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리움을 찾아서(삼봉산에서).

 

 

 -산행 일시: 2005.3.14.

 -산행코스: 백장공원- 백장암- 투구봉-삼봉산-백운산-금계산-금계암.

 -함께한 사람: 천운. 초생달. 마라톤. 그리고 나.

 

 

 

흔히들 말한다.

아이들은 미래를 좆고 노인들은 과거를 되 돌아 본다고.

모두가 현재에서 도망치려 한다.

그러나 현실을 부정할 수 없는 우리는 시간으로부터 영원히 자유로울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의 굴레에 묶여 있어야 편안함이

오히려 자연스러울지 모르지만 그만큼 무력한 시간은

또한 없을 것이다.

과거와 미래를 원한다면 그리움의 대상을 찾아 한번쯤

나서봄이 어떨는지......

 

 

<백장공원의 유래와 장승들> 

 

 07시에 집을 출발한 우리는 출근시간을 피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평소

시간보다 많은 시간을 소비한 후에 이곳 백장공원에 도착하였다.

더군다나 오늘 차량운행코스를 성삼재를 피하고 남원으로 돌아오는 길이

더욱더 지루함이 느껴지는 것은 시각 차의 효과일까.

 

 

 <백장공원의 옹녀와변강쇠의 장승>

 

 -산행 시작: 백장공원.

옛날부터 마을 어귀마다 익살스런 모습으로 서서 푸근함과 여유를

느끼게 해 주는 장승들. 이곳 백장공원에 몇 개의 장승이 서 있는지

헤아려 보지 않았지만 현대판의 물결 속에 슬며시 자취를 감춰 이곳까지

왔음은 분명 어떤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그 요란한 미소와 웃음을 기억하고 오늘 산행은 시작되고 있다.

 

 

 <백장암의 국보와 보물들>

 

-청정 암자 백장암에서.

백장암 오르는 코스는 인월에서 실상사쪽의 중간지점 도로변에 위치한

백장공원에서 시멘트 길을 따라 걸을 수도 있지만 결국 그 길을 포기하고

백장골로 들어서 산 능선을 타고 걷기로 하였다.

15여분의 소나무 숲길을 따라 백장암에 들어서자 말자 국보 제 10호인

삼층석탑과 보물 제 40호인 석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건만 주위의

어수선함으로 인하여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 가없었다.

 

<백장암에서 바라 본 조망>

 

 

 

주변공사를 하다 미루다 만 흔적으로 어지럽혀진 시선을 피하고 싶어

건너편 지리산 자락을 훔쳐본다.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 금새 바뀌는 것은 내 마음의 간사함과 이기적인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석탑에서 푸른 대나무 숲을 지나 암자에 올라 서본다.

정갈하고 청정한 암자의 모습은 내 마음의 동요를 갖고 오더니만 낮은 돌담과

대 숲 너머로 지리산의 마루 금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이곳 지리산 주변

암자들의 특징이 아닌가 싶다.

 

 

 

 <상고대의 모습들: 투구봉 오르기 전>

 

암자 옆 왼쪽 길 능선을 따라 산길은 계속 이어진다.

울창한 소나무에서 쏟아내는 솔 향이 산 객들의 후각을 후비며 이따금씩

비춰주는 아침햇살은 눈부심에도 결코 싫지 않음이……

가끔 전망이 트이는 곳에서 1000고지 능선을 바라보노라면 아직 상고대의

흔적이 우리의 발걸음을 재촉하게 만든다. 좀더 일찍 들어오지 못함을 후회하면서……

 

 

 

 

 <투구봉 정상석과 주위의 조망>

 

 -투구봉에서.

나무는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소나무 일색에서 참나무류의 활엽수로 바뀌어져

있었다. 지도상의 촛대봉은 어느 곳인지 모르지만 이따금씩 보여주는

상고대의 모습이 우리의 힘든 산행이 촉매가 된다.

투구봉에 안착하였다. 산불감시의 무인카메라가 주위를 감시하듯 우리도

그곳에서 인월의 여유로움과 팔랑재의 조망에 휴식을 취한다.

 

 

 

 

<삼봉산 정상에서 지리의 조망을>

 

 -지리산 모두를 볼 수 있는 삼봉산에서.

삼봉산에서 지리의 조망은 더 이상 설명으로 필요없다.

거대한 생명체 인듯한 지리산이 장엄하게 펼쳐지고 있는 모습에서

우리 조국 산하가 이렇게 감동으로 다가 올 때가 또 있을까 싶다.

병풍을 이루며 장쾌한 마루금을 긋고 있는 지리의 주 능선은 웅석봉에서

시작된 능선이 새봉. 쑥밭재. 하봉. 중봉. 천왕봉. 제석봉……

서쪽으로는 서북부능선이 북쪽으로는 백운산과 황석 기백산이 동쪽에서는

황매산이 우리를 부르는 것 같다.

 

 

 

 정녕 이 시간.

나에게는 부러울 게 무엇 이란 말인가.

과거와 미래를 접목시키고 있는 나는 현실에

진정 그리움이 무엇이란 걸 터득하고 있으니……

 

 

 

 <등구재에서 백운산을 향하여: 일석 이조의 효과>

 

삼봉산에서 아쉬운 조망을 마치고 남쪽으로 발길을 돌려 백운 금대산을

향하여 내려갔다.

부드러운 능선이 이어지더니만 등구재를 남겨두고 갑자기 고도를 낮춘다.

산행코스를 이쪽에서 시작했다면 상당한 된비알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이윽고 산의 모습이 거북과 같다 하여 登龜(등구재)사거리에

도착하였다. 좌측으로는 6.25때 지리산 임시수도였던 창원마을(6.25때 임천강 건너 철수 민들이 여기에 피난 보따리를 옮겨 오면서 사람과 가축들이 북적댔다 하여)로 내려서는 곳이다. 우측은 산내면 상황마을로 내려서는 곳이며. 여기에서 우리는 약 300m 고도를 올려 백운산 금대산으로 향하였다. 낙엽송과 잣나무 숲 길이 산자락을 꽉 메우고 있는 이 길은 간벌이 시작

되고 있음을 알렸다.

 

 <백운산에서 금대산을 바라보며>

 

 -지리산 第一金臺(제일금대)금대산에서.

김일손의 기행문 “창 앞에 다가와 우뚝 서 보였던 산”금대산에 와 있다.

백운산과 금대산은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과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의

도 경계를 이루고 있는 지리산에 가장 근접한 곳에 위치한 산이다. 뒤로는

법화산과 오도재로 연결되며 앞으로 임천강 건너 천왕의 주 능선이 속속들이

들여다 보이는 곳이 이곳이 아닌가 싶다.

금대산에서 보는 지리의 모습은 세심하게 살펴 볼 수 있는 맛으로 삼봉산의

그 맛과는 또 달랐다. 칠선계곡과 국골. 광점골 백무동의 한신. 지계곡까지

지리능선을 볼 수 있었다. 정녕 김일손 정여창 선조께서 이곳의 전망대를

제일금대라 함을 주장하고 있음이 설득력 있게 보였다.

 

 

 

-아뿔싸.

금대산을 내려 오면서 아무런 의심도 없이 산사태 지역의 시멘트 도로의

임도와 맞닿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정상에서 봤을 때 분명 밑에 보이는 암자의 모습을 확인한 우리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임도를 내려

오면서 “이상하다 왜 이쯤에서 천왕이 보이질 않지” 하면서도 계속 내려 왔으니…… 그곳은 금대암이 아닌 안국사였다.

어찌할까 의견투합을 하다가 1.2km 거리를 놔두고 다음의 기회로 미루자는 의견에 나의 의사를 접고 말았다.

 

 <금대암에서 옛 선인들을 기리며>

 

-다시 찾은 금대암.

백장공원에 주차시켜둔 차를 회수하기 위해 나 홀로 히치 하기로 하고 일행은 가흥교쪽 식당에서 합류하기로 하였다.  

단 일분의 기다림도 없이 히치에 성공한 나는 내 차를 회수하는 동안 일행은 아직도 내려가는 중이란다. 기회는 이때다 싶었다. 시간의 여유가 있어

조금 전에 내려왔던 임도의 산사태 지역 금대암 주차장으로 몰아 부쳤다.

 

 

 

 -금대암에서.

날이 밝아 여창과 나는 짚신에 대지팡이 짚고……(중략) 도량에 핀 모란꽃 몇 그루가

매우 붉어 눈길을 끌었으나 그 가운데 절반은 져 가고 있었다.

도량의 뜰에 헌 겁으로 겹겹이 꿰맨 옷을 입은 스님 20여명이 가사를

걸치고 범 패를 부르며 서로 쫓고 쫓기는 동작으로 뜰을 빙빙 돌고 있다.

내가 그 까닭을 물으니 정진도량 이라고 한다.

여창이 그 내용을 설명하기를 “그 法(법)은 精(정)하여 잡념을 없애며

나아가되 물러섬이 없으며 낮과 밤이 쉬지 않음으로써 부처가 되는 공덕을 삼는

것이다”라고 한다……(생략)

 

-성종20년(1489년) 음력 4월16일 濯纓 金馹孫의 지리산 기행문에서-

 

 

 

 

금대암은 점필재 김종직 선생과 탁영 김일손 선생의 지리산 기행기에도

기록이 나와 있듯이 유명한 암자로써 합천 해인사의 末 寺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보살 한 분이 정중히 인사를 하신다. 바쁜 와중에서도

나는 잠시 뜰 앞에 서서 천왕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선인들이 이곳에

머물러 있을 흔적들을 찾아 나선다. 혹시 몰라 보살님께 “이곳에 모란꽃이

지금도 피는지요” 여쭤 봤지만……뜰 앞의 대나무 숲 사이로 우뚝 솟은 전나무의

기상이 하늘을 치르는가 싶더니 나의 핸폰이 울려댄다.

“형님, 지금 어디입니까””아이고 이제 내려가야지”ㅎㅎㅎㅎㅎ

 

 

<에필로그>

산행 기를 정리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나의 머리는 어지러움으로 가득 차 있다.

요즈음 메스컴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독도문제가 우리 국민의 분노를

참지 못하게 만든다. 해방의 역사를 부인하려는 정부의 입장이 아니더라도

그들은 왜 집요하게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고 우겨대는지?

독도의 무궁 무진한 지하자원(메탄 하이드로이드) 때문일까. 6억 톤의 메탄

가스가 그들의 욕심에 영토 넓히기를 하는걸까.

그리고 같이 산행한 초생달. 천은. 마라톤님께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금대암의 비경을 홀로 즐겼으니……

산행 후 모처럼 뱀사골 **식당에서 도토리묵과 닭 백숙이 지금도 뒷맛이

당겨 옵니다.

                          2005. 3. 19.

                                전 치 옥 씀.

 

-일정 정리

09:00 산행 시작(백장공원)

09:20 백장암.

09:45 무명봉(850m)

10:20 촛대봉(1080m)

11:10 감투봉(1074m)

11:30 삼거리(1110m)실상사/투구봉/삼봉산.

11:40 삼거리(1085m)큰골/삼봉산/투구봉.

11:50~12:20 삼봉산(1186.7m)

13:10 등구재(610m)

13:40 백운산(902.7m)

14:10 금대산(847m)

14:30 임도(산사태 지역)

15:10 산행종료(만수천 앞 지방도로)

-산행거리: 약18km.

-산행 시간: 6시간 1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