환승할인제도는 아직 도입돼 있지 않아서 개선해야 될 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병목안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꺾어져서 병목안 시민공원 조성 안내판이 설치돼 있는 수리산 들머리로 들어간다. 넝쿨터널을 지나 멋지게 쌓은 돌탑을 거쳐 돌밭길을 지난다. 꽤 가파른 등로가 전개된다. 관모봉에 도착하니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꽤 많이 올라와 있다. 저 멀리 삼성산과 관악산이 보이고 모락산과 광교산도 조망된다.

 잠시 쉬다가 다시 태을봉으로 걸음을 옮긴다. 태을봉에 닿으니 12시 40분. 식사 대신 떡과 음료수를 먹는다. 식사를 하며 30분을 쉬다가 13시 10분에 다시 슬기봉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암릉구간중 가장 위험해 보이는 병풍바위가 나타난다. 암릉을 오르다가 내려가는 곳에 위험한 부분이 있어서 다시 되돌아가서 우측의 우회로로 간다. 암릉구간의 경치가 매우 좋다. 그래서 사람들이 수리산을 즐겨 찾나 보다.

 암릉의 정경이 주는 감흥에 젖어 한참 사진 촬영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67장 쯤 찍었을까, 갑자기 촬영이 되지 않으면서 메모리카드의 포맷을 해야 한다는 창이 디지털 카메라의 LCD 모니터에 뜬다. 그리고 포맷을 하면 여태까지 촬영한 데이터는 모두 삭제된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다. 여태까지 카메라에 담은 영상이 아까워서 메모리카드를 포맷하지 않고 카메라를 배낭 속에 집어 넣고 다시 산행을 계속한다. 왜 그런 이름을 지었는지 모를 밧줄바위가 나타나고 능선길을 타다가 슬기봉 못미처의 절벽에 위치한 바위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십분 쯤 쉰다. 그리고 다시 암릉길을 오르니 지적삼각점이 설치된 슬기봉이 나타난다.

 다시 능선길을 내려가니 안부에 슬기봉 사거리의 이정목이 설치돼 있는데 우측으로 내려가면 안양시이고 좌측으로 내려가면 만남의 광장, 직진하면 통제구역(군사보호시설)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시계를 보니 14시 43분. 이정목에서 통제구역 쪽으로 약간 오르니 우측에 ‘수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하 ‘수사사’)의 붉은 리본이 나타난다.

 그 길로 접어드니 초입부터 꽤 험하다. 그러나 취할 정도로 술을 마셨다든지 산행에 아주 서투른 사람이 아니면 통과할 만하다. 바닥의 흙이 물러서 붕괴되기 쉬운 곳을 조심해서 디디면서 군데군데 설치된 로프를 잡고 수사사 리본을 따라서 조심스럽게 진행한다. 능선길과 최대한 가까운 비탈에 사람들이 일일이 삽으로 흙을 파서 비좁고 험한 길이나마 만들어 놓은 흔적이 역력히 보인다. 이런 길이 거의 40분간 진행하는 등로에 이어져 있다. 참 대단한 정성이다. 적지 않은 시간과 노동력을 투입한 결과물을 딛고 있는 것이다.

 15시 21분에 군사도로로 내려온다. 비포장의 군사도로를 6분 정도 오르니 오른쪽에 군부대의 안내문과 함께 빈터가 보인다. 빈터로 들어가니 정상적인 등로가 다시 시작된다. 이 곳에서 스틱을 편다. 한참 오르다가 봉우리 정상의 군부대에서 개가 짖는 소리에 놀라서 오른쪽으로 꺾어지니 등로의 행방이 묘연해지고 벼랑이 나온다. 다시 오던 길로 되돌아가니 외길이라서 되오르다 보니 부대가 있는 왼쪽으로 내리막을 탔다가 다시 오르는 길이 있다. 높이 1 미터 정도로 바닥에 얼기설기 쳐 놓은 철조망을 따라가다 보니 높이가 3 미터는 넘을 듯한 철책이 설치된 길이 이어진다. 철책을 따라서 능선길을 걷다 보니 16시 7분에 네거리쉼터에 도착한다. 수암봉 정상까지 260 미터라는 표지판이 있다. 그리고 네거리쉼터의 바로 위에는 헬리포트가 있다.

 약간 거치른 오르막을 십분 정도 올라서 16시 20분에 수암봉에 닿는다. 사방으로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메모리카드의 고장으로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아쉽다. 음료수를 마시며 잠시 쉬다가 16시 27분에 소나무쉼터로 가는 능선길로 내려간다. 소나무의 솔 냄새와 푹신한 지릉길의 정취가 유다른 맛을 풍기는 운치있는 지릉길이다. 16시 38분에 소나무쉼터에 닿는다. 다시 등로로 진행하여 지도상에 335.3 미터라고 표기된 봉우리의 삼거리에 도착한 시각이 16시 46분. 직진하면 군부대(통제구역)이고 우측으로 꺾어지면 순례자성당까지 1650 미터라고 표기된 이정목이 설치돼 있다. 우측으로 내려가니 5분 만에 두 번째 삼거리에 도착하는데 직진하면 역시 군부대(통제구역)이고 우측으로 꺾어지면 순례자성당까지 1200 미터라고 한다. 다시 우측으로 꺾어져서 내려간다. 낙엽이 두텁게 깔린 등로를 조심하여 디디면서 내려가다 보니 눈 앞에 태을봉을 관통하는 두 개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보인다.

 민가가 가까워지면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17시 20분에 병목안의 중간부분인 담배촌으로 하산을 완료한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고가도로 부분이 아찔하게 올려다 보인다. 그 곳에서 좌측으로 꺾어져서 개울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산행을 시작한, 병목안 시민공원 조성 안내판이 보이는 삼거리에 17시 36분에 도착하고 17시 41분에는 병목안 삼거리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다. 도착 즉시 정차한 15번 버스를 타고 18시 5분에 금정역 삼거리에 내려서 전철로 귀가하니 19시 30분이다. 귀가후에 사진을 PC로 출력해 보니 메모리카드의 불량으로 14시 경까지 찍은 67장의 사진도 전혀 출력되지 않아서 이번의 산행기는 사진이 없는 산행기가 되고 만다.

 


오늘의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