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치: 경기도 가평군 북면 

2.코스: 천수사-능선-임도길-삼거리-촉대봉-촛대봉(1,125m)-하산길 

3.일자: 2004.11.13 (토)     

4.인원: 나,늘보,악동,이만썩,코브라 

 

새벽 공기를 가르며 금곡행 버스는 어느새 구리시계에 진입하고 있다.

버스안의 따스한 히터열기로 살짝 졸음에 빠져 든다.

버스의 심한 흔들림으로 몸이 통로로 휘청,쏠리다가 이내 화들짝하며 몸을 치켜 세우니 벌써 금곡 사거리 목화예식장 앞을 지나고 있다. 금곡 남양주시청 주차장이 오늘 만남의 장소이다. 육교 앞에 하차하고 김밥 집에 잠깐 들러 김밥 몇 줄 베낭에 넣고 부랴부랴 남양주시청 안으로 들어선다. 늘보와 이만썩여사가 벌써 도착해 있다. 

7시 30분으로 좀 이른 시간인데도 경춘 국도는 벌써 많이 붐비고 있다. 오늘 철원이 영하4도 가량 되겠다는 일기예보에다 어제 하루종일 거칠게 불던 바람이 밤 새 사그라져 오늘아침 날씨는 아주 전형적인 선선한 늦가을 날씨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하늘이 상쾌함을 더해 준다. 때마침 악동과 코브라가 도착한다.  

 

7시 50분 출발이다. 

대성리,청평,가평초입에서 명지산 가는 좌측길로 들어서니 추수가 끝난 들판은 황량함과 쓸쓸함으로 가득차 있다.  목동리를 지나 화악2리 방향으로 10여분 들어오니  ‘광악민박’, ‘천수사’ 표지판이 보인다. 이곳이 촛대봉 산행의 들머리임을 확인하고 길가의 여유있는 공간을 찾아 주차한다.(09:20)

09:30 세멘도로를 따라 천수사 방향으로 약간의 경사를 오르기 시작한다.  

천수사앞 계곡  누각의 오른쪽 암벽을 보니 흐르는 물줄기 따라 고드름이 얼음조각 작품처럼 얼기설기 맺혀져 있다. 이곳의 날씨가 영하임을 보여주는데 자연의 신비로운 풍경이다.

 

오랫동안 사람의 흔적이 없는 왼쪽 급경사 등로를 따라 오르기 시작한다.  이 등로는 잣나무숲으로 짙은 잣향 냄새가 가득한데 거칠게 호흡하는 폐속 깊숙이 잣향이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이다. 10여분 만에 능선길이 잘려지면서 군사도로같은 임도를 만난다.  바위 옆에 매어진 밧줄이 이 길의 지능선길임을 알려준다.  이제 능선길은 완만한 경사로 바뀐다. 맞은편 홍적고개에서 올라가는 능선의 윤곽이 선명한데 내가 올라가는 높이를 가늠하게 해준다. 두세 번의 쉬임을 하다 보니 어느덧 정상의 주능선길에 올라서는 마지막 급경사 길이다. 계속 이어지는 깔닥 코스를 거친 숨을 고르며 올라서니 삼거리 길에 다다른다.  

앞에는 두개의 뾰족한 봉우리가 쌍둥이처럼 손에 잡힐 듯이 지척에 보이는데 촛대봉까지 1.4km라는 표지목이 보인다. 우측으로는 홍적고개에서 올라오는 코스이다.(11:10) [천수사 2.8km, 홍적고개 4.4km, 촛대봉 1.4km] 

대부분의 주능선 길처럼 약간의 오르막 내리막의 반복이다. 바람한점 없이 따스한 햇볕을 고스란히 받으며 정상을 향한다.  

저멀리 서북쪽으로 국망봉, 명지산, 화악산이 보인다. 첫 번째 정상에 올라서니 정상석이 보이지 않는다. 단지 촛대봉이 0.7km 남았다는 표지목만 서있는데 아마 이곳이 촉대봉이 아닌가 싶다. 서둘러 촛대봉으로 향한다.  

정상에 올라서니 입간판에 촛대봉 정상(1125m)라고 씌여 있고 좌측에 보이는 먼곳의 미사일기지가 보이는 곳이 화악산이라는 것과 바로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응봉이라는 표지판과 함께 등산로가 없다는 표시가 되어 있다.(11:50)   

 

동남쪽 방향으로 약간 내려서니 우리일행 5명이 앉아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산상의 만찬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 영하의 날씨라 추위가 느껴질때 하산을 서두르기 시작한다.(13:00)  

오늘 4년만에 함께한 코브라가 가방에서 큰 비닐봉지를 꺼내들더니 주변을 청소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바쁜 개인사로 산에 올 시간이 없어 무척 아쉬웠는데 이젠 한달에 한번 산을 찾을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며 그동안 산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할 단어가 없다하면서 휴지,오물이라도 주우며 산사랑을 표현하고 싶다 한다. 하산길 내내 큰 보따리 두개정도(15L×2)의 쓰레기를 주우며 내려가는 이제 쉰을 넘긴 코브라가 해맑은 소년처럼 느껴진다. 산에서 얻는 것이 많으니 하나라도 산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아주 간단한 논리로서 '산을 찾을 여유가 있어 행복한거고 산에서 건강이 담보되니 행복한거고 좋은 친구들과 세월을 즐기니 행복한거 아니겠냐'는 나름대로 명쾌한 행복론이다. 하산길 힘도 안드는데 주우면서라도 내려가야지 맹하게 왜 그냥 내려가느냐는 얘기다. 아무튼 우리는 그저 ‘네말이 맞다맞다’ 하면서 코브라의 뒤를 따라 내려가며 어설프고 낯설은 자세로 슬슬 줍기 시작한다.

오후 세시쯤 천수사 초입지점으로 하산하고 마석,평내구간에서 한시간가량 지체로 서행하고 남양주시청에 도착한 시간이 다섯시를 넘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