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지령산~전막산(금북01)

1:25,000지형도=근흥. 소원. 태안

2005년 3월 20일 일요일 구름조금(-0.1~11.3도)   일출몰06:40~18:46

코스: 안흥방파제06:00<3.2km>▲지령산07:30<2.5km>낙당골주유소08:30<2.5km>도황재09:00<4.5km>용신삼거리10:30<4.0km>▲전막산11:30<4.0km>장재12:30<4.5km>유득재14:00

[도상25.2km/ 8시간 소요]

지형도   지형도
 

개요: 충청남도 태안군 근흥면의 안흥방파제에서 능선을 타고 경기도 안성군 금광면과 죽산면 사이의 칠현산(516.2m)에 이르는 금강(396km)북쪽의 금북정맥은 도상거리만도 260km에 달한다.

그러나 최고봉이래야 오서산의 790.7m가 고작일 뿐 대채로 해발 사오백미터대를 오르내리는 야산구간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특유의 애매한 지형 탓에 자칫 옆길로 빠지기 쉬운 구간이 많기도 하다.

최고봉 지령산    낙당골주유소 지나서 본 최고봉 지령산
 

이번 코스의 유명산인 지령산(205.9m)은 국방과학연구소가 정상을 차지하면서 주변을 철책으로 둘러싸 삼각점 확인조차 불가능하지만, 정상주변의 깎아지른 단애위로 서면...,

남쪽으론 태안해안국립공원의 망망대해가 펼쳐지고, 서해안 갯벌자락에 묻어 사는 해안마을의 정경이 한폭의 풍경화를 펼쳐보여 주기도 한다.  

지령산에서 내려다 본 갈음이해수욕장~신진도~마섬    지령산에서 내려다 본 갈음이해수욕장~신진도~마섬
 

연포해수욕장이 있어 도황리까지 편입된 태안해안국립공원은, 리아스식 해변에 길고 긴 백사장이 연결되 있고, 150여개의 작은 섬들엔 해송이 무성해서 서해낙조와 해변풍치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사철 찾아든다.

조수간만의 차가 심해 백사장 못쟎은 갯뻘이 바다 멀리까지 얕으막하게 깔려있는 이곳 연안 일대는, 1978년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전막산 오름길에 돌아본 이번 코스 전반부    전막산 오름길에 돌아본 이번 코스 전반부
 

후반부의 전막산(101.4m)은 뚜렷한 조망도 없고 삼각점 하나 달랑 하지만, 울창한 수림으로 제법 심산에 든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거길 내려오면 수룡저수지를 끼고 한참을 603번 지방도를 따라야 한다.

이렇듯 방파제와 해변 모래사장, 아스팔트 포장길은 물론 작은 자갈 빠그락거리는 신작로(장재에서 유득재까지), 수레길, 산책로 오솔길, 토끼길까지도 함께하는 이번코스의 모든 골짝물들은, 한결같이 곧장 황해바다로 빠져든다.

외깥염전 가는길에 본 근흥 앞바다    외깥염전 가는길에 본 근흥 앞바다
 

가는길: 서해안 고속국도 서산 나들목에서 32번도로 장산 삼거리로 와, 603번 지방도로 갈아타고 신진대교까지 가서, 안흥방파제따라 걸으면 등산로 초입은 쉽게 찾을 수 있다.

120m봉 오름길은 비교적 수월한데, 하산길엔 폐막사가 전쟁의 상처로 남아있고 전설의 고향에나 나옴직한 누옥 한 채 널부러져 있다.

140m봉 오름길은 해안선따라 이어지지만 일부러 갈음이 해수욕장으로 내려서서 백사장 한번 거닐어보는 것도 산행의 운치를 더할 수 있어 좋다.

한적한 갈음이 해수욕장  한적한 갈음이 해수욕장 
 

140m봉 오름길의 상층부 전망바위로 나서면 서쪽으론 해안국립공원의 아름다운 모습이 적나라하고, 능선길의 동쪽으론 지령산의 군사시설물이 뚜렷하다.

140m봉 하산길은 제법 가파르게 쏟아지는데, 내려선 포장도로에서 지령산 오름길은 초반엔 희미해도 이내 군부대의 높다란 철책따라 위로 치닫게 된다.

철책이 끝난 절개지에서 다시금 너덜길로 정상을 향하면 이번엔 국방과학연구소의 군사시설물을 철조망으로 보호하고 있다.

지령산 꼭대기의 철조망    지령산 꼭대기의 철조망
 

여기서 산행길은 좌우로 갈리는데, 더 높아만 보이는 좌측으로 향하면 북쪽의 정산포로 향하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찔레꽃 가시덩굴이 걸치적거리는 오른쪽 철책선을 따라 계속 나아가면 이윽고 국방과학연구소 정문을 지나쳐 작전도로를 이용해 삼거리까지 내려가게 된다.

삼거리에서 다시금 날등을 타면 얼마 못가서 가파른 절개지를 내려서야 다음능선으로 이어지는데, 워낙 가팔라서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

가파른 절개지   가파른 절개지
 

절개지를 건너선 다음 산길은 최근에 박아넣은 보조삼각점에서 다시한번 603번 지방도로 내려섰다가 또다시 숲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완만한 구릉지대인 침엽수 오솔길 왼편의 북쪽으론 정산포방면의 해변이 절경으로 와닿고, 맞은편의 법산리와 마금리의 작은 산야들이 발치아래로 펴쳐진다.

지형도엔 납탑골로 표기되 있지만 주유소가 있는 정죽2리 버스정류소엔 낙당골주유소로 표기를 했는데, 선답자들은 죽림삼거리로 기록하기도 했다.

북쪽 정산포항 방면   북쪽 정산포항 방면 
 

주유소를 등지고 숲길로 들어서면 분기봉 80m봉에선 길이 갈리는데, 북동쪽으로 내려서야 도황삼거리로 불리는 외야골로 내려설 수 있다.

외야골의 경운기길에선 북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야 정상적인 등로를 따를 수 있고, 작은 동산 하나 넘어서면 연포해수욕장으로 향하는 도로를 만나게 된다.

이어지는 산길은 장승 네그루를 지난 십자 안전표시판 뒤로 이어지고 연포해수욕장 관리구역 덕분에 잘 정비된 [산책로]는 해송이 무성하다.

도황삼거리서 본 고장동 방면   도황삼거리서 본 고장동 방면
 

이 능선길은 100m봉~110m봉~120m봉~110m봉을 연결하며 제법 오르내리는데 마지막 110m봉에선 급작스레 동쪽의 용새골로 떨어져야만 논두렁 저습지를 피할 수 있다.

용새골에선 숲속으로 들지 말고 해안선 도로를 따라야 한다. 가는길 해변가엔 염전과 뻘밭이 있어 한번쯤 짬을 내 봄직도 한 그 길은, 근흥중학교앞에서 603번 지방도와 만난다.  

바라본 북동쪽의 백화산(284.1m)    바라본 북동쪽의 백화산(284.1m)
 

후동고개 뒤편으로 전막산    후동고개 뒤편으로 전막산 
 

이어지는 등로는 학교 뒷산으로 연결되는데 능선길엔 장의자가 휴식처를 제공하기도 한다.

[근흥409]삼각점의 73.2m봉을 지나쳐 후동고개 향하는길에선 조망이 좋아 근흥해변은 물론이고 맞은편의 백화산까지 바라볼 수 있다.

임도 하나 건너서 후동고개로 내려서면 마늘밭 너머로 전막산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가족묘지 두 곳 지나치고 밤고개를 통과, 전막산 정상에 오르면 지나온 산하가 구비치고 좁은 공터엔 삼각점 하나 박혀있다.

나윤목장  나윤목장 
 

수룡 저수지   수룡 저수지 
 

전막산 하산길의 [나윤목장]을 통과해서 또다시 603번 지방도로 내려서면 수룡저수지가 바다처럼 넓게 퍼져있다.

도로따라 가는 마금1리 복지회관 앞마당에는 100년을 넘긴 해송 한그루 보호수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20분 쯤 진행한 지방도에서 또 다시 산길로 접어들어 봉우리 하나 넘어선 법현마을부터는 수레길이 계속되다가 32번 국도와 만나는 장재로 내려서게 된다.

 법현마을 뒷산에서 돌아본 근흥반도     법현마을 뒷산에서 돌아본 근흥반도
 

장재    장재
 

장재에선 쉰고개 삼거리까지 내려가서 이번엔 비포장의 신작로를 따라 4.5km를 달려가야만 유득재에 도착할 수 있다.

도로 왼쪽으로 야산이 들쑥날쑥 하지만 선답자들이 시도해본 날등엔 산길이 전혀 없다고 한다.

다소 지루하긴 해도 그 길에선 톱니빠진 모습의 유득재 뒤편으로 백화산의 하얀 암봉이 조망되고 저 멀리 서산의 팔봉산이 등줄기를 다 드러내서 호기심을 부추긴다.

유득재 가면서 본 백화산     유득재 가면서 본 백화산
 

유득재 가면서 본 서산 팔봉산(361.5m)   유득재 가면서 본 서산 팔봉산(361.5m)
 

산행후기: 그동안 산악회일에 얽매이다가 오랜만에 무박산행길에 오르니 가슴이 설레인다.

아! 사년만에 다시찾은 자유, 해방감! 이 기분, 이 느낌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야릇한 흥분으로 낯선 산악회 차량에 오르고 보니, 여기도 친면이 많은 분들이 너댓명이나 된다. 그 중 가장 가깝게 지내던 한 분 옆에 한자리 차지했다.

물오른 생강나무    물오른 생강나무
 

오년전에 금북정맥을 하다가 중도에 포기를 했기 때문에, 그 시발점인 오늘 산행은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 당시의 산행기를 들여다 보면 신변잡기에 불과하다. 혼자 쓰는 글보다는 여럿이 보는 글이 더 많은 준비를 하게되, 짬짬이 산행기 하나 작성하는데는 이틀 이상 소요되기가 다반사다.

민들레    민들레
 

그나 저나 걱정이다. 지금껏 정맥길만 진행해온 낯선 팀에서 낙오는 면할 수 있을런지...! 더군다나 사진 찍어가며 압박붕대 감고다니는 내가, 집중시선이나 받지 않을까 걱정이다.

까짓거, 안되면 중도에 포기하고 내려가야지 별 수 있나 뭐, 억지로 자위를 하며 처음부터 뒤처지기 시작하는데, 후미대장의 관심이 버겁다.

말냉이    말냉이
 

내가 다 알아서 할터이니 먼저 가시라 하고는, 갈음이 백사장에서 머뭇거리다가 겨우 후미팀에 따라 붙었다.

그런데, 140m봉을 통과한 지령산 오름길을 앞둔 갈음이재에서 다들 버스편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가! 그 많은 인원중에서 겨우 일곱명만 정상을 향했단다.

이거 큰일인데...! 오랜 지기인 곁엣분의 눈치를 살피니, 좀 늦더라도 정코스를 다 타자고 한다. 조오~치요^^**

엄나무  엄나무 
 

군부대 철조망 따라가는 가시밭길엔 벌써 제비꽃이 하얀 자태를 드러냈지만, 촬영조건이 좋지를 않아 포기를 한다.

걸음을 바삐해보지만 좀처럼 앞서간 건각팀의 모습을 찾기란 힘들다.

그러다가 낙당골 주유소에 도착하자, 길 건너편에서 한 분이 기다리고 계시다가 식사들은 하셨냐고 묻는다.

예, 아직 못했습니다. -다른 분들은 다들 조금전에 떠났습니다.

광대나물    광대나물
 

한 봉우리 올라서자 곁엣분이 도시락을 펼쳐드는데 좀 전에 행동식으로 해결한 나는, 그들 두 분보다 앞서가기 시작한다.

80m봉 직전에서 아까 기다려주던 그 분이 먼저 다가오신다. 우리 인사나 하지요. -예, 저는 곽연기라고 합니다. -예에~, 그 유명하신 곽선생님이 바로~! 아이구 대선배님 반갑습니다. 저는 문종수라고 합니다.

선생님은 저를 잘 모르시겠지만, 금남정맥 이후로 늘 선생님의 글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요. 이거 정말 반갑습니다.

소년같은 대선배님   소년같은 대선배님 
 

선배님이라 불러도 되겠습니까? 싱긋 웃음으로 맞이하는 그 분과 나는 금새, 전에부터 잘 알고 있었던 사이가 되어서 내도록 산행길을 함께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용새골에서 우리는 헤어지게 되었는데,  

내가 잠시 숲속길로 들었다가 해안도로로 나오자 ,그 분은 누군가 한 분 뒤에 처졌다며 기다렸다 함께 갈테니 먼저 가란다.

아니, 내가 맨 뒤인데 나 말고도 누가 또 있나요? -아, 예 먼저 가세요.

연포해수욕장 가는길의 장승     연포해수욕장 가는길의 장승
 

곁엣분과 함께 전막산 정상에서 삼각점을 친구삼아 중식을 들고 있는데, 땀으로 범벅을 한 선배님이 올라오신다.

용새골 내려서기전의 120m봉까지 되짚어 가 봤지만 끝내 찾을 수가 없더란다.

선배님 잘 보세요, 제가 바로 그 사람 아닙니까? -아, 맞네 맞아! 이런 내가 사람도 못알아보고, 우째 이런 일이...!

아침 여명에 정글모를 썼던 나를 기억하고 있었던 선배님은, 더운 날씨에 삼각건으로 해드밴드를 한 나를 다른사람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큰개불알풀-1     큰개불알풀-1
 

우리의 첫 만남은 그렇게 배배 꼬여서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지만, 산행길 끝까지 함께 해 주셔서 여간 든든한 게 아니었다.

이미 일대간 구정맥을 완주한 그 분은 다음 주부터 새로운 코스로 도전하겠다니, 이제 또다시 산길에선 만나기 힘들어졌다. 그래도 우리는 자주 만날 것을 약속하였다.

아무쪼록 선배님의 앞길에 만사형통만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큰개불알풀-2    큰개불알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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