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문장대


2005 년 3월 17일

차숙, 정옥 나

운전거리 : 85 km , 1 시간 40분 ( 구미에서 화북 장암리 주차장까지)


두주일 전에 잡아 놓은 약속이고, 산에 가고 싶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왠 비가 그리도 오는지.....


예정지인 주흘산은 코스도 길고,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서

비속에 등반하기는 적당하지 않았다.

전날 밤늦게 모여 갈까, 말까 , 어디로 바꾸어 볼까,

밤 12시가 되도록 결정을 못했다.

비오는 것은 개의치않는데, 봄비는 아니다.

잘못하면 체온이 떨어져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계자의 제안을 받아 문장대을 화북 방향에서 오르기로 했다.

예상은 두시간 오르고, 한시간 하산.

여차직하면 계속 걸어올랐다 내려올 것을 생각해도 별 무리는 없을 듯하다.


혹시 시간이 지나면 비가 개일 것도 같아 늦게 출발하기로 했다.

원호에서 9시.


아침에도 계속비가 오고 있었다.

만일을 대비해서 갈아 입을 옷도 한 벌씩 준비했다.

염려는 되었지만 다행히 빗줄기는 가늘어지고 있었다.

물, 커피, 방울도마도, 양갱, 옷 아이젠, 비옷, 방수잠바......

셋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출발.

차숙씨가 운전하기로 했다.

선산톨게이트을 지나 상주에서 나왔다.

25번 국도를 가다가 49번국도로 들어서니 길이 조용하다.

조금가다보니 속리산이 보인다.

비도 멈추고, 해도 간간히 비춘다.

휴~~~~ 다행.

떠나오길 정말 잘했다고 셋은 아이들같이 좋아한다.


정옥은 화북중학교근처 마트에 들러 오렌지, 맥주, 쥐포를 사들고 온다.

이 나이에도 귀엽다니....

문장대..... 이정표가 잘되있다.

주차장에서부터 탄성이 나온다.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멋지게 솟아있다.

산엔 눈이 왔나보다.

구름이 빠르게 움직일 때 마다

바위와 나무와 눈이 어우러져 머릿속을 비우게 한다.

커피한잔씩 마시고, 준비한다.

문장대 3.4km 란다. 관리인아저씬 40분이면 간단다.

음~~~ 그래도 우린 2시간이 더 걸릴거다.

조급할 것도 없다.


11시

주차장엔 차들도 몇 대없다.

오늘도 산은 온통 우리들 차지일 것 같아 정말 기대된다.

잠시 넓은 길을 지나니 깊은 계곡속이다.

소나무와 활엽수의 키가 커서 시원하다.

물은 많지 않으나 무척이나 맑고,

소리도 어찌나 경쾌한지,,,,

걷다보면 세상 근심을 다 내려놓고,

아무런 욕심이 없어져 바람처럼 가벼워짐을 느낀다.

여기저기 두껍게 얼은 얼음이 하얗다.

솔내음과 더불어 비에 젖은 흙냄새도 정겹다.

나뭇가지에 조롱조롱맺힌 물방울도 환상적이다.

30분쯤 지나니 서서히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11시 50분 쉴바위도착.

바위들이 옹기종기 모여 쉴곳을 만들었다.

짐을 내려놓고, 방울토마토를 먹고 사진도 한판찍는다.


길은 좁아지고 가팔라 힘겹지만 한발 한발 옮겨놓는다.

해발 740m 지점부터는 하얗다.

봄에 출발해서 겨울의 문턱을 들어선듯하다.

제법 많이 쌓여있다.

아이젠을 신고..... 날은 그렇게 춥지 않아 마냥 즐겁다.

누군가 작은 눈사람을 만들어 다리 난간을 장식해 놓았다.

어른도 아이가 되게 하는 힘이 산엔 있는 것 같다.

나무키가 점점 작아지는 걸보니 정상이 다와 가는 가보다.

하늘은 여전히 흐리다.

우측에서 “ 야호” 소리가 들린다.

앞쪽에 집이 한 채보인다.

사람들도 많다.

1시 55분 휴게소 도착.

문장대를 먼저 다녀와 점심 먹기로 하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온통 바위다.

중2 수학여행 때 법주사에서 문장대를 오르다가 포기한 후 처음이다.

후후후~~몇 년 전일인가....

철 계단을 몇 차례 오른다.

2시 5분

드디어 1033m의 바위정상.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푹 뒤집어쓰고 둘러보니 날이 흐려 멀리는 볼 수 가 없다.

봉우리 설명해 놓은 그림을 보고 첩첩 산을 살짝 살짝 보았다.

즐길 새도 없이 사진만 황급히 찍고 내려온다.

아쉽다. 느긋하게 ,여유있게 둘러보지도 못해서.

정상 때문에 산에 가는 것은 아닌지라...


휴게소에 내려와 컵라면, 약밥, 삶은 달걀, 맥주한잔,쥐포, 커피까지....

맛있다. ㅎㅎㅎ  바로 이맛이야!!!!

계자에게 문자보내고,,,


3시 하산.

부지런히 걷는다.

역시 아무도 없다. 이런 저런 얘기들.

생각보다는 덜 힘들었다고,

그런데도 너무 수려한 산이라고.

가을에 한번 더 오자고.

그땐 계자와 함께오자고. 그녀의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이 생각나서.


4시 30분 주차장 도착.

무사히 산행을 마침에 감사.... 구미로.

계자 전화다. 빨리 산행기 올리란다.

사랑스런 그녀다. 

그런데 그녀의 산 사랑의 실체가 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