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뾰루봉-화야산-고동산-와수입

산행 일시 : 3월 20일

산행자 : 나홀로

산행거리 : 약 13km


 

청량리 현대뉴코아 앞에서 6시 50분 1330번(1400원)

8시 청평에 도착하여 8시 10분 설악행 시내버스(1100원) 타고

뾰루봉 입구에서 하차. 내리자마자 들머리다.


 

오랜만에 산행기를 쓴다.

감회가 새롭다.

산행기를 못쓰는 가장 큰 이유는 정성의 부족일게다.

바쁘긴 누군 안 바쁜가 세상살이 다 그렇지.


 

오늘은 한강기맥하는 날이다.

벌써 몇 번째 불참인가.

저번에 북한산에서 발목이 고장이 났다.

발목이 어느 정도 회복은 됐으나 7~8시간의 산행에는 무리인듯하다.

나 때문에 다른 분들께 폐를 끼칠 것 같다.

발목 회복 여부를 테스트 할 겸해서 5시간 정도의 산행지를 찾다가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화야산이 불현듯 생각이 난다.

전날에 대강 조사를 마치고 새벽에 집을 나왔다.


 

오늘은 참 운수가 좋은 날이다.

청평에 도착하니 10분 후에 떠나는 버스가 있다.

“뾰루봉을 갈려는데, 어디서 내리나요? ”

“네 뾰루봉 1100원입니다.”

뾰루봉 들머리가 정류장 이름인 뾰루봉으로 통한단다.

버스로 10여분 가서 내리니 바로 뾰루봉 들머리다.

현재 시각 8시 25분.


 

입구에 안내도가 있는데 조그마한 것이 산그림도 예쁘게 그렸고 구간별 거리와

구간별 시간대를 자세히 적어났다.

매번 가평산을 가면서 느꼈지만 가평군의 안내도, 이정표는 참 친절하다.


 

뾰루봉까지 2.1km이다.

처음에 있는 시멘트 도로를 약 100여m올라가니 산소가 4분상이 있는데 왼쪽으로 돌아가면 길이 있다. 이어서 잔나무 숲의 평범한 길이 이어지다가 슬슬 가파라지는데 정도가 심하다.좀 가면 덜하겠지 했는데,결론부터 말하자면 뾰루봉 정상까지 지독한 가파름이 계속된다.

20여분가니 이젠 그 도를 넘어서서 길이 일자인데 경사도가 70도는 되겠다.

왜 등로가 일직선일까 조금이라도 꼬불거리지라고 생각하며 힘들게 능선에 올랐다.

오르자마자 또 급경사다.

헉헉거리며 매번 그러지만 “내가 왜 고생을 사서하지.참 내 ”

널찍한 봉우리에 도착했다.뾰루봉이길 바랬으나 거리상 분명히 아니지.

이젠 내리막길이다. 다 내려가니 철탑이 있고 그곳을 지나니 옆사면으로 길이 나 있다가

왼쪽 산등성이로 길이 꺽이며 그냥 또 급경사로 돌아친다.

이젠 밧줄까지 매어있는 암릉이다.두발,두손으로 기어 오르며 죽죽가니

드디어 뾰루봉 정상이다.


 

날씨가 흐린데도 전망 한번 끝내준다.

북한강이 진녹색으로 길게 보이고 청평읍내도 저 아래고 춘천가도도 저 멀리 꼬물꼬물 보이며 오른쪽으로 호명산도 멋지게 보인다.

가끔 운치 있는 기차 기적소리도 들린다.

1시간 15분 걸렸다.계속 급경사라 2.1km를 그 시간이 걸려 왔다.

화야산까지가 4.98km인데 그걸 두시간에 갔으니, 뾰루봉까지가 가파르기는 가파른가보다.


 

사과 반쪽 먹고 일어나 화야산으로 향했다

.4.98km이다.이미 고도는 높였으니 힘은 들지 않을 것 같다.

저 멀리 화야산이 어렴푸시 보인다.옆사면에 눈이 하얗다.

등로가 녹아서 질퍽하다.그걸 피해 가느라 옆 풀속으로 걸어가다 나뭇가지에 이마를 꽝했는데 무지 아프다.

“이런 젠장”


 

깨알 만한 벌레 떼들이 날아 다닌다.봄이 서서히 오고 있나보다.

오면서 등산객을 한명도 만나지 못했다.홀로 산행은 호젓해서 좋다.

화야산까지는 그저 평범한 능선길이다. 몇 번 봉우리를오르락 내리락 두시간하니 드디어 화야산 400m 표지판이 보인다.화야산 정상은 헬기장인데 진흙이 질펀하다

이곳부터 등산객이 서서히 보인다.

정상에서 살짝 벗어나니 들판에 점심을 드시는 산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자리 잡고 김밥을 먹고 고동산으로 향했다.


 

고동산까지는 3.6km이다.

그곳까지도 평범한 등로이고,가평군의 이정표가 요소요소에 세워져 있다.

고동산에 도착하니 웬 개한마리가 살기 있게 으르릉 댄다.

내가 놀라워하니 개 주인이 그 개목줄을 잡고 있다.저렇게 가끔 사람에게 덤비나 보다.

그러면 개를 데리고 오지 말던지 개줄을 잡고 다니던지 해야지 그냥 풀어 놓으면 어쩌란 말인가. 개눈치를 살금 살금 보며 경치를 구경했다.

고동산 조망도 좋다.오늘은 날씨가 흐릿하고 가스가 사방에 차 있어서 멀리는 못본다.

맑으면 양평쪽 산들(곡달,통방,유명,용문산...)이 잘 보일 것 같다.


 

고동산 이후로 문제가 생겼다.

그렇게 친절한 이정표가 이후로는 없다.내려가는 길이 문제다.

고동산에서 다시 오던 길로 내려가 사기막으로 내려 갈수 있는데 그러고 싶지는 않고 ,

고동산 정상에서 사방으로 낭떠러지라 북한강 쪽으로 갈수 있는 등로가 없다.

마침 등산객이 있어서 물어보니 좀더 진행하여 능선을 계속 타면 강가로 내려 갈수 있다고 한다.지도를 보니 대략 3km는 되겠다.


 

뾰루봉에서 오면서 표지기가 한 50m마다 나부낄 정도로 많았었는데 고동산 이후론 거의 안 보인다.무조건 그쪽으로 진행하는데 커다란 봉우리 두 개를 지나도 오른쪽으로 내려가야할 길이 안보인다.

확신이 서지 않은 길을 가기가 얼마나 찜찜한가.

가다가 사탕봉지가 보이는데 이것도 혹시 알바하던이가 버린것이면...

되돌아갈까하고 뒤를 보니 고동산이 한참 뒤에 있다.

가면 길이 나오겠지하고 가다보니 드디어 표시기가 보였다.

오른쪽으로 90도 틀라는 신호다.

내려오는길이 무지 가파르다.한 20분 내려오니 발가락이 아프다.

가파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며 내려오다 어! 발가락이 아파?

이 등산화가 맘먹고 거금(?)을 주고 산 k2 신제품인데, 그럼 불량품이란 말인가.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저번에 산자령 갔을 때 발가락 통증은 전혀 없었다.

결론은 내리막길이 끔찍하게 급경사다.


 

1시간여 내려 오니 찻길이다.

현재 시각 2시 15분. 5시간 50분이 걸렸다.

발목 이상무!!


 

내려선 그곳이 바로 양평군과 가평군의 경계지점이다.차들이 많이 다닌다.

여기서 또 운수 좋은 일이 생겼다.

가평에서 차를 한번 놓치면 한 두시간 기다리는 일은 예사이다.한 10분 내려오다 엔진 소리가 크게 들려 뒤를 돌아보니 청평가는 버스가 오는게 아닌가.

그 기사님이 너무 너무 고맙다. 허리가 굽어지게 인사를 하고 버스에 올라 탔다.


 

청평역에서 또 기분 좋은 일이 생겼다.

기차시간이 앞으로 50분이 남았단다.

나홀로의 뒷풀이 시간으론 아주 딱 맞게 적당한 시간이다.

소주 한잔 했다.

밖에서 엠티온 대학생들의 소리가 시클하니 젊음이 부럽다.


 


 

허접한 산행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