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지금 광양 백운산에는……

 

-산행 일시: 2005.3.12.

 

-산행코스: 진틀-병암폭포-신선대-백운산-백운사-용문골-선동마을.

 

-함께한 사람: HPC 산악회원(22명).

 

 

 

 

 

                 나에게 산이 무엇이라는 것을 갖게 해준 백운산.

 

 2년 전

정확히 2003.3.10 이었다.

산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나는 무작정 눈 쌓인 백운의 모습을 보고 싶어

힘겹게 시작된 산행이 노랭이재까지 어떻게 올랐는지 모른다.

억새평원에서 바라본 섬진강의 구비치는 모습과 장쾌하게 펼쳐진 백운의

북서쪽 능선은 마치 정상을 호위하듯 도솔봉 또아리봉 한재가 줄지어

도열하는 모습이 여유로워 보였다.

 

 

<산오르기전 병암계곡에서 도솔봉 또아리봉을 바라보며>

 

 

3월의 설산을 걷는 기분은 지금도 내 기억 속에 영원히 존재하고 있다.

그 뒤로 지리산과 함께한 자신은 백운이 멀어 진가 싶더니 잊혀질 만하면

다시 찾아 나선 백운산의 종주길이 또 다른 추억이 있었다.

산을 편협해서가 아니지만 항상 지리에 있어서도 백운의 모습은 언제나

함께 했는지 모른다.

왕시루봉 능선에서도, 성제봉에서도 월령봉에서도 그리고 천왕에서도

가끔 너 백운을 불러보았다.

 

 

 

<병암계곡에서>

 

-산행에 앞서.

백운산은 호남정맥의 끝에 솟은 최고봉으로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지리산과 서로 마주보는 父子관계의 산이라면 너무 비약한 것일까.

백운산 일대 능선에서 북으로 지리의 주 능선이 장쾌하게 펼쳐지는

파노라마의 전망대가 백운산이다. 말 그대로 흰구름이 머물다 간

산이라는 뜻이다. 흰구름이 머물다간 산이라 오죽할까마는, 그래서 풍수

시조로 알려진 도선국사가 이곳에서 35년간 기거 했으므로 백운산의

정기는 가히 짐작하고도 남으리라.

또한 경칩에 시작되는 백운산의 고로쇠물은 수 많은 사람들이 고로쇠

물을 찾아 이 산으로 몰려온다. 이때쯤 섬진강 다압에서 펼쳐지는

매화축제는 백운의 묘미를 배가 시켜주는 요즈음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산행은 시작되고 있었다>

 

-산행 시작.

09시30분 진틀에 내려진 우리 일행은 이내 찬바람을 거역할 수 없었다.

회사 산악회에서 제공된 점심과 약간의 과일을 챙겨 든 나는 일행 속에

묻혀져 산행은 시작됐다.

떠나가는 겨울이 못내 아쉬운 듯 계절을 넘기지 않는 춘삼월에 꽃샘

추위치고는 장난이 아니었다.

좌측에 흐르는 옥룡계곡의 모습과 진틀 초입은 일년전의 모습과는 완전히

판이하게 달라져 있었다. 인위적으로 개조해놓은 시멘트 길은 우리의

편리함에 앞서 자연파괴라는 또 하나의 과오를 저지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왜 자꾸 우리 자신의 편리함을 강조 하는지……

 

 

 

 

10여분의 임도를 오르면 본격적인 산행길이 시작된다.

우측으로는 범양계곡에서 내려오는 가느다란 물줄기가 아마 녹았다 다시

얼어붙은 고드름이 겨울과 봄 사이에 자신이 주체할 바를 모르긴 모른

모양이다. 옷을 갖추지 못한 활엽수들 사이에 홀로 서있는 소나무가

어쩌면 자신의 푸르름이 그들과 사뭇 다르다는 시위 속에서도 우리

일행을 반긴다. 이윽고 두 갈래의 길이 나타난다.

 

 

 <백운정상과 정상에서 바라 본 지리의 마루금>

 

우측은 범양계곡을 타고 오르는 정상코스이고 우리가 오를 코스는 신선대를

향하여 백운산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이다.

거침없이 몰아치는 서북풍은 가슴속 깊이 폐부에 와 닿았고 쉼 없이 쏟아지는

하얀 액체를 주체할 수 없는 우리는 바람을 피할 공간을 찾기에 바빴다.

이 코스는 정상을 향하는 코스 중에 최단시간에 오를 수 있는 코스지만

그 대신 가파른 경사가 만만치 않게 느껴지는 코스이다. 그런데도 이곳을

선택하게 된 것은 오늘 회사 산악회의 시 산재를 겸하기 위한 산행이다.

오름 길 군데군데 고로쇠의 수액을 받기 위한 파이프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사람에게서 헌혈을 체취 하듯 그들에게서 진액을 토해 받고

있으니……

8부 능선에 와서야 서서히 서북능의 자태를 찾을 수 있었다.

희뿌였게 보여준 또아리봉과 도솔봉의 상고대가 퍽이나 인상 깊었다.

 

 

 <나 지금 떨고 있니.....>

 

-백운상 정상에서.

신선대를 걸쳐 백운상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약간의 녹지 않은 눈이 있었다.

항상 그랬듯이 내가 찾은 곳은 다름아닌 지리산을 찾을 수밖에.

역시 조망은 확연하게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기대 이상이다.

지리의 하늘 금이 시야에 들어 오더니만 주위로 펼쳐진 山群이 파노라마

처럼 길게 펼쳐진다. 천왕에서부터 촛대봉과 반야의모습과 노고단의 모습.

발 아래로 흐르는 섬진강의 도도한 물결은 금방이라도 그곳으로 달려가

매화마을로 향하고 싶었다.

 

 

 

 

남쪽으로 내리 뻗는 능선을 향하는 나는 억불봉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억새평원과 펼쳐진 그곳은 아름다운 여인상의 심벌을 생각한 자신이

너무도 퇴폐적인 착각이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회원 모두가 황홀한 조망에 넋두리를 빼앗고 있는 사이 자신의 짧은  

지리산의 상식을 그곳에 덧씌우고 있었을 때 3월 북풍의 칼바람도

잠재울 수 있었다.

 

 

 

 

-始山祭.

아쉬운 조망을 뒤로하고 우리가 선택한 곳은 양지바른 헬기장 밑이었다.

2005 회사 산악회 시 산재를 하기 위함이다.

가져온 약간의 음식과 과일들을 차려놓고 祭를 올렸다.   

부회장님의 제례사가 우리회사의 올 한해도 안전한 한해가되기를 바라고

또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바라는 내용과 우리 산악회의 안전을 비는 내용

이었으며 아울러 회장님과 각자가 올해의 소원을 비는 것으로써 제례를

마쳤다. 제례를 마친 우리 일행은 회사에서 준비해준 점심과 막걸리로써

취중의 대화는 계속 이어진 가 싶더니 부회장님께서 회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다압에서 매화축제가 있으니 매화축제의 장으로 갔으며 하는

바램으로 그곳으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억새평원에 위치한 억불봉의 모습>

 

 

내려서는 발걸음은 더욱더 바빠졌다.

올라올 때보다는 이제 남사면을 안고 내려가는 코스이기 때문에 바람을

막을 수 있었다. 백운사까지는 1시간이면 내려갈 수 있으며 또한 그 뒤로는

시멘트 임도를 30여분 이상 걸어야 된다는 부담이 스스로 코스 변경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백운사 좌측으로 코너 돌기 전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기로 하였다.

 

<선동마을로 내려 오면서 노랭이봉을 바라보며>

 

<이 사람들은 누군겨>

 

그 길의 날머리는 선동마을로 떨어지는 코스로써 몇몇 사람들만 이용하는

코스이다. 조용하고 따스한 봄기운이 아침 그곳과는 딴판이다. 3월은 해빙기의

산행이라 특히 조심해야 한다.

지표면은 말라 있지만 그 밑은 얼어있어 쉽게 넘어지는 경우가 있고.

남 사면에 낙엽 쌓인 웅덩이를 잘못 밟아 넘어지는 사례가 산행을 해본

사람들은 익히 한번쯤 경험 했으리라.

 

 <섬진강: 매화축제장 옆에서>

 

-매화마을을 향하여.

14:40분 선동마을에 도착한 우리는 매화마을인 다압마을을 향하여 갔다.

사실 며칠 전에 매화마을을 가고 싶었지만 혹시 몰라 남겨두고 있었던 곳이

아니던가. 잠시 후 우측으로 펼쳐진 섬진강의 백사장이 우리의 시야에 들어선다.

매화마을로 들어서는 차량들의 행렬은 이내 우리를 붙잡아 놓더니만

봄소식의 전령인 매화는 결국 우리를 외면 한가 싶었다.

 

 

 

 

몇 번의 주차전쟁을 치르고 치렀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그곳을 피하기로

하였다. 예상치 못한 많은 눈과 늦추위로 피지 못한 매화 속에 사람 꽃들이

만발하고 있으니……

잠시 후 매화마을 지나서야 약간 한적 한곳에서 쉬기로 하고 한잔씩 꺾을

사람들은 한잔씩 하기로 하였다. 기다렸다는 듯 자신은 매화 밭으로 달려

갔으나. 만발한 매화는 일주일 뒤에서야 볼 수 있지 않을까.

홍 매화. 백 매화. 청 매화를 디카에 담고 마시지 못한 술이지만 그곳에서

특별히 부회장님 사모님께서 준비 해 주신 서대회를 축내기 시작했다.

 

 

 <새싹과 청매화: 봄은 기어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岳友님들.

始山祭겸 봄을 찾아 백운산에 갔는데 즐거운 산행이 되셨는지요.

회장단께서 특별한 배려로 매화축제 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하기도 하였는데

그곳 사정으로 매화구경은 하지 못했지만 아쉬움은 없으리라 봅니다.

岳友님들이 좋아하는 막걸리와 서대회로 대신하고 마음의 위안을 삼으시죠.

항상 여러분의 산행에 즐거움이 있기를 빕니다.

부족하고 지루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시는 악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섬진강의 동백과 매화의 어우러짐>

 

2005. 3.15.

 

      전   치   옥 씀.