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에 파묻힌 도봉산,

함박눈이 억수로 날리는 날
하필이면 도봉산을 오른다.

산도 하얗고 바위도 하얗고
파란 소나무도 하얗고
낙엽진 나무도 하얗다.

앞에가는 사람도 하얗고
뒤에오는 사람도 하얗고
다락능선 길도 전부 하옇다.

하늘은 뿌였다 못 해
하늘과 산이 맛 닿아
우주와 지구가 손을 잡았다.

앞서 간 수 많은 사람들이
하얀 눈이 쌓인 길을 걸으니
눈은 아프다고 울부짓고,

그 울부짓음이 한이 되어
미끌 미끌한 빙판 길을 만들어
발자욱 옮기기가 너무 힘들다.

눈 보라는 치고
앞서가는 등산객으로
바위길은 지체를 하고 있었다.

올라 갈 수록 눈은 더 많고
눈은 끝이지 않고 계속
나비가 꽃을 찾아가 듯이...

하늘 하늘 춤을 추면서
눈 오는 날 산행을 한다고
우리를 즐겁게 마중을 한다.

가도 가도 미끄러운 길
눈은 하얗게 대지를 덮어
자거운 겨울바람을 막아준다.

하얀 눈을 맞으며 오르니
까맣게 멍이든 가슴을
하얗게 덮어주는 것 같다.

이렇게 눈이 날리는 날에는
바위길을 피하여 우측으로
우회길을 따라 돌아가야 한다.

포대능선에 올라서니
더 많은 눈이 퍼부어
만장봉으로 가는 길은 접어두고,

우리는 사패산쪽으로
방향을 바꾸어서 가다가
헬기장에 자리를 펴고,

동태찌게를 끓이고
후미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가
함게 모여 점심식사를 하였다.

눈 속에 바람이 불어와
추위가 기성을 부리는데,
따뜻한 동태찌게와 밥을 먹으니,

속이 조금은 따뜻하여 진다.
오가피주를 한잔 마시니
그 맛이 눈 처럼 젖어든다.

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나 보다.
이렇게 함박눈이 쏟아지는 날
산행을 하는 멋은 너무 즐겁다.

나무마다 하얀 눈을 이고
바위마다 하얀 눈을 이고도
무겁다고 힘든다고 소리치지 않는다.

겨울산행의 멋은
눈 꽃을 보는 것 만으로
하얗게 마음을 비울 수 있어 좋았다.



▣ 길문주 - 넘 환상적인 산행을하신 님이 넘 부럽네요....
▣ 도봉산 - 국립공원에서 동태찌게는 옥의 티인듯..........................
▣ 동감 - 맞아여 그러면 안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