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룡뇽을 보셨나요?
매화꽃을 보셨나요?
나비를 보셨나요?
그리고 딱따구리와 물새를 보셨나요?
전 오늘 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또 청 보랏빛의 화사한 개불알꽃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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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행 일 : 2005. 3. 19.(토) 맑음
○ 산행코스 : 태안사 - 외사리재 사거리 - 봉두산 - 절재 - 태안사
○ 산행거리 : 약 8km

                  (매표소 - 태안사 - 1.0km - 외사리재 - 2.5km - 봉두산

                    봉두산 - 1.5km - 절재 - 1.7km - 태안사 - 매표소)

○ 산의특징 : 봉두산은 전남 곡성군과 순천시 소재에 위치한 산으로 해발 753m의 비교적 완만한 산이다. 봉두산은 2/3능선까지 약 1m쯤 되는 산죽들이 자라고 있어 산행내내 사각 사각 산죽잎이 스치는 소릴 들을 수 있어 느낌이 좋으며 암능을 찾아볼 수 없어 편안한 느낌을 즐기며 산행할 수 있는 좋은산으로 태안사를 빙둘러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형상이다.

  

태안사 일주문 현판에는 봉두산이 아닌 '동리산(棟裏山) 태안사'라 되어 있다. 그런데 어찌 봉두산으로 개칭하였는지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봉황이 서식하는 나무가 오동나무이고 태안사가 자리잡은 곳을 둘러싼 주변산세가 오동나무 줄기 속처럼 아늑해서 동리산이라 불렀으며 둘러싼 주변산세의 최고점을 봉황의 머리 즉 봉두산이라 하지 않았나 추측할 뿐이라 한다.

  

봉두산의 장점은 탁트인 정상에 올라서면 천왕봉 중봉과 상봉, 그리고 토끼봉과 반야봉, 노고단, 만복대 와 왕시루봉 능선, 월영봉 능선, 차일봉 능선 등 지리산의 모든 모습을 한눈에 볼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까이는 구례의 오산, 그 뒤로는 광양의 백운산과 억불봉, 고개를 돌리면 남원의 문덕봉, 고리봉, 그리고 곡성의 동악산 줄기인 형제봉과 최악산, 또 고개를 돌리면 광주의 무등산까지 빙둘러 두루 살필 수 있다는 것이다.

  

○ 산행후기

 오늘 산행 중 가장 가슴설레게 한 도룡뇽의 모습을 먼저 올립니다.

우연히 물속에 잠긴 하늘빛과 나무 그림자를 촬영하려던 중, 따스한 봄빛에 마실나온 도룡뇽과 마주치게 되는 행운을 잡았습니다.

  

금요일 저녁.

여수의 Mt사랑님이 전화를 하여 토요일에 같이 산행하자고 합니다. 그래 밤늦게 서둘러 산행지를 살피다 결정한 곳이 봉두산.

  

아침 10:00경에 만나자 하여 느긋하게 도시락을 싸들고 광주를 나서 곡성 나들목으로 들어가 곡성읍을 지나 섬진강 줄기따라 구례쪽으로 가다가 보성강과 합류하는 압록에서 우회전하여 보성강 줄기를 따라 태안사로 향합니다.

  

  

푸르른 보성강 줄기는 시원스레 산과 길을 따라 유유히 흐르고 그 강물빛에 잠긴 봄 햇살이 유난히 반짝이며 아름답게 빛납니다.

잠시 한켠에 차를 세우고 강물을 바라보며 시름을 씻어내며 강변을 걷노라니 매화꽃이 보입니다. 올들어 처음보는 꽃이어서 더욱 반가워 이번에는 산아래 매화나무 단지로 들어서서 열심히 그 모습을 담아봅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더니 오늘 비로소 봄을 맞은 듯 합니다. 이리 저리 매화꽃을 감상하고 있노라니 밭 주인이 다가와 미소지며 좋으냐고 묻습니다. 비록 개화후 닥쳐온 한파에 꽃이 시들어 있지만 아름다움까지 잃지는 않았으니 같이 미소지며 좋다고 답하고 청매와 홍매의 모습들을 구경하였습니다. 

  

오늘은 예감이 좋습니다. 그물에 봄이 많이 많이 걸릴 것만 같습니다. 가볍게 흥분되는 마음으로  다시 차에 올라 보성강을 건너 태안사로 향합니다.

  

보성강 다리를 건너 좌로 약 7Km정도 진행하니 태안사 입구가 나옵니다.

가늘 길목에는 예전에 교통사고로 피해를 입어 그 손해배상을 청구건을 대신 처리해준 할머니가 운영하는 조그만 구멍가게가 있습니다. 그 할머니가 지금도 살아계시는지 궁금한데 구멍가게는 문이 굳게 닫혀있고 사람이 사는 듯 살지 않는 듯하니 더욱 궁금하나 차량을 멈추고 들여다 보지는 못했습니다. 건강하게 살아계시면 좋을 텐데. 참으로 좋은 분이셨는데........

입구에 들어서 100m 정도 진행하면 태안사 매표소가 나옵니다. 요금은 금 1,500원.

산행지도를 살피니 그리 길지않은 산행코스입니다. 그래서 매표소를 조금더 올라가 조태일 시문학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봄사냥도 할겸 계곡을 따라 올라갑니다.

계곡 물소리가 제법 부드럽고 가볍게 느껴집니다.

  

  

돌이끼의 파릇한 새순이 푸른 하늘빛을 뚫고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두리번 거립니다.

  

나비도 봄바람에 살랑 살랑 날개짓하다가 이내 바위에 앉아 따스한 봄빛으로 힘을 충전하고 있습니다.

오색딱따구리도 부지런히 이나무 저나무를  옮겨다니며 부리를 쪼아댑니다. 아마도 겨울잠을 자는 나무들에게 봄이 왔음을 알리며 잠을 깨우려 함이 아닐까하고 생각해 봅니다.

  

지난 여름 홍수에 밀려 넘어진 나무일까요. 개울가에 누워 영혼을 씻고 있는 나무에 버섯이 아름답게 보금자리를 틀고 있습니다. 죽어서도 결코 죽지않은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개울가엔 제법 많은 나무들이 쓰러져 있고 부러져 있습니다. 그래도 물흐름은 멈추지 않고 둥글게 틀어 자란 나뭇가지 사이로 맑은 노래소리를 들려줍니다.

  

어느덧 산행들머리인 능파각이 보입니다. 능파각은 주위 경관과 계곡이 아름다워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저 다리를 건너 우측으로 오를 것입니다.

  

능파각에서 바라본 모습은 가을이면 더욱 아름다울 듯 합니다. 지금은 계곡의 맑은 물위로 마른가지와 푸른 솔만 보이지만 저 마른 가지가 단풍나무이니 짙은 홍옆이 물빛을 적시는 가을이면 더욱 아름답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운데로 보이는 계단길이 본격적인 산행길인 들머리입니다. 리본을 보니 많은 산악회에서 다녀간 듯 합니다.

  

산죽길을 따라 좀더 올라사면 다시 임도가 나오고 그 임도를 따라가다가 암자어 거의 이르러 다시 산길로 이어집니다.

  

역시 산죽길을 따라 오르면 능선사거리 재에 이르게 되고, 그 사거리에서 이정표를 확인하고 좌측으로 오릅니다.

  

 여전히 산죽길입니다. 능선이 원만하여 마치 동네 뒷산 걷는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산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오르고 있는데 이게 뭡니까? 녹슬은 철조망이 참나무 살을 뚫고 둘러져 있습니다. 이곳에서 태안사 방면으로 곧장 하산할 수 있는 길과 함께 사거리를 이루고 있는데 태안사 방면으로 진입을 못하게 쳐놓은 듯 합니다. 마을사람들이 고로쇠물을 채취하려고 그런 것인지 절에서 그런것인지 알 수 없으나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따스한 봄햇살에 바닷표범이 봉두산 기슭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습니다.

  

바닷표범의 시선을 따라가니 봉두산의 포근한 품안에 태안사가 편안하게 안겨있습니다.

  

봉두산 정상입니다.

정상은 그리 넓지않으나 한가하고 날씨도 청명하여 이리 저리 조망을 하는데는 전혀 불편함이 없습니다.

 

날씨가 너무 좋다보니 지리산 천왕봉이 너무 가깝게 보여 눈을 의심하며 다시한번 되집어 봅니다. 섬진강 건너 둥그스레한 봉우리가 왕시리봉, 그 능선을 쭈욱 따라가면 KBS방송국 안테나가 보이는 노고단, 그러면 그 노고단을 기준으로 우로보이는 둥근봉이 반야봉, 그 바로 우측으로 삼도봉과 살짝파인 화개재, 그리고 그 옆의 토끼봉..... 그리고 보니 맞습니다. 사진 맨 끝 마루금의 가장 우측부분의 약간 뽀쪽하게 보인 두개의 봉우리가 천왕봉의 상봉과 중봉, 그리고 노고단에서 말 안장처럼 생긴 능선을 지나 작은 고리봉과 또 둥그스레 하게 보인 봉이 만복대. 왕시리봉 앞의 푸른 능선이 월영봉 능선, 그리고 그 좌측의 또다른 푸른 능선이 차일봉 능선, 월영봉과 차일봉 능선의 가운데 계곡이 화엄사 계곡이고 쭈욱 따라올라가면 코재가 보입니다. 와! 정말 기막힌 날씨입니다. 설레는 가슴으로 카메랄 마구 눌러댔는데 역시 카메라 초보라 내 시야가 담는 능력과 카메라 렌즈가 담는 능력이 같은 줄 알고....... ㅎㅎ 미련팅이!

  

가운데 V자로 보이는 능선이 광양의 백운산입니다. 한재를 중심으로 우측봉이 백운산 정상. 그리고 그 능선을 쭈욱 따라가다 보면 희미하지만 뾰쪽하게 보이는 봉이 억불봉......

  

남원의 문덕봉 고리봉 능선이 역시 마루금에 걸렸습니다.

 

사진을 볼 수록 안타까운 맘이 더해갑니다. 광주의 무등산이 나뭇가지에 걸렸습니다.

  

 

역시 한가하게 산행을 즐기고 계시는 분들이 있어 맛있는 것을 내 놓으시면 좋은 것 보여주겠다고 했더니 달콤한 사과 두개와 솔향기가 나는 황토흙 지장수를 권합니다. 기쁘게 받아들고 저산이 무슨산 저산이 무슨산 열심히 설명하며 내가 가진 설레임을 나눠주었습니다. 그리고 Mt사랑님은 바람잔잔한 능선 한켠에 밥상을 차립니다.

  

  

봉두산에서 절재로 하산하는 길은 잠시 가파른데 얼었던 기운이 녹아 길이 질퍽이며 상당히 미끄럽습니다. 늙은 참나무도 미끌어 넘어져 팔꿈치를 다쳤는지 팔꿈치를 꺽어 보이고 있는데 그사이로 Mt사랑님이 엄살 피지 말라는 듯 웃고 있습니다.

 

절재 삼거리가 나옵니다. 여기서 좌측 태안사 방면으로.......

 

겨울바람이 제법 센지 능선에 쌓여있는 낙옆이 별로 두껍지 않습니다. 아마도 아래서 몰아오는 바람에 다 날라간 듯 싶습니다. 그러나 계곡 물소리는 여전히 흥겨운 노랠 불러댑니다.

 

부드러운 산죽길을 따라 내려가니 어느덧 태안사에서 오르는 임도가 나옵니다. 하얀 조각달 아래의 산죽길 사이가 날머리(들머리)입니다.

 

임도를 약 300m 정도 내려가니 태안사가 나옵니다. 조용히 태안사 뒤뜰로 들어서니 봄햇살이 가득한 곳에 개불알꽃이 청보랏빛으로 피어 반가이 맞이합니다.

  

 

 

태안사 대웅전을 살피고 이리 저리 경내를 휘돌아 보며 조용히 합장을 해봅니다.

  

  

가볍게 산행을 마치고 얼른 광주로 올라와 첨단산인 아우님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가기로 했는데 공연시작시간인 16:00이 훌쩍 넘어버렸습니다. 에구 글렀다.......

  

계획을 포기하니 마음이 오히려 편안합니다. 터벅 터벅 걸어내려오는데 무슨새일까 손살같이 빠른 날개짓으로 물속에서 무엇인가를 잡아먹으며 계곡을 오르내리다 결국 나의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Mt사랑님과 함께한 즐겁고 편안한 산행.

비로소 봄은 맘껏 그물어 건져 올리고 보니 광주로 돌아가는 마음이 설렙니다.

어서 가서 애들에게 보여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